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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에 대한 주석: 가상을 가설하는 것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될 때
    REVIEW/Visual arts 2026. 6. 26. 13:56

    리처드 필립스, 〈앤리〉(2002. 캔버스에 유채, 198.6×249.6×3.9cm.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반아베미술관 소장)[이미지 제공=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앤리(Annlee)’라는 가상의 캐릭터는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인공이자 피규어이며 지표이다. 곧 앤리는 서사와 이미지와 작품들의 물리적 연결에 있어 주요한 기호로 부상한다. 이는 앤리를 경유한 어떤 주제의식의 구현 이전에 앤리라는 캐릭터의 인물에 초점을 둔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앤리는 곧 기능하기보다 그 자신으로서 발화한다. 앤리의 반복을 통한 앤리라는 자기 지시성의 획득이 하나의 주제로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와 필립 파레노가 1999년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로부터 배경 역할의 단역 캐릭터를 구입하고 이름을 부여하는 것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3년 동안 위그와 파레노를 비롯해 2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회화, 조각, 영상, 포스터, 책, 음악 등 다양한 형식으로 앤리에 관한 30여 개 작품을 탄생시키는 “다중 저자 프로젝트”로 확장됐고, 이후 위그와 파레노는 앤리에게 저작권을 이양했으며, 이 전체 프로젝트는 반아베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다. ‘하나의 캐릭터에 대한 작품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인계되며 하나의 전시로 다시 풀려 나온다.’

    여기서 작품들의 적층적 구성은 과정이라는 시간의 유기적 질서로 대체되고, 물리적 배치나 이념적 차원의 설계, 분류와 구성의 아카이브 방법론의 논의는 사라지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앤리’라는 가상 캐릭터의 전면화를 통한 전시의 탄생은 그 구성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지며, 작품들은 작가 고유의 양식을 대체하는 앤리의 무엇, 앤리의 어떤 것이라는 가상 주체의 소유 양식으로도 이어진다. 이 미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아래 전시라는 오래된 형식은 완전히 지워지지는 건 아니다. 따라서 지워지고 분별되지 않으면서 착각과 오인을 선사하는 이 하나의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들의 경계를 다시 구획하고, 개별 작품들의 합산이 갖는 전시적 성격을 재조명하는 역설계가 필요해진다. 

    “2002년 이 작품들은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이라는 제목으로 함께 전시되었다. 이 제목은 사이보그의 신체라는 껍질 속에 인간과 같은 지각 의식이 있는지 질문을 던진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Ghost in the Shell, 1995)에서 빌려 온 것이다.” 그에 따르면, 사실상 주제는 사이보그의 인지를 통한 인간에 대한 연구를 배경으로 한다. 반면, 실제 전시는 앤리라는 캐릭터의 세계를 여러 양식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고 보인다. 결과적으로, 《영혼은 없고 껍데기만》는 이 캐릭터들의 다층적 세계의 여러 양상이 합성되기보다 조각조각 나열되는데, 이는 그 실재하는 존재의 부재를 유예하기 위함, 곧 시뮬라크르적 반복과 변주를 통해 캐릭터 자체를 신화적인 것으로 조각하기 위함―실재적인 것으로 인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김민관 편집장 

     

     2024.04.23~2024.08.04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프로젝트갤러리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전시실 1 

     

    전시부문

    회화, 조각, 영상, 설치, 사운드, 출판물 등

    전시장르

    기획,국제

    참여작가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 리암 길릭, 리차드 필립스, 리크리트 티라바닛, 릴리 플뢰리, 멜릭 오하니언, 안나-레나 바니, 안젤라 블록과 임케 바그너, 조 스칸란, 프랑수아 퀴를레, 피에르 위그, 피에르 위그와 필립 파레노, 피에르 조셉과 메디 벨라 카셈, M/M (파리)

    작품수

    총 23점

     

    주최 및 후원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후원: 주한네덜란드대사관,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 프랑스문화원, 삼화페인트공업(주)

    전시문의

    02-2124-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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