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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이종필 <Iron II> 정미란 <The Quasar> : 발레가 주는 날 것으로서의 신체
    REVIEW/Dance 2011. 6. 27. 01:54

    발레가 컨템퍼러리 아트의 문을 열 수 있는지의 가능성이란?

    ▲ 이종필 안무 <Iron II>

    발레가 소극장에서 별도의 프로시니엄 아치 역시 소거된 채 관객과 만난다는 것, 기존의 주 레퍼토리를 버리고 음악의 선별과 이에 맞춘 안무들로 하나의 콘셉트를 도출하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 이러한 창작의 의도가 컨템퍼러리의 역동적인 춤의 현장에 멋진 자극의 포문을 열 수 있을까!

    매우 가까이 발레의 동작을 간직한 무용수들의 춤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준다. 이는 조명과 대무대, 익히 알려진 레퍼토리의 이야기, 구조와 역할을 상정하는 의상, 주어진 음악의 공연에서 얻는 익숙함과 그럼에도 가능한 스펙터클함, 곧 공고함으로부터 출발한 미적 도취의 성취는 시대를 비껴나거나 시대에의 역동적인 피부로써 숨을 쉬지 않는 자족적인 측면에 고착될 우려 역시 있다.

    이 날 것이란 무엇인가, 그 스펙터클함, 주어지는 무엇은 일종의 현시된다는 느낌의 판타지적 재현에서 출발하는 것에 가깝다면, 날 것은 무대와의 거리가 일소되고 실재에 맞닿는 피부적 감각으로 그들을 대면하게 될 때 오는 것과 같다. 반면 발레의 기본적인 동작들이 배치되는 안무에 있어 신체가 갖는 유연함이 아닌, 유연한 흐름의 안무가 구성되기보다는 움직임이 고정되는 순간을 낳는 발레의 축을 상정한 여러 테크닉들이 나오는 가운데 그 떨림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 정미란 안무 <The Quasar> 

     이종필의 안무작 <Iron II>이 붉은색 계열의 옷들을 통해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들의 향연을 그려냈다면 정미란이 안무한 <The Quasar>는 피부색과 흡사한 의상이 피부로서의 옷을 도출함으로써 맨 몸 그대로의 감각을 구현한다.

     두 작품 다 서사의 전략은 고수하지 않음으로써 단지 어떤 분위기 안에 침잠되어 있는 역할 자체가 된다. 이는 주체적인 의식의 흐름을 형성하거나 그에 대한 몰입을 유도해 내기보다는 신체-움직임 자체의 미적인 구도와 집중, 미의 일상을 벗어난 측면을 조각해 낸다. 따라서 날 것은 그러한 대상으로서 신체, 친밀하지 않은 신체 자체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서사가 작동하지 않고, 다만 다양한 음악들의 전환을 통해 그 분위기에 젖어드는 것으로 끊임없는 다양한 미적 테두리를 형성하기에 이는 꽤 분절적이면서 다양한 음악의 감상과 그에 대한 미적 시각화의 감상,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 음악의 단위들이 혼합‧점층적 발산을 이루는 매우 세심한 접근을 필요로 하게 된다. 또한 그 음악이 시각적으로 재현‧표상될 수 있구나의 놀라움, 이는 <The Quasar>의 작품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고 <Iron II>는 사건과 같은 이미지의 변주를 통한 어떤 사건 차원의 발생, 곧 퍼포먼스로서 작동되는 서로 다른 무용수들의 돌출을 통해 무대를 전환한다.

    <The Quasar>가 음악적 차원의 시각화가 작동되는 변주라면 <Iron II>는 시각적 이미지의 현현과 전환으로써 변주를 이룬다.

    ▲ 이종필 안무 <Iron II>

    <Iron II>의 무대를 현재 작동되는 순간으로 놀라움이나 해석해야 할 여지를 주는 바꿨다는 지점, 대상화되지 않고 구조화된 움직임을 벗어나 마임을 하는 흰 옷을 입은 두 사람의 내면의 갈등이 드러났다는 지점은 퍼포먼스적 측면에 가깝다.

    ▲ 정미란 안무 <The Quasar>

    반면 <The Quasar>의 여전히 음악에 맞춘 음악을 따르는, 그에 융해되는, 그럼으로써 음악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점은 미적 도취가 여전히 유효함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두 작품 모두 음악에 대한 분절적인 테크닉, 독립적인 장을 이루는 멈춤의 포즈, 구조적 배치를 만드는 배열들은 음악의 발생학적 리듬을 생성의 변주적 리듬으로 바꾸는 역능을 발휘하는 데 이르기에는 힘들다. 곧 음악의 단편적인 짜깁기는 어떤 하나의 교향악적 음악의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하며 끊임없는 변화와 다른 양상의 그림들을 만들어내지만, 그 음악 자체와의 조응과 그 음악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한계, 그리고 순간 순간의 음악과 움직임의 도취 외에 의식적인 흐름들을 만들지 못 한다. 어떤 대상으로서 그것은 날 것이지만, 곧 의식과 거리를 두는 차원에서 그것은 아름답다. 그렇지만 다만 아름다울 뿐이다.

    [축제 개요]


    ․ 축제명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 공연일시 : 2011년 6월12일(일) ~ 6월28일(화)
    ․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
    ․ 주    최 : 대한민국발레축제 조직위원회, 국립발레단
    ․ 후    원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의전당

    ▶ 축제 살펴보기 :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 국내 대표 발레단에서부터 창작 발레 안무가들까지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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