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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김경영 <구로동/백조> / 김용걸 <Work I> : 발레의 파격들...
    REVIEW/Dance 2011. 6. 28. 01:55


    김경영 <구로동/백조> : 일상과 무대의 경계 넘나들기

    발레의 기존 틀을 홀가분하고도 수월하게 깬 재미있는 무대를 창출했다. 고정된 자세, 외떨어진 테크닉의 독립된 층위, 고전 레퍼토리의 구현 및 완성 같은 기존 발레가 갖는 무거움을 떨쳐 버린다.

    ▲ 김경영 <구로동/백조> (사진 제공=국립발레단)

    스텝에 집중하는 대신 팔을 딱딱하게 작게 좌우로 흔들어 빠르게 무대를 휩쓸 듯 이동하는 식의 초기 군무는 소극장 무대에의 빠른 적응을 의미하고, 이는 이후 남녀의 관계가 가일층 진전된 양상을 보여주는 이야기 흐름에서, 같은 동선으로 두 사람이 서로 간에 팔을 상대방의 겨드랑이로 끼어 넣으며 교차시키는 장면으로, 확장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낳는 것으로 나아간다.

    갑자기 놓인, 그렇지만 이는 음악으로부터 소극(笑劇)적 양상을 이끌어 내는 안무의 구성들에 있어 자연스러운 것이다. 동시에 냉장고와 변기, 세탁기와 빨 옷 뭉텅이는 일상을 구상하는 것들이지만, 한편 조명 아래 낯선 오브제로 무대를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이는 마치 무대에서의 신이 빛과 같은 일순간의 환영으로 자리하고, 곧 극중극과 같은 요소로 삽입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으로 귀결된다.

    반면 극과 일상 간의 간극을 크지 않은데, 냉장고 안 조명이 반짝이고 있는 가운데 그 앞에서 물을 마시는 남자는 마치 분장실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무용수가 대기하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연상케 한다. 등을 돌리고서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식으로 무대의 리듬을 바꾸는 보여주기는 무대에의 일상을 편재함이고, 반면 옷을 갈아입고 또 껴입는 모습에서 일상을 노출하고, 일상의 움직임들을 무대의 리듬으로 재편함으로써 음악의 흐름을 연속선상으로 이어간다.

    남자와 여자는 격렬한 사랑의 제스처를 표현하는데, 땀과 밀착, 가녀린 미의 극치를 구현하는 남녀 간의 파드되를 벗어나 격렬하게 여자의 움직임을 조종하고, 화려하게 자신을 누출하는 여자의 움직임이 밀착된 호흡과 끈덕진 관계의 양상을 만든다.

     사실상 섹스와도 같은 둘의 호흡은 냉장고로 달려감으로써 허기진 신체를 달래고, 이어진 군무에서 남자는 냉장고에 갇힌 채 마치 현재의 군무에 따르는 음악의 시간에 동결되어 있었던 것처럼 이전 음악의 리듬을 구현한다. 곧 보이지 않는 음악에 맞춰 대위법적인 무대의 불협화음이 발생하는데, 참 재미있는 부분이다.

    ▲ 김경영 <구로동/백조> (사진 제공=국립발레단)

     군무는 백조들의 그룹의 움직임을 상정하는데, 손을 앞으로 모아 비교적 뾰족하게 만들어 백조의 머리 모양으로 된 팔로 제각각의 춤을 추는 것은 군무라고 하기에 꽤 자유롭다. 곧 일치된 동작이 아닌 동물 되기의 어설픈 전유가 웃음을 주고, 음악이 꺼진 후에 협화음을 실천하지 못 하던 남자가 어느새 그들과 같은 백조의 움직임으로, 이들을 쫓아오는 커다란 백조로 상정되고, 그가 그들의 뒤를 따라오자 비명을 지르며 도망간다. 엄밀히 도망간다기보다 한 자리에 서서 음악을 대치한 그 등가물로서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이며 이 역시 하나의 파격을 주고자 하는 요소로 보인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사라지며 웃는 모습들.

    일상을 끌어들이되 새로운 감각으로 부각시키는 것, 무대와 일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가며 무대에서의 어둠과 빛의 간극을 해소하는 한편 전환의 층위를 효과적으로 수여하며 탄력적인 장을 운용하는 점이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한편 마치 이들이 발레의 아름답고 우아한 동작들로부터 일탈을 시도하는 것 같았을 때 관객들은 그러한 의도를 용인하지 않는 듯했다. 어쩌면 발레 동작이 주는 고유한 감상 같은 것 역시 스테레오타입화된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동작에 의미는 주어질 수 있는가, 그렇다면 발레의 한계와 가능성은 생각보다 일치된 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일까.

    김용걸 <Work I> : 발레가 가진 춤의 역능

    ▲ 김용걸 <Work I> (사진 제공=국립발레단)

    발레 바를 두고 전신 스트레칭과 간단한 워밍업을 하는 무용수들의 모습을 무대로 끌어들인다. 이는 제4의 벽을 상정하지만, 리얼리티 자체라기보다는 일종의 환영적 재현인데 날 것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무대에 오르기 전 무대가 되기 전 연습은 어둠 속 조명을 받아 신비화된다. 즉 가까이 있고 아직 무대가 시작되기 전 모호한 경계에서 시작되어 어느새 무대로 연결되는 시점이 있는 것과 함께 그럼에도 건드릴 수 없는 것, 마치 현재에 있지만, 현재를 비껴난 과거의 시간들이 축적되고 있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무대 이전의 무대 너머의 동력은 무대로 확장되게 된다.

    네 개의 봉을 묶을 드르레의 고리가 무대 위로부터 내려오고, 이 네 개의 봉을 한데 걸어 위에서 감아 올린다. 멈춰 제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봉들이 끌려와 허공에 들린 채 큰 마찰 없이 한 덩어리가 되는 게 꽤 묘한 이미지의 꿈틀거림을 낳는다.

    ▲ 김용걸 <Work I> (사진 제공=국립발레단)

    이와 같은 일종의 모빌로서 기하학적 추상의 설치물은 고정된 움직임이 하나의 동적 이미지임을 넌지시 일러 주는 것 같다.

     검은 의상의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황홀하다. 안정된 중심을 흐트러 뜨리면서 유동하는 중심의 몸을 순간적인 장면으로 도출한다. 주로 상반신의 좌우 균형을 깨뜨리는 또 빠르게 균형을 회복하는 활발한 움직임은 꽂꽂하면서도 단단하며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사하는 것이다.

     모든 신체의 부분 움직임은 거기에 미치는 힘과 탄력이 자리한다. 따라서 신체는 잔상을 남기지 않고 명확하게 공간에 배분되며 앞서 말한 기하학적 추상의 부분들을 만들어 간다.

    마치 신체 움직임의 부분들은 강조되며 의식이 미치는 바와 같다. 이러한 탄력적인 신체 운용은 굉장히 힘이 있는 안무를 성립시키는 동시에 발레의 가능성을 폭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곧 고정적이지만 다양한 이미지를 선사하거나 중심을 흔들면서 하나의 호흡으로 하나의 장면을 붙잡는 식의 동작은 꽤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분명 안무화된 명확한 경로성을 띠지만 오히려 신체가 갖는 역능을 최대한도록 끌어올려 매우 역동적인 풍광을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무용수는 호흡을 밀어붙여 움직임을 행한 후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헉헉댄다.

     떨림, 다른 움직임들에서도 호흡의 나타남은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움직임의 결을 타고 신체로부터 뻗어나온다.

    남녀의 관계는 여성의 가녀림을 앞으로 내세우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남자와의 관계에서 하나의 확장된 이미지를 선사하는 것이 아닌, 주고받는 단단한 관계를 엮어 낸다.

     무대 뒤 봉에서 다시 연습을 하는 풍광이 이질적으로 무화되어갈 때 전경의 두 남녀는 날 것 같은 신체를 내비친다. 이질적인 두 층위가 하나로 공존할 때 빛과 어둠, 의식과 무의식의 통로를 통과하며 서로 관련성을 띠는 것으로 보인다. 또는 전체적으로 불완전하고 무규칙적인 신체의 확장이 구조화되지 않는 춤의 역능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도 같다. 그리고 다시 봉에서 균일환된 움직임을 선보이며 현재의 어느 순간으로 우리는 돌아오게 되는 것과 같다.

    [축제 개요]
    ․ 축제명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 공연일시 : 2011년 6월12일(일) ~ 6월28일(화) [김경영 <구로동/백조> / 김용걸 <Work I> 6월 21일(화) 8시/ 6월 22일(수) 8시]
    ․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자유소극장
    ․ 주    최 : 대한민국발레축제 조직위원회, 국립발레단
    ․ 후    원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의전당

    ▶ 축제 살펴보기 :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 국내 대표 발레단에서부터 창작 발레 안무가들까지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
    김민관 기자
    mik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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