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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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풍선> 리뷰 : ‘상상적인 것’이란...REVIEW/Theater 2012. 3. 12. 11:33
▲ 3월 2일 프레스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의 상상적인 것은 상징적인 것을 초과한다. 한편 이 떠올리게 하는 연극은 게오르그 뷔히너의 『보이체크』인데, 이 연극이 보이체크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놀아나는 것에 대한 분노의 정념과 이성의 강제 아래 인간의 감정이 소거되는 듯한 전유적 시선이 보이체크의 영혼을 말살하는 과정의 두 축으로 그래서 비극을 향해 전개된다면, 은 고환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군인이 그로 인해 군대 내 국가 기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험 대상이 되어 통제된 삶을 사는 한편 그로써 어머니와의 관계가 희미하게 유지되며(이는 서로에 대한 간절한 염원의 두 존재를 낳으며) 결국 비극의 결과로 치닫고 있다. 여기서 공통된 것은 (실험) 대상으로 전락한 주인공의 모습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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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풍찬노숙’ 리뷰 : 신화와 역사의 알레고리REVIEW/Theater 2012. 1. 22. 18:38
‘왕을 죽여야 근대가 온다.’ 풍찬노숙은 현대적 신화인 동시에 신화적 현재이다. 또한 개념적이다. 그런데 이 개념적이라는 말은 그것이 뚜렷한 개념으로 차용됐을 때 갖는 그 개념의 가벼움, 곧 개념이 하나의 유희 차원에서 개념의 무게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메시지의 강박이 아닌 그 말 자체의 강박이 되며 그 스스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풍찬노숙 안의 현실은 과거와 현재에 한정되지 않는다. 영속적인 신화를 띠면서 거기에 근대와 현재를 구겨 넣는다. 이는 익숙한 신화의 기시감을 안기면서 한편으로 인공적으로 주어진다. 네 시간에 육박하는 공연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무대를 점유하는 축의 전환 역시 많다. 기본적으로 영계와 인간계가 나뉘고 왕과 민중의 삶이 나뉘며 일상과 도래할 혁명의 미래가 나뉜다. 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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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돈키호테’ 리뷰 : 낯설지 않은 돈키호테에 대한 모험REVIEW/Theater 2012. 1. 20. 12:02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유아기와 역사』를 보면 『돈키호테』에 대한 짧은 언급이 나온다.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적 사유와 연관하여 인식과 경험이 분리된 것을 돈키호테와 산초가 보여준다는 것이다. 돈키호테가 인식의 오래된 주체로서, 경험을 소유하지 못하고 다만 만들 수 있을 뿐이라면, 산초는 경험의 오래된 주체로서, 경험을 소유할 수 있을 뿐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식과 경험이 합치하는 인간상을 상정하는 가운데 돈키호테의 저돌적인 광인의 모습이, 어떤 하나의 이상적인 인물 유형이라기보다는 산초란 짝패 속에서 완성됨을 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상 이에 대한 배경적 지식의 차원이 작품 안에서 제공될 수는 없지만, 1605년작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원작 『돈키호테』를 토대로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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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컷 20p] 연극 '혁명일기' 리뷰 : '혁명은 지속의 윤리성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REVIEW/Theater 2012. 1. 13. 11:58
일상의 균열을 내는 매우 일상적 장치들 히라타 오리자가 작 ·연출, 일본 극단 청년단이 직접 공연하는 ‘혁명일기’가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1일에는 작품 전막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도시 근교의 평범한 주택가에 보통의 부부처럼 보이는 마스다 타케오와 마스다 노리코는 과격파 혁명 조직의 조직원으로, 어린 아들 준스케를 조직 활동을 위해 시골 처가에 맡겨놓고 있다. 어느 저녁 그들의 집에서 조직원들이 모여 테러 계획을 논의하는데, 곧 일반인의 방해를 받는 이야기가 전반을 이룬다. 노동 전선에 대한 언급을 가볍게 전유하는 이들의 일상과 탈일상의 지점은 묘하게 중층 된다. 일종에 이들이 일상에 구멍을 내는 혁명 전선의 계획을 짜고 있다는 점에서 탈일상적 존재들이고, 보통의 사람이 이들의 일상에 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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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꽃상여」리뷰 :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의식儀式의 세계로'REVIEW/Theater 2012. 1. 1. 15:52
죽음은 심연이라기보다는 거무스름한, 차가운 심상에 가깝다. 잦아드는 사운드는 싸늘한 혼의 바람처럼 환유된다. 「꽃상여」에서 어둠의 프롤로그 이후 등장한 현실은 전쟁으로 인해 헤어졌던 가족의 상봉은 단절의 어색한 틈에서 나오는 불편함을 야기한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장난은 시어머니의 시선에 의해 금기시되는 것으로 삶의 유희는 일종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시대 안에서 차단된다. 꽃가마 타고 시집 와서(사회적 자아를 형성하는 삶, 제 2의 삶) 꽃상여 타고 저승 간다는 여성 삶의 비유와 같이「꽃상여」는 보편의 죽음이 아닌 시대와 여성의 숙명과도 같은 특수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꽃상여를 타고 올 때 풍물에 바로 이은 죽은 자를 애도하는 굿은 삶과 죽음이 일종의 유희를 곁들인 인간의 상징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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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동의 「세자매」리뷰 : '독특한 신체 양식으로 표현한 체홉'REVIEW/Theater 2011. 12. 28. 17:37
극단동의 독특한 신체 발성과 움직임이 체홉을 매우 생생하게 만든다. 「세자매」의 움직임은 철저히 극 안에 있다. 곧 이것이 체홉의 『세자매』의 특정한 현실의 시공간을 전제하는 게 아니라 이 안에서 배우로서 존재로서 살아 있다는 것, 마치 신체 자체로 질적인 측면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듯 움직임이 피어난다. 태평양전쟁 직전에 일제강점기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 「세자매」에서 특별히 그 시대의 유행가를 추는 춤은 그 시대를 드러내는 기제이지만 동시에 단순히 그 시대를 입는 것에서 벗어나, 곧 문화의 측면에 코드화되는 게 아니라 잠재된 형태로 예측 불가능하게(곧 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춤을 통해 신체를 드러내는) 춤이 튀어 나온다. 이는 곧 신체로부터 발현되는, 신체로부터 생성되는 어떤 언어 그 자체인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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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니들’ 리뷰, ‘신화와 상징이 거주하는 세계’REVIEW/Theater 2011. 12. 27. 23:17
‘언니들’은 신화적이고 또한 무의식의 상징들을 따라간다. 끝 간 데 없는 옥수수 벌판은 사건들의 연속선상의 시간 계열이 아닌 어떤 하나의 원형적 이미지, 기억 이미지로 측정된다. 여기에는 삶의 일상적인 흐름이 아닌 죽음에서 생성으로 나아가는 사건의 반복적인 출현이 자리한다.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는 역할 놀이와 무의식적 기억의 엄습은 어디까지가 언니들의 의식인지 다소 혼란에 젖게 만든다. 한편 해질녘이 되어 사라지고 마는-그리고 혼자 남는 소녀에 대해 상대적으로-언니들인 두 언니의 말과 행동은 기억이라는 더 큰 범위에서 출현하지만, 이는 소녀의 기억과 삶에 어떤 경계를 지우고 있어, 이 기억으로부터 촉발되는 삶과 그것이 없는 삶의 간극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세 명의 유폐된 환경에서의 삶은 제의적 놀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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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리뷰 : '어둠 속 빛을 찾아서'REVIEW/Theater 2011. 12. 26. 12:11
처음 배우들의 등장은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보이지 않는 자들의 세계, 시선 너머에 시선이 있다는 것, 보지 않는 시선이 세계를 형성한다는 것, 그 시선과 우리의 시선이 영원히 맞닿을 수 없다는 것. 이들의 왕국은 평온과 안락의 형태를 띠고 있다. 부딪치지 않는다는(부딪치지 않도록 장애물을 최소화한도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유래) 것은 볼 수 없는 것을 가리는 중요한 장치裝置가 된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공공연한 비밀로 공유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실상 삶을 사는 데 어떤 어려움이나 장애, 갈등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여기에서 기인하며,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무화시키게 된다. 단순히 장님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와 분별을 통한 구분 짓기와 감동을 이끌어 내는 대신 는 마치 빛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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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리뷰 : '스펙터클·정념·과잉의 미학'REVIEW/Theater 2011. 11. 27. 23:15
▲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사진 제공=엘지아트센터] 무대의 삼면의 막과 거대한 석상들, 세 시간이 넘는 시간에 펼쳐지는 스펙터클 이미지는 그것을 품을 수 있는 우렁찬 신체 발성의 공명에 의해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삼 면의 막은 스펙터클에 앞서 오히려 울림 판 역할로 유효하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간 사랑은 짧고 강렬하게 표출되는 환영적 순간을 낳는 반면, 이 둘의 사랑은 주변 정치적 세력의 암투와 전쟁의 소용돌이에 좌우되는 국면을 보인다. 클레오파트라는 더욱 강력한 왕과의 관계를 모색하는(사실 이는 안토니를 더욱 권위‧위엄 있는 자의 자리로 두게 하려는, 사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하나의 지향점이 실은 사랑을 가능케 하는 욕망의 지점이라는 것에서 그 자리바꿈은 변절이나 변질이 아님을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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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지금 맑음」(2011 봄 작가 겨울 무대) 리뷰 : 'KTX를 타다'REVIEW/Theater 2011. 11. 16. 15:54
▲ 「서울은 지금 맑음」 연습 장면[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KTX 안 탑승과 출발, 목적지를 앞두고 점차 가까이 다가가는 것, 그리고 최종 목적지까지 「반짝 반짝 작은 별」을 변주한다. 현재를 잃는 끊임없이 사라지는 차창 밖 풍경이나 덜컹거리는 기차의 박동 따위는 현실 극 무대에서 구체화될 수 없다. 다만 서울에서 멀어져 가는 의식의, 그리고 땅이 아닌 그 위에 살짝 떠 있는(그렇지만 땅의 부재가 환유의 감각으로 오는), 그리고 고정되지 않은 이동은 현실을 기억과 이동하며 떠 있는 신체, 잠에 밀접하여 어느 정도 안락함에 젖게 만드는 환경에서 스쳐오는 기억의 감각들이 현실을 통과하며 재조정할 수 있는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기차의 환경은 극과 맞물리고 있다. 기차의 리듬은 드럼의 리듬이 대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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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퍼도 커튼콜」(2011 봄 작가 겨울 무대) 리뷰 :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어루만짐의 누군가REVIEW/Theater 2011. 11. 12. 00:14
▲ 「서글퍼도 커튼콜」 연습 장면[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재생 장치를 두 배쯤 빨리 돌려 빠르게 몸에서 내닫게 만드는, 초반의 몰아붙이는 말들은 마치 말들의 잔치인 소설을 압축해 담아내고자 하는 절박한 강박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빠른 말들의 속내는 기실 파국의 파토스의 뜨거운 분출을 예고한다. 현실을 연극으로 비유한 곧 어둠 속에서 빛/끝을 향해 내달리는 처절하고도 외로운 고투로 비유한 것, 연극의 커튼콜은 단 한번뿐이지만, 실제 이 연극에서 커튼콜은 두 차례 정도 미리 주어진다. 빗소리 비는 박수 소리와 묘하게 겹쳐 청량하게 무대를 전환시킨다. 비가 내는 불규칙적 수없는 마찰은 귀를 자극하고 연달아 이어지는 박수와 역시 닮았다. 각자의 어머니만이 존재하지만 이 연극에서 우람의 엄마는 반지의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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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 극단 우투리 「김이박의 고백」 리뷰 : '고단한 현실 토로와 그 징후들'REVIEW/Theater 2011. 11. 7. 13:55
사면을 관객석으로 채우고 그 안에 커다란 관 하나를 놓고 벌이는 위태위태한 사투다. 객기 어린 삶의 토로이기도 한 한편 관의 모서리를 타고 걷기도 하는 등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현실의 고단함부단함삶은 시간으로 치환되고 기계적으로 산출되는 시간의 질서에 따라서 변화는 없다을 이야기한다. 양복을 입은 비즈니스맨으로 치환된 사람들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삶의 한 부분을 가져올 것을 약간은 명령하는 것에 가깝다. 곧 이들의 배설술주정에 가까운 삶의 토로가 관객의 토로로 이어지길 어떤 무대의 관객으로의 전이는 그렇게 관 바깥으로 방만하게 분출되는 가운데 이뤄지고 또한 그 관을 최종적으로 바라보며 우리의 삶이 죽음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며 의식은 죽음이라는 확고한 영역 안정적인 무대 영역을 상정하는 공간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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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 SPAF] 호주 백투백시어터 <작은 금속 물체> 리뷰 : '팔 수 없는 그 무엇'REVIEW/Theater 2011. 10. 24. 01:30
▲ 10월 15일(토), 서울역KTX에서 열린 호주 백투백시어터의 1987년 호주 질롱 지역을 기반으로 창단한 공연예술단체인 백투백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전문 배우와 지적장애인이 함께 창작 활동과 순회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워크숍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예술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성(性), 거짓된 지식, 인간의 우성과 열성의 기준에 따른 유전학적 통제, 채울 수 없는 욕망과 피할 수 없는 죽음 따위의 어두운 사회의 측면을 이야기한다. 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일상 공간인 호주의 작은 기차역에서 공연되었고, 멜번 초연 당시 평일 오전 8시 30분 출근 시간에 맞춰 공연하기도 했다. 2011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초청작으로 상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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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들」 리뷰 : '지하의 대기, 열린 판의 무의식의 결을 따라'REVIEW/Theater 2011. 10. 21. 12:01
▲ 7일 3시경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프레스리허설 장면 「지하생활자들」의 판은 열린 의식의 수용 지점을 안긴다. 소위 깨어 있다. 이 판은 유동하는 흐름으로, 꿈틀거리며 생성된다. 이 판은 구조 속에서 나열식으로 전개되며 그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졸음 의식을 부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식의 자장 너머 세계와 마주하며 그 대기를 흡착하게 만든다. 이 대기는 세계 내 존재, 곧 세계와 내가 분리된 존재가 아닌 내 몸을 통과하며 구성되는 세계, 세계와 나(배우)와 내가 하나의 대기로 일원화된 세계의 평면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이는 존재를 주체화하지 않고, 이 대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유랑극단의 풍모를 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말을 신나게 따라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 되는 것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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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월 (THE LAST WALL)」 리뷰 : 미디어의 관객으로의 확장, '텍스트로부터 현실로'REVIEW/Theater 2011. 10. 19. 11:11
관객의 관극이 관객과의 간극을 상정한다는 것에서 유래하는 ‘마지막 벽’(last wall)은 관객이 극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극 속에서 극을 체험하며 극의 주체가 되는 것을 말logos들로써 보여주며 지향한다. 아무 것도 없음의 무대에서 출현하는 목소리는 재현과 생성을 가능케 하는 힘인데, 이는 무대에 가로 놓이는 해설의 층위이자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형태를 취하는 가운데 화자/주체의 목소리가 된다. 이 주체는 모방 욕망과 자아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데, 그가 생성시키는 인물은 그의 자아로서 그의 의식 질서를 벗어나며 단순한 책의 구조물로 치환되지 않는 무대의 세계를 만든다. 곧 그녀가 상상하는, 단점(트라우마로 전이되는)을 간직한 현대의 인물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진 특정 부분의 장점들을 물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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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 「갈매기 I AM SEAGULL」 리뷰 : 아르까지나의 단독적 발화 그 삶의 입체적 조감과 구성REVIEW/Theater 2011. 10. 4. 02:28
▲ 「갈매기 I AM SEAGULL」에서 아르까지나 Arkadina 역_라리사 게본디안 Larisa GHEVONDYAN [사진 제공=(재)한국공연예술센터] 「갈매기」는 압축적으로 시공간의 터널을 통과하여 아르까지나의 삶에 도달한다. 거꾸로 아르까지나의 발화(만)를 통해 압축적인 시공간을 감각하게 한다. 다시 말해 그녀의 존재를 마주함을 통해 현실로의 드나듦, 연기를 통한 환영으로의 드나듦, 기억을 통한 과거로의 드나듦을 통해 시공간은 흐트러뜨려져 있으며 이 안에서 그녀의 발화는(「갈매기」는) 구성되어질 뿐이다(사후적 종합의 해석을 거칠 뿐이다). 이러한 「갈매기」의 아르까지나의 삶을 통해 그녀에 당도하는 것은 「갈매기」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커다란 쇠뚜껑이 들끓고 있는 듯한 사운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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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홀리 이노센트」 리뷰 : 폭력에의 전복적 수행의 지점REVIEW/Theater 2011. 10. 4. 02:14
▲ 「The Holy Innocents」ⓒ CHRISTIAN ALTORFER [사진 제공=(재)한국공연예술센터] HOLY INNOCENTS’ DAY(무고한 순교자의 날)이라는 고유 명사에서 기인한 'The Holy Innocents'라는 작품 제목에서 ‘HOLY’, ‘INNOCENT’는 일견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를 상정하는 듯 보인다. 희생제의에서의 ‘신성함holy’와 ‘순결함innocent’, 건드릴 수 없는 주체로의 격상과 대상으로의 하강, 그 동시적 작용. 무대는 색색의 풍선들과 수繡술들로 치장되어 파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반면, 다큐멘터리에서의 학살의 증언들을 화면에 부가하고 현실을 덧입힌다. 축제(HOLY INNOCENTS’ DAY)를 통해 헤롯왕 학살의 날은 기념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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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 ver. 02 - 인어이야기」 리뷰 : 실재와 판타지 간 우리의 현실 (감각)REVIEW/Theater 2011. 10. 2. 22:35
▲ 10월 1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 앞에서 펼쳐진 「불안하다 ver. 02 - 인어이야기」에서 인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배우) 「불안하다 ver. 02 - 인어이야기」 는 토크쇼 형식으로 인어가 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그 항변을 듣는다. 이 현실적이지 않음, 가상의 현실로의 옮김 가운데 현실에서는 거짓으로 치부되는 사람들의 자리(그야말로 자리)를 만들어 준다. 리서치를 통한 이야기들은 인간의 수중에서의 진화 가능성, 또 멸망/멸종의 이야기들을 포함해 떠도는 것(풍문)들의 옮김, 현실을 보여주는/현실의 미끄러지는 징후들의 자리를 만든다. 여기 가상·상상의 자리가 만들어진다. ▲ 「불안하다 ver. 02 - 인어이야기」에서 인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배우) 이러한 자리를 추궁함을 통한 차단함, 현실 감각을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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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에릭사티」 리뷰 : '에릭 사티'의 꿈의 무대의 구현REVIEW/Theater 2011. 10. 1. 08:29
▶ 프레스콜 사진 더 보기 초승달을 굴려 가는 남자, 달빛 요정의 빛의 무대, 그리고 거울 뒤에 비치고 그네를 탄 여자의 등장, 여기서 현실 공간으로 넘어옴, 이와 같이 「에릭사티」의 처음은 환영 공간 안 (그것을 품음) 인물들을 표상한다. 붙이지 못 한 편지 초반에는 음악이 바깥에서 안으로 침투하는 방식을 택한다. 곧 인물의 내면의 분출이 아닌,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 등장인물에 시선의/감정의 일부로 입히는 방식이다. 연주는 막이 바뀔 때마다 회전하는 문들로 인해 연주자들이 살짝 들여다보이게 되는데, 라이브 연주가 무대에 전적으로 투영됨으로써 단순한 배경 음악과는 다른 느낌의 생기를 무대에 부여하게 된다. 에릭 사티(박호산)는 음악과 삶이 일치하는 낭만주의적 삶의 전형을 보여준다. 피아노를 치다 지배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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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지혜-동물행동풍부화를 통한 고찰」 학술발표 리뷰 : 인간에 관한 메타 언설REVIEW/Theater 2011. 9. 30. 12:05
▲ 학술대회 종료 후 기념사진 ‘행동풍부화’는 야생동물을 제한된 구역에서 살게 했을 때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모든 행위를 총괄한다. ‘Interactive Eenrichment(I.E.)’, 먹이를 주는 것의 놀이 방식으로 치환한 동물원에서의 행동풍부화 프로그램 중 상호풍부화 프로그램을 보고, 환경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적절히 통제/조절할 수 있으리라는 어떤 생각을 갖게 됐는데, 이것보다는 먹이를 주는 방식을 놀이로 치환한 데 그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강화된 지혜-동물행동풍부화를 통한 고찰」은 이러한 행위/실험을 동반한 수행이 일련의 이 안에서의 체계 담론/명제/문장들을 성립시키게 되는데 이것은 그 체계 안에서 진릿값으로 성립되고 일시/임시적으로 수행성을 얻게 된다. ‘종 특이성’ 동물에게 기회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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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국수집」 리뷰 : 시간을 붙잡아 두는 말. ‘괴물 기억’의 귀환REVIEW/Theater 2011. 9. 26. 08:59
아들은 할머니의 외양을 한 치매 걸린 어머니에게 하나의 외상/금기/현재의 단절·절단/과거의 반복이다. 반면 그 딸에게는 자신의 외상/금기/현재의 기억하기 싫은 증상/과거의 사건이다. 어머니에게는 과거가 현재의 사건으로 재현되고 이어지지만, 딸은 과거에 대한 치유가 어머니의 치유,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망각, 현재로의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치유가 자신의 치유에 선행했으면 하는 이상화된 바람을 가져갈 수밖에 없고, 자신의 치유란 실제 그것을 개별적으로 꿈꿀 수 없을 정도로 어머니의 과거로의 돌아감, 곧 일회적인 사건의 계속된 발발의 그 끔찍함의 상처가 주는 것과 결부되어 있어 오히려 자신의 상처, 오빠를 잃어버림의 상처는 오히려 망각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배우들의 대사는 일상의 언어와는 다른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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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주인이 오셨다」 리뷰, 검은 빛과 삶의 어둠의 부인否認과 부상浮上REVIEW/Theater 2011. 9. 19. 01:45
주인이 오셨다는 존재/역할보다는 사건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 있다. 곧 어머니의 등장 자루의 출현 죽이는 자의 소문(으로서 사건, 죽임의 발생)이 모든 것이 하나의 존재로부터 나오는 양태, 그로써 구성되는 세계가 아닌, 오히려 세계는 불투명하고 또 그래서 획정 지을 수 없고 무한한 양태를 띠는 가운데, 존재는 분석할 수 없는 세계/사회의 징후들을 안고 남길 뿐이다. 이는 정서적인 측면의 고양, 동정심과 안타까움의 카타르시스로는 이 작품이 주는 폭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이야기는 연결되거나 흐르지 않고 (뜻밖에) 출현한다. ‘오는 주인’은 주종 관계의 구조적 선분을 그리기보다도 오히려 버려둔 것들의 귀환, 억압·방기된 것들의 아가리를 펼치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는 표면적인 권력 주체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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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레이지극단, 「푸네 하이웨이 Pune Highway」 : ‘현실을 유예시키는 말/신체의 징후들’REVIEW/Theater 2011. 9. 18. 11:23
폭력의 징후와 비극적 초상, 차가운 현실 인식의 프라모드(Pramod), 말 더듬(인식에 앞서는 언어의 명확한 표징, 그 폭력에 대한 신체의 명확한 저항, 곧 언어는 현실을 전제하고 사고를 획정하며 대상을 지배하는 하나의 폭력적 사태, 그리고 불안함과 두려움을 온 몸의 떪으로 나타내는 신체, 그리고 언어)의 남자 닉(Nick), 현실에 차가운 유머를 던지는 현재를 직시하는 거리두기의 시선을 관철시키는 남자, 비쉬(Vish). 현재는 말들의 징후, 말에 휩싸인 폭력과 불안, 현실로부터의 탈바꿈을 통해 도착한다. 아니 현재는 현실로 도착하기까지 신체의 징후들을 드러내며 머물러 있다. 누군가를 죽였음을 방기했고 이것이 불러올 사태, 하지만 그 현실에 대한 명확한 현실 인식의 부재, 어둠으로 쌓여 있는 벗어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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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환장지경> : 비존재의 삶, ‘소외로부터 소외를 택한 양녕대군’REVIEW/Theater 2011. 9. 13. 20:36
역사는 재구성되는 것, 현재의 유의미한 지점을 얻기 위해서는 존재들의 삶을 재현이 아닌 방식이 필요하고, 그 삶을 현현시키기 위해서는 고증과 복원의 개념이 아닌 현재 시각에서의 재해석과 창조가 필요할 것이다. ‘환장지경’에서 보여주는 삶은 시공간이 거세된, 허무하고도 지루한 삶의 역설에 가깝다. 나약하고 여성/모성에게 의존적인 모습의, 삶의 미래를 향하지 않는, 현재에 파묻혀 있고 싶어 하는 양녕대군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고, 그의 옆에 그가 애원하다시피 매달려 차지한 여성, 표독스럽게도 보이고 그 속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모습의 양녕대군이 납치한 前중추부사 곽선 대감의 첩 어리, 그리고 양녕대군의 정실부인(세자빈)의 소외/귀양의 삶, 또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 하는 그녀의 버림받은 삶, 그의 부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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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실에 있어 '컨템퍼러리성'이란? : 2010년까지의 서울국제공연예술제(김철리 예술감독)는 어떻게 판단/고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REVIEW/Theater 2011. 9. 13. 18:47
컨템퍼러리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은 예술에 있어, 나아가 정치에 있어 유럽중심주의의 그늘 하 시선의 재편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예술의 발전 속도 흐름이 뒤쳐져 있다는 것은, 곧 이들의 현재가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하는 묘한 불합리한 뉘앙스를 남기고 있다. 과연 컨템퍼러리성은 무엇인가, 동시대의 시각, 이 동시대가 누구의 것인가의 문제는 역설적으로 해외 컨템퍼러리라는 것을 이식해 들어올 때 생겨난다. 컨템퍼러리성은, 동시대성은 곧 시간이 우위에 있는 개념이지만, 장소‧문화 그 공고한 사람들의 의식과 사고방식 삶의 터전에서 유리되어 조각될 수 있는 개념인가. 그렇다면 컨템퍼러리성은 우리의 동시대성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는 이 하나의 컨템퍼러리성으로 지칭되는 것 같은 이 양태/흐름의 예술을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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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됴화만발」 : 신화적 세계, 순간(죽음 망각)에서 영원(죽음 인식)으로.REVIEW/Theater 2011. 9. 13. 05:00
신화적 세계, 이곳은 어디인가의 질문에 선행하는 이곳은 무엇인가?, 곧 이곳은 어떤 질문에 소급되기보다 오히려 이곳이 주는 감각에 대처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여기는 어떤 한 시공간의 재현(다다를 수 없는 측면에서 이미 주어진)이자 현시(그 다다름의 지점이 이미 와 있기에 지금 펼쳐지는)가 오가는 특별한 공간. 이곳에 떨어진 소녀, 서술자로 변함, 그리고 (관객의 시선으로) 현실에 개입하기, 이와 같은 소녀의 시선, 말, 자리가 없다면 이 작품은 어쩌면 매개되지/보이지 못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노래의 기능, 허공에 울려 퍼지는 노래, ‘나는 간다네~’, 어딘가로 흐르는 주변자/ 서술자의 목소리, 무의식의 기제들, 곧 떠도는 것들의 이야기의 전제. 죽음과 삶이 맞닿아 있는 일, 비규칙적 신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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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움직임연구소 「하녀들」 리뷰, 옷장과 시스템적 삶의 함수REVIEW/Theater 2011. 9. 7. 06:32
눕힌 옷장에서 거의 모든 사건이 벌어진다. 옷장은 문이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벽이나 다름없다. 열 수 있지만, 엶은 닫음을 전제로 한다. 아니 닫힘이 더 자연스럽기에 열림은 닫힘에 종속된다. 그 닫힘에는 욕망이 있고 문을 통한 욕망의 통로가 있다. 욕망은 여닫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문을 열고 빠져 나오는 것이다. 이 문 닫힌 구조는 하녀들과 마담의 관계를 상정한다. 반면 옷장을 구성하는 것은 그 욕망들 그 안에 닫힌 채 놓여 있는 것들이다. 마담은 처음에 옷장에서 빠져나온 이들의 손을 맞닿아 억누르고 있고, 이는 그 손이 곧 빠져 나올 것임을 그 탄탄한 장력이 걸린 지점에서 알 수 있고, 그녀가 사라지고 난 뒤 하녀들의 마담 행세로 이어진다. 하녀(하인)와 마담(주인), 이 둘의 상관관계를 옷장의 여닫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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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병신 3단로봇」: 변신의 욕망에서 변신의 의무로...REVIEW/Theater 2011. 7. 26. 06:45
극발전소301의 「병신 3단로봇」의 변신은 두 가지 함의를 전제한다. 변신은 유아적 소망과 결부된, 상징계로 진입 전의 상상계 내지 실재계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반작용적인 측면에서의 상상계를 의미하거나 극단까지 삶의 심연에 다다른 후에 현실과 맞설 수 있는 동력을 얻는 변증법적인 측면에서 곧 내파의 혁명적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음을 가리킨다. 곧 어렸을 적 「병신 3단로봇」에의 열망이 단절된 게 아니라 일종의 잊힌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얻는 친근감에서 시작해, 실상 그것이 꿈(상상계)에 불과하며 현실로의 진입은 자신을 끌어올릴 무언가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 된다. 마치 로봇태권브이의 로봇이 자율적 신경을 가진 주체적 존재가 아닌, 로봇의 뇌와 눈의 자리에 있는 조종관의 훈이(초자아로도 읽힐 수 있는 다른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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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삼등병 : 현실의 바깥에 있는, 현실의 유예된 은밀한 철책 공간에서.REVIEW/Theater 2011. 7. 21. 07:13
삼등병은 표면적으로, 이등병이 하나의 계급적 진단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주는 말이다. 군대라는 문제가 하나의 풍자적 시선의 소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군대는 하나의 계급 놀이라는 진단에 동의할 수 있는가? 놀이의 규칙, 연극의 규칙은 그 안에서만 성립한다. 그 안의 온갖 진지하고도 엄숙하며 깨부술 수 없는 규칙들은 군대 바깥에서는 무용담이나 추억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군대가 갖는 초자아의 명령, 아득히 먼 ‘고참’(선임)의 명령, 가까운 선임의 피부에 닿는 명령까지 그 둘의 간극이 줄어들수록 생각의 여지는 생겨나며 사회와도 조금 가까워진다. 적이 쳐들어오지 않는 철책을 지키는 두 명의 보초병에게 닿는 추운 공기는 내지는 적막한 공기는, 시간의 부피를 떠안은 가없는 공기는 관객에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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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백치 백지」리뷰 : 존재를 흡착하는 백지 같은 순수한 세계로부터...REVIEW/Theater 2011. 6. 23. 09:30
「백치 백지」는 라이브 연주와 사운드가 동반되는 음악극이자 러시아의 대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극화하는 시도가 동반된 연극이자 뮈시킨이 들려주는 백지의 이야기를 극중극에서 다시 극의 외부로 둠으로써, 그리고 극과 만나게 함으로써 매우 독특한 극의 양식을 출현시키는 작품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을 극으로 옮긴 가운데 소설의 구조, 캐릭터성, 소설의 작가가 도출해 내는 시점은 극으로 치환하는 가운데 상당히 큰 변화를 예고해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내러티브는 다양한 관계의 복잡한 양상을 대화와 존재 간 마주함으로 치환해서 압축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며 각각의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엮고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역할 차원으로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 튀어나와 목소리를 실천해야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