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Theater
-
해서우 작, 김현 연출/출연, 〈나누〉: 편재하는 그리하여 애도하는REVIEW/Theater 2026. 7. 2. 13:56
나누라는 누빔점 〈나누〉는 작은아빠 나누를 그를 기억하던 사람들을 만나며 탐문하는 과정을 엮는다. 이 조각 모음은 선형적이지도 인과적이지도 않아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기억으로 응결된다. 이 안에서 나누는 여러 잠재적인 차원으로 분화하는데, 곧 그 다양한 각자의 기억 속 나누는 일종의 잠재태가 ‘나누어져’ 도착하는 n개의 버전들인 셈이다. 이는 나누의 죽음 이후에 그 이전을 따라 가는 여정이며, 타인을 경유해 그의 타자성을 조각하는, 부재의 채울 수 없음을 매개의 들러붙는 언어들로써 가늠하는 독특한 시도가 된다. 이때 한 명의 배우가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곧 1인극의 형식으로써 희곡이 옮겨짐은, 그 모두가 나누가 아니면서 나누를 말하고 듣는 이로서 공통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 ..
-
원작 기군상, 각색·연출 고선웅, 〈조씨고아〉: 역사는 어떻게 순환하는가, 또는 그 너머에서 읽히는가REVIEW/Theater 2026. 7. 2. 13:56
〈조씨고아〉는 복수를 위한 인내의 긴 세월과 그 허망함의 짧은 순간을 다루는데, ‘조씨고아’는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가 조씨 가문을 멸족시킬 때 마지막 핏줄로, 문객으로 온 의사 정영이 자신의 아들과 바꿔치기해서 그가 살아남도록 돕고 키우며 장성한 뒤에 그 사실을 알려주며, 비로소 복수가 시작된다. 전반부에서 중심이 되는 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정영과 뜻을 같이 한 주변 사람들의 의로운 희생, 그리고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정영의 아내 송향의 만류와 절규, 그 안에서 번민하고 갈등하고 탄식하는 정영이며, 도안고는 그 과정의 직전에 음모를 계획하고 성사함을 제하고서는 주요한 플롯을 점하지 않는다. 이는 진나라의 정세 자체에 대한 비평적 주석으로서가 아니라, 조씨고아의 희생을 막기 위한 생사의 고투, 그리고..
-
여기는 당연히, 극장, 〈발굴되지 않은 언어의 고통〉(구자혜 작/연출): 고통을 발굴하는 언어(의 역능)REVIEW/Theater 2026. 7. 1. 15:09
‘발굴되지 않은’ 〈발굴되지 않은 언어의 고통〉(이하 〈발굴되지 않은〉)은 어린 시절 학교에 오지 않은 친구(들)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묘사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에 ‘나’의 내면을 흘러가는 현재형의 발화들이기에 이 언어는 집요해진다. 고통을 겪는 건 존재가 아니라 언어인데, 그것은 명명할 수 없는 개인의 고통에 대한 속성, 고통에 관한 당사자성, 곧 그가 지닌 ‘고통의 언어’가 아니라, 그것을 고통으로 명명하지 않으려는 제3자인 어른으로부터 밀려나는, 유예되는 고통이, 곧 언어 자체로 소급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곧 언어는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통과 함께 밀려나는 게 아니라, 고통 너머로 밀려나며 고통을 겪는다. 사실상 여기서 언어는 매개의 언어이다. 또는 매개의 매개의 언어이다..
-
작 이홍도, 연출 정은순, 〈꿈의 연극〉: 핍진한, 그러나 비재현적인REVIEW/Theater 2026. 7. 1. 15:08
〈꿈의 연극〉―원작은 희곡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뮤직페스티벌〉이다.―은 스웨덴의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Johan August Strindberg, 1849∼1912)의 동명의 희곡을 모티브로 한다. 신의 딸 수정(성수연 배우)이 지구에 내려와 인간을 만난다는 신화적 원형의 요소가 함축된 설정이나 꿈의 무의식적 흐름에 따른 파편적인 이야기 전개의 양상과 같이 그 기본적 얼개를 바탕으로 함에도, 그 내용은 철저히 한국의 근현대사와 사회 단면에 대한 해부를 토대로 전개되는데, 오히려 “원작”이라 함은 또 다른 함의에서 파악된다. 그것은 연극(인)의 꿈, 그리고 그에 대한 파악이다. 극 후반에는 『꿈의 연극』을 쓴 스트린드베리(해리 벤자민 배우)와의 작가와의 대화를 극의 일부로 삽입하는데, 이..
-
원작 김멜라, 작·연출 이상숙, 음악감독 이향하, 〈이응이응〉에 대한 주석: 채워질 수 있는 주체의 공백!?REVIEW/Theater 2026. 7. 1. 15:08
이향하의 〈이응이응〉은 김멜라의 단편 「이응 이응」을 각색한 음악극으로, 애도를 돕는 트레이닝 어플을 등장시켜 현대인의 그리움, 욕망 따위의 감정을 체계적이고 정교한 방식을 경유해 조작 가능한 것으로 전이할 수 있다는 어떤 전제를, 어떤 미래를, 그러한 기술이 자연스러워진 시대를 도입한다. ‘이응’은 동그란 캡슐 형태로서, 일종의 AI가 탑재된 휴먼 스케일 차원의 디자인이 적용된 감정 조작 장치인데, 이응의 인격에 대응하며 “코치”로 정체화하는 이승희와 애도 불가능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의 김율희 두 명의 소리꾼이 기타 역할까지 모두 소화하지만, 판소리 창법은 예외적으로만 도입하며, 음악에서도 베이스 기타와 드럼, 건반이 부상하며 현대적 음색과 흐름의 강세를 만든다. 중요한 건 이 공연이 판소리 ..
-
나수민, 〈설킨〉에 대한 주석: 전체로서의 일자의 세계에 대해REVIEW/Theater 2026. 7. 1. 15:08
〈설킨〉 은 동일자들의 무한회귀라는 형식 안에, 원과 주해의 얽히고설킨 관계의 양상을 풀어낸다. 처음 지하철이 지나가는 주해의 집에 초대되어 대용량 국수를 대접하며 이 국수를 다 먹고 헤어지기로 하는 첫 장면은, 후반 둘의 상반된 위치로 한 번 더 반복된다. 이 형식은 국수 그릇의 원의 형상, 그리고 지하철이 지나갈 때의 네모난 프레임이라는 상징적 형태의 반복적 결정 역시 동반하는데, 가령 ‘원’은 주해가 보는 망원경으로, 직사각형은 원 앞의 TV로 옮겨진다. 곧 TV 앞에 선 원을 보는 주해의 망원경이라는 엮임은 주해와 원의 엮임이면서 배경과 형상의 엮임이기도 하다―그리고 이는 역전, 전도 가능한 관계이다. 주해라는 형상의 시점이 배경을 향하며 그에 용해될 때, 주해는 원과의 긴밀한 연관성을 또한 완성..
-
성화숙, 〈시위 기피의 역사〉에 대한 주석: 역사의 포물선형 궤적REVIEW/Theater 2026. 7. 1. 15:08
성화숙의 〈시위 기피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다양한 시위의 역사 그 주변부의 목소리를 따라 가는데, 5.18 민주화운동에서 시작되어 근래의 계엄을 경유하고 다시 5.18을 향한다. 역사의 중핵은 곧 5.18에 있으며, 다른 역사의 시위는 이를 우회하여 접근하기 위한 맥거핀들에 가까운데, 이는 암묵적으로 광주와 서울이라는 두 개의 지리적 경계를 만들고, 동시에 역사와 상대적으로 현재라는 시간적 경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립한다. 결과적으로, 이때 기피는 시위가 절대적인 몫―환경―에서 상대적인 차원으로 변화하는 그 낙차를 방어하기 위한 탈승화로서 전유된 부정성으로 보이는데, 이는 물론 5.18을 바라보는 시점의 사람들의 시점에서를 말한다. 곧, ‘기피’는 근래의 시위들이 아닌 5.18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
안윤 원작, 류이향 각색/연출, 〈모린〉: 막 너머로 환치되며 교환되는 개념들REVIEW/Theater 2026. 6. 30. 23:01
미란에서 모린으로 〈모린〉은 다양한 소수자성의 인물을 지닌 인물들을 교차시키는데, 이는 콜센터 직원으로 한 고객의 지속적인 갑질로써 우울 증세를 겪는 미란이 시각장애인 영은을 만나면서, 연인이 되는 하나의 서사를 중심 축으로 하며, 일종의 서브 플롯으로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미란의 친구 보현의 서사는, 영상을 통해 전화 너머의 세계로 건너온다. 이때 보현은 미란이 영은과 성큼 만나볼 것을 경청하며, 그것을 새삼 자연스러운 것으로 수용케 한다. 곧 시각장애인과의 내밀한 만남과 자폐 스펙트럼 자녀를 두는 것은 비례하며 우정을 경유하여 상호교차성의 잠재적 범주 안에서 횡단한다. 또한 모린이 겪는 우울은 요제프 코발스키의 산문 『보이지 않는 것들』의 낭독 도서 제작을 신청하고, 낭독 녹음을 하..
-
극단 산수유, 〈고트〉(페르디난트 폰 시라호(FERDINAND VON SCHRACH) 작, 류주연 연출): 자기 죽음에 대한 자율적 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REVIEW/Theater 2026. 6. 30. 23:00
〈고트〉는 자기 선택사라고 하는 자기 죽음에 대한 자율적 권리를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난립하는 한 공청회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것이 일종의 현재 진행형의 성격을 띠며 작동하는 말의 차원을 구성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건, 말 그대로 공청회의 특징이 충족시키는 연극의 성질, 곧 현실에 대한 어떤 결과나 변화를 산출하지 않는 영역에서 시뮬레이션 차원에서 판단과 선택의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공청회의 발화 행위들이, 곧 제4의 벽을 넘어, 의제를 던지고 수행성의 차원에서 그것이 작동하는 연극의 전면으로 고스란히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미에 실제 관객의 참여를 통해 관객은 찬반, 혹은 기권의 의견을 거수의 과정에서 표현하는데, 그보다 더 본원적인 차원에서 각 패널의 진술들은 ..
-
김연민,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에 대한 메모: 지방 소멸에 대한 동시대적 우화REVIEW/Theater 2026. 6. 30. 23:00
김연민의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는 인구 소멸 지역의 마치 근미래를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현재의 핍진한 묘사인지 SF적 상상력의 차원인지 혼동을 준다. 이는 그 지역에 대한 타자로서 존재 양상에서 기인하는 결과로 보인다. 곧 지역과 존재의 간극, 격차로 인해 지역은 이질적인 차원으로 극대화된다. 처음 일본의 한 인형 마을을 방문했을 때, 그 마을을 인형으로 채워 만든 츠키미 아야노라는 “소멸의 예술가”의 일화는 소개되기보다 초반 인구 소멸 지역에 대한 단면을 경험하는 차원에서 클로즈업되는데, 이때 한 할머니의 형상이 진짜인지에 대한 물음을 갖고 고용된 배우인지, 공무원인지 정체를 추정하는 의식의 흐름에서처럼 멈춰 버린 기이한 시간의 마을이 드러난다. 두 번째 일화는 소 축사에서 벌이는 ..
-
김상훈, 〈로미오와 줄리엣 3〉: 실재라는 환상성REVIEW/Theater 2026. 6. 26. 13:56
장소: 실재와의 거리 〈로미오와 줄리엣 3〉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로 올리는데, 무엇보다 5막 2장으로 이뤄진 희곡의 각 장을 음원들로 만들어 틂으로써 일종의 “리스닝 파티”의 전반적인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때 희곡의 내용은 AI가 만든 음원의 가사로 압축되며, 특정 곡들의 장르와 고유성에 입각한 음악의 청취 안에서 그 가사 역시 자리하며 풀려나오는데, 그것은 또한 스피커의 물리적 위치를 가시화하는 소리이며, 거기에는 일종의 시각적 동조 작용을 일으킬 만한 존재의 이미지가 투여될 수 없이 그것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그것도 대개 빽빽하게 가지고 있음이 자리한다. 이 결정적으로 ‘빈’ 무대에 울려 퍼지는 소리들은 먼저 입구 쪽 아래에 위치한 조명 디자이너 안성현에 결착된다. 오퍼석의 자..
-
보편적극단,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에 대한 메모: 역사의 매개로서 형식REVIEW/Theater 2026. 6. 26. 13:56
보편적극단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이하 〈닐 암스트롱〉)는 조작 간첩 사건의 피해자들을 다룬다. 네 명의 실제 인물(의 대리물)들에 대한 인터뷰라는 형식을 경유하는 (착한) 증언의 양식으로부터 억울한 이들의 말을 듣는다라는 행위가 청자―인터뷰어―의 반영적 신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고문과 사회적 고립의 경험이 주가 되는 그 불편한 각자의 진실을 꺼내 놓게 하는 인터뷰이의 형상 역시 소거함으로써 그 증언의 무게는 관객을 직접 향하게 되는데, 이는 철저하게 신체적인 것을 동반하며 구성되는(나아가 이들의 이야기 역시 사건과 결부되는 자신의 신체적인 경험의 차원이 동반되어 있다.) 진정성으로부터의 윤리가 그 반대편에서 그것에 대한 반영적 신체의 자리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
-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다페르튜토 삼일로〉에 대한 주석: 동물로써 접근한 주역의 세계관REVIEW/Theater 2026. 6. 26. 13:56
다페르튜토 삼일로”라는 제목은 “어디로나 흐르는” 다페르튜토 스튜디오가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장소를 일시적인 스튜디오로 전유했음을, 특정 극장에 정박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이는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시작되는 장소, 그것을 감싸고 있는 극장을 환시하며, 그 극장과 장소의 불가분성을, 특정 장소로서의 내용(+극장)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재귀적이다. 이 임시적 극장, 아니 임시성으로서 극장을 보여주는 장소는 ‘주역’을 연극의 형식으로 가져오는데, 그것은 우연성과 복잡성의 궤를 구성한다. 〈다페르튜토 삼일로〉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다. 주역의 괘들은 인생의 각기 다른 알레고리를 품고 있고, 이는 추상성을 띠며, 또한 그 추상성의 미적 기호 안에..
-
이양구 작, 안경모 연출, 〈잔류시민〉: 실재-역사에 대한 환류 작용REVIEW/Theater 2026. 6. 22. 16:15
실존적 주체의 각성 〈잔류시민〉은 6.25 전쟁 발발 이후, 인민군 치하에 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부역자 재판을 다룬다. 이는 9.28일 서울을 수복하고 나서 중공군의 개입에 따른 익년 1·4 후퇴까지 짧은 시기에 해당한다. 이때 ‘비상사태하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 조치령’에 의거한 일련의 재판은 ‘전쟁’에 비유될 만큼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면을 보였던바, 이에 깊은 고뇌에 빠졌던 실존 인물 유병진 판사의 회고록이 『잔류시민』의 주요한 출발점이 되며, 그의 회고록을 따라 그것을 개선하는 과정 전반이 주요한 줄기를 이룬다. “단순 조력 행위”에 대해서도 “초중형”을 선고하던 당대 상황은, 극 마지막에 이르러, 실제 여러 사건의 병합된 선고를 하는 실제 법정을 여는 것으로써 현실화되는데―이때 15인의 ..
-
국립현대무용단,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콘셉트 및 연출 예효승): 제도로부터 제도 바깥으로,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바깥인가REVIEW/Theater 2026. 6. 22. 16:15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이하 〈우리는〉)의 무대는 생성되는 구조를 향한다는 점에서 시간적으로 열려 있는데, 이는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하는 과거형의 서술과는 반대되는 부분이다. 이 진술은 이 공연에 참여한 무용수들이 모두 자신만의 무용단을 이룬 안무가들이라는 점에 기울어지며 ‘우리는’에 방점이 찍히는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공연은 일종의 자전적 서사의 회상 같은 것일까. 일반적 무용의 형상은 하나의/소수의 안무가를 중심으로 각 무용수들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개별 무용수의 개성을 전화하거나 침식하는데, 이는 하나의 작품을 향한 안무가의 개념과 철학이 수렴되는 지점과 맞닿는 지점이다. 반면, 〈우리는〉은 연출―예효승―과 콘셉트―예효승, 박진영―, 그리고 공동창작의 명시만 있을 뿐 안무..
-
셀린 송 작, 이래은 연출, 〈엔들링스〉: 하나의 힘일까, 또 다른 스테레오타입일까.REVIEW/Theater 2026. 6. 21. 23:49
〈엔들링스〉는 만재도와 맨해튼 두 지역을 횡단하며 각각 세 해녀, 한솔, 고민, 순자, 그리고 하영을 만난다. 전자의 삶은 하영의 희곡으로 접혀 들어간다는 점에서 보면 픽션이지만, 후반 고민과 하영의 대화로부터 희곡은 그의 손을 벗어나 그의 삶을 포함하며, 삶과 희곡은 서로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아간다―곧 픽션은 실재로 접혀 들어간다. 희곡은 그의 삶이고 삶은 그의 희곡인데, 오직 그 둘이 서로를 마주하는 가운데서만 이는 성립한다. 나아가 희곡은 삶의 반추를 통해 쓰이며, 삶은 희곡을 통해서만 구성되며 구제될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한복을 입은 한솔과 하영은 한국의 역사적 전통을 체현하며, 엄마와 딸의 관계로 서 있다. (초반, 한솔에게 걸려온 전화상에서의 딸의 발신과 그 딸의 어렴풋한 정보, 곧 부..
-
작 로런 무니(Lauren Mooney) & 제임스 예이트먼(James Yeatman), 연출 민새롬, 〈모어 라이프〉: 정신과 신체의 모호한 경계가 지시하는 과도기적 현재성REVIEW/Theater 2026. 6. 20. 09:42
역사를 가로지르는 무한한 신체의 정초 〈모어 라이프〉는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 1797~1851)의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을 모티브로 하는데, 이는 당시 작가가 살던 세계의 환경을 포괄하는 차원에서 그러하다. 곧 『프랑켄슈타인』의 모티브가 된 당대 과학적 조류였던 갈바니즘, 곧 동물에 전기 자극을 주고 생명을 재생하는 실험이 서사의 영도가 되는 것이 그것이다.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을 만든 박사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2074년 미래에 인간 뇌를 하드웨어로 치환해 일종의 휴머노이드와 같은 다른 신체에 입혀 계속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기술 실험의 책임자인 빅터로 재창안된다면, 갈바니즘의 실험체, 살인자 조지 포스터 그 자신의 영혼은 빅터의 주요 실험체인 브리..
-
원 쓰니 Szu Ni WEN, 〈나를 잊지 말아요〉: 타자의 목소리 혹은 타자로서 목소리REVIEW/Theater 2026. 6. 20. 09:42
원 쓰니 Szu Ni WEN의 〈나를 잊지 말아요〉는 모르타르 반죽으로 만든 벽돌을 비롯한 재료로써 쌓아올린 몇 개의 토대물들로부터 도시를 만들어 가는 공사 현장의 모습을 연출해 놓은 것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수직으로 부상하는 ‘기념비’라는 메타포가 관철되는 물리적인 하나의 출발점이 된다. 그것이 물화된 것으로 공허한 이념과 억지스러운 제도적 산물일 수 있음이 의심된 상황에서, 우뚝 선 살아있는 존재의 차원은 그것과 대비되면서 기념비의 의미를 갱신한다. 곧 렉처에 가까운 직접 발화 양식이 역할이 아닌 존재와 결부되는 지점에서 역시 기념비에 대한 이념이 생겨나는데, 예컨대 현재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존재의 잠재성과 질문의 양상이 그것이다. 모든 질서는 경계를 내포하며 이는 기념비라는 물질로서 특정화된다..
-
작 궈융캉, 연출 이준우, 〈원칙〉: 원칙 너머에서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REVIEW/Theater 2026. 6. 14. 14:56
진정한 행위 〈원칙〉은 새로운 교장이 부임하고 나서 세운 새로운 교칙 이행에 대한 학교 내 여러 반발에서 시작돼 종래 파국을 향하는데, 여기서 ‘원칙’은 교감이 내세우는 융통성―“유두리”―의 관념과 대립하며, 그 둘은 변증법적으로 종합되는 대신, 영원히 평행선상을 그리는 것으로써 그친다. 이러한 종합 혹은 변화는 물론 한 인물에게서도 체현될 수 있는 부분으로, 그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교감이 계속 권하던 배드민턴을 마침내 교장과 교감이 함께하는 것으로써 교장이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느냐에서 그 약간의 여지가 있는데, 그것은 명확하지 않고 암시적이면서, 그 말의 그 자체로의 실현을 통한 임시적인 봉합의 차원에 더 가깝다. 아마도 학생회장과의 대화에서 학생회장이 그 대화를 기각하고 떠날 때 교장이 중심을..
-
주은길 작/연출, 〈양떼목장의 대혈투〉: 구조의 틈새REVIEW/Theater 2026. 6. 12. 00:12
인간 내부의 분열 〈양떼목장의 대혈투〉는 공연 마지막에 이르러 그 제목이 즉자적으로 구현되는데, 이는 양과 목동 사이에서 벌어지지만, 이는 실제적으로 피를 보지는 않으며, 더 상징적으로 ‘혈투’에 가까운 건 주요 개체들의 구조 내 고립된 고군분투의 양상이다. 또는 극 자체의 차원으로 보면, 그 개체들의 동등함과 난립의 양상 자체이다. 곧 동물원을 탈출한 세로와 양떼목장을 탈출한 양, 그리고 양떼에 속해 양들의 이탈을 감시하는 검은양은, 직접적 현실에 대한 은유로서 세로로부터 시작해 하나의 모티브를 공통적으로 체현하며, 각자의 꿈을 경유해 그 꿈이 제각각 좌절되는바, 각각의 독백은 닫힌 세계의 구조적 법칙을 반향한다. 결국 모든 걸 종합하는 건 검은양 인간의 무력감과 회의로의 전치로부터인데, 그에 따르..
-
위차야 아르타맛 Witchaya Artamat, 〈반 쿨트, 무앙 쿨트: 숭배에 관하여 Baan Cult, Muang Cult〉: 숭배를 기호화하기 또한 굴절시키기REVIEW/Theater 2026. 6. 12. 00:11
위차야 아르타맛의 〈반 쿨트, 무앙 쿨트: 숭배에 관하여〉(이하 〈반 쿨트〉)는 태국의 평범한 일상의 단면을 마치 해부하듯 보여주는데, 물리적으로 접면하면서 내재적 차원에서 어떤 연결성도 없는 독립된 차원의 두 개의 방―빨간 카펫 위에 두 여자가, 초록 카펫 위에 두 남자가 있다.―이 조응한다는 사실은, 이 둘을 종합하는 대위법적 차원의 초재적 위상을 전제하며, 이 조응의 사실이 하나에서 다른 하나를 비추는 일종의 거울상으로 기능함을 의미한다. 관객은 두 개의 방에서 하나를 더 가깝게 볼 수밖에 없는데, 곧 가까운 곳을 경유해 먼 곳을 봐야 한다. 또는 이 가까운 곳의 나머지만큼 먼 곳을 더욱 불확실하게 보게 되는데, 이는 이 두 현실이 중첩되면서 또렷해지기보다 불투명해지는 결과에 상응한다. 그러니까 ..
-
함세덕 원작, 이철희 재창작·연출, 〈삼매경〉: 〈동승〉의 재창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REVIEW/Theater 2026. 6. 12. 00:11
〈동승〉의 보존적 이행 〈삼매경〉은 일종의 화두의 연극이다. 연기는 수행으로 비유되며, 연극은 해탈을 향한 길이며, 〈동승〉은 그 화두를 제시하고, 또한 그 화두의 형식을 정초하며, 그에 따라 〈삼매경〉은 연극과 불도의 삶을 평행선상에 두고, 연극을 불교의 진리에 대한 담지체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이는 매우 독특한 두 세계의, 그리고 〈동승〉과 〈동승〉의 다시 쓰기의 상호 교착된 세계를 현상한다. 〈삼매경〉은 극 중 〈동승〉의 서사를 접합해, 〈동승〉의 실제 서사가 한 축에 있고, 이를 연기했던, 그리고 그 역할을 완전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소원하며 그 과거의 순간을 만나는 배우의 서사가 그 바깥에서 주요한 축을 이루는데, 이는 단순히 〈동승〉이 극 중 극으로 삽입되는 형태로 드러나지 않음을 의미한다...
-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화성에서의 나날〉(윤성호 작/연출): 영원한 시간으로서 죽음충동에 대하여REVIEW/Theater 2026. 6. 11. 21:47
장소적 차원으로서 무대 〈화성에서의 나날〉은 화성 편도행 우주선에 탑승했던 환과 욱이 착륙 과정에서 사고로 고장 난 우주선 안에서, 둘이서 온갖 대화와 일지 작성의 시간을 보내며 몇 년 남은 우주 식량에 의존해 시간을 보내는, 곧 일종의 “역할극”과 일지로써 하루하루를 기입하는 일종의 사고 실험적 전제 아래 흘러간다. 일지에 의해 시간 측정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하고 무미건조한 시간성의 단면과 유한한 삶의 이면 모두를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구제 불능의 생존과 희망에 기초한 미래가 혼선되어 있다. 〈화성에서의 나날〉은 무대를 객석으로 전유하는 가운데, 상수와 하수에 위치한, 서로를 마주하는 두 개의 객석 단 사이에 두 명의 배우가 위치하며, 거기에는 의자들이 뒤집혀 있거나 그저 놓여 있을 뿐이다. 이는 대부..
-
[2025 SPAF] 우카시 트바르코프스키, 〈디 임플로이〉: 인간 존재의 심급을 가르기 혹은 가로지르기REVIEW/Theater 2026. 6. 11. 21:47
우카시 트바르코프스키의 〈디 임플로이〉는 무대 위 작은 큐브 공간을 영상으로 확장, 증폭하는 방식으로써 제목과 같이 고용된 직원들로서, 안드로이드와 인간에 대한 실험에 참여하기 위해 미래의 우주선에 탑승한 존재들의 주로 변화되어 가는 심리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독립적인 조명 장치를 부착한 큐브 안에서 진행되는 장면들을 관객은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오가며 직접 들여다보거나, 그 주변과 안을 움직이는 카메라맨의 촬영에 따라, 큐브 바깥의 세 면에 위아래로 2개씩 설치된 각각 크고 작은 스크린들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영상을 객석에서 따라 가는 것 역시 가능하다. 약간의 미로처럼 되어 있는 큐브는 그 밖의 조명으로 인해 외부의 주의를 끄는 반면, 그 안의 것들은 프레임의 지지체들과 벽의 분리된 구..
-
이치카와 사오 원작, 신유청 연출, 〈헌치백〉: 자기 부정과 자기 수용의 피드백 놀이REVIEW/Theater 2026. 6. 11. 21:46
〈헌치백〉은 이치카와 사오의 동명 원작 소설 속 주인공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의 문장들은 여러 명의 배우에 의해 나뉘어 전개된다. 희귀 근육질환인 선천성 근세관성 근병증으로 인해 인공호흡기와 전동휠체어의 지지 아래 살아가는 샤카의 경험은 작가 자신에게서 온 것이다. 샤카는 사회적 금제의 경계를 시험하는 자신의 욕망을 문학으로써 수행하는데, 이는 극의 시작과 함께 펼쳐지는, 그가 동명의 필명으로 기고하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 아닌, 그의 기입되지 않는 일기의 형식에 가까우며, 이 일기는 그의 자의식이 구성하는 세계 그 자체다. 그의 작가적 의식은 그의 삶의 반영이자 삶의 부수물들로, 그의 바깥에 있는 사회에 대한 조망과 횡단의 시선을 경유한 대자적 관계의 구성 아래, 기존 사회의 공고..
-
극단 메타포, 〈닫히지 않은〉: 영원회귀로써 애도되는 존재REVIEW/Theater 2026. 6. 10. 13:00
〈닫히지 않은〉은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는 언급되지 않고 암시되는 것에 가깝다. 파란색 원형 아크릴 판 위의 미세 결정들이 무대 중앙에 바다를 기입하는 가운데, 안에 남은 ‘안’―윤상영―에게 ‘설’―박지영―이 다시 돌아와 대화가 이뤄지게 된다. 밀려오고 다시 밀려나는 바닷물의 은유로서 기억은 계속해서 재상기―바람 역시 중요한 기억의 매체로 수여된다.―되며 그 자연의 무한한 순환의 구조로서 시간은 영원한 것으로 열린다. 곧 〈닫히지 않은〉은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이 다시 존재로 가로질러 오는, 곧 다시 열리는 어떤 환상적인 장면에 이르는데, 그것이 어떤 역사를 직접 현상하지 않은 채 그것을 어떤 잠재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가운데, 잃어버릴 수 없는 강력한 기억의 메타포와 원형적이..
-
강동훈 작, 송정안 연출, 〈도그 워커의 사랑〉: 존재의 비틀림을 횡단하는 곁에 대한 충실함REVIEW/Theater 2026. 6. 10. 12:59
〈도그 워커의 사랑〉에는 개를 산책시켜 주는 역할의 ‘도그 워커’가 존재하는데, 그에 선행되는 도그, 곧 개와 개를 돌보는 존재 사이의 관계성, 밀착과 결부의 순전한 정서적 차원의 관계는, 도그 워커라는 제3의 매개 대상을 경유함과 동시에 일종의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 차원의 의미로 굴절되는데, 이는 다시 그의 사랑으로 이행됨에 따라 규제적 차원을 넘어선 어떤 경계를 하나의 레이어로 더하게 된다는 것은, 아마도 이 제목이 가진 작품의 함의가 어디서부터 혹은 어느 시점에서 비틀리는지를 잘 보여주는 부분으로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절대적인 부를 공유한 두 여자는 자신을 채울 수 없는 그 극단적 부가 더 이상 목적이 되지 않을 때, 그것이 전도되며 충족되지 않는 관계의 만족감 차원에서 ..
-
공놀이클럽, 〈미미의 미미한 연애〉(조민송 작, 강훈구 연출): 변증법적 되먹임으로서 구원을 향해REVIEW/Theater 2026. 6. 7. 19:31
〈미미의 미미한 연애〉(이하 〈미미한 연애〉)는 방구석에서 틀어박혀 웹 소설 작가를 꿈꾸는 미미라는 배경의 기원적 지점을 추적하는데, 그것은 아버지 문건식이 어렸을 적 자신에게 휘둘렀던 폭력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미미는 또한 14살 때 아버지가 가출하면서 “미안해 미민해”라고 남긴 불완전한 사과에 고착되어 그 말을 줄인 미미가 되며, 남자 친구인 기승의 집에 살며 규약적인 관계로써 그를 지배하며, 도무지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미미의 중핵에 있는 왜상적 아버지의 자취는 미미를 현실로 나가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대리물로서 또는 남성에 대한 부정성의 차원에서 미숙한 실천과 태도로 연애의 상대를 대하는 것으로 나아가게 한다. 남자친구가 단순히 아버..
-
티아고 호드리게즈 Tiago Rodrigues, 〈바이 하트 By Heart〉: 합성되는 현재, 신체, 정치REVIEW/Theater 2026. 6. 7. 19:31
티아고 호드리게즈(Tiago Rodrigues)의 〈바이 하트 By Heart〉는 제목처럼 외운다는 행위에 기반을 두며, 이를 현장의 관객 10명의 참여로 완성하는 과제로 변환한다. 이는 14행으로 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서 앞 4행을 모두가 제창하고, 뒤의 10행을 무대 좌에서 우로 한 행씩 맡아 외우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에는 몇 차례의 번역과 직접적인 신체의 변환 과정,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수여, 외운다는 것의 의미, 참여의 감각 등이 동반되는데, 고대 영어의 번역과 한글로의 재번역을 통해 원래의 언어는 의미적으로 그리고 또 형식적으로 둥글어지고 마모된 형상으로 자리 잡는다. 문화적, 시대적 기억의 탈각, 운율의 형식적 규칙 등이 사라지는 자리에 발화의 용이함이 남고, 무엇보다 지금 여기의 모두..
-
국립극단, 〈그의 어머니〉(에반 플레이시 작, 류주연 연출): 고립과 제한의 효과REVIEW/Theater 2026. 6. 7. 19:30
〈그의 어머니〉는 제목과 같이 ‘그’에 대한 소격 효과를 경유해 (그의) ‘어머니’에 대한 관찰적 시점을 창출해 낸다. 이는 집을 당위성의 장소로 산출함을 통해 증폭된다. 브렌다는 3명의 여성을 하룻밤에 강간한 자신의 첫째 아들 매튜는 가택연금 상태로 2층의 방에서 주로 머물며 실루엣 같은 존재로 머물러 있는 동안, 매스컴에 오르락내리락하며 자신의 집 앞에 진을 친 미디어들을 바깥에 둔 채 고군분투하며 현실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종종 문을 열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지만, 보이지 않는 시선은 사실 정면을 향한다. 〈그의 어머니〉는 대중의 시선, 관찰자의 시선을 경유해 대상화된 한 여성의 모습을 옴짝달싹못하게 감금한 채 지켜본다. 매튜의 범죄 행위는 분명한 것이고, 그 이유나 정당성의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