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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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문, 〈플란다스의 미친 개〉(정진새 작/연출): 인간적인 것 너머로부터REVIEW/Theater 2026. 8. 17. 20:27
인간의, 인간으로부터의 해방 〈플란다스의 미친 개〉는 영국의 소설가 위다(Ouida, 1839-1908)의 동화 『플란다스의 개』(1872)의 서사와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Napoléon, 1769-1821)의 역사를 중첩시키는데, 이는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에 동원된 아이와 동물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끔찍한 면모를 환기하기 위함이다. 동화 원안보다는 쿠로다 요시오(黒田昌郎, KURODA YOSHIO, 1936-) 감독의 1975년 일본에서 제작된 후 한국에서도 방영된 애니메이션의 이미지가 결정적으로 보이는데,애니메이션의 O.S.T 부분 역시 초반에 등장한다. 곧 〈플란다스의 개〉의 만화적 생명력, 곧 시리즈물이 가진 일정한 구조적 틀과 형식으로부터 반복 학습을 거쳐 등장인물들이 주는 친연함과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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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냇물 작/연출, 〈답장 좀 해〉: 어떻게 타자의 말을 마주할 것인가REVIEW/Theater 2026. 8. 2. 17:36
타자에 대한 응답 “답장 좀 해”는 타자에 대한 응답의 의무를 오늘날 생활 세계 전반에 자리 잡은 휴대폰을 경유한 채 다시 쓴 것 같아 보이는데, 이는 발신이 아니라 수신의 차원에서 들려오는 것에 가깝다. 곧 타자를 향한 요청이 아니라 타자의 요청이 수용된 시점에서의 피드백 고리가 한 차례 완성되는 시점, 나의 요구가 아니라 너의 요구를 듣는 나 자신에 대한 위치성으로부터 정립되는 윤리를 다루고 있다고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면 이 문장은 너무 범박해지고 마는 것이다. 곧 타자에의 윤리를 상정하는 문장 형식의 제목은 공연 중간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층 의미심장하고도 모호한 것이 되는데, 이는 미추홀구에 살고 있는 동생 미조와 어머니의 집이 재개발 상황에 놓인 가운데 천장에 새는 비로 인한 곤궁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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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멘워커, 〈113〉(연출 김제민, 극작 최재경): 수학, 문학 두 장르의 횡단 혹은 번역 그리고 삶의 미미크리REVIEW/Theater 2026. 8. 2. 17:29
현의 방식 〈113〉은 수학과 문학, 서로 다른 두 영역의 연결을 추구하는데, 이는 문학의 진리와 수학의 진리가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단계, 하나의 언어로 다른 언어를 설명할 수 있는 단계로써 드러난다. 두 다른 영역은 수학자 서혁과 시인 순원이라는 실제 존재 양식으로 수렴하며, 이 둘이 친구로서 나누는 대화는 그러한 과정을 표현한다. 이때 하나가 다른 하나를 마주하여 합치되는 건 번역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차원이 더해지는 것과 같은데, 둘의 관계 안에서 제3의 지점이 통로로서 생겨나는 수학의 “연결합”으로서 표상된다. 실제 극을 쓴 수학자 최재경은 어릴 적 문학가의 꿈을 꿀 때 그 우상으로 황순원을 예시로 드는데, 황순원의 문학적 모티브는 “순원”이라는 극 중 인물로 체현된다. 곧 “링반데룽”이라는 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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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 〈개기일식 기다리기〉: 부재를 응시하는 법REVIEW/Theater 2026. 7. 31. 20:44
부재의 형식 〈개기일식 기다리기〉(이하 〈개기일식〉)는 어느 미래의 시점을 끌고 오는데, 이는 375년 만에 찾아오는 개기일식이 2시간 뒤에 펼쳐진다는 전제이다. 이로써 사건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 그러나 발생할 것이 된다. 그런데 러닝타임이 2시간이므로, 정확히 개기일식의 순간은 극이 닫히는 순간이 된다. ‘서서히’ 조명이 일부 꺼지는 기이하고도 모호한 정적의 결말은 무언가를 정확하게 지칭하는 대신, 공백과 부재의 혐의를 짙게 드리운다. 그것은 극장, 공간의 실재성을 향하는 공허한 시선의 운동성 외에 무언가를 전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실상 실재를 유예하고 지연하는 시간의 이 전략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기다림이 관객에게 수여되었을 때, 곧 입장 시 돗자리 하나가 주어지고 각자의 자리를 자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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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 이은채, 연출 이해인, 〈힛 더 디어〉: 지구를 매개하기 혹은 벗어나기REVIEW/Theater 2026. 7. 31. 20:44
타자성의 통로 혹은 매개 〈힛 더 디어〉의 제목은 갑작스레 고속도로에서 사슴이 튀어나올 때 사슴을 피하지 말고, 사슴을 치라는 조언을 함의하는데, 여기서 사슴은, 그리고 그 사슴을 바라보는 맞은편의 주체는 어디에 해당할까. 집을 떠나는 아이 둘과 그 둘을 지켜보는 다듬이 벌레라는 이중 구조로 전개되는 〈힛 더 디어〉는, 극장 2층을 활용하여 방 안에서 망원경을 들고 우주를 살펴보는 것으로써 후자의 등장을 알리는 것과 같이, 저 너머의 행성에 있는 벌레와의 닿을 수 없는 거리를 극장의 복층 구조로써 주로 처리한다. 그리고 이때 공연이 시작되는 그 아래쪽 1층 하수 전면의 직사각형의 뚫린 입구는 주차장 공간으로, 그러니까 마치 집을 빠져나오는 둘을 상정하며, 중앙 공간을 한 순간에 그 둘이 고속도로 한복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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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포란, 〈갈라진 마음들〉(윤성원 출연, 이소영 연출): 갈라진 그리고 연결된REVIEW/Theater 2026. 7. 30. 17:49
행과 막 〈갈라진 마음들〉은 14행의 소네트 양식을 차용하는데, 이는 4행씩 3번의 쿼트레인과 마지막 2행의 커플릿 한 번으로 마무리된다. 한 명의 배우 윤성원은 잠재적인 신체로서 파편적 이야기들을 하나의 공통된 세계의 구조로 연결 짓는다. 잠재성을 구체적 다양성으로 연장하는 이 신체 ‘바깥’에는 또 다른 외부의 신체성으로 기입되는 목소리, 곧 내레이션이 있다. 이에 따라 각각의 행을 지정하고 시작되는 방식 안에서 일종의 시가 낭독되고 있는 셈인데, 윤성원은 구조적으로 그 시의 내부에 있지만, 그 말의 바깥에 있다. 행은 막과 절합되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행위가 시작되며 공간이 어두워지는 지점이 대부분 그 행이 끝나는 지점이다. 곧 행은 막으로 닫힌다. 윤성원은 목소리, 일종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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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홀씨어터, 〈호기우타〉(작 기타무라 소, 연출 윤혜숙): 무정형의 시간은 어디를 향하는가REVIEW/Theater 2026. 7. 28. 21:57
외부는 가능한가 〈호기우타〉는 낮과 밤의 바뀜만이 있는, 사막 같은 폐허의 환경에서 정처 없이 살아가는 또는 이동하는 교코와 게사쿠, 그리고 우연히 합류한 야스오 셋을 현상한다. 이 미지의 공간은 전쟁이 종식되었지만 미사일이 컴퓨터의 제어로 여전히 날아다니고, 인간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문명도, 외부도, 타자도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야스오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은 이 둘의 정처 없음에 저쪽의 거리라는 관념을 들여온다. 하지만 야스오를 경유해 그들의 내면이 상정되는 것 역시 아니며, 그 반대의 차원, 야스오를 통해 그들이 어떤 인물로 객관화되는 것 역시 아니다. ‘예수’와 이름의 유사성―중국식 발음으로 한자를 빌려 적은 음역어 耶蘇를 음독하면 ‘야소(やそ)’가 된다.―뿐만 아니라, 오병이어의 기적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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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 〈구미식〉(작가 이홍도, 연출 전인철): 실재를 가로막는 허구, 그리고 실재를 경유하는 허구REVIEW/Theater 2026. 7. 22. 14:43
두 이화 전략: 서사와 인터페이스 〈구미식〉은 “가상의 지방 도시”인 구미를 배경으로 하며, 이는 허구임을 밝히는 대개의 픽션이 역(설적)으로 실제를 허구에 대응시키게 만들면서 실은 그 실제를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강조하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데, 그러니까 전자가 실제와 허구의 차이 안에서 벗어날 근거를 명목상으로 마련한다면―‘이것은 사실 허구입니다!’―, 〈구미식〉 식의 명명은 실제 구미가 아닌 게 아닌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가상’이란 말이 구미에 대한 것이 아니라, 구미 자체의 내재적 차원의 명명임을, 곧 구미 자체가 가상의 차원에서만 읽을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해 보는 건 타당해 보인다. 곧 제목은 징후적이며 실재적인 것을 향한다. 그리고 이는 〈구미식〉 자체가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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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아트로 라 플라사 Teatro La Plaza, 〈햄릿 Hamlet〉: 기표와 수행성 사이의 존재REVIEW/Theater 2026. 7. 14. 20:35
〈햄릿〉은 연극 바깥에서 연극으로 수렴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 같은 구심력은 원작을 수행하는, 배우들의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냄으로써 발생한다. ‘햄릿’(이 글에서는 원작 『햄릿』과 그 속의 주인공 햄릿, 여러 다른 〈햄릿〉의 판본, 〈햄릿〉들 모두를 가리키는 데 구분 없이 사용하였다.)은 일종의 역할 입기 놀이가 되며, 그들의 사적 진실을 토로할 공공의 장이 된다. 8명의 배우의 공통된 특징, 다운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시선, 곧 외재적 속성은 그 존재를 결정짓는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데―따라서 중요한 건 후속적으로 자리하는 그들 각자의 사적 진실의 고유성에 입각한, 곧 내재적 차원의 발화들이겠다.―, 이 같은 숙명을 〈햄릿〉은 선왕의 유령으로부터 끔찍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 햄릿의 실존적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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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윤슬,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이로아 원작, 장윤하 각색/연출): 기억의 지지체로서 공동체REVIEW/Theater 2026. 7. 8. 13:56
비언어적 존재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이하 〈왝왝이〉)는 동명의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작업으로, 사회적 참사의 여파, 참사 관련 당사자성을 지닌 생존자와 유가족이 겪는 트라우마와 애도 불가능성, 그리고 사건의 부정성과 봉합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아래, 정치적 존재로 변모해 가는 당사자들의 양상을 그린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를 환기시킨다. 지하차도 침수 참사에서 살아남은 연서는 추모제 준비단 활동을 반강제적으로 그만두게 되면서 학교 바깥을 배회하게 되고, 평소 돌보던 길고양이 옥이를 찾다가 하수구 아래 왝왝이란 존재와 만나게 된다. 강력한 트라우마적 기억에 시달렸을 연서가 공동의 추모를 위한 활동으로 나아갈 때 그는 성숙한 주체로 나아가며 중압적 기억으로부터도 해방될 근거를 얻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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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와 간(남우찬·이유·최인엽), 〈테테테테테테테잎〉: 인간 너머에서 되돌아오는 대상REVIEW/Theater 2026. 7. 8. 13:52
삽입된 기억 〈테테테테테테테잎〉에서 테이프는 기억의 보존과 재생 장치로서 상정되는데, 이는 중반 이후에 사용된, 1951년 세계 최초 시연을 보인 후 1990년대 전성기를 거쳐 2000년대 사라진 비디오테이프라는 특정 기록 매체의 성질에 기억이 조응됨을 의미한다. 비문법적으로 늘어뜨린 제목은 테이프에 대한 말더듬이의 어법을 경유해, 늘어난 테이프의 속성과 그로 인해 화면 역시 늘어나고 끊기는 물리적 매체의 소진, 열화 현상을 기입한다. 기억은 어떤 순간에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변용되거나 소거된다고 보이는데, 비디오는 그것을 물리적 이미지로서 재생한다. 일종의 뇌 재세팅 용도로 전유되는 미용실에 한 남자―김의태―가 손님으로 찾아오고, 할아버지와의 언쟁에서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불쾌한 경험을 처리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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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태풍〉(2025. 원작 윌리엄 셰익스피어, 번역·재구성 마정화, 연출 박정희): 세상만사로부터 소거의 수행을 통해 영원한 안식에 이르기REVIEW/Theater 2026. 7. 6. 13:58
박정희 연출의 〈태풍〉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재구성해 밀라노의 공작 프로스페로와 나폴리의 왕 알론조를 각각 프로스페라와 알론자라는 여성 캐릭터로 전환하는데, 일종의 젠더 프리 캐스팅의 일환은 극의 전제가 되는, 공작의 음모로 왕에서 내려와 섬에 유폐되었다는 전사에서 대비되는 권력의 정점의 두 인물을 여성으로 바꾼다. 이는 남성 가부장 중심의 사회의 제일 윗단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그 외의 배역에 대한 성별 전환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식이다. 중요한 건 이로써 주인공 프로스페라를 예수정 배우가 맡게 되었다는 것인데, 주도적인 여성이 주인공이면서 유명한 배우가 그것을 승계한다는 점에서, 전 작 〈헤다 가블러〉의 주인공을 배우 이혜영이 맡은 바를 떠올리게 한다. 프로스페라는 자신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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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우 작, 김현 연출/출연, 〈나누〉: 편재하는 그리하여 애도하는REVIEW/Theater 2026. 7. 2. 13:56
나누라는 누빔점 〈나누〉는 작은아빠 나누를 그를 기억하던 사람들을 만나며 탐문하는 과정을 엮는다. 이 조각 모음은 선형적이지도 인과적이지도 않아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기억으로 응결된다. 이 안에서 나누는 여러 잠재적인 차원으로 분화하는데, 곧 그 다양한 각자의 기억 속 나누는 일종의 잠재태가 ‘나누어져’ 도착하는 n개의 버전들인 셈이다. 이는 나누의 죽음 이후에 그 이전을 따라 가는 여정이며, 타인을 경유해 그의 타자성을 조각하는, 부재의 채울 수 없음을 매개의 들러붙는 언어들로써 가늠하는 독특한 시도가 된다. 이때 한 명의 배우가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곧 1인극의 형식으로써 희곡이 옮겨짐은, 그 모두가 나누가 아니면서 나누를 말하고 듣는 이로서 공통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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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기군상, 각색·연출 고선웅, 〈조씨고아〉: 역사는 어떻게 순환하는가, 또는 그 너머에서 읽히는가REVIEW/Theater 2026. 7. 2. 13:56
〈조씨고아〉는 복수를 위한 인내의 긴 세월과 그 허망함의 짧은 순간을 다루는데, ‘조씨고아’는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가 조씨 가문을 멸족시킬 때 마지막 핏줄로, 문객으로 온 의사 정영이 자신의 아들과 바꿔치기해서 그가 살아남도록 돕고 키우며 장성한 뒤에 그 사실을 알려주며, 비로소 복수가 시작된다. 전반부에서 중심이 되는 건 아이를 살리기 위해 정영과 뜻을 같이 한 주변 사람들의 의로운 희생, 그리고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정영의 아내 송향의 만류와 절규, 그 안에서 번민하고 갈등하고 탄식하는 정영이며, 도안고는 그 과정의 직전에 음모를 계획하고 성사함을 제하고서는 주요한 플롯을 점하지 않는다. 이는 진나라의 정세 자체에 대한 비평적 주석으로서가 아니라, 조씨고아의 희생을 막기 위한 생사의 고투,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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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당연히, 극장, 〈발굴되지 않은 언어의 고통〉(구자혜 작/연출): 고통을 발굴하는 언어(의 역능)REVIEW/Theater 2026. 7. 1. 15:09
‘발굴되지 않은’ 〈발굴되지 않은 언어의 고통〉(이하 〈발굴되지 않은〉)은 어린 시절 학교에 오지 않은 친구(들)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묘사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에 ‘나’의 내면을 흘러가는 현재형의 발화들이기에 이 언어는 집요해진다. 고통을 겪는 건 존재가 아니라 언어인데, 그것은 명명할 수 없는 개인의 고통에 대한 속성, 고통에 관한 당사자성, 곧 그가 지닌 ‘고통의 언어’가 아니라, 그것을 고통으로 명명하지 않으려는 제3자인 어른으로부터 밀려나는, 유예되는 고통이, 곧 언어 자체로 소급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곧 언어는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통과 함께 밀려나는 게 아니라, 고통 너머로 밀려나며 고통을 겪는다. 사실상 여기서 언어는 매개의 언어이다. 또는 매개의 매개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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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이홍도, 연출 정은순, 〈꿈의 연극〉: 핍진한, 그러나 비재현적인REVIEW/Theater 2026. 7. 1. 15:08
〈꿈의 연극〉―원작은 희곡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뮤직페스티벌〉이다.―은 스웨덴의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Johan August Strindberg, 1849∼1912)의 동명의 희곡을 모티브로 한다. 신의 딸 수정(성수연 배우)이 지구에 내려와 인간을 만난다는 신화적 원형의 요소가 함축된 설정이나 꿈의 무의식적 흐름에 따른 파편적인 이야기 전개의 양상과 같이 그 기본적 얼개를 바탕으로 함에도, 그 내용은 철저히 한국의 근현대사와 사회 단면에 대한 해부를 토대로 전개되는데, 오히려 “원작”이라 함은 또 다른 함의에서 파악된다. 그것은 연극(인)의 꿈, 그리고 그에 대한 파악이다. 극 후반에는 『꿈의 연극』을 쓴 스트린드베리(해리 벤자민 배우)와의 작가와의 대화를 극의 일부로 삽입하는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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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김멜라, 작·연출 이상숙, 음악감독 이향하, 〈이응이응〉에 대한 주석: 채워질 수 있는 주체의 공백!?REVIEW/Theater 2026. 7. 1. 15:08
이향하의 〈이응이응〉은 김멜라의 단편 「이응 이응」을 각색한 음악극으로, 애도를 돕는 트레이닝 어플을 등장시켜 현대인의 그리움, 욕망 따위의 감정을 체계적이고 정교한 방식을 경유해 조작 가능한 것으로 전이할 수 있다는 어떤 전제를, 어떤 미래를, 그러한 기술이 자연스러워진 시대를 도입한다. ‘이응’은 동그란 캡슐 형태로서, 일종의 AI가 탑재된 휴먼 스케일 차원의 디자인이 적용된 감정 조작 장치인데, 이응의 인격에 대응하며 “코치”로 정체화하는 이승희와 애도 불가능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의 김율희 두 명의 소리꾼이 기타 역할까지 모두 소화하지만, 판소리 창법은 예외적으로만 도입하며, 음악에서도 베이스 기타와 드럼, 건반이 부상하며 현대적 음색과 흐름의 강세를 만든다. 중요한 건 이 공연이 판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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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수민, 〈설킨〉에 대한 주석: 전체로서의 일자의 세계에 대해REVIEW/Theater 2026. 7. 1. 15:08
〈설킨〉 은 동일자들의 무한회귀라는 형식 안에, 원과 주해의 얽히고설킨 관계의 양상을 풀어낸다. 처음 지하철이 지나가는 주해의 집에 초대되어 대용량 국수를 대접하며 이 국수를 다 먹고 헤어지기로 하는 첫 장면은, 후반 둘의 상반된 위치로 한 번 더 반복된다. 이 형식은 국수 그릇의 원의 형상, 그리고 지하철이 지나갈 때의 네모난 프레임이라는 상징적 형태의 반복적 결정 역시 동반하는데, 가령 ‘원’은 주해가 보는 망원경으로, 직사각형은 원 앞의 TV로 옮겨진다. 곧 TV 앞에 선 원을 보는 주해의 망원경이라는 엮임은 주해와 원의 엮임이면서 배경과 형상의 엮임이기도 하다―그리고 이는 역전, 전도 가능한 관계이다. 주해라는 형상의 시점이 배경을 향하며 그에 용해될 때, 주해는 원과의 긴밀한 연관성을 또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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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숙, 〈시위 기피의 역사〉에 대한 주석: 역사의 포물선형 궤적REVIEW/Theater 2026. 7. 1. 15:08
성화숙의 〈시위 기피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다양한 시위의 역사 그 주변부의 목소리를 따라 가는데, 5.18 민주화운동에서 시작되어 근래의 계엄을 경유하고 다시 5.18을 향한다. 역사의 중핵은 곧 5.18에 있으며, 다른 역사의 시위는 이를 우회하여 접근하기 위한 맥거핀들에 가까운데, 이는 암묵적으로 광주와 서울이라는 두 개의 지리적 경계를 만들고, 동시에 역사와 상대적으로 현재라는 시간적 경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립한다. 결과적으로, 이때 기피는 시위가 절대적인 몫―환경―에서 상대적인 차원으로 변화하는 그 낙차를 방어하기 위한 탈승화로서 전유된 부정성으로 보이는데, 이는 물론 5.18을 바라보는 시점의 사람들의 시점에서를 말한다. 곧, ‘기피’는 근래의 시위들이 아닌 5.18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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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 원작, 류이향 각색/연출, 〈모린〉: 막 너머로 환치되며 교환되는 개념들REVIEW/Theater 2026. 6. 30. 23:01
미란에서 모린으로 〈모린〉은 다양한 소수자성의 인물을 지닌 인물들을 교차시키는데, 이는 콜센터 직원으로 한 고객의 지속적인 갑질로써 우울 증세를 겪는 미란이 시각장애인 영은을 만나면서, 연인이 되는 하나의 서사를 중심 축으로 하며, 일종의 서브 플롯으로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미란의 친구 보현의 서사는, 영상을 통해 전화 너머의 세계로 건너온다. 이때 보현은 미란이 영은과 성큼 만나볼 것을 경청하며, 그것을 새삼 자연스러운 것으로 수용케 한다. 곧 시각장애인과의 내밀한 만남과 자폐 스펙트럼 자녀를 두는 것은 비례하며 우정을 경유하여 상호교차성의 잠재적 범주 안에서 횡단한다. 또한 모린이 겪는 우울은 요제프 코발스키의 산문 『보이지 않는 것들』의 낭독 도서 제작을 신청하고, 낭독 녹음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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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수유, 〈고트〉(페르디난트 폰 시라호(FERDINAND VON SCHRACH) 작, 류주연 연출): 자기 죽음에 대한 자율적 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REVIEW/Theater 2026. 6. 30. 23:00
〈고트〉는 자기 선택사라고 하는 자기 죽음에 대한 자율적 권리를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첨예하게 의견이 난립하는 한 공청회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것이 일종의 현재 진행형의 성격을 띠며 작동하는 말의 차원을 구성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건, 말 그대로 공청회의 특징이 충족시키는 연극의 성질, 곧 현실에 대한 어떤 결과나 변화를 산출하지 않는 영역에서 시뮬레이션 차원에서 판단과 선택의 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공청회의 발화 행위들이, 곧 제4의 벽을 넘어, 의제를 던지고 수행성의 차원에서 그것이 작동하는 연극의 전면으로 고스란히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미에 실제 관객의 참여를 통해 관객은 찬반, 혹은 기권의 의견을 거수의 과정에서 표현하는데, 그보다 더 본원적인 차원에서 각 패널의 진술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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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민,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에 대한 메모: 지방 소멸에 대한 동시대적 우화REVIEW/Theater 2026. 6. 30. 23:00
김연민의 〈누구의 마을도 아니게 될 때〉는 인구 소멸 지역의 마치 근미래를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현재의 핍진한 묘사인지 SF적 상상력의 차원인지 혼동을 준다. 이는 그 지역에 대한 타자로서 존재 양상에서 기인하는 결과로 보인다. 곧 지역과 존재의 간극, 격차로 인해 지역은 이질적인 차원으로 극대화된다. 처음 일본의 한 인형 마을을 방문했을 때, 그 마을을 인형으로 채워 만든 츠키미 아야노라는 “소멸의 예술가”의 일화는 소개되기보다 초반 인구 소멸 지역에 대한 단면을 경험하는 차원에서 클로즈업되는데, 이때 한 할머니의 형상이 진짜인지에 대한 물음을 갖고 고용된 배우인지, 공무원인지 정체를 추정하는 의식의 흐름에서처럼 멈춰 버린 기이한 시간의 마을이 드러난다. 두 번째 일화는 소 축사에서 벌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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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로미오와 줄리엣 3〉: 실재라는 환상성REVIEW/Theater 2026. 6. 26. 13:56
장소: 실재와의 거리 〈로미오와 줄리엣 3〉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로 올리는데, 무엇보다 5막 2장으로 이뤄진 희곡의 각 장을 음원들로 만들어 틂으로써 일종의 “리스닝 파티”의 전반적인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때 희곡의 내용은 AI가 만든 음원의 가사로 압축되며, 특정 곡들의 장르와 고유성에 입각한 음악의 청취 안에서 그 가사 역시 자리하며 풀려나오는데, 그것은 또한 스피커의 물리적 위치를 가시화하는 소리이며, 거기에는 일종의 시각적 동조 작용을 일으킬 만한 존재의 이미지가 투여될 수 없이 그것이 자신만의 목소리를 그것도 대개 빽빽하게 가지고 있음이 자리한다. 이 결정적으로 ‘빈’ 무대에 울려 퍼지는 소리들은 먼저 입구 쪽 아래에 위치한 조명 디자이너 안성현에 결착된다. 오퍼석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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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극단,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에 대한 메모: 역사의 매개로서 형식REVIEW/Theater 2026. 6. 26. 13:56
보편적극단의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이하 〈닐 암스트롱〉)는 조작 간첩 사건의 피해자들을 다룬다. 네 명의 실제 인물(의 대리물)들에 대한 인터뷰라는 형식을 경유하는 (착한) 증언의 양식으로부터 억울한 이들의 말을 듣는다라는 행위가 청자―인터뷰어―의 반영적 신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고문과 사회적 고립의 경험이 주가 되는 그 불편한 각자의 진실을 꺼내 놓게 하는 인터뷰이의 형상 역시 소거함으로써 그 증언의 무게는 관객을 직접 향하게 되는데, 이는 철저하게 신체적인 것을 동반하며 구성되는(나아가 이들의 이야기 역시 사건과 결부되는 자신의 신체적인 경험의 차원이 동반되어 있다.) 진정성으로부터의 윤리가 그 반대편에서 그것에 대한 반영적 신체의 자리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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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다페르튜토 삼일로〉에 대한 주석: 동물로써 접근한 주역의 세계관REVIEW/Theater 2026. 6. 26. 13:56
다페르튜토 삼일로”라는 제목은 “어디로나 흐르는” 다페르튜토 스튜디오가 “삼일로창고극장”이라는 장소를 일시적인 스튜디오로 전유했음을, 특정 극장에 정박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이는 어떤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시작되는 장소, 그것을 감싸고 있는 극장을 환시하며, 그 극장과 장소의 불가분성을, 특정 장소로서의 내용(+극장)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재귀적이다. 이 임시적 극장, 아니 임시성으로서 극장을 보여주는 장소는 ‘주역’을 연극의 형식으로 가져오는데, 그것은 우연성과 복잡성의 궤를 구성한다. 〈다페르튜토 삼일로〉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다. 주역의 괘들은 인생의 각기 다른 알레고리를 품고 있고, 이는 추상성을 띠며, 또한 그 추상성의 미적 기호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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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구 작, 안경모 연출, 〈잔류시민〉: 실재-역사에 대한 환류 작용REVIEW/Theater 2026. 6. 22. 16:15
실존적 주체의 각성 〈잔류시민〉은 6.25 전쟁 발발 이후, 인민군 치하에 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부역자 재판을 다룬다. 이는 9.28일 서울을 수복하고 나서 중공군의 개입에 따른 익년 1·4 후퇴까지 짧은 시기에 해당한다. 이때 ‘비상사태하의 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 조치령’에 의거한 일련의 재판은 ‘전쟁’에 비유될 만큼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면을 보였던바, 이에 깊은 고뇌에 빠졌던 실존 인물 유병진 판사의 회고록이 『잔류시민』의 주요한 출발점이 되며, 그의 회고록을 따라 그것을 개선하는 과정 전반이 주요한 줄기를 이룬다. “단순 조력 행위”에 대해서도 “초중형”을 선고하던 당대 상황은, 극 마지막에 이르러, 실제 여러 사건의 병합된 선고를 하는 실제 법정을 여는 것으로써 현실화되는데―이때 15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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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콘셉트 및 연출 예효승): 제도로부터 제도 바깥으로,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바깥인가REVIEW/Theater 2026. 6. 22. 16:15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이하 〈우리는〉)의 무대는 생성되는 구조를 향한다는 점에서 시간적으로 열려 있는데, 이는 ‘우리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라고 하는 과거형의 서술과는 반대되는 부분이다. 이 진술은 이 공연에 참여한 무용수들이 모두 자신만의 무용단을 이룬 안무가들이라는 점에 기울어지며 ‘우리는’에 방점이 찍히는 듯 보이는데, 그렇다면 공연은 일종의 자전적 서사의 회상 같은 것일까. 일반적 무용의 형상은 하나의/소수의 안무가를 중심으로 각 무용수들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개별 무용수의 개성을 전화하거나 침식하는데, 이는 하나의 작품을 향한 안무가의 개념과 철학이 수렴되는 지점과 맞닿는 지점이다. 반면, 〈우리는〉은 연출―예효승―과 콘셉트―예효승, 박진영―, 그리고 공동창작의 명시만 있을 뿐 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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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송 작, 이래은 연출, 〈엔들링스〉: 하나의 힘일까, 또 다른 스테레오타입일까.REVIEW/Theater 2026. 6. 21. 23:49
〈엔들링스〉는 만재도와 맨해튼 두 지역을 횡단하며 각각 세 해녀, 한솔, 고민, 순자, 그리고 하영을 만난다. 전자의 삶은 하영의 희곡으로 접혀 들어간다는 점에서 보면 픽션이지만, 후반 고민과 하영의 대화로부터 희곡은 그의 손을 벗어나 그의 삶을 포함하며, 삶과 희곡은 서로를 반영하는 것으로 나아간다―곧 픽션은 실재로 접혀 들어간다. 희곡은 그의 삶이고 삶은 그의 희곡인데, 오직 그 둘이 서로를 마주하는 가운데서만 이는 성립한다. 나아가 희곡은 삶의 반추를 통해 쓰이며, 삶은 희곡을 통해서만 구성되며 구제될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한복을 입은 한솔과 하영은 한국의 역사적 전통을 체현하며, 엄마와 딸의 관계로 서 있다. (초반, 한솔에게 걸려온 전화상에서의 딸의 발신과 그 딸의 어렴풋한 정보, 곧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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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로런 무니(Lauren Mooney) & 제임스 예이트먼(James Yeatman), 연출 민새롬, 〈모어 라이프〉: 정신과 신체의 모호한 경계가 지시하는 과도기적 현재성REVIEW/Theater 2026. 6. 20. 09:42
역사를 가로지르는 무한한 신체의 정초 〈모어 라이프〉는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 1797~1851)의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을 모티브로 하는데, 이는 당시 작가가 살던 세계의 환경을 포괄하는 차원에서 그러하다. 곧 『프랑켄슈타인』의 모티브가 된 당대 과학적 조류였던 갈바니즘, 곧 동물에 전기 자극을 주고 생명을 재생하는 실험이 서사의 영도가 되는 것이 그것이다.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을 만든 박사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2074년 미래에 인간 뇌를 하드웨어로 치환해 일종의 휴머노이드와 같은 다른 신체에 입혀 계속 삶을 살아가도록 만드는 기술 실험의 책임자인 빅터로 재창안된다면, 갈바니즘의 실험체, 살인자 조지 포스터 그 자신의 영혼은 빅터의 주요 실험체인 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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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쓰니 Szu Ni WEN, 〈나를 잊지 말아요〉: 타자의 목소리 혹은 타자로서 목소리REVIEW/Theater 2026. 6. 20. 09:42
원 쓰니 Szu Ni WEN의 〈나를 잊지 말아요〉는 모르타르 반죽으로 만든 벽돌을 비롯한 재료로써 쌓아올린 몇 개의 토대물들로부터 도시를 만들어 가는 공사 현장의 모습을 연출해 놓은 것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수직으로 부상하는 ‘기념비’라는 메타포가 관철되는 물리적인 하나의 출발점이 된다. 그것이 물화된 것으로 공허한 이념과 억지스러운 제도적 산물일 수 있음이 의심된 상황에서, 우뚝 선 살아있는 존재의 차원은 그것과 대비되면서 기념비의 의미를 갱신한다. 곧 렉처에 가까운 직접 발화 양식이 역할이 아닌 존재와 결부되는 지점에서 역시 기념비에 대한 이념이 생겨나는데, 예컨대 현재의 시간을 관통하고 있는 존재의 잠재성과 질문의 양상이 그것이다. 모든 질서는 경계를 내포하며 이는 기념비라는 물질로서 특정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