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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극본, 서정완 연출, 〈덴동어미 화전가〉: 이야기하기와 연행 속 교직되는 여성들의 삶과 현재성REVIEW/Theater 2026. 6. 2. 19:21

김민정 극본, 서정완 연출, 〈덴동어미 화전가〉[사진 제공=국립극장](이하 상동). 〈덴동어미 화전가〉는 한 여자의 파란만장한 드라마를 이야기하기의 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일종의 재현의 기법을 차용한다. 이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편에 의탁할 수 없는 기구한 여성의 삶이 얼마만큼 한의 정서를 함축하는지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힘을 가질 수 있는지로 나아가는 결절점들을 여성들의 연대에 두는 역사를 재현하면서 동시에 연장, 수행하는 기술이 된다.
남편을 잃은 청춘과부의 장면에서 시작되는 〈덴동어미 화전가〉는 그에게 들려주는 덴동어미의 회고 속에 네 명의 남편을 잃은 사연이 플래시백처럼 흘러가게 되는데, 그에게 삶의 안식처를 기꺼이 제공했던 국밥집 여성들의 연대로써 이어지는 삶에 대한 긍정으로 끝이 난다―그리고 청춘과부는 자신의 삶과 유사한 덴동어미의 삶에 깊이 공감하고 감화되며 새로운 삶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이때 이름이 없는 여성들 한 명 한 명에게 꽃의 이름을 명명해주는 장면을 통해, 망각된 역사의 주체로서 여성의 자리를 되찾는 역사의 틈새를 기입한다. 일종의 커튼콜의 언저리에 있는 화전놀이를 하는 여성들은 봄의 기운을 만끽하면서 자연의 풍경과 합치되며 평화로운 세상의 이념 아래 놓인다는 점에서 어떤 유토피아적 장면을 구성한다. 무대는 밝게 빛나며 광활하게 트여 보인다. 죽음은 철회되고 비로소 새로운 삶이 펼쳐진다
사실상 떠난 임을 그리워하는 여자의 삶의 기로에 선 모습은 클라이맥스를 미리 선취하는 것에 가깝다. 곧 본론이 되는 내용은 차용 구조로서 삽입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삶의 어떤 기로는 죽음에서 극적인 반전을 통해 무한한 긍정의 삶으로 바뀌게 되는 것으로 이어짐을 감각할 수 있다. 그것이 죽음 직전의 순간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덴동어미 화전가〉는 트라우마의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춘과부에게서 주인공의 자리를 재빨리 회수하고, 덴동어미의 생생한 목소리로 대체하며, 그의 반복되는 재난과 불행으로 혼자 남겨지는 삶은 과거의 플래시백으로 들려지는 것임을 인지한 가운데 극은 펼쳐지게 된다. 여기서 사실주의적 차원에서 서사적 개연성을 의심케 하는 반복은 일종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라는 신화적 모티브로 갈음될 수 있다면, 그에게 도움을 주는, 연대의 차원으로 긍정적 전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이들은 특정한 보조자, 매개자의 역할들을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신화소의 일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을 구원하는 이들은 주인공의 비어진 삶의 의지를 새로운 전환의 순간으로 바꾸도록 하는 일종의 힘이자 효과인 동시에 죽음을 삶의 기술로 봉합할 수 있는 서사적 차원의 힘이자 효과로 작용한다. 그들은 덴동어미에게 절대적 타자이자 시간을 재구성하는 근본적 동력이며, 새로운 미래의 시점을 제시한다. 숙명이 부정적 차원에서의 힘인 동시에 서사적 관성이라면, 구원은 긍정적 차원에서의 힘인 동시에 서사적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덴동어미는 열네 살, 어린 나이로 시집가서 1년 사이, 역병으로 남편을 잃고 돌아온 친정에서 부모님 역시 돌아가셨음을 알게 된다. 두 번째 남편은 빚을 져서 태형을 당하고 죽고, 세 번째 남편이었던 그릇 장수 황도령은 유일하게 실제 등장하며, 그에게 꿈과 희망의 판타지를 안기는 인물이고 아이 역시 낳게 되지만, 산사태로 그 역시 잃게 된다. 네 번의 결혼을 하는 원작에서는 네 번째 남편으로 엿장수 조서방을 만나 아이를 낳는 설정이 조정되는데, 여기서 그 세부는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며―오직 중요한 건 그것이 많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특별해지는 건 의미를 생산하는 건 오직 타자와의 만남 혹은 침투이며, 이야기의 세부가 아닌 독백의 내레이션, 곧 주인공의 반응이나 내적 이야기이다.
덴 아이의 엄마라는 뜻의 덴동어미 자체에는 화상과 그 기억이 얼룩처럼 남아 있다는 점에서, 트라우마는 상징적이라기보다 실제적인데, 덴동어미의 동반 자살을 꾀하는 장면은 가장 마음을 졸이게 하는 긴급한 장면인 동시에 윤리적 차원에서 작품을 회부시키는 문제적 장면이다. 물론 이는 조여 오는 긴박과 긴장 뒤로 오는 각성하는 주체의 새로운 결단의 차원에서 극적 반전의 해소를 맞는 것으로써 극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의 목을 조르는 것인데, 정적과 함께 명멸과도 같은 그 순간은 꽤 길며, 그러고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자신 역시 죽으려 하는데, 그 동안 곧 손을 떼고 방기하는 순간, 곧 관객도 그것을 믿고 있는 동안, 아이는 막혔던 숨을 토해내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니 살인은 일어나지 않았고, 덴동어미는 삶을 다시 살아나가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를 구원한 건 미약한 자신의 아이였던 것이다.
〈덴동어미 화전가〉는 옛 이야기의 어떤 전형성을, 여성이 갖는 사회적 지위와 한계를, 반복되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 안에서, 동시에 이야기하기의 현재의 시간 차원에서 전이시킨다―이는 이야기와 이야기하기의 차원을 분화시키는 방식, 곧 이야기 속 덴동어미로 분하는 “기억”(이소연)과 현재 그것을 이야기하기로 엮어내는 덴동어미(서정금)이 (무대에서는 엄연히) 다르지만, (의미 차원에서) 하나의 계열체를 구성한다는 것으로도 연장된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하기의 연행성은 여성들의 연대라는 세계의 지층을 드러내는 한편, 여성들만의 환대의 공간으로서 마지막 화전놀이의 시간으로, 그 영원한 현재의 시간으로 전진한다. 이로써 동시대성은 이야기의 틀 속에서 여성들의 특별한 네트워크의 추출과 그 이야기의 바깥에서 현재의 시간성을 제시하는 것으로써 성취된다.
김민관 편집장2024-12-18 ~ 2024-12-22
달오름극장
관람시간 135분(휴식 15분 포함)
▶출연진
덴동어미 서정금
기억 이소연
황도령 이광복
안동댁 오민아
엿장수 김유경
청춘과부 김우정
광년 민은경
국밥집여인 왕윤정
외 국립창극단 기악부 단원 및 객원
* 상기 캐스팅은 사정에 의해 사전 공지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주요 제작진
연출 서정완
극본 김민정
작창 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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