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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민 작, 유영봉 연출, 〈내 무덤에 너를 묻고〉: 역사를 추출해 현실을 장면화하기REVIEW/Theater 2026. 6. 4. 22:01

윤성민 작, 유영봉 연출, 〈내 무덤에 너를 묻고〉ⓒ윤헌태[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상동). 〈내 무덤에 너를 묻고〉에는 커다란 관 하나가 놓여 있는데, 이는 집이 하나의 무덤이라는 극의 주요한 모티프이자 메타포를 견인해 낸다. 무덤으로서 무대는 극의 은밀한 담론과 내밀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비좁은/한정된 영역을 수여하며, 이 같은 공간감은 극을, 극 안의 존재들을 지배하는 물리적 요인으로 따라 붙는다.
또한 이러한 지나치게 큰 오브제로서 무대는 그 위에 선 자와 아래에 있는 자 간의 극단적인 시각적 비대칭성을 구현한다거나 그 바깥에 선 자들―주요 등장인물의 죽음을 상징하거나 그밖의 인물들 혹은 코러스 등―대사가 등장하지 않는 지문 행위의 처리나 마이크를 사용한 형식적이고도 물리적인 무대의 확장을 통해, 수직적 구도로 또는 입체적 확장으로 연장된다.
신체적 환유로 자리하며 신체들과 상호 작용을 하는 무대는 〈내 무덤에 너를 묻고〉의 신체를 고립시키고 신체 행위를 유별난 것으로 자리매김하며, 신체를 공간의 일부로, 또한 공간을 신체의 연장으로 구성하는 연출 방식 자체를 드러내는 한편, 무덤으로서 집, 삶의 알레고리가 공연의 주요한 주제의식의 고취임을 환유적으로 조각한다.
연잉군과 그의 이복형제인 왕의 등장은, 이를 각각 영조와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게 된 그의 형 경종의 실제 조선 시대를 모티브로 한 것이며, 왕의 순장을 소재로 한 이 극은 정사가 아닌 야사의 차원에서 서사를 풀어냈음을 의미한다. 관을 비집고 나오는 첫 등장인물들의 모습, 곧 사촌 관계인 김덕재와 김현주는 왕의 노론 숙청의 정세로부터 청이나 일(본으)로 도피하는 등의 방안을 모의한다. 목 밑까지 오는 무덤의 크기는 이 둘의 전반을 가리면서 현실의 압력과 그 속에서 은밀한 대화의 결을 상기시킨다.
왕의 병약함과 후사 없음의 사실을 퍼트려, 왕세제를 왕으로 올리는 역모를 꾀한 노론 세력을 처리하고자 김춘택에게 왕은 딜레마로서 과제를 안긴다. 공사를 지휘한 신하와 동원된 인부 모두의 순장을 지시하여, 백성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대등한 것으로 두는 동시에 맞바꾸는 관계로 최소한의 백성의 죽음을 위해 자신의 최대한의 노동과 죽음 역시 회피할 수 없게 만든다. 백성과 도매급의 목숨으로 처리됨에 기꺼이 따라야 한다.
왕의 명령이 끔찍한 간계의 성질을 띤다면, 그리고 그의 포악한 성정을 그 안에 녹여낸 것으로 보인다면, 이에 대처해, 살고자 무덤 안에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예비 공간을 만들고, 살 집을 준다는 거짓 선전으로, 공사를 하는 데 있어 백성들의 자원과 향후의 목숨을 가용하는 사기를 감행하는 김덕재, 김현주, 그리고 김춘택 세 사람의 노론 세력 일행은 오직 자기 안위만을 생각하는 비루하고도 비열한 존재들의 모습으로 분화한다.
순장은 이들을 가늠하기 위한 왕의 시험 장치였고, 이후 왕은 왕세제 역시 목숨을 담보로 백성을 위한 사명을 가진 존재 의식을 시험하고 그것에 통과하며 왕의 자리를 물려주는데, 이러한 과정들은 공통된 차원에서, 일종의 정교한 게임의 룰을 설정하는 왕과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게임 참여자들 간의 시합으로 치환된다.
왕과 노론 세력 또는 왕과 왕세제 사이에는 각각 시험과 시험대에 오른 자의 현재적 자리만이 부각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인물에 대한 평가를 유예하게 만들며 단지 인물을 캐릭터화하는 데 그치는데, 백성을 위한다는 정치적 이념과 현실의 괴리로부터 윤리가 출발하고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기 안위에 대한 집착만이 자리하기 때문이다―왕은 복수의 정념만이 자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와 관계된 전후 맥락을 극은 굳이 세공할 필요를 갖지 않는다.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가 윤리적 심급 아래에서 펼쳐지는 않는 가운데, 〈내 무덤에 너를 묻고〉는 블랙코미디로서 동시대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비약하는데, 곧 세상의 단면을 과거라는 프리즘을 통해 되비추는 것이다. 세력 간의 다툼은 행위 양상의 변화로 이어지는 가운데 그 속에서 인물들의 내재적 변경을 이끌지 않고 단지 현실의 부조리로 되먹임되는 사태에는 인물로는 등장하지 않는, 또는 무대 외적으로만 얼굴 없이 등장하는 백성, 호명될 뿐인 백성의 애먼 피해에 대한 예상이 있을 뿐인데, 곧 현실을 해부하되 해당 인물의 자리로 분화하지 않음으로써 오직 부조리함만이 있는 현실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 백성의 자리로 구성되면서. 결과적으로, 〈내 무덤에 너를 묻고〉는 의도적으로 역사를 특정한 방식으로 추출하고 장면화함으로써 탈구시켜 현재를 부조리한 것으로 상기시킨다.
무덤(무대) 위에 올라 천장을 바라보며 이윽고 빛이 새어나오는 출구로 파 들어가는 세 사람의 행위가 그들의 예상과 달리 실패하게 되는 데서 극은 종료되는데, 닫힌 결말의 서사를 서사의 내용과 같이 봉쇄하기 위해, 〈내 무덤에 너를 묻고〉는 무대 외적 공간으로 서서히 변전과 증폭의 계기를 마련한다. 후궁이 진주의 〈난 괜찮아〉를 대사처럼 소리를 지르면서 더디게 발화하다 반주와 함께 노래를 완성시켜 나가는 장면이 그것이다.
서사가 무덤으로부터 빠져나와 무덤 위에 쌓이고 또 흩어지며 그 바깥 여백의 공간에 둘러싸여 위태롭고도 미약하게 소구하던 자리를 홀연하고도 신속하게 빠져나가는 마지막 ‘출구’의 장면은, 〈내 무덤에 너를 묻고〉가 처음부터 정장을 입고 과거의 배경을 말하고 있는 존재들이 현실의 직접적 알레고리로서, 현실의 표층을 역사의 표층으로 갈아 끼운 것에 불과한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출구 없는 부조리한 현실의 장면을 무대 구성을 통해 완벽하게 실현시키는 가운데.
김민관 편집장2025.01.10 ~ 2025.01.12 금요일 19:30 / 토요일 15:00, 19:30 / 일요일 15:00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만든 사람들
작 윤성민
연출 유영봉
드라마트루그 장지영
출연 전중용 권택기 공하성 김성환
길덕호 박지영 김민지
미술 이민영
조명디자인 김성구
분장디자인 이정희
음악 이진화
음향감독 남영모
자막해설 성다인
조연출 조다은
무대감독 이동현
사진 윤헌태
공연영상 플레이슈터
하우스매니저 황수희
티켓마스터 이은혜
고객지원 신지혜
기획협력 이유진, 김태임
프로듀서 이정은
제작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극단 서울괴담'REVIEW > Thea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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