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나의구멍>: ‘무대는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대는 닫히는 중이다’REVIEW/Dance 2017. 11. 2. 14:44
김보라(Kim Bora), ▲ 김보라(Kim Bora), ⓒ박상윤 [사진 제공=전미숙 무용단] (이하 상동) 무대는 두 개로 분기된다. 이전의 무대는 일종의 가장된 쇼다, ‘이것은 무대가 아닙니다, 무대의 뒷이야기입니다.’라는 걸 무대로 내세운. “계획”된(미리 스크립트가 짜인) 것인지 아닌 것인지는 계속 지시되며 중계된다. 중앙의 김보라를 포함한 여섯 명의 안무가/퍼포머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개입하고 ‘계획’의 여부를 미리 알고 있음으로 누설한다. 첫 번째 의문은, ‘계획이 계획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은 계획인가?’이다. 두 번째 ‘이건 계획에 없던 건데.’라는 말은 계획을 진짜 어긋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의문은, 계획임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이것이 계획대로 실행되는 것임을..
-
<아듀, 마이 러브>: 구체적이지 않은 개인의 서사REVIEW/Dance 2017. 11. 2. 14:38
전미숙(Jeon misook Dance Company), ▲ 전미숙(Jeon misook Dance Company), ⓒ박상윤 [사진 제공=전미숙 무용단] (이하 상동) 무대 폭을 완전히 가린 두꺼운 붉은 천을 뒤집어쓰고 전미숙이 앞으로 가는 첫 장면은, 과정을 생략한 절정이라 할 수 있다. 무게는 그를 옥죄고 온전히 끄는 것은 실제로 어려운 일이다. 곧 잔상을 남기며 흩어져 버리는 기계음(노이즈 사운드)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는 물리적으로는 저 먼 곳에서 시작되어 근접했다 사라진다. 형벌 같은 천은 사운드와 맞물려 각각 일종의 옷감이라는 구체적 지표로, 봉제공장의 재봉틀 소리로 치환되며 둘은 서로를 지시하고 보충한다(재봉틀로 천을 박음질한다). 그 천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 바깥이 현실을..
-
《포스트모던 리얼》전, ‘리얼, 즉자적 개념에서 인식적 물음으로’REVIEW/Visual arts 2017. 11. 2. 14:15
《포스트모던 리얼》전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2부의 작업들이 주로 19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미술 다루는 리얼(리티)에 대한 질문을 근거로 한다면, 1부는 90년대 이전, 60년대 이후부터 주로 70, 80년대의 ‘포스트모던 리얼’의 전거가 되는 대표적인 작업들을 다룬다. 2부의 배경이 된 기술 매체의 발전 양상은 예술의 감각/작업하는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이에 대한 부분을 전시에서 살필 수 있다. 1부, 물리적 실재의 침입 ▲ 이종상, , 290x205cm, 종이에 수묵담채, 1963 [사진 제공=서울대미술관](이하 상동) 이종상 작가는 (1963)로써 소를 노동자들이 묶는 광경, 곧 소의 생명력을 포획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제목으로 둠으로써 소가 아닌, 테크..
-
기 나데르 & 마리아 캄포스. <시간이 걸리는 시간>: ‘투명한 안무’REVIEW/Dance 2017. 10. 31. 01:10
기 나데르 | 마리아 캄포스(Guy Nader | Maria Campos) ▲ 기 나데르|마리아 캄포스, ⓒAlfred Mauve[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이하 상동) [무용단이 제공한 사진은 실제 작업에 대한 메커니즘을 사실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넷으로 짜이는 움직임은, 하나에서 둘로 다시 셋으로 그리고 넷으로 확장된다. 이는 하나의 움직임에 다른 움직임이 영향을 끼치거나 받는 식으로 하나씩 하나에 둘에 셋에 덧붙는 식으로 짜인다. 이를 유기적인 결합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련의 규칙적인 프로세스를 보여준다고 보는 게 조금 더 정확할 것이다. 이 프로세스는 시작과 동시에 반복의 구문을 형성하고, 무용수들은 자동 기계처럼 같은 동작을 지속한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듯한 사운드가 중..
-
임지애, <너의 동방, 나의 유령>: 이미지-움직임‘에서부터’/‘으로’/‘으로부터’ 사운드를 지시하기REVIEW/Dance 2017. 10. 31. 00:42
임지애(Jeeae Lim), ▲ 임지애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 무대 오른편에서 몸을 구부린 채 한참동안 임지애 안무가가 드러내지 않는 건 그의 얼굴이다. 정작 얼굴이 드러났을 때는 그것이 얼굴이라는 느낌이 없다. 이 느린 호흡의 움직임들은 표현 자체로 작동하나 한편으로 공간에의 사운드로의 반향과 아카이브, 이후 그 실시간적 변용을 위한 실험으로서 도구적인 몸짓을 구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천장 자체가 사운드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기 때문인데, 결국 안무는 사운드를 생성하기 위한 느린 궤적을 만들기라 할 수 있겠다(여기서 이미지 혹은 움직임은 사운드와의 물리적 관계가 필연적이고 형태적인 관계는 자의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지점을 자각하지 않을 때 아니 움직임의 독립성을 끝까지 주장한다면,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