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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경,《more Light: 향유고래 회로도》: ‘경계에 놓인 관객’REVIEW/Visual arts 2017. 11. 20. 16:50
▲ , 엘립소이드달 스포트라이트, 자개, 황동, 멀티채널사운드, 가변설치, 2017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고래 뱃속을 환유하는 3층에 걸친 전시는 어둠에 새기는 빛의 궤적이 표면을 생성하고, 어둠에 잠긴 관객의 몸에서 분기하며 감각적 체험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 3층과 4층에 앞서 2층의 전시, (2017)는 고래의 속을 체현하기보다, 펼쳐지지 않은 하나의 책으로 진리를 예기하고 육화하는 듯 보인다. 자개와 황동으로 만든 빛(엘립소이달 스포트라이트)이 내리쬐는 두 개의 오브제는 엇갈린 층들로 4, 5밀리미터씩 일정하게 배치된다. 클래식의 현은 격동하는 생명의 안을 체현하는 일종의 서막을 가리킨다. 휴지기를 갖는 빛이 드러나는 동시에 3층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 3D 비디오, 사이키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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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스타(Shooting Stars)>: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끊임없는 움직임’REVIEW/Dance 2017. 11. 13. 21:16
움직임은 음악을 ‘온전히’ 상쇄할 수 있는가? ▲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2016년, 스위스에서 초연됐으며,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하며 음악, 무용수, 의상 등이 모두 새롭게 바뀐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연습 장면, 김서윤/매튜 리치/유다정/임소정/표상만/허준환 ⓒ BAKI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처음 어둠의 가림 막 너머 등장한 무용수(김서윤)의 한결같은 움직임(의 궤적)은 작품의 본원적 움직임을 응축하고 예고한다. 끊임없이 안으로 말려들며 다시 시작되는 지점을 드러내지 않는 순환적 움직임, 곧 분절화되지 않으며 멈추지 않고 어느새 다시 원점을 가리키고 있는 반복되는 움직임은, 한편으로 음악을 입고 음악을 지운다. 이는 이후 여섯 명까지 불어나는 그야말로 무대의 혼란 이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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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LOOK, HERE, BEGINS THE OMEGA)》: ‘파편적 세계들의 배치’REVIEW/Visual arts 2017. 11. 13. 20:40
▲ 임영주 작가 개인전,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LOOK, HERE, BEGINS THE OMEGA)》[사진 제공=임영주] (이하 상동) 일관된 형식으로 밀집되지 않았다는 것은 전시를 여러 차례 본 이후에 드는 확고한 인상이다. 마치 푸티지 영상의 컷들을 방사하되 사각으로 전시장을 빙 두른 (것 외에 배치의 방식에 있어 어떤 다른 원칙을 확인하기 어려운) 전시는, 회화에서 영상이 아닌, 영상에서 회화로 시점을 ‘거꾸로’ 옮긴 작가-작가의 기원적 매체는 회화로, 영상 작업을 최근에 주로 선보여 온 작가의 이번 작업에서 영상은 회화를 ‘재매개’했다고 할 수 있다-의 관점적 배치에 의한 것이다(첫 번째 가설: ‘그림은 일종의 하나하나의 스틸 컷이다!’). 사실상 배치보다 중요한 건 작업이 ‘밑’이라는 동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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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성, <워킹 홀리데이>: ‘재현이라는 장치’REVIEW/Theater 2017. 11. 13. 19:28
인트로: 세 가지 방식들 배우들과 공연 스태프의 DMZ 일대(파주, 연천, 철원부터 고성까지)를 걷는 여정은 무대로 반영된다. DMZ를 상징적으로 표상하는 사물들, 철모와 소총, ‘삐라’ 등의 미니어처가 무대 중앙의 모래 바닥에 깔린 채 무대는 카메라에 의해 매개된다. 동시에 이들이 겪은 현장은 무대로부터 관객석을 둘러싼 나무 패널로 짜인 구조물 위의 걸음으로 보완된다. 배우들의 경험은 말하기와 걷기의 두 가지 방식으로 되살아난다. 카메라의 시간 ▲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이경성 연출), (사진 좌측부터) 배우 장성익, 나경민, 김신록, 성수연 ⓒ정찬민 ‘내 속도대로 걸을 수 있다’는 성수연 배우의 말은, 걷기가 오롯한 물리적인 몸의 쓰임을 지시하기보다 자율적인 질서를 가진 몸의 생성을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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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리버런 : 불완전한 몸의 경계>: '포스트 휴먼과 휴머니즘 사이'REVIEW/Dance 2017. 11. 2. 15:12
미래의 세계에 마주해야 하는 몸은?! ▲ 차진엽(Cha Jinyeob), ⓒ박상윤(이하 상동) 시작과 동시에 무대 전면에 나타난 움직이는 이미지는 빠르게 스쳐 간다. 거기에 ‘비장한’ 표정으로 무대 ‘중앙’을 차지한 차진엽은 그에 ‘결연히’ 맞선다. 이미지(시각예술가 빠키의 작업)의 내재적 리듬에 때로는 공명하나 근본적으로 작업이 움직임의 응전의 형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곧 이미지(의 움직임)와 움직임의 합치보다는, 어떻게 이미지 안에서 움직임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혹은 움직임이 대등한 경기를 벌일 수 있는가로 귀결되기 때문이다.미디어와의 무용의 협업이 대부분 기술적 층위의 우월함, 놀라움으로 환원되고 마는 것의 공허함이 오래된 흔한 문제 제기라면, 반면 미디어의 몸 자체를 하나의 다른 새로운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