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송은미술대상전 리뷰REVIEW/Visual arts 2018. 3. 9. 12:25
▲ 진기종, , 혼합매체, 가변설치, 2017 [사진 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이하 상동) 플라이 낚시는 미끼가 되는 수서곤충의 이미테이션 제작을 통해 실제 물고기를 잡아낸다. 결과적으로 잡은 고기를 다시 방생하는 낚시는 작가의 취미 생활로, 수서곤충에 대한 공부 및 자연에 대한 관찰이 전제된다. 이러한 과정은 자연과 물고기를 한 화면으로 병치한 사진들, 수서곤충과 물고기를 그린 수채화들, 동물의 털로 모방한 바늘들을 과정을 담은 비디오, 제작 키트 등의 아카이브로 구성된다. 곧 그 자체가 결정물이라기보다 그러한 작업의 전반적인 과정을 보여주며 작업을 재구성하는 데 가깝다. ▲ 진기종, , 사진_32개, 각 21×29cm, 2017 이는 흥미로운 취미생활이라기보다는 실재와 모사물에 대한 예술의 오래된 사유..
-
안젤리카 메시티, 《릴레이 리그(Relay League)》: 번역의 수행적 확장REVIEW/Visual arts 2018. 3. 2. 12:55
▲ , 2017, 3채널 비디오 설치, 8분, [사진 제공=아트선재센터](이하 상동) 3개의 스크린이 막으로 구분되어 설치된 는 마치 회전문처럼 분할되는 공간에서 소리의 간섭으로써 또 이전 영상의 잔해로써 스크린-공간을 접합한다. 이 문은 물론 돌아가지 않으므로 세 개의 분리된 스크린을 지나야만 입구를 출구로 대체할 수 있다. 3개의 영상은 공통되는 원본에 대한 번역으로서 또(는) 그 번역의 또 다른 번역으로서 존재하는데, 그 번역의 원본이라 할 “수신자 전원에게 알림. 이것은 영원한 침묵에 앞선 우리의 마지막 함성”은, 1997년 1월 31일, 130여 년 만에 해양 조난 통신에 사용되던 모스 부호의 종언을 알리며 송출한 프랑스 해군의 마지막 전신의 기의이다. ▲ 이를 장단음의 분리로써 (하나의 고정된..
-
<IN THE BEGINNING>: 상징을 조율하는 리듬들REVIEW/Dance 2018. 2. 6. 12:48
▲ ⓒ이승원(이하 상동) (김영찬 안무)은 상징들로 이뤄진 다양한 장면들과 함께 상징에 대한 의미를 가시화하는 집단의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극을 구성한다. 원(구)은 그 중심적인 상징으로 작용하고, 북과 같은 타악을 비롯한 연주의 변주는 움직임에 (비)가시적인 영향을 끼친다. 뭉뚱그려진 신체들이 만든 구로부터 분화되는 개체들이 공간을 지각하고 집단의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무대는 시작된다. 제목에서처럼 이는 태초의 한 순간을 지시하기 위한 설정이고, 구는 중첩된 존재들이자 흩어지기 전의 에너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태초의 에너지를 상정한다고 할 것이다―물론 이는 잠재적인 부분으로 그 자체로 특별하거나 독특하다기보다는 제목으로부터 상관되는 기호의 관계망에 대한 해석에 기인한다. 무대 전면에 부착된 플라스틱 ..
-
<가상리스트>: 가상의 재현적 접속 양태들REVIEW/Dance 2018. 2. 6. 12:27
정방형 무대와 그 가로부터 바깥쪽에 형성되는 객석은 경기의 플레이를 본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무대 위쪽과 함께 유일하게 객석이 없는 한쪽 벽의 스크린을 마주한 객석의 가에서부터 무용수의 의식이 깨어나며 시작되는 퍼포머의 움직임에서 예기된다. 이 비어진 공터는 플레이어들의 접속과 함께 가상의 현실이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전환되게 된다. 가상의 플레이어들은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는데, 곧 현실의 행위를 모방한다. 어떤 ‘되기’의 방식은 주체적 역량을 야기하기보다 시스템의 부품으로 인도되는 듯 보이고, 이내 해변을 맞거나 하며 의사-자유마저 누릴 수 있게 되는데, 진정한 자유라기보다 연기를 하는 의사-대상이 된다. 이 가상은 완벽한 실재가 아닌 달라지는 환경의 유동성 자체에 대한 인식에 근거한다. 따라서 공고..
-
연극 <오셀로의 식탁>: 절합된 텍스트들로부터 폭력REVIEW/Theater 2018. 2. 6. 12:06
▲ 연극 [사진 제공=극단/소극장 산울림](이하 상동) 은 몇 개의 차용과 번역의 과정이 그 가운데 자리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의 인물(의 이름)들과 (어렴풋한) 관계망을 가져오고, 이를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파병의 전쟁 경험의 두 세대를 설정하며 국내 상황으로 바꾸고, 해롤드 핀터의 「생일파티」를 모티브로 후반부를 구성해서 결과적으로 비극으로 끝맺지 않고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폭력과 남성 화자가 상정하는 분위기를 부조리에 대입해서 핀터식 부조리극을 동시대적 알레고리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말과 함께 음식을 한다는 것과 먹는다는 두 행위로 채워지는 무대는, 요리를 남성의 적극적인 역량(경제 행위)과 권위의 가치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데스데모나(김해나)의 아버지 브라반시오(이상일)에서 오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