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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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민 쿠엉 카스테잉(Erik minh Cuong Castaing), 〈삶의 형태(들) Forme(s) de Vie〉: 공통과 차이의 변증법REVIEW/Performance 2026. 6. 4. 22:01
〈삶의 형태(들)〉은 신체 활동이 불편한 퍼포머들과 그를 보족하는 퍼포머들의 상호 긴밀하게 일어나는 움직임의 과정을 드러낸다. 전직 권투선수였던 카말 메세레카와 전직 무용수였던 엘리스 아르고의 두 축으로 연장되는 특이성의 신체들은 공통의 집합적 장에 분포함으로써 어떤 삶의 형태를 구성한다. 움직임은 그 집합적 덩어리 자체가 아닌 그 ‘안’에서 일어난다. 또한 그 안의 한 부분에서 다른 한 부분으로, 혹은 그 반대의 방향으로 발생한다. 이 형태는 형식의 이름이기도 하며, 표현 자체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의 잠재적 신체의 영토를 따른 우연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부터 형식이 정의하는 틀을 벗어나며 표현이 수여하는 완결적 면모를 기각한다는 점에서, ‘형태’라는 물리적이고 형용하기 어려운 형상 그 자체로 일단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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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미, 〈폐기호흡-감각의 사변적 수행〉: 리허설과 퍼포먼스 사이에서 결정되는 지각들REVIEW/Performance 2026. 6. 1. 18:51
장수미의 〈폐기호흡-감각의 사변적 수행〉(이하 〈폐기호흡〉)은 호흡을 일종의 순간의 질적, 인식론적 물질의 단위로 처리하며 이를 기입하여 ‘폐기’ 조처하고 다시 시작하는 연습~훈련(practice)의 기저를, 곧 리허설의 시간을 연장한 것과 같다. 공간 전체에 편재하는 문장의 조각들, 그리고 울퉁불퉁한 종이로 만들어진 반쪽의 구 형상으로, 속이 드러나도록 뒤집혀 있으며, 그 안에 호흡에 대한 연습 단위의 기술들이 빼곡하게 혹은 산재한 채 있는 흰색 오브제가 여기저기에 있으며, 입구에서 가장 먼 맞은편에는 음향 장비와 장수미의 〈폐기호흡-감각의 사변적 수행〉(이하 〈폐기호흡〉)은 호흡을 일종의 순간의 질적, 인식론적 물질의 단위로 처리하며 이를 기입하여 ‘폐기’ 조처하고 다시 시작하는 연습~훈련(pr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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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큐브 프로젝트, 〈얼키설키〉: 수직과 수평, 비일상과 일상의 대립 혹은 난립REVIEW/Performance 2026. 5. 22. 17:23
〈얼키설키〉의 제목인, ‘얼키설키’라는 어떤 모양 혹은 형태, 그것이 가리키는 관계와 상황을 내비치는 단어는 작업의 주요한 모티브가 된다. 돌출무대를 구성하는 패션쇼의 런웨이는 관객보다 높은 시점을 상정하고, 관객을 향한 끄트머리에는 차이니즈 폴이, 그 반대편에는 런웨이의 입구와 2층에서 음악 연주자가 자리한다.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패션쇼의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 〈얼키설키〉는 예기치 않은 실수, 곧 앞으로 고꾸라지며 튀어나가는 동작으로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중반 이후에 도입되는 차이니즈 폴은 〈얼키설키〉의 서사적 고점을 이룬다. 그 전을 채우는 건 대체적으로는 일종의 집단적 안무의 반복으로, 이 안무는 대단히 양식적인 몸짓 차원에 가까운데, 이는 현실 행위자의 틀 안에서 그것을 수행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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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당신이 날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 두 가지 시각 체제의 기원REVIEW/Performance 2026. 5. 18. 20:02
“당신이 날 볼 수 없다는 것만 빼면”에서 “당신”은 투명인간으로, 여기서 ‘나’의 자리는 관객에서 유령으로 옮겨진다. 또는 유령을 경유한 관객인 나로 옮겨진다. 따라서 등장인물은 투명인간과 유령인데, 투명인간은 보이지 않으므로, 그것의 움직임을 가시화해줄 장치로서 전동 침대가 대신 자리한다. 반면, 중반 이후부터 등장한 유령은 천으로 쌓여 있고, 스틸트로 불리는 작업용 사다리를 착용해 출입구의 높이를 훌쩍 상회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상단의 얼굴 쪽에 검은 두 눈의 형체가 드러난다. 투명인간이 전동 침대의 기계적 움직임 자체에 접면하며 그것과 경계를 이루는 것으로서 그것에 더해진 어떤 것, 그것으로 지지된 어떤 것으로서, 그것에서 감산된 어떤 것으로서 결정적으로 그것과 혼동되는 것으로서 드러난다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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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혁, 〈안티-샤먼 샤먼 클럽〉: 역사적 사건들의 기원의 장소로서 광주 또는 공통의 장소로서 광주가 망라하는 역사적 왜상들REVIEW/Performance 2026. 5. 18. 20:01
오세혁의 〈안티-샤먼 샤먼 클럽〉은 클럽을 전유해서 샤먼으로 분한 DJ와 진행자, 퍼포머 등의 인도 아래 춤추고 즐긴다는 개념 아래 진행되는데, 이는 후반 세월호, 이태원, 광주 5.18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들을 애도하는 시간으로 급격하게 변화한다. 그 중간에는 전 대통령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이라는 상황이 자리하는데, 곧 정치적 위기 상황은 5.18과 직접 연동되면서 그를 무릎 꿇려 비가시화된 또는 영원히 처벌받지 않을 폭군을 대리 처벌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애도의 문이 열린다고 볼 수 있다. 곧 윤석열로 체현된 샤먼이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채 우리 눈앞에서 모호한 희생물로 봉헌됨에 따라 5.18은 승리의 기억으로 현동화되면서 오히려 과거의 차원으로 봉쇄될 수 있게 되는데, 일종의 미묘한 기억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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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변방연극제] 프로젝트불똥 X 플랫폼C, 〈현지 가이드와 함께하는 동아시아 맞춤 투어〉: 타자성의 거리를 배가하여 다시 쓰기REVIEW/Performance 2026. 5. 18. 19:57
프로젝트불똥 X 플랫폼C의〈현지 가이드와 함께하는 동아시아 맞춤 투어〉(이하 〈동아시아 맞춤 투어〉)는 동시대의 동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하거나 부정적인 현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운동의 현장을 향한 연대적인 에너지로 전환하고자 한다. 여기서 “투어”는 프로젝션을 통한 영상과 그 앞의 두 MC의 소개 멘트로써 이뤄지며, 실질적인 관객의 이동은 대부분 프로젝션의 위치가 달라짐에 따른 방향과 거리, 간격을 재조정하는 정도에 그친다―이는 결말에는 세운홀 바깥으로 이동하며 앞선 운동 에너지로 변환된다. 정확히 현재 우리가 자리한 이 점유, 전유된 장소와 영상 재현의 근거가 시차와 거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차이의 지점에서 발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어는 장소의 체험이 아닌 장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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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정, 〈무허리〉: 모호하고 뚜렷한 것들REVIEW/Performance 2026. 5. 15. 13:36
조익정의 〈무허리〉는 도로를 경유한 도시의 지속적인 사운드 스케이프 아래, 일상에서 추출된, 다섯 명의 존재들이 파편적으로 이동하며 관계 맺는 양상을 하나의 서사적 단위의 소급으로 처리한다. 이는 도시 공간을 일종의 재즈의 은유에 빌려 처리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어떤 멋의 기호학적 발현이면서, 자의적인 코드를 간직한다. 곧 행위-조각들은 우연하고 즉흥적이며 정확히 포집되지 않는다. 무용은 그 ‘형식’적 차원의 지지체로서 표현의 연장을 봉쇄한다. 그리고 이는 장소-사건의 차원으로 형해화되며, 일종의 ‘기억 상실’의 서사적 실재로 치닫는다. 그러니까 〈무허리〉의 어렴풋한 서사적 조각은 그것이 기억의 차원에서 전개되었다는 환각 안에서 단지 추출되는 바다, 또는 어렴풋한 기억의 조각으로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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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ERFORMANCE # 21] 황혜란, 양종욱, 〈황혜란 × 양종욱 8〉: 단위적 차원에서 작동하는 연기 기술로부터...REVIEW/Performance 2026. 5. 15. 13:35
황혜란과 양종욱의 〈황혜란 × 양종욱 8〉은 그동안 두 배우가 함께 연습해 오며 한 자리에서 발표해 온 여덟 번째 자리로, 양종욱에서 황혜란의 독무대로 그리고 다시 양종욱이 그 위에 끼어들어 화음을 맞추는 것으로 이어졌다. “점-선-면”에 관심을 갖고, “선”에 초점을 두고 진행해보겠다는 양종욱의 소개는, 점과 점을 이어 어떤 여러 다른 선을 만드는 것으로, 점으로 분절되지만 점과 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위치한다는 수용성의 감각을 경유해 ‘소리 실험’을 펼쳐나갔는데, 이는 목과 입술을 푸는 훈련이나 스캣과 같이 즉흥적으로 음을 만드는 메소드 방식의 형상을 띠고 있다. 이 선은 점들의 물리적 궤적이다. 공간의 미시 분절적 횡단이다. 신체-소리의 차원은 공간-신체―그 사이에 소리가 있다.―의 차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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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람펜-피버〉: 불투명한/불안한 매체-막들REVIEW/Performance 2026. 5. 13. 20:08
이민재의 〈람펜-피버〉는 무대 공포증을 뜻하는 독일어 람펜피버(Lampenfieber)를 재분절해, 램프들(Lampen)과 열(병)(Fieber)의 합성으로, ‘무대공포증’을 재정의한다. 그러니까 밝은 조명 아래에 서는 배우의 두려움과 불안, 긴장 따위는 ‘공포’라는 의미로 증폭되고 확장되며 그 나머지의 정동들 역시 포함하는데―그러면서 환원하는데―, 이민재는 무대를 막의 공간으로 분절하고 신체와 등가시킴으로써 단어를 본래의 기원으로 되돌려 준다. 천장에서 내려와 몸을 마는, 감싸는, 투명 비닐 막의 좁은 공간, 전체적으로 원기둥 형상을 띤 이 공간은, 신체가 정박하는 유일한 장소가 된다. 두 개의 입구를 기준으로 그 앞에 각각 세로로 두 개씩 그 원기둥이 자리하고, 공간 중앙에 하나의 투명막이 공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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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하지민, 〈밤짐승 놀이패〉: 역사를 뒤집기 또는 존재를 입기로서 수행REVIEW/Performance 2026. 5. 11. 20:31
조현진, 하지민의 〈밤짐승 놀이패〉는 동일한 크기로 분할, 배열된 거대한 “이동식 배경막”을 뒤집고, 수거하고, 바꾸고, 바닥에 던지며,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한 집단이 여러 카드를 동시에 내보이거나 하는 일종의 “카드섹션”의 형식을 변주한다. 이때 적용되는 집체적인 움직임은 통일성을 지향하는 “매스게임”에 가까워지는데, 이는 의례의 비의성을 기계적 합리성으로 분산시킨다. 그것은 제식과 가까운데, 이때 제목이 가리키듯 “밤짐승”은 재현되지 않고 전문적으로 수행된다―“놀이패”―. 여기서 배경막은, 카드는 모두 존재를 초과하므로, 행위는 찰라적이기보다 지루한 수공업적 노동에 가까워지는데, 엄밀히 카드의 반 바퀴 회전, 곧 카드를 떼서 카드 중앙 상단의 홈을 다시 후크에 거는 이 행위는, 배경에 부착되는 형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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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페르튜토 스튜디오, 〈다페르튜토 서서울〉: 고래 뱃속이라는 상상적 공간REVIEW/Performance 2026. 5. 10. 21:43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다페르튜토 서서울〉(이하 〈서서울〉)은 서서울미술관의 일몰에서 일출까지의 시간 안에 세 개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일몰과 일출은 극장을 세계의 제의 공간으로 재처리함으로써 성립하며 이때 각각 서쪽과 동쪽은 높은 층고에 천장과 거의 맞물린 창문이 바투게 지상을 경유한 공간 내 그 창문 방향의 커다란 해의 전면 도상과 그 맞은편의 역시 블라인드를 열어 벽 내부에 숨겨져 있다 드러나면서 긴 벽면을 따라 사선 아래를 향해 투여되는 서치라이트로서 대별되며, 곧 스펙터클의 오브제-빛의 점멸로써 갈음된다. 일몰과 일출로 시간을 되돌리는 경로 안에는 세 개의 이야기 토막이 있는데, 이는 일종의 다페르튜토 스튜디오의 모듈형 창작 방식이 적용된 것으로, 그것은 오브제들의 측면에서는 일상 사물들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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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안전연극제 : 면역력] 송정현, 〈정현 씨는 문화예술도 모르면서 왜 ‘포항장애인문화예술활동센터’를 만들었는가?〉: 예술의 형식으로서 정치적 발화가 갖는 어떤 효과들REVIEW/Performance 2026. 5. 7. 16:43
송정현의 〈정현 씨는 문화예술도 모르면서 왜? ‘포항장애인문화예술활동센터’를 만들었는가?〉(이하 〈정현 씨는〉)는 그 제목 이후, 포항장애인문화예술활동센터를 그럼에도 왜 차렸냐라는 질문에 대해 그가 주는 답을 좇아가는 과정 자체다. 송정현은 센터의 설립 미션과 비전을 주창하는, 이른바 단상에 오른 연사인데, 이는 장애인보다는 시민의 자격으로서 그러하다. 사실상 그 말은 센터 자체의 구체적인 사실들, 곧 센터의 연혁, 프로그램, 규모, 활동 사항, 운영 원리 등 센터가 갖는 실질적 차원의 제반 요소들을 대체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그 센터가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주체를 향하는 이 질문은, 이러한 꿈의 추상적이고 거대한 윤곽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공허한지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예술과 어떻게 그의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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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노 세갈, 《티노 세갈》: 티노 세갈이라는 경계로서 장치(물)REVIEW/Performance 2026. 5. 7. 16:24
티노 세갈의 전시 《티노 세갈》은 간략하게 말하면 무언가 신체 움직임으로부터 ‘발생’하는 것들에 대한 것인데, 실제 전시명은 그의 이름으로 지어졌기보다 임시적으로 고착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소급적 차원에서 티노 세갈의 고유성을 준별하되 전시로써 발생하는 무언가의 ‘더’ 부가된 관념의 자리를 그의 이름으로 재처리하는, 메우는 구멍 마개의 차원에서 그를 전시로 부르‘게 된다’―기존의 전시를 그가 아닌 것으로 정의한다(그런데 개인전, 곧 그의 전시라고 하면 그것을 다시 보통의 관념으로 되돌린다). 그러니까 ‘티노 세갈’은 까다로운 대상인데, 그것은 전시명을 짓지 않음으로써 이것이 전시와 다른 무엇이며, 실은 전시가 아니지만 전시의 틀로서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모순을 일으킨다. 곧 이 전시가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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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텐 스팽베르크 Mårten Spångberg, 〈나튼 - 홀딩 어 캐슬 Natten – Holding a Castle〉: 밤을 통째로 붙잡는 법 혹은 통과하는 법REVIEW/Performance 2026. 5. 5. 21:16
마텐 스팽베르크의 〈나튼 - 홀딩 어 캐슬〉은 옵/신 페스티벌 2025의 주제어인 ‘환상’에 대한 집요하고 더딘 탐구로, 그 장광설 같은 1인칭 시점의 내러티브는 일종의 사변적 소설에 가깝다. 스팽베르크 자신이 옵/신의 예술감독으로서 이 작품이 축제에 대한 그의 이념을 자신의 작품으로 증명하는 셈이 되는 것인데, 그것은 문학이라는 매체의 토대를 확장된 형식으로 전파하고 있다―무대, 음악, 안무 모든 차원에서 〈훰닝엔〉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작업의 독특함 역시 이 부분이다. 곧 그가 쓴 것이 확실한 하나의 소설이 김신우의 내레이션에 입각한 주로 이민진, 박진영 둘의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225분이라는 사전 계획된 시간을 완성하게 된다. 여기서 화자인 ‘나’의 성별이 특정될 수 있는 건 번역에 따른 가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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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컨, 〈곡예사 훈련〉: 서커스라는 적자 혹은 고아로서 서사REVIEW/Performance 2026. 4. 10. 22:32
컨컨의 〈곡예사 훈련〉은 서커스를 보여준다기보다 들려주는데, 이를 통해 서커스라는 이상, 서커스에 대한 이상이 가진 간극을 드러낸다. 이는 서커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 정체성을 탐문하는 과정으로, 처음부터 세 명의 서커스 퍼포머와 대등하게 선 손옥주는 매개자의 위치를 자처함에 따라 그의 사회는 이들이 중계되고 있음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 전체는 방송과 같은 하나의 틀을 전유하게 되는데, 거기에 놓인 셋은 서커스와의 직접적이고 진실한 관계 맺음에 따른 재정체화가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신화를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서커스와 각 개인의 간극, 균열, 모순 등을 드러내는 데 가깝다. 〈곡예사 훈련〉은 방송이라는 포맷을 선택함으로써 수월하게 수용 가능한 방청객의 모드를 상상적 차원으로 가정하며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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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ERFORMANCE # 21] 천영돈, 〈굳어진 우리의 느슨한 몸들〉: 공동의, 개체의 몸들REVIEW/Performance 2026. 4. 10. 21:22
천영돈 안무가의 〈굳어진 우리의 느슨한 몸들〉은 안무가가 온라인에서 모집한 20명의 퍼포머가 출현하며, 이 ‘공동(체)’의 형식은 그들 내재적으로는 중심이 비어 있다는 점에서 공동(空洞)의 몸들이기도 하다. 이때 “우리”로 현상되는 공동의 몸들은 이전의 관념을 끌고 오면서 변용되는, 이중의 관념과 그 사이의 변용 절차―“굳어진”~“느슨한”―를 가정한다. 이 상반되는 관념의 대비는 흥미로운데, 그들은 등장부터 거의 얼굴을 드러내 보이지 않은 채 연결되어 있다.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공간 입구 맞은편에 있는 문을 열고 발코니에서 한 명씩 뒤돈 채 출현하는 이들은, 역광 아래 ‘새어 나오는’ 가운데 모두 손을 잡고 있고, 고개는 상대 쪽으로 은근하게 돌아가 있다. 그것은 무언가를 본다기보다 감지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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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진, 〈파라〉: 지상과 지하의 관계에 대한 불가능성의 염원REVIEW/Performance 2026. 4. 10. 20:51
곽소진 작가의 〈파라〉는 낙하부대(Paratrooper)의 존재들과 낙하산(Parachute)이라는 물질 사이에서 합성되는 여러 관계의 양상을 하나의 안무적인 이행의 과정으로 기입하는 퍼포먼스이다. 제목의 “Para”는 앞의 두 단어를 묶는 접두사로서, 하나의 단어로서 전용된 것이다. 낙하부대에는 일종의 낙하산 포장병(박태준)과 낙하병(김산), 통신병(조승호)이 있는데, 각각 낙하산을 포장하고, 낙하 모의 훈련을 실시하며, 무선 통신(의 잡음)을 송신한다. 이때 낙하산 포장병과 낙하병은 지하와 지상으로 나뉘어 배치되는데, 이를 교통할 수 있게 하는 계단에는 통신병이 자리하며, 그가 내는 소리가 지하와 지상의 스피커로 전파된다. 스피커는 지하의 기둥에 달려 처리된 네 개와 지상의 바닥에 놓인 두 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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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set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에 대한 메모: 우리는 세월호 이후로부터 무엇을 만나는가REVIEW/Performance 2026. 3. 10. 15:12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이라는 제목은 어떤 장소에 대한 절대적 가치를 부여한다. “우리”를 현상하는 장소인 “여기”, 곧 “우리”라는 공동체성이 매개되고 체현되는 장소로서 “여기”가 자리한다. 이는 극장이 우리의 앞에 펼쳐지는 표현을 담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 자체를 하나의 내용으로 인지하게 하는 곳임을 의미한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_안산〉은 세월호 집회와 시위가 펼쳐졌던 곳인 서울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기억과 결부된 안산화랑유원지를 거쳐 다시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이 놓인 서울시의회로 돌아온다. 안산에서는 올해 착공 예정인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4.16 생명안전공원’의 화랑유원지 부지, 4.16공장을 거친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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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Performance Test〉: 인간에의 테스트REVIEW/Performance 2026. 3. 7. 15:57
박수영의 〈Performance Test〉는 엑스봇(Xbot)을 소개하고 그것과 동반된 일련의 여정을 재현한다. 엑스봇은 디지털상에서 뼈대를 심는 리깅 과정을 경유하며 생성된 자신의 3D 캐릭터 모델로, 이를 다시 오프라인으로 가져옴으로써 생기는 물리적 차원의 ‘부하‘, 곤궁을 연출하는데, 이것들은 그야말로 실재로 그를 엄습하는 감각의 차원을 수여한다. 현실에서 그에 대응하는 물리적 신체는 유사한 형태를 일차적으로 조직하는 것에 그친다는 점에서 지극히 환원적인데, 그것은 살이 아니라 딱딱한 피부, 3D 프린터로 용출한 플라스틱 소재의 갑옷 같은 싸개 조각들을 쇠구슬로 이어붙인 조립된 일종의 박수영의 휴먼 스케일에 대응하는 프라모델 모델에 가깝다. 곧 그 안에서 어떤 소프트웨어의 구동 장치가 연장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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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용, 〈수의 감각〉: 돈에 대한 감정 그리고 (재)사고를 위한 의례 혹은 놀이REVIEW/Performance 2026. 3. 7. 15:09
김보용의 〈수의 감각〉 은 돈을 수로 치환하고, 그 순전함과 순수함을 증명, 체현해 보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돈 자체의 관점을 투사하기 위해, 그룹원들은 돈을 수로서 상기하고 치환해 낼 필요가 있는데, 이는 일종의 집단적 명상 치유의 시간이자 수행과 의례의 차원이 동반된 공통의 시간성 아래 진행된다. 돈에 대한 이전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매체로서 재정의하는 사전 의견 교환의 시간은, 〈수의 감각〉에 대한 이념을 즉자적으로 드러낸 부분으로, 곧 워크숍 자체의 의미를 경계 바깥으로 제시하고, 규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이 부분에서처럼, 〈수의 감각〉은 두 가지 단계, 시간성을 가져간다. 한편으로는 개체들의 고유한 돈에 대한 각각의 병리적 차원들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차원의 견지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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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예술과 연약함 Arts and Vulnerability〉에 대한 주석: 예술을 내파하는 연약함이라는 새 개념REVIEW/Performance 2026. 3. 2. 20:44
모두예술극장 열린, 국제협력 리서치 워크숍 〈예술과 연약함 Arts and Vulnerability〉은 이틀에 걸려 열린 이른바 스펙터클한 기획의 산물이다. 워크숍은 기본적으로 관망하고 지켜보는 것으로써 구현되는 건 아니다. 유령 주체가 무엇을 느끼는지 비평하는지는 알 수도 없고 알 이유도 없다. 단지, 경계 안의 참여의 감각만이 ‘나’의 신체를 지지할 뿐이다. 객관적 거리를 잃어버렸거나 나와 상대방의 거리를 재고 탐색하고 궁구하기 위한 거리의 시차와 간격 속에서 임시적으로만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객관적 거리는 주관적이며 유동적인 거리로 대체된다. 결과적으로, 이 워크숍은 공동을 구성한다는 의미의 “커머닝”이라는 이름 아래 이틀 동안 1, 2회차로 구성되었고, 첫째 날은 “40BPM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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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랙×남장신사〉(드랙바이남장신사): 수행성, 발화, 매개의 지층들REVIEW/Performance 2022. 6. 16. 20:24
〈드랙×남장신사〉는 실제 여성 퀴어의 발화와 무대를 고스란히 극장에 투여한다―무대 위의 수행성이 또 관객의 참여적 몫이 어떻게 효과를 가져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인상적인 예시를 제공한다. 처음 이십 년째 퀴어들을 대상으로 한 ‘레스보스’라는 바를 운영 중인 바지씨 윤김명우에 대한 생애사 재현에서 레스보스 시절 퀴어들의 만남으로 ‘바지씨’에 대한 정의를 탐구할 때까지 어느 정도 재현의 틀 안에서 극을 구성하려 했다면, 이후 〈드랙×남장신사〉는 윤김명우의 노래―〈세월이 가면〉―와 이하 독보적인 세 명의 출연으로 계속 판을 갈아엎고 쇄신하기에 이른다. 〈드랙×남장신사〉는 당사자의 장을 열어주는 것으로 “드랙”을 대신한다. 그건 법적 성별에 전략적으로 균열을 일으키는 의상과 분장을 바탕으로 한 노래와 춤/움직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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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화/정이지, 〈이곳에선 모든게 자연스럽지 않으면 이상하다〉, 이미지를 놓는 법.REVIEW/Performance 2022. 1. 20. 00:49
《이곳에선 모든게 자연스럽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양윤화 작가가 주로 두 개의 캠코더를 양손으로 들고 이동하며 벽면에 프로젝션하며 두 개의 영상 이미지를 교차하고 접합하는 과정의 변주로‘만’ 이뤄진 퍼포먼스이다. 여기에 내레이션과 배경음악이 라이브 스트리밍된다. 두 대의 캠코더에 들어 있는 이미지는 각각 정이지 작가의 드로잉과 회화로, 명확히 가늠할 수 없는 선분과 색채로 이뤄진 회화와 옆모습이 그려진 얼굴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영상은 자체적으로 이미지와의 거리를 조정하는 구성 외에도 개입을 선취하는데, 기본적으로 이미지를 찍는 아마도 동일한 기종의 캠코더로 추정되는 카메라의 조절이 의식적으로 이뤄지는 한편, 가령 여기에 그림 옆에 손이 드러나는 것이 더해지는 것이다. 곧 정이지의 이미지를 양윤화는 유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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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3circles〉, 이옥경×이윤정 〈즉흥/discrete circulation〉: 가상에서 장르 간의 탄성으로REVIEW/Performance 2022. 1. 6. 11:16
〈3circles〉은 흡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하는데, 현실을 가정한 움직임은 아래로의 중력과 위로 솟구치는 힘이 조율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써 두 가지 힘의 낙차를 표현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임의 그것과 유사한데, 점점 엘리베이터라는 네모난 큐브의 프레임은 우주와 같은 미지의 차원으로 연장되고 그 안에서 입의 각도를 틀어 벌린 채 고개를 숙여 침을 흘리며 탈진 상태에 가까워진다. 이러한 움직임과 일련의 서사적 흐름은 다분히 연극적인 것으로도 보인다. 처음 무언가를 벅벅 찢는 듯한 건물 바깥의 소음은 엘리베이터의 파열음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보이고, 한동안 지속되다 안쪽의 스피커의 앰비어트 사운드가 겹쳐지며 점점 줄어들다 이내 사라지는데, 후반의 사운드는 극적인 분위기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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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나예, 〈파편들의 ㅈㅣㅂ〉: 유희, 은신술, 그리고 기이한 ‘공’터REVIEW/Performance 2022. 1. 1. 20:31
0 〈파편들의 ㅈㅣㅂ〉은 차 스튜디오라는 1, 2층이 분절/절합된 공간의 특성을 1층의 움직임과 2층의 사운드와 발화의 동시적이고 시차적인 전개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운드가 파편적이라면, 움직임은 지속적이다. 차 스튜디오는 1층과 2층이 하나의 계단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문가 쪽 2층의 터진 공간으로 1층이 내려다보이는 특이한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온전한 ‘통합’을 이룰 수는 없어서 2층의 사운드의 근원을 따라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다시 1층의 움직임의 지속을 보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는 수행을 끊임없이 관객 스스로 지속하게 되는 풍경이 연출된다. 사실 이러한 교환이 일어나는 건 1층과 2층의 분절된 공간을 통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1층의 움직임이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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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준, 〈유령극단 “심각한 밤을 보내리”〉: 결집과 누락이 공진하는 밤REVIEW/Performance 2021. 12. 1. 00:59
유령극단의 〈심각한 밤을 보내리〉는 단순하게는 남산골한옥마을을 산책하며 헤드폰상의 목소리들과 로봇들의 움직임과 마주치는 공연이다. 한옥 다섯 채의 각 장소에 따라 사운드가 다르게 재생된다. 이 말들은 어떤 내용의 구체성을 가지며 서사의 형태를 갖추기보다 밤에 대한 어떤 정동의 제스처이며, 관계를 위한 구애이자 밤에 대한 감응, 영원에 시간의 동기화에 대한 주문이다. 밤이 이 공연을 평등하게 둘러싸고 있듯 헤드폰이 귀에 눌러앉고 목소리가 가리키는 시간과 화자와 최종적으로 수신자의 불분명성, 그리고 달의 메타포를 갖는 빛나는 구체를 손에 포개고 사람들과 비좁은 길목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압력은 비가시적 환경에의 매체의 협응이라는 제안이 전제된다. 공기처럼 귀를 감싸고 있는 건 사운드이다. 반면 이것이 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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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수, 〈코어〉: 전시를 분절하는 퍼포먼스의 언어, 퍼포먼스 바깥의 전시REVIEW/Performance 2021. 11. 15. 13:09
〈코어〉의 퍼포먼스는 기본적으로는 기존 전시에 세 몸이 얹히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몸은 순전히 전시를 강화하거나 연장하며 보족하는 매체인가.’, 아니면 ‘몸은 전시와 불화하면서 자신의 지위를 주장하는가.’ 이렇게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코어〉는 이 둘을 미묘하게 벗어난다. 이 글은 주로 전시와 별개로 퍼포먼스에서 몸이 어떻게 작동하며 전시를 재구성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전시와 퍼포먼스는 완전히 다르며, 그 전해지는 감각 역시 다르다. 그럼에도 몸은 전시와 다른 무엇을, 전시의 바깥을 보여준다기보다 전시로 수렴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반면 사운드가 주가 되는 전시에서의 청각적 감각을 강화하기보다는 시각적인 차원에서 이를 저어한다는 점은 불화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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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하, 〈Self-Salutation ver.3〉: 매(개)체로서 카메라의 도입이 갖는 효과REVIEW/Performance 2021. 11. 15. 13:05
고프로 카메라를 손에 든 두 퍼포머가 이를 자기 신체를 비추는 매체로 대부분 활용하고, 그러한 반영을 서로 간의 교환으로 확장하면서 진행되는 퍼포먼스 〈Self-Salutation ver.3〉는, 미디어아트와 퍼포먼스를 접목시키고, 몸의 미디어로의 동시간적 확장을 꾀한 작업으로, 비교적 단순한 매체 간 융합의 형태를 띠는 한편, 그 전제와 시작점을 몸에 두고 있다. 매체의 도입이 갖는 효과를 산출하는 것은 카메라가 자기를 찍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몸을 어떻게 바꾸는가 또는 구성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바라보는 것에서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퍼포머 간의 차이를 보는 것 도움이 될 것이다. 두 퍼포머의 양상은 사뭇 다른데, 김보민이 주로 카메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롭다고 볼 수 있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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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고은, 〈아키펠라고 맵: 세 개의 고래-인간 동그라미〉: 신화적 세계와 그 공백에 대한 이야기REVIEW/Performance 2021. 11. 7. 23:59
〈아키펠라고 맵: 세 개의 고래-인간 동그라미〉는 고래에 대한 이야기다. 더 정확히는 그 고래가 있던 시간을 떠나 보낸 현재의 시점에서 그 존재와 시간을 애도하고 오마주하는 상연이다. 이러한 상연은 두 명씩의 한정된 관람으로 조건 지어졌는데, 장소 이동에 따른 관람 방식과 매체 활용이 달라지며, 이를 퍼포머가 라이트를 통해 이동의 동선을 관람객에게 안내하며, 매체의 켜고 끔을 수행하고 때론 제시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나누어 준 쪽지에 담긴 허먼 멜빌의 고래가 없어진 것에 대한 은유적 나열은 이 상연이 지시하는 언어의 내용과 형식을 갈음한다. 고래는 우리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로서 감각의 저변을 확장하고 새로운 감각을 수여하는 낭만적 존재라면, 휘발유가 고래를 구원했다는 대사처럼 고래기름을 사용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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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판지》, 극장의 경계를 시험하는 퍼포먼스REVIEW/Performance 2021. 10. 19. 17:29
한국-스위스 공동창작 프로젝트: 돌과 판지, 6편의 솔로 작업 리뷰 극장은 판지의 무게로, 판지의 차갑고 푹신푹신한 재질로, 공간을 메우는 빈 부피로 현상된다. ‘돌과 판지’라는 제목에서처럼 판지가 공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지 그 양적 차원이 아니라, 몇 가지 판지의 특질을 곳곳에서 체현한다. 반면 돌은 정지혜의 무대에서 한 번 등장하는데, 브로슈어에서 판지와 대조적인 재질로서 지시되는 돌이 무대에서 거의 부재한 것은 인공의 특질과 관련을 맺는 공연의 직접적 성격으로 수렴한다. 곧 이 공연은 현재 각종 박스가 뒤덮고 있는 우리의 삶, 그러한 재현 가능한 어떤 삶의 양태를 고스란히 추출하고 있다. 그리고 세 퍼포머의 불연속적이고 단속적인 무대는 어떤 관련을 지시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행위에 대한 질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