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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월, 《허공에 뜬 그림자》: 허공을 산출하는 그림자 혹은 그림자를 기워 내는 허공REVIEW/Visual arts 2026. 5. 28. 13:33
박시월 작가의 개인전 《허공에 뜬 그림자》에서 유리 프레임이라는 지지체는 형상이 기입되는 장소이자 형상을 가두며 흐릿하게 배어 나오게 하는 이미지를 구성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매체와 서사 혹은 알레고리, 곧 프레임이면서 이미지인, 프레임이거나 이미지인 작업의 양상은 접합의 양식으로부터, 이 프레임‘들’의 겹침으로부터 생산된다. 이로부터 “허공”과 “그림자”는 그 매체적 표출이거나 그 매체가 담고 있는 서사적 산출이 된다. 이 유리라는 성질로 인해 작품들은 일종의 조각이나 설치 작업의 일환으로 드러나는데, 그것은 캔버스와 물감은 하나의 평면이 아닌, 접합되는 개별 매체로 분기되는 가운데 성립하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전시명과 같은 세 작품에서, 즉물적으로 ‘그림자’는 작품에 비친 조명으로 인해 맺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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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진 작, 김 정 연출, 〈모든〉: 동시대의 생태적 동경에 대하여REVIEW/Theater 2026. 5. 28. 13:26
“모든”이란 수식어는 후반 말미를 여러 번 장식하며 다소 과잉된 것으로 느껴진다. 나와 모든 것과의 연관성이 돔 바깥의 현실, 밀폐되고 균일한 양식의 세계를 벗어났을 때 확인된다는 것, 비로소 일부의 분리된 것과의 분리적 접촉이 아닌, 모든 것의 일부로 내 자신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뚜렷한 메시지이면서 단순하고도 낭만적이며 결과적으로 환원적이다. 주인공 랑의 해방과 자유로의 이 환원은 곧 〈모든〉의 이념이 모든 것으로 손쉽게 적용될 수 있음을, 문명의 질서를 허물어뜨리면서 무한한 세계의 잠재성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과도 같다는 점에서,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단위의 이 ‘모든’은 여러 차원에서 과잉으로 다가온다. 사실상 랑이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그가 인류의 새로운 문을 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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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네이스 작, 민새롬 연출, 〈크리스천스〉: 종교적 믿음에 관한 근거를 다시 쓰기REVIEW/Theater 2026. 5. 28. 13:25
〈크리스천스〉(작: 루카스 네이스 Lucas Hnath, 번역·드라마투르그: 정지수, 연출 민새롬)는 대형 교회라는 배경 아래 목사를 비롯한 종사자, 신도 등 여러 크리스천 사이에서 종교적 윤리를 다룬다. 성서의 원전에 대한 문헌학적 해석에 전제를 둔다는 점에서 특정 종교의 한 형식이 되는 작품 속 명제는, 신앙을 지속시키는 가상의 이미지, 끊임없이 회의하는 인간의 실존적 내면의 추이와 결부된다는 점에서, 종교의 특정성을 벗어나게 된다. 꽤 치열하고도 열정적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는 극은 웅변술과 설득의 기술이 동원되는 거대한 법정극으로서 연극의 한 근원을 상기시키는 데 충분하다. 물론 이에 대한 동시대성의 진단, 한국의 문화사회적 맥락과 어떻게 결부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건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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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24] 부르키콤(Burkicom), 〈The Island!(섬!)〉: 분기되는 관객에게 투과되는 세계의 실재REVIEW/Dance 2026. 5. 28. 13:23
부르키콤(Burkicom)의 〈The Island!(섬!)〉은 검은 화면의 자막과 내레이션을 통해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꾀하는 이완으로써 수행사로서 명상의 흐름을 처음과 끝에 만든다. 그 사이에는 밀림―명상의 끝 이후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이미지―의 풍경 아래 살아가는 동물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The Island!〉는 우리의 현재적 시간을 내재적 깊이로 전환하고, 실재의 자연에 대한 몰입을 유도한 후에, 다시 각성의 순간을 맞은 후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선회하는데, 이 과정에서 내면의 평안은 자연 속 동물들의 절절한 고통을 마주하며 깨어지며,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현실을 구성하는 광고가 지닌 언어의 한 범주로 기입된다. 〈The Island!〉는 우리의 평안한 내면을 설정하고 다시 깨뜨리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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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타이헨, 〈브레인〉: 생명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우연적 존재들의 분투를 기입하기REVIEW/Theater 2026. 5. 27. 13:38
막으로서 신체〈브레인〉은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어류, 포유류, 직립하는 인간에 이르는 생명의 일대기를 수십 개의 막을 열고 닫는 것으로써 편집해 보여주는데, 이때 원형으로 둘러쳐진 막은 자동 제어에 의해 매끄럽고 일정하게 열리고 닫히는 대신, 다만 그 경계를 오고가는, 더 정확히는 구르는 하나의 신체 양식을 따르는 신체들에 의해 달싹거리며 하나의 틈으로만 드러날 뿐 기본적으로 닫혀 있다. 곧 신체는 막의 연장이면서 막 너머의 세계로 ‘퇴장’하는 대신 그 막 자체가 된다. 신체는 막을 초과하지 못하며 그것을 침투할 뿐으로, 동시에 막은 무대와 무대 바깥의 경계를 가르는 기준이 아니라 신체로써만 표지되는 영원한, 어둡기보다 (불)투명한 사물이 된다. 이때 신체와 막은 교환되고, 신체 자체가 막이 된다. 〈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