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성, 〈강; the river〉: 춤은 무대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REVIEW/Dance 2023. 11. 7. 03:27
전환성의 〈강; the river〉은 무대와 몸, 사운드, 그리고 보는 이의 관계 양상에서 진행된다. 여섯 시간 남짓의 시간에서 점차 어두워짐을 받아들이고, 퍼포머 둘의 소진됨을 겪고, 사운드는 각각의 단위를 완료하고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관객의 등장과 퇴장이 일어난다. 이런 단순하고 명확한 개념으로서 안무가 성립한다. 다시 말해, 중간에 깔린 하얀색 무대와 이를 원형으로 둘러싼 가의 관객석 확보, 자연 채광, 음악의 중단과 시작의 중첩된 단계, 퍼포머까지 포함한 자연스러운 등장과 퇴장의 규칙은, 춤이 벌어지고 있음의 현장을 인식하게 한다. 곧 〈강; the river〉은 문화비축기지 TANK1을 장소 특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한다. 결국 퍼포머는 이 아득하고 투박한 구조 속에서 쉼을 선택한다. 무대를 벗..
-
임성현 작·연출, 〈스고파라갈〉: 동시대인의 공백을 노래하기REVIEW/Theater 2023. 11. 7. 02:50
〈스고파라갈〉은 창작을 한다는 것, 창작자로서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문한다. 하나의 사회 구조 아래 한 몸으로 묶인 듯한 배우들은 경쟁의 일선에 서는데, 이는 진화론을 즉물적으로 대입한 결과이다. “스고파라갈”이라는 제목은 과학자 다윈이 진화에 관한 힌트를 얻은, 에콰도르의 제도 ‘갈라파고스’를 뒤집은 이름으로, 이는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가져온 거북이의 신체가 뒤집히는 이미지를 상기시키면서도 현재를 역사로 객관화할 수 없는, 또는 그러한 현재‘들’의 하나를 선택하는 데 실패한 또는 포기한 동시대 창작자의 현기증 또는 무력감을 자조적으로 드러내는 듯 보인다. 거기에는 역사는 참조점이 되지 못하고, 새로운 시대는 이미 도래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관해 연극으로써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
극단 신세계,〈부동산 오브 슈퍼맨〉: 슈퍼맨이라는 맥거핀REVIEW/Theater 2023. 11. 7. 02:12
극단 신세계의 〈부동산 오브 슈퍼맨〉(이하 〈부동산〉)은 부동산 전세 사기라는 현실을 극에 외삽한다. 〈부동산〉은 일상으로 돌아간 슈퍼맨(이강호 배우)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하고, 부동산 전세 사기의 피해자 중 한 명이 되는 슈퍼맨의 모습과 이에 절망하고 또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제 관련 사설 교육을 받는 모습 등을 보여줌에도, 이는 슈퍼맨조차도 당할 수밖에 없는 실재로서의 현실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방점은 슈퍼맨이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일반인이다. 곧 슈퍼맨의 함의는 특별한 이의 지위를 일반인의 신분으로 격하해야만 가시적인 대상으로 그나마 될 수 있다는 것. 실제 〈부동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발화함을 무대 전면에 배치한다. 프로시니엄 아치가 아닌 무대..
-
연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 공간에의 서사를 세공하기 또는 넘어서기REVIEW/Theater 2023. 11. 7. 01:33
연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이하 〈잘못된 성장〉)는 “지방 소도시 국립대학 식물분자생물학 연구실”에 있는 관련 종사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연극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극사실주의의 외피를 입은 공과 사가 혼합된 제3의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자연스레 뒤섞이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인간에 대한 성찰과 질문을 향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잡초인 애기장대의 저항성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며 박사 과정을 밟는 주인공 혜경(류혜린 배우)을 통해 〈잘못된 성장〉 역시 비인간 자체에 대한 연구, 곧 식물 주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전문 직종을 가진 존재들의 언어,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 정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전자와 후자는 구체성과 보편성의 차원으로 ..
-
[MODAFE 2023] 호페쉬 쉑터 컴퍼니, 《Double Murder》: 움직임을 조직하는 메커니즘이란REVIEW/Dance 2023. 11. 6. 23:46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Double Murder - Clowns〉(이하 〈Clowns〉)에는 굼뜨고 굽신거리는 몸과 어기적거리는 스텝이 전면에 자리하며, 단속적이고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살해 장면을 끊임없이 중화시키며 나아간다. 이 스텝은 움직임의 원천으로서 현실의 재현적 이미지에 달라붙고 움직임 자체로 귀환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시작점을 가능하게 한다―뒤이어 상연된 〈Double Murder - The Fix〉)에서도 이 스텝은 반복된다. 따라서 그것은 또 다른 예기치 않은 폭력 역시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살해는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일종의 놀이이며, 또 갱생하고 한 번 더 이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원형적 모티브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이는 살해에서의 관계 양상이나 전후의 맥락을 거세시킨다는 점에서, 원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