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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변방연극제: 연극을 파훼하기REVIEW/Theater 2023. 8. 18. 11:37
변방연극제는 “취약하고 오염되고 더러운 것들의 축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이는 “변방”에 대한 새로운 정의이면서 연극제 안의 작품들의 다양한 코드로 분화하게 된다. 오염과 더러움이 같은 의미라면, 취약함은 조금 다른 양태의 단어라 하겠다. 전자가 세상의 시선으로부터의 부정적 규정을 뜻한다면, 후자는 어떤 부분의 구조적인 결여나 미비함 따위를 지시하지만 전자에 비해 그 자체가 절대적인 부정이 되지는 않는다. 이는 말 그대로 하나의 유기체적인 전체의 구조가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일컫기 때문이다. 내적인 차원에서는 후자가 연약함과 맞닿는다면, 전자는 그런 부정적인 규정에 대한 저항으로 전복될 수 있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이번의 변방연극제는 세상의 원칙을 파훼하는 형식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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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슬픈 나의 젊은 날》: 세계와 접면하는 현존재들REVIEW/Visual arts 2023. 8. 13. 15:13
《슬픈 나의 젊은 날》은 부산 지역 출신의 작가 세 명이 참여한 전시로, 물론 부산이라는 지역의 언어와 직결되지는 않는다. 곧 다른 범주가 요청된다. 이를 묶는 건 큐레이팅의 언어(안대웅 학예연구사)이자 그것의 감각적이고 물리적인 설치로의 구현이다. 세 명의 작가에 맞춘 전시장은 “가속”, “에너지 흐름”, “인상”의 키워드와 함께 세 공간으로 구획되었고, 작가의 작업은 어느 정도 섞이며 조정환, 김덕희, 오민욱의 순으로 이어진다. 인상적인 건 핸드아웃을 대신하는 서문과 모든 개별 작품의 캡션과 설명을 담은 팸플릿이다. 그런 차원에서 어쩌면 《슬픈 나의 젊은 날》은 큐레이팅의 이념을 분명하게 언어화하고 그 주체를 투명하게 만들며 매개의 몫을 이전하지 않으려는 독특한 전시일 수 있다, 그것이 드물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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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광주비엔날레: 명확한 전형의 미래를 향해 투사된 전통과 차이의 존재들REVIEW/Visual arts 2023. 8. 13. 15:05
2022 부산비엔날레가 비좁고 결과적으로 불편한 환경 제공했다면, 2023 광주비엔날레는 어찌 됐건 공간이 작품과의 유격을 적절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 확보한다―둘은 일 년의 간격을 두고 서로를 마주한다. 이는 큐레이팅의 차원보다는 어느 정도 아웃소싱된 설치의 영역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흥미로운 건 그러한 전시 환경이 발전된 도시와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시 환경을 체현한다는 것이다. 부산비엔날레가 도시에 대한 은유, 그것도 무의식적인 차원이 응결된 것이라면, 광주비엔날레는 기조성된 광주비엔날레관 전시관이든 무각사와 같은 문화유산이든 갖춰진 하드웨어에 적절한 관람 환경의 동선을 확보했다. 반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관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 비해 부산비엔날레의 주제관인 부산현대미술관은 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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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가 쏘아올린 연극에 관한 작은 명제: 극장이라는 매체Column 2023. 8. 7. 02:23
얼마 전 손석구 배우의 발언과 함께 일어난 사태는 이 두 문장에서 출발하면 간단한 문제로 보인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와 “(어떤) 연극은 마이크를 사용한다.” 두 문장이 양립한다는 것만 인정한다면. 그에 따르면, 남명렬 배우는 연극의 전제를 기본적으로 전자로 축소한다. 조금 더 미묘한 문제는 이것이다. 전자를 연극의 기본적인 소양이자 절대값으로 둔다는 것. 그 두 개의 문장은 사실 모두 통용되는 부분이다. 실은 기본값이 연극에서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렇게 할 수 있는 발성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 배우의 기본 자질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배우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반면, 어떤 연극은 마이크를 사용한다. 사실 낭독극 역시 마이크를 대부분 사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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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호 안무, 〈갈라〉: 밀도를 구성하는 방법REVIEW/Dance 2023. 8. 7. 02:16
〈갈라〉는 대상에 대한 강렬한 사로잡힘을 의도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매우 과격하며, 급속하게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갈라 공연에 관한 어떤 환영이다. 〈갈라〉는 백스테이지의 광경을 소환하며 무대의 시간과 그 바깥의 시간을 혼합하며 ‘갈라’로서의 실재를 이미지로 연장한다. 막이 걷히기 전 정면을 향한 두 남녀 무용수의 모습은 막이 올라가며 본격적인 무대가 펼쳐지는 가운데, 흩어진다. 그 둘은 하나의 무리에 속하며, 그 둘의 이전의 모습은, 그리고 행위에서 움직임으로 변화하는 순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사실상 가장 전면의 무대가 백스테이지였다는 점에서 관객의 시선은 전도된다. 관객은 그 둘의 뒷모습에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며, 순간적으로 관객의 신체는 무대 바깥의 장소를 체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