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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욱, 《하이퍼 옐로우》: 관점으로서 역사 혹은 관점을 향한 역사의 간격들REVIEW/Visual arts 2026. 2. 24. 19:36
스타니스와프 렘의 소설 『솔라리스』에 등장하는 솔라리스 행성의 바다는 인간의 사고로는 이해 불가능한 의식의 세계를 갖고 있고,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 심연의 중핵을 차지하는 실재라 할 수 있다. 《하이퍼 옐로우》의 입구에 있는 임민욱의 〈솔라리스〉(2025. 코르크, LED 조명, 혼합 재료, 가변 크기.)는 이 행성의 지표면을 재현하는데, 그것은 주로 코르크라는 재료로 만든 황톳빛 봉분들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공포 대신에 미지의 영역으로서 여러 자국, 문양, 사물 들을 관찰하고 탐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신발을 벗거나 덧신을 신고 들어간 관객이 맞는 건, 신체 전체를 감싸는 건 하나의 조망할 수 없는 공간이며, 이 전체는 하나의 장소이다. 이 총체의 세계는 분리된 오브제의 형식적 진단의 경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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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민, 《폭포와 희열》: 일상의 기호학적 검출로서 사유 혹은 리서치REVIEW/Visual arts 2026. 2. 20. 20:30
《폭포와 희열》은 하나의 동명의 영상과 그것의 단초가 될 법한 여타 드로잉들로 구성된 전시로, 그 둘의 상호 연관성은 하나의 닫힌 루프를 그리는 가운데, 무언가에 도달하기 직전의 잠재태로서 가시화된다. 실제 드로잉이 영상에 이르기 전의 어떤 사고, 언어, 관념의 또 다른 표현으로서 영상을 예비하고 선취한다면, 영상은 어떤 무한히 반복되는 순환성의 시간 체제를 그리며 특정 장소들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주는데, 이러한 결말의 서사가 없는, 과정의 연속된 경계만을 그리는 건 잠재태로서 내용인 것이다. 그리고 드로잉은 그것을 형식적으로 인계하는 어떤 과정 차원의 잠재적인 것이 된다. 이 전시의 주요한 지점을 차지‘할’ 것인, 일상의 평범함을 조금 특이한 것으로 비범한 것으로 포착해 낸 이 밋밋한 영상보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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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연출 김예은, 〈이 세상 너머〉: ‘너머’, 두 개의 세계로부터 분열되지 않고서REVIEW/Theater 2026. 2. 20. 20:16
1〈이 세상 너머〉는 주인공, 늑대족 소녀 모울을 경유해 주요한 두 축의 서사에 진입하는데, 이는 늑대족과 바깥 세계를 투과하는 예외적 존재로서 모울의 서사가 어디에서 출발하느냐에 따른 차이로, 늑대족 안에서의 내재적인 분기, 그리고 이후 바깥 세계를 경유하여 성찰되는 변증법적인 분기가 교차된다. 이 둘은 모두 모울을 향해 있고, 모울의 성장 서사의 외양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서로를 마주하는데, 문제는 또는 본질은 그 두 방향성 모두가 모울이 감당하기 어려운 차원에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지점에서 성장은 유예되며, 또한 그 충격의 간격을 봉합하기 위해 ‘성장’이라는 관념이 역설적으로 필요해지는데, 〈이 세상 너머〉는 따라서 문제의 중핵을 바라보고 성찰하기보다 그것에 절대적으로 휘말리는 주체의 불안정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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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중 안무, 〈미들 워킹 미들(middle walking middle)〉: 경보를 경유한 춤의 재정초성REVIEW/Dance 2026. 2. 20. 19:53
김건중의 〈미들 워킹 미들(middle walking middle)〉은 스포츠의 일종인 경보를 분절하고 파편으로 추출, 미세한 신체 단위로 변주한다. 대체적인 흐름은 경보를 느린 동작으로 분쇄하다가 이내 경보를 재현하며, 들숨과 날숨의 단위로 구분 지어 어느 하나를 선택해 연결함으로써 부각시키며 몸 전체로 확장시킨다. 여기서 드러나는 건 경보를 표상하되 그것의 변형, 감축, 확대를 통한 파편적 조합을 통해 환유한다는 것이다. 이는 경보를 하는 몸의 탐구일 수도 있으며, 그보다는 그로써 얻어진 결과, 경보에서 움직임의 작동 원리가 무용의 그것에 상응하는 경계를 발견하는 것 혹은 역으로, 그 전이 지대를 찾아내기 위한 경보의 탈경보화를 감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또한 절대적으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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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댄스컴퍼니, 〈모빌리티 : 테스트드라이브〉: 이동에 대한 열망 혹은 제약과 변용, 축적에 대한 욕망REVIEW/Dance 2026. 2. 20. 14:11
〈모빌리티 : 테스트드라이브〉는 전적으로 이동성을 지닌 도구로서 몸을 재편한다. 이는 일종의 두 개의 런웨이, 두 개의 직사각형이 X자로 교차하는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두 개의 경로를 이동하는 흐름으로만 구성되는데, 다시 말해, 모든 움직임은 이동성에 기초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몸에 특정한 제약을 거는 걸 의미한다. 곧 전진의 한 방향성을 지속하기 위한 혹은 힘을 가하기 위한 하반신에 초점을 맞춘 신체 전반의 운용은, 좌우축의 움직임과 수직축의 움직임을, 나아가 그에 수반되는 유연성의 움직임을 모두 제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의 배제, 비자율적인 기계 장치로의 단순화는 다양한 형상이라는 대치, 이행, 변주의 차원에서 상쇄되는데, 그것은 질적, 내재적 차원의 전개가 아닌,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