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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안무, 〈구조의 구조〉: 분절된 움직임에 관한 탐구REVIEW/Dance 2022. 11. 10. 12:13
시나브로가슴에의 〈구조의 구조〉에서 ‘구조’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구조의 구조〉는 최소 단위의 움직임으로 분류될 만한 형태들을 쌓아 올리면서 시간을 ‘축적’한다. 이는 정지된 조각 형태로의 해체와 기본적인 선분에서 파생되는 ‘차이의 변주’와 같은 연장의 기술 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쉽게 위치하지 않는데, 그것은 완전한 정지‘들’에도 어떤 일정한 반복에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구조의 구조’는 어떤 하나의 단위를 지정하고 거기에 또 다른 것이 더해지는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몸을 하나의 단계적 차원으로 기입하는 것―로봇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는 장면―이나 어떤 움직임으로 연장되는 대신 작은 신체의 분절을 통해 고정된 형체를 만드는 것―인어공주의 다리처럼 두 발을 비틀어 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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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새 작·연출,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 미래 앞에서 우리는…REVIEW/Theater 2022. 11. 8. 14:14
끊임없이 지구의 끝을 향해 걷는 ‘여행자’, 산티아고 순례길 반대편으로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시베리아 길을 향한 그의 여정은,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화제를 모은다. 동시에 기상청 소속의 기상탐지 시스템 연구원들의 관찰 대상이 된다.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이하 〈순례길〉)에는 알 수 없는 자의 미지의 좌표가 전제되고, 이는 그 바깥에서 사유되고 추적되어 현재의 삶에 들어온다. 그의 좌표는 일반적인 인간 사회의 바깥에 있지만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한 VR 체험 방식의 가상 세계에서는 새로운 이정표가 된다는 점에서, 기술은 일견 현실을 더 잘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그 기술이 재현할 수 있는 사전 데이터 확보 차원에서 오히려 ‘그’의 존재는 특별하다. 비가시화된 장소의 영역을 볼 수 있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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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재, 박유라, 〈장면싸움; 커튼문계단벽〉: 북극 배우에게 주어진 시각장REVIEW/Theater 2022. 11. 8. 12:34
무대는 탐험적 지대로 놓인다. 무대는 의도와 시도를 위한 긴장으로 남는다. 미술 작가 조경재는 빈 공간으로서 극장을 운동과 적용의 산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박유라 안무가는 안과 밖, 경계와 지대들로 나뉜 곧 비가시적 영역과 가시적 영역, 그리고 영역들 자체의 구분을 가시화한 검은 공간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본질과 적용 사이에서, 현존과 허구 사이에서, 이미 있는 몸과 표면의 몸 사이에서 그는 적응하기를 선택한다. 적어도 적응 이후에 전개를 생각한다. 가령 경계 안, 비가시적 공간 안에서 그는 일정 부분의 신체만을 드러낸 채 머문다. 어떤 에너지를 모으는 데 시간을 들인다. 이러한 공간은 비의적인 것으로 신비화되거나 알 수 없는 시간을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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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니 프로토콜, 〈부재자들의 회의〉: 배우에 관한 존재론REVIEW/Theater 2022. 11. 7. 14:12
리미니 프로토콜의 〈부재자들의 회의〉(이하 〈부재자들〉)를 채우는 건 관객들이다, 회의의 대리자를 자처함으로써 또는 대리자의 가능성을 전제함으로써. 부재를 상기시키는 각기 다른 10개의 스크립트가 있고, 이는 미리 녹음된 내레이션이 현재에 놓인다. 이들은 헤드폰을 끼고 소리를 하달받는데, 서류 봉투에 든 지시문 따라 읽기에서 시작해 인 이어 모니터로 매개하는 프롬프터 방식, 종이에 새겨진 글자를 보여주는 일종의 수동 자막 입히기, 움직임 스코어 수행 등으로 스크립트를 구현한다. 스크립트는 물론 스크립트 ‘사이’까지 모든 과정이 예측된 절차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작품은 이미 구성된 바를 단지 구현하는 것이지만, 현장에서 누가 나올지―그것 자체가 의문시된다.―어떤 변수가 작동할지 약속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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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22 HOTPOT: 후즈넥스트, ‘가깝고도 가까운’REVIEW/Dance 2022. 10. 26. 18:09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 〈Try Again, Fail Again〉 정한별 〈일일운동〉 Dantraaa 〈춤추는 여행가〉 네이키드 프로젝트 〈생산적 활동〉 양승관 댄스 프로젝트의 〈Try Again, Fail Again〉, 정한별의 〈일일운동〉, 춤추는 여행가 Dantraaa의 〈바르게 서기까지〉, 네이키드 프로젝트의 〈생산적 활동〉 순으로 열린 ‘후즈넥스트’는, 포스트극장의 가깝게 열린 공간의 내밀하고 직접적인 특징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주로 일상적인 몸짓을 연장하거나 상징계적 자리를 유추할 수 있는 작업으로, 추상성과 모호함의 요소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현실의 양태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거나 그 자체로 인지 가능한 표면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어떻게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