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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샛별, 〈휴먼볼트〉: 미래 시점으로부터 출현하는 특이성의 경로REVIEW/Dance 2026. 5. 31. 13:30
〈휴먼볼트〉는 가상의 미래 환경을 상정하는데, 이는 다분히 SF적 상상력과 실재하지 않는 현재의 지반에 기초한다. 종자은행을 가리키는 시드볼트의 씨앗/종자를 인간에 대입/전유하며 그 미래가 현재화된다. 이는 인류의 절멸이라는 디스토피아적 공상이며 인간에 대한 보존과 배제의 과정에서 기능적 타진과 판단, 나아가 우월함과 열등함의 기준에 따른 차별적 사상까지 가늠하게 하는 비판적 서사의 수용이라 할 수 있다. 〈휴먼볼트〉를 관통하는 중심적 몸짓 기호는 머리에 올린 두 손의 반짝거림이다. 전류, 또는 기계의 단자와 연결된 포스트휴먼적 신체를 상징하는 기호이든 인간의 지혜를 상징하는 상상 차원의 휴머니즘적 기호이든 간에(전자라면 움직임 기호는 재현적이고, 후자라면 자의적이라 하겠다.) 이는 시드볼트가 된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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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윤 원작, 김윤식 각색, 신진호 연출, 〈애도의 방식〉 : 서사의 틈을 메우다REVIEW/Theater 2026. 5. 31. 13:29
〈애도의 방식〉은 다른 두 개의 사건을 기점으로 살아남은 자, 소윤과 동주, 미정을 중심으로 하며, 이들을 비롯해 사건을 둘러싼 여러 당사자 간의 트라우마로 확장되는 세계를 보여준다. 분리된 세 장에서 떨어진 시간들의 독자적인 진행과 중심인물의 시점 변경으로 인해 옴니버스식 구성처럼 보이는 〈애도의 방식〉은, 각각 작가 안보윤의 「완전한 사과」, 동명의 「애도의 방식」, 미출간작 「딱 한 번」을 추출, 각색, 연결해 만든 것이고, 극의 독립된 장의 순서 역시 위와 같다. 소윤의 사건이 수면으로 가라앉는 데 반해, 동주의 사건은 수면으로 부상한다. 폭력적인 오빠가 일으킨 사건으로 인한 멍에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 소윤이 친구 승규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력을 당하는 동주의 하교 도우미 일을 하게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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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판 마넨 안무, 〈캄머발레〉: 모더니즘의 어떤 완성…REVIEW/Dance 2026. 5. 31. 13:29
‘캄머(kammer; chamber, 작은 방)’는 현실적인 배경의 이미지를 끌어온다. 여기에 중심적인 오브제이자 구조물로서, 나무로 만든 여덟 개의 스툴은 네 개의 색으로 분화된 여성과 남성의 여덟 무용수의 등장과 함께 무대에 놓이며, 이를 실현한다. 스툴의 배치는 움직임의 도구적 기능을 넘어, 각 인물의 동등한 영역을 전제한다. 등장과 함께 스툴을 제각각의 장소로, 비정형적으로 놓고 그 위에 앉을 때까지의 긴장감은 이후, 서로를 견주며 계급적 차이의 일별이라는 과시로서 움직임으로 연장되며, 선제 타격과 물러섬의 역학을 구성하게 된다. 텅 빈 공간을 하나의 지형학적 무대로, 또 현실의 영토로 바꾸는 기호학적 오브제로서 스툴은 자리하며, 모두 다른 단색 계열의 의상들이 갖는 시각적 차이는 신분과 계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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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엽 안무, 〈백조의 잠수 Ritardscendo〉: 발레를 전복하기 또는 흐트러뜨리기REVIEW/Dance 2026. 5. 31. 13:28
우리가 익히 아는 음악이자 발레 작품, ‘백조의 호수’가 호수 곁의 백조라는 존재를 의미한다면, 그 유사한 명명, 실제 그 음악을 후반에 차용하는 이 작품의 제목, ‘백조의 잠수’는 깊은 물 혹은 바다 안의 백조의 행위를 가시화한다. 다른 매질 안의 움직임은 애초에 굳건한 지층 위의 움직임이 전제되는 발레의 고유한 속성과의 차이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견고한 신체 정렬과 스텝과 점프는 부력 안에서 본질적으로 전복되어야 한다. 차진엽은 여기에 Ritardscendo라는 의문의 단어로써 그 내용이 아닌 형식적 특질을 작품으로 명명한다. 곧, ritardando(점점 느리게)와 decrescendo(점점 작게)에서 각각 접두사, ritard-(느리게)와 접미사 -scendo(점점)을 추출해 하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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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지 이케다/앙상블 모데른, 〈현악기를 위한 음악〉: 시각으로 쓰인 연주REVIEW/Music 2026. 5. 28. 13:34
료지 이케다/앙상블 모던, 〈현악기를 위한 음악〉은 연주자의 배치를 통한 음악적 연장을 시도한다. 기다란 악보 양 끝에서 읽어 들어가며 서로를 교차되는 지점을 만드는 ‘독립된’ 세 곡을 엮은 〈거울, 둘을 위한 하나〉(2020~2023)와 횡 축으로 일렬 배치하는, 중앙의 컨트라베이스를 기준으로 좌우로 가면서 작아지는 찰현악기들의 조합, 〈프리즘, 현악 9중주를 위한〉(2023)과 〈반사, 현악 9중주를 위한〉(2022/2023)이 그것이다. 전자가 악보의 연장으로서 이동이라는 이행적 배치를 구성한다면, 후자는 선형적 음의 배치로써 소리의 순환을 시각화한다. 언플러그드 음악으로부터 이 배치는 음원을 시각화/장소화하는 것을 수월하게 하는 것과도 같은데, 전개에는 언제나 배치, 곧 음들의 독립된 장소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