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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부동산 오브 슈퍼맨〉: 슈퍼맨이라는 맥거핀REVIEW/Theater 2023. 11. 7. 02:12
극단 신세계의 〈부동산 오브 슈퍼맨〉(이하 〈부동산〉)은 부동산 전세 사기라는 현실을 극에 외삽한다. 〈부동산〉은 일상으로 돌아간 슈퍼맨(이강호 배우)의 모습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하고, 부동산 전세 사기의 피해자 중 한 명이 되는 슈퍼맨의 모습과 이에 절망하고 또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부동산 경제 관련 사설 교육을 받는 모습 등을 보여줌에도, 이는 슈퍼맨조차도 당할 수밖에 없는 실재로서의 현실을 증명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방점은 슈퍼맨이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일반인이다. 곧 슈퍼맨의 함의는 특별한 이의 지위를 일반인의 신분으로 격하해야만 가시적인 대상으로 그나마 될 수 있다는 것. 실제 〈부동산〉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발화함을 무대 전면에 배치한다. 프로시니엄 아치가 아닌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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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 공간에의 서사를 세공하기 또는 넘어서기REVIEW/Theater 2023. 11. 7. 01:33
연극 〈잘못된 성장의 사례〉(이하 〈잘못된 성장〉)는 “지방 소도시 국립대학 식물분자생물학 연구실”에 있는 관련 종사자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연극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극사실주의의 외피를 입은 공과 사가 혼합된 제3의 공간에서 등장인물들은 전문적인 지식이 자연스레 뒤섞이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인간에 대한 성찰과 질문을 향해 나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잡초인 애기장대의 저항성 유전자 발현을 연구하며 박사 과정을 밟는 주인공 혜경(류혜린 배우)을 통해 〈잘못된 성장〉 역시 비인간 자체에 대한 연구, 곧 식물 주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전문 직종을 가진 존재들의 언어, 그리고 보편적인 인간 정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전자와 후자는 구체성과 보편성의 차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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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AFE 2023] 호페쉬 쉑터 컴퍼니, 《Double Murder》: 움직임을 조직하는 메커니즘이란REVIEW/Dance 2023. 11. 6. 23:46
호페쉬 쉑터 컴퍼니의 〈Double Murder - Clowns〉(이하 〈Clowns〉)에는 굼뜨고 굽신거리는 몸과 어기적거리는 스텝이 전면에 자리하며, 단속적이고 급작스럽게 출현하는 살해 장면을 끊임없이 중화시키며 나아간다. 이 스텝은 움직임의 원천으로서 현실의 재현적 이미지에 달라붙고 움직임 자체로 귀환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시작점을 가능하게 한다―뒤이어 상연된 〈Double Murder - The Fix〉)에서도 이 스텝은 반복된다. 따라서 그것은 또 다른 예기치 않은 폭력 역시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 살해는 끊임없이 죽고 죽이는 일종의 놀이이며, 또 갱생하고 한 번 더 이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원형적 모티브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이는 살해에서의 관계 양상이나 전후의 맥락을 거세시킨다는 점에서, 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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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The New Wave #] 정제공장프로젝트, 〈Same Old Story〉: ‘연결을 위한 움직임’REVIEW/Dance 2023. 11. 6. 16:58
정제공장프로젝트의 〈Same Old Story〉(안무: 박선화, 출연: 옥골선풍, 박선화)는 음향과 움직임의 동기화를 움직임의 메커니즘으로 가져가는데, 언어와 움직임의 관계에서 기표의 자의성이 전제되고 언어-움직임의 배치에 있어서 역시 자의적이다. 곧 언어와 움직임 간에는 필연적인 관계성을 찾아내기 힘들다. 그것은 재현도 설명도 아닌 그저 어떤 옮김이다. 동시에 짧은 단위의 어구들이 단속적으로 뒤섞이며 움직임의 변화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엄밀하게 문장의 연결이나 서사의 구조가 자리 잡는 것 역시 아니다. 음향은 또 움직임은 그것의 논리적이고 합목적적인 구성이 아니라, 일종의 샘플링과 리믹스로써 발현되는 대상으로 자리한다. 움직임의 동기 혹은 동력은 음향의 전화에 있으며, 음향은 닳을 일 없지만, 움직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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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B GROUP, 〈BARCODE〉: 자본주의 사회의 병리학적 신체에 대한 어떤 감각들REVIEW/Dance 2023. 11. 6. 16:54
TOB GROUP의 〈BARCODE〉는 꽤 자극적이고도 감각적이다. 전자가 내용적 질서라면, 후자는 형식적 차원이다. 이 둘은 자본주의 문명의 현대인에 대한 재현적 차원에서 결합한다. 무성영화의 영사기를 활용한 시작과 같이 〈BARCODE〉는 현실을 감각하는 데 여러 장치들을 거침없이 가져오는 편이다. 이는 멀티미디어적인 활용에 닿아 있다. 또는 움직임과 오브제를 결합하거나 이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움직임의 모티브는 변형되어 나오는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Technologic〉에서 ‘전적으로’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전적이라는 건 음악이 움직임을 통해 체현되었음을 의미한다. 곧 음악이 배경이 아니라 움직임을 통해 시각화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이 노래는 자본주의 문명에서의 억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