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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놀이클럽, 〈이상한어린이연극 오감도〉: 횡단하는 존재 혹은 시간REVIEW/Theater 2026. 3. 7. 14:41
〈이상한어린이연극 오감도〉(이하 〈오감도〉)는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에서 ‘시 제 1호’의 제 1 아해부터 제 13 아해까지 순차적으로 “무섭다고그리오”라는 시의 구조와 함께 문장을 가져와 변주함으로써 13개의 장을 토대로 구성한다. 즉 하나의 장에는 “제○의아해가” ○○ “무섭다그리오”라는 문구가 새겨지는데, 여기에는 각각 1부터 13까지 순차적인 숫자와 무서움의 다른 대상이 기입된다. 처음 아해(박지안)는 “태어나기”를 무서워하는데, 이는 상수에 들어선 줄 하나를 잡고 ㅅ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착지와 함께 줄을 놓고 빽 소리를 지르는, 엄마 자궁에서 나와 울음을 터뜨리고 탯줄을 자르는 것까지를 재가시화한 장면으로부터 차례차례 일렬횡대로 누워 뒤집고 앉고 서고 걷고 달리고 하는, 일련의 아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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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수 기획, 《물의 왕: 동학과 화엄의 두물머리》: 여성-신체, 생태-길, 구멍-응시의 연결망REVIEW/Visual arts 2026. 3. 7. 14:39
《물의 왕: 동학과 화엄의 두물머리》(이하 《물의 왕》)는 김지하의 『수왕사』라는 책을 모티브로 한다. 전시는 책을 이미지로 연장하려 하며, 이를 통해 책의 비의적 속성을 더 ‘적극적인’ 독해의 방식으로 읽어낼 수 있음을 전제하며 출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책은 절대적인 아이디어이며 전시는 그것에 다가서는 매(개)체로 자리한다. 또는 전시를 통해 책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는, 일종의 전도된 순간을 기약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시는 여러 이미지가 난립하며 전시장 벽면 대부분을 채우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서판 읽기로서 도상과 기호의 분자적 지평은 형식과 스타일의 차이로 구분, 수렴되지 않는다. 『수왕사』는 동학의 새로운 여성 접주 이수인의 사상을 조명한다. 이수인을 통해 새로운 동학의 물꼬가 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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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이은경, 〈생존감각 - 여와의 방〉: 존재를 함입하기, 그리고 변화하기REVIEW/Visual arts 2026. 3. 7. 14:36
유선, 이은경의 〈생존감각 - 여와의 방〉(이하 〈생존감각〉)은 조금 특수한 맥락을 바탕으로 마련된 전시인데, 기획자 정윤진의 글에서 산모와 태아의 관계 양상에 대한 비유로 드러나고 있는 ‘생존감각’이라는 제목이 엄밀히 두 작가의 작업 모두에서 소재나 모티브의 차원에서 주요한 근거로 작용하며 내재적 차원으로 표현되는 공통의 부분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작업의 외재적 근거, 곧 이 둘의 친연성이라는 관계에 근거하는 데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사실은 조응하며 전자 역시 절반의 진실을 갖는데, 곧 이 둘이 모녀 관계이며, 이은경은 어느 정도 이 모녀의 관계와 기억을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몇몇 작업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모녀 관계임에도 불구하고’가 성립하려면, 분명 그것은 서로 다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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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공동체 아르케, 〈셋톱박스〉: 부재하는 혹은 삼켜진REVIEW/Theater 2026. 3. 7. 14:34
〈셋톱박스〉에서 주인공 남자(송현섭 배우)의 고통은 대위법적으로 교차하며 그를 곤궁으로 모는데, 가장 심각한 건 일종의 정체 현상으로서, 신체적 차원에서 내장에 음식물이 가득 차 더이상 먹는 것도 싸는 것도 불가능한 사태를 겪고 있는 것, 그리고 정신적 차원에서 그가 보지 않는 TV 요금이 징수되고 있음을 발견했지만, 그는 TV를 보는 인물로 기록되어 있어 TV를 본다는 사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둘은 전혀 다른 범주이지만 실은 하나의 문제인 듯 보이는데, 계속해서 극은 그에 대한 추리를 유도하며 결국 발화하지만 무위에 그친다. 이는 곧 그의 내장에 셋톱박스가 들어 있다는 것. 그의 집에 셋톱박스가 있다는 것, 그래서 신호가 잡힌다는 것은 그가 TV를 과거에 신청했다는 기록과 함께 TV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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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각색·연출, 〈마른 여자들〉: 여성이라는 신화 혹은 증상REVIEW/Theater 2026. 3. 7. 14:14
〈마른 여자들〉의 쌍둥이 자매 로즈(이세영 배우)와 릴리(황미영 배우)는 첫 등장에서, 서로를 마주한 채 찰싹 붙어서 고개를 정면으로 함께 돌린 포즈로써 어린 시절 마치 하나였던 둘을 보여주는데, 이는 언니 릴리가 로즈를 떠나는 순간에 이르러 로즈의 릴리에 대한 그 애정과 의존의 강도를 드러낸다. 곧 언니의 찢겨져 나감은 마치 나의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과 같이 상실된 영역이 영구히 지속될 거라는 인상을 주는데, 여기에는 곧 둘의 결합된 육체, 놀이를 통한 긴밀한 공통 감각이 둘이 하나였던 신화적 시간의 응축된 인트로 장면의 효과가 전제된다. 이러한 둘의 친밀한 사적 영토는 사회적 틀로, 더 큰 사회적 관계로 적용되며 희미해진다. 로즈의 삶은 거식증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한 병동에서 고착된다.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