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는 당연히, 극장, 〈발굴되지 않은 언어의 고통〉(구자혜 작/연출): 고통을 발굴하는 언어(의 역능)REVIEW/Theater 2026. 7. 1. 15:09
‘발굴되지 않은’ 〈발굴되지 않은 언어의 고통〉(이하 〈발굴되지 않은〉)은 어린 시절 학교에 오지 않은 친구(들)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묘사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에 ‘나’의 내면을 흘러가는 현재형의 발화들이기에 이 언어는 집요해진다. 고통을 겪는 건 존재가 아니라 언어인데, 그것은 명명할 수 없는 개인의 고통에 대한 속성, 고통에 관한 당사자성, 곧 그가 지닌 ‘고통의 언어’가 아니라, 그것을 고통으로 명명하지 않으려는 제3자인 어른으로부터 밀려나는, 유예되는 고통이, 곧 언어 자체로 소급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듯 보인다. 곧 언어는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통과 함께 밀려나는 게 아니라, 고통 너머로 밀려나며 고통을 겪는다. 사실상 여기서 언어는 매개의 언어이다. 또는 매개의 매개의 언어이다..
-
작 이홍도, 연출 정은순, 〈꿈의 연극〉: 핍진한, 그러나 비재현적인REVIEW/Theater 2026. 7. 1. 15:08
〈꿈의 연극〉―원작은 희곡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뮤직페스티벌〉이다.―은 스웨덴의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Johan August Strindberg, 1849∼1912)의 동명의 희곡을 모티브로 한다. 신의 딸 수정(성수연 배우)이 지구에 내려와 인간을 만난다는 신화적 원형의 요소가 함축된 설정이나 꿈의 무의식적 흐름에 따른 파편적인 이야기 전개의 양상과 같이 그 기본적 얼개를 바탕으로 함에도, 그 내용은 철저히 한국의 근현대사와 사회 단면에 대한 해부를 토대로 전개되는데, 오히려 “원작”이라 함은 또 다른 함의에서 파악된다. 그것은 연극(인)의 꿈, 그리고 그에 대한 파악이다. 극 후반에는 『꿈의 연극』을 쓴 스트린드베리(해리 벤자민 배우)와의 작가와의 대화를 극의 일부로 삽입하는데, 이..
-
원작 김멜라, 작·연출 이상숙, 음악감독 이향하, 〈이응이응〉에 대한 주석: 채워질 수 있는 주체의 공백!?REVIEW/Theater 2026. 7. 1. 15:08
이향하의 〈이응이응〉은 김멜라의 단편 「이응 이응」을 각색한 음악극으로, 애도를 돕는 트레이닝 어플을 등장시켜 현대인의 그리움, 욕망 따위의 감정을 체계적이고 정교한 방식을 경유해 조작 가능한 것으로 전이할 수 있다는 어떤 전제를, 어떤 미래를, 그러한 기술이 자연스러워진 시대를 도입한다. ‘이응’은 동그란 캡슐 형태로서, 일종의 AI가 탑재된 휴먼 스케일 차원의 디자인이 적용된 감정 조작 장치인데, 이응의 인격에 대응하며 “코치”로 정체화하는 이승희와 애도 불가능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의 김율희 두 명의 소리꾼이 기타 역할까지 모두 소화하지만, 판소리 창법은 예외적으로만 도입하며, 음악에서도 베이스 기타와 드럼, 건반이 부상하며 현대적 음색과 흐름의 강세를 만든다. 중요한 건 이 공연이 판소리 ..
-
나수민, 〈설킨〉에 대한 주석: 전체로서의 일자의 세계에 대해REVIEW/Theater 2026. 7. 1. 15:08
〈설킨〉 은 동일자들의 무한회귀라는 형식 안에, 원과 주해의 얽히고설킨 관계의 양상을 풀어낸다. 처음 지하철이 지나가는 주해의 집에 초대되어 대용량 국수를 대접하며 이 국수를 다 먹고 헤어지기로 하는 첫 장면은, 후반 둘의 상반된 위치로 한 번 더 반복된다. 이 형식은 국수 그릇의 원의 형상, 그리고 지하철이 지나갈 때의 네모난 프레임이라는 상징적 형태의 반복적 결정 역시 동반하는데, 가령 ‘원’은 주해가 보는 망원경으로, 직사각형은 원 앞의 TV로 옮겨진다. 곧 TV 앞에 선 원을 보는 주해의 망원경이라는 엮임은 주해와 원의 엮임이면서 배경과 형상의 엮임이기도 하다―그리고 이는 역전, 전도 가능한 관계이다. 주해라는 형상의 시점이 배경을 향하며 그에 용해될 때, 주해는 원과의 긴밀한 연관성을 또한 완성..
-
성화숙, 〈시위 기피의 역사〉에 대한 주석: 역사의 포물선형 궤적REVIEW/Theater 2026. 7. 1. 15:08
성화숙의 〈시위 기피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의 다양한 시위의 역사 그 주변부의 목소리를 따라 가는데, 5.18 민주화운동에서 시작되어 근래의 계엄을 경유하고 다시 5.18을 향한다. 역사의 중핵은 곧 5.18에 있으며, 다른 역사의 시위는 이를 우회하여 접근하기 위한 맥거핀들에 가까운데, 이는 암묵적으로 광주와 서울이라는 두 개의 지리적 경계를 만들고, 동시에 역사와 상대적으로 현재라는 시간적 경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립한다. 결과적으로, 이때 기피는 시위가 절대적인 몫―환경―에서 상대적인 차원으로 변화하는 그 낙차를 방어하기 위한 탈승화로서 전유된 부정성으로 보이는데, 이는 물론 5.18을 바라보는 시점의 사람들의 시점에서를 말한다. 곧, ‘기피’는 근래의 시위들이 아닌 5.18을 직접 체험하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