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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푸름 안무, 〈관객, 되기: 떨어진 감각을 이어 붙이기〉: 관객이라는 선두, 관객의 이전 그리고 너머REVIEW/Dance 2025. 10. 19. 23:52
윤푸름 안무가의 〈관객, 되기: 떨어진 감각을 이어 붙이기〉(이하 〈관객, 되기〉)는 별도의 퍼포머의 등장 없이 관객을 그 자리에 대신 놓는데, 이는 관객이 어떤 것이 되는 것 이전에, 관객 옆(,)에 ‘되는 것’이 놓이며, 그 사이의 간격을 관객의 선택지에 두는 방식을 택한다. ‘되기’ 앞에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로의 이행이 명시되는데, 그것이 소거된 상태는 이 극장의 기이함이 연유하는 비어 있음의 질서, 시간, 체계가 가리키는 의지, 이념, 철학을 가리킨다. 마치 관객-되기에 대한 작은 혼란 혹은 혼선을 안기면서, 명시되지 않는 되기의 주체의 자리에 먼저 관객을 제시하는 이 같은 제목상의 유희는, 관객이 되기의 주체가 아닌 동시에, 되기의 주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그 단서이면서, 부제를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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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우, 《녹색은 잎으로》: 사물, 지층, 시간으로서 회화REVIEW/Visual arts 2025. 10. 19. 23:19
정석우 개인전, 《녹색은 잎으로》(2025년 8월 23일~9월 20일, 드로잉룸.)는 두 개의 대형 작업과 그 밖의 작은 작업 일곱 점을 포함한다. 따라서 동명의 회화 시리즈 다섯 점은 대형 작업이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그 질적 차원에서 복잡한 구성과 다양한 색과 형식적 시도가 총체적인 차원으로 출현하는 대형 회화의 특별한 가치에 대해 논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이를 전제로 하면, 그리고 좀 더 이르게 도착해 보자면, 다섯 점의 〈녹색은 잎으로〉 역시 어떤 하나의 총체의 일부로서 자리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어떤 더 거대한 세계의 일부로서 단지 드러날 뿐일 수 있다라는 것이다. 이는 이 작업들이 그것이 작든 크든 간에 하나의 독립된 회화로서 어떤 선형적 구성과 배치의 경로를 전적으로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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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직, 〈착생 안티 식물 고네〉: 『안티고네』라는 매개REVIEW/Theater 2025. 10. 19. 22:57
이성직의 〈착생 안티 식물 고네〉는 착생 식물이 공간 전체를 장식하는 하나의 무대가 되는 환경 아래에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 등장하는 안티고네의 서사를 파편적으로 전개해 나가는데, 이는 안티고네와 착생 식물의 형태소 차원에서 언어적 분절과 재조합을 통해 두 개의 단어가 갈라지며 주렁주렁 하나의 신체로 기이하게 엮이는, 또는 환유되는 명명에 대한 구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안티고네를 착생 식물로 비유하는 하나의 착안이 전제되며, 이 같은 명명은 두 사람의 시차를 둔 두 단어에 대한 호명으로도 볼 수 있을 텐데, 〈착생 안티 식물 고네〉에는 공교롭게 두 명의 “퍼포머”가 등장한다. 이 둘은 희곡을 다만 읽어낼 뿐이다. 반면, “안티고네”는 따로 있는데, 그는 처음 중앙의 착생 식물로부터 떨어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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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작,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 여성에게 허락된 의무(?!)REVIEW/Theater 2025. 10. 19. 21:45
〈안젤리나 졸리 따라잡기〉는 가슴 재건 수술을 1년 앞둔 여성 문솔의 경험을 그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방식을 택한다. 작가의 자전적 서사를 바탕으로 한 공연은 유방암에서 실리콘 가슴 재건 수술로 이어지는 단계를 필연적인 옵션으로 선택하고 마는 여성의 신체적 경험의 특수성 ‘너머’ 사회적 시선의 작용을 파고드는데, 이는 가슴을 가진 매력적인 신체의 여성이라는 상징 언어와 문솔의 꿈을 지배하는 상상적 영역의 관계가 절대적으로 상응한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문솔이 꾸는 꿈은 현실의 영역만큼, 그 이상으로 그의 삶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반영되는데, 안젤리나 졸리와 얽힌 꿈은 무의식적이라도 분명히 신체 체현적인 무엇으로, 상상계의 영역으로 환원되지 않으며 거꾸로 상징계의 이데올로기 작용과 결부된 실제적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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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P, 〈슬라임〉: 해방적 주체를 향한 경로REVIEW/Dance 2025. 10. 19. 21:40
슬라임적 움직임 점액을 가리키는 슬라임(slime)은 대표적으로 〈슬라임〉에서 좌우를 오가는 끈적거리는 움직임의 요체에 부합해 보인다. 즉물적이고 일차적 차원에서 점성이 있는 유체를 체현하는 수평적 차원의 움직임이 있고, 이는 기본적인 차원의 움직임 메소드로서 몸의 토대가 되며, 대체로 군중적이고 집단적인 모습으로 발현된다. 그리고 이는 다시 수직적 차원에서 하늘을 보며 손을 뻗는 구원과 환희의 제스처로 급작스럽게 승화된다. 직접적 양태를 구축하는 움직임의 형식은 몇 개의 질적 변환의 절차 안에서 그 양태가 갖는 내용으로서 코드로 이전되는데, 그중에서도 이 전자와 후자의 움직임의 도상적 차원의 대립과 (극적) 차이는 주제가 가진 하나의 메시지를 구성한다. 결국, ‘슬라임’적 움직임은 무엇인가에서 그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