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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리뷰 : 역사주의에 함몰되지 않는 역동성의 미학REVIEW/Theater 2011. 3. 11. 10:25
배우는 정면을 본다. 직접 이야기한다. 제4의 벽은 있지만, 철저하게 관객을 상정한 발성이고, 과장되어 있어 리얼리즘이 아닌 표현주의적이다. 존재는 격상되고 공간에서 메아리친다. 음악은 존재를 끌어올리고, 인물들의 속내는 들끓고 있다. 「도라지」는 철저히 환유 차원에서 이야기한다. 배우들은 관객의 대면 차원에서 서 있거나 내지는 유희를 벌인다. 곧 존립 자체가 공간의 출발이다. 막을 치고 내리고 음악의 격상과 잦아듦으로 시퀀스의 구분을 두지만, 구체적인 공간에의 묘사를 상정하기보다는 서 있음으로 존재한다. 대사는 과장된 느낌을 주는데 격분을 토하듯 자신을 발산한다. 대사에 따르는 의미들의 결을 섬세하게 따라가는 게 아니다. 곧 말함 자체가 공간으로 퍼져나가며 관객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이는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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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리뷰, 절연된 시간의 봉인을 풀 때REVIEW/Theater 2011. 3. 11. 06:55
역사의 단편을 끄집어내는 행위는 위험하고도 무모한 반면, 그러한 행위 자체에는 항상 새로움이 더해진다. 그것이 작품이 다시 여기 있는 이유이자 창작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역사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작업 과정에서 면밀한 사전 리서치와 문학적 수사와 극적 봉합의 과정들이 응당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슬픔을 슬픔 그 자체로 놔두거나 의미 없는 폭력의 실상만을 강요하거나 분리된 현실 자체로 그리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 극단 초인은 어떻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조망하는가? 어떻게 그것을 전유하고 되살림 하는가? 폭력은 결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이는 그 몸에 입혀진 할머니들의 기억을 통해 흘러나오는 말들을 배우들이 전유하는 방식으로 곧 현재에 재현하는 것으로서 기억의 차원에서 벌어지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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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률 감독 「이리」 GV : 삶으로부터 추출되는 영화란!REVIEW/Movie 2011. 3. 10. 00:33
Intro : 장률의 한국 여정 지난 3일 4시 30분 CGV왕십리에서 「두만강」(2011) 언론배급시사회 때 기자 간담회 이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10일까지 장률 감독 영화 주간이 열리고 있다. 장률 감독은 정말 느긋하게 대강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중간 중간 깜짝 놀라게 하는 감독의 철학이 나오는데, 이는 꽤나 단단해서 그의 삶과 영화가 용해된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또 확고한 신념으로서 그 자신만의 언어로 흘러나오는 것 같다. 재중 동포인 감독의 이력에서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예상할 수 있는 것만큼 영화가 가지는 경계는 영화마다 걸쳐져 있다. 그의 언어 또한 조사 등이 매우 특이한 느낌을 선사한다. 윤진서를 진서로 캐스팅하기까지... 완전하게 다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잘 못 했는데, 촬영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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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TAXI,TAXI」, 불편한 사회의 진실들을 들추다.PREVIEW/Theater 2011. 3. 9. 02:13
3월 4일부터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TAXI,TAXI」가 진행 중이다. 여자 택시 운전수 유미란이 도시에서 다양한 승객을 만나면서 삶의 현실을 목격하고, 딸 미루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하다 백혈병에 걸려 죽은 뒤 재벌 기업의 부당함과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가운데 각 사회 약자 계층의 현실이 파편적으로 조합된다. 원작 및 연출을 맡은 김상수는 도쿄, 파리, 베를린에서 사진, 전시, 설치미술, 글쓰기 등 다양한 예술 작업을 펼쳐 왔고, 2001년‧2003년 일본에서 그가 작‧연출한 「섬.isle.島」가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대학로 입구(혜화역 2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공간 아울이란 곳도 그렇고, 포스터에 명기한 것처럼 이 작품은 초대권 없이 공연이 진행되는데, 이는 김상수 연출이 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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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공연 소식PREVIEW/Dance 2011. 3. 7. 03:36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27주년 해를 여는 가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클래식 전막 발레로 오른다. 원작인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가 최초로 발레화된 것은 18세기 중반(1750년대)으로, 오늘날 일반적으로 발레를 가리키는 마리우스 쁘띠빠와 밍쿠스의 발레가 1869년에 볼쇼이극장에서 세계 초연되었다. 원작 『돈키호테』는 1605년 에스파냐에서 유행하던 기사 이야기를 패러디하여 스페인의 엉뚱한 모습의 돈키호테와 그의 시종 산초 판자의 여행담을 그린 작품이지만, 발레 는 가난한 이발사 바질과 그의 연인 선술집 딸 키트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정통 ‘희극 발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만큼 다양한 사건의 재미와 변화무쌍한 이야기 전개, 스페인 풍의 춤들이 다양한 볼거리로 나타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