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빈댄스 <Hidden Dimension>: 어떤 서사로의 출구 전략REVIEW/Dance 2019. 3. 12. 13:35
▲ 유빈댄스 포스터서사는 표면에 있는가 혹은 배면에 있는가. 질문을 바꾸어 본다면 서사는 움직임 이후에 있는가,아님 움직임 이전에 있는가. 서사는 시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진행 가이드일까. 아님 움직임을 읽어내는 움직임과 길항 작용을 하는 최소한의 장치일까. 안무가 이나현이 구축하는 즉물적인 몸의 양태는 동적 시간의 마디 속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시간을 갖는다. 그런 반면 서사는 그 위에 쓰인 간결한 메시지를 구성하기 위한 상징 코드들로부터 성립한다.따라서 이는 움직임들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는 대신 붕 떠서 몸의 충만을 결락으로 보충한다. 곧 이나현은 순간들이 이룬 하나의 덩어리로써 일정한 동시에 일반적인 극무용의 무대 시간을 이루기 위해 하나의 짜임, 곧 50분 이상의 길이, 메시지와 주제를 만..
-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쓰리 스트라빈스키>: ‘음악으로부터의’ 무게REVIEW/Dance 2019. 3. 12. 13:28
▲ 쓰리 스트라빈스키_김재덕 안무 연습 장면, ⓒAiden Hwang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음악에 조응하기로서의 춤’, 세 명의 안무가의 작업은 반드시 이렇게 묶여져야 했을까―거기에 나이(세대) 역순으로. 이는 애초 이 기획 자체에서 음악이 모티브가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동일자로서 스트라빈스키에 대한 명명은 춤이 언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음악의 최종 구현의 형태로서 춤은 음악에 대한 춤의 강박적 조응을 전제한다. 마치 여기서 음악은 온전히 보존되어야 하는 듯하다―춤을 통한 변환이나 사라짐이 아닌. 춤은 음악(적)으로 번역된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보통의 프로시니엄 아치 전후가 아닌 무대 뒤쪽에 배치됨으로써 음악은 희미하게 공간을 침투하려는 가운데, 이는 오..
-
[SIDance2018] 테로 사리넨 무용단 <숨>: 착오적 매체 특정적 작업REVIEW/Dance 2019. 3. 12. 13:08
▲ 테로 사리넨 무용단 ⓒMikki Kunttu조명(테로 사리넨의 모든 작품의 조명 디자인과 비주얼을 담당해온 무대 및 조명 디자이너 미키 쿤투Mikki Kunttu), 연주(아코디언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킴모 포흐요넨Kimmo Pohjonen), 움직임(테로 사리넨Tero Saarinen)의 세 가지 매체가 교차하며 연합하는 형태의 공연이 보여주고자 한 최종적인 바는 상이한 요소들이 갖는 효과 측면으로 환원되기보다 신체 자체가 무대 전체로 연장, 증폭되는 형태에 초점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세계를 사라지게 하고 순간으로 나타나(게 하)는 오직 그 자체의 현존만을 나타내는 조명의 온오프를 물리적인 조건 아래 있는 어쩔 수 없는 예외적인 순간으로 본다면, 공연은 소리, 음악과 움직임, 무대 등..
-
신세대 담론의 작은 역사: 2013-2016Column 2019. 2. 12. 14:25
안대웅 이 에세이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벌어진 세대 담론을 살핀다. 여기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평들이 이미 나왔지만, 나 또한 여기에 일정 부분 가담한 자로서 개인적으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럼에도 이 주제를 굳이 다시 꺼내든 것이 개인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세대 담론이 출몰하게 된 배경은 여전히 미술계에서 문제적이며, 이는 새로운 세대에 대한 주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루어졌다고 본다. 이 글을 통해 살피고자 하는 것은 그 배경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과정을 살필 수는 없으므로 중요한 세 장면을 꼽았는데, 그것은 2013년 미술생산자모임의 토론회, 2014년 홍태림의 공장미술제 비판, 2015년의 ≪굿-즈≫와 신생공간이다. 앞으로 이 글은 세 장면의 연관 관계를..
-
[SIDance2018] 졸탄 버쿠여 & 첸 웨이 리 <함께 홀로(Together Alone)>: '나체는 그 자체로 (침묵의) 언어를 갖는가'REVIEW/Dance 2018. 10. 14. 13:20
▲졸탄 버쿠여 & 첸 웨이 리 공연 사진ⓒPark Sang Yun [사진 제공=SIDance](이하 상동)관객의 입장 직전부터 나체로 공연 전반을 활보하는 둘의 움직임은 접촉 즉흥(contact improvisation)을 닮았다. 첫 번째로 신체가 밀착돼 자연스럽게 신체의 전면을 무대에 투사하며 두 번째로 수십 분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체 사이에서의 흐름 그 자체로부터 다시 출현하는 또 다른 흐름이 전적으로 중요해진다. 적확하게 짜인 안무나 서사의 얼개에 포섭되는 변주로서 장식적인 움직임들과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신체 전부를 드러냄과 지속적인 관계 맺음으로만 짜이는 안무는 생생함을 강조하고 동시에 신체 전면에 대한 변환의 순간들을 주장한다. 이는 즉흥으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