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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전시》: ‘장소와의 간극을 수행하는 전시’REVIEW/Visual arts 2017. 11. 20. 18:06
작업들은 두 작가(조형섭, 이소의)의 작업을 제하고는, 미술관에서 풀려나 낯선 장소와 헐겁게 맞물려 있다.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마저도 전시장을 찾는 이를 전시장‘에서부터’ 나아가는 첫 번째 키를 제공하는 입구이자 전시장을 벗어나며 새롭게 전시, 《장소의 전시》(큐레이터: 안대웅,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전수현)가 시작되는 출구의 ‘유일한’ 장소이다. 그러나 이 전시장은 전시장의 ‘바깥’에 위치한 이들, 전시장의 문법 따위는 상관없는 현실에 소재를 둔 사람들에게는 결코 인접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작업은 일상에서, 현실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작품으로 감별하러 온 이들은, ‘실재의 장소’에 있는 이들에게서 낯선 이로 구별된다. 대부분의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실은 작품을 위해 여전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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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경,《more Light: 향유고래 회로도》: ‘경계에 놓인 관객’REVIEW/Visual arts 2017. 11. 20. 16:50
▲ , 엘립소이드달 스포트라이트, 자개, 황동, 멀티채널사운드, 가변설치, 2017 [사진제공=송은아트스페이스] 고래 뱃속을 환유하는 3층에 걸친 전시는 어둠에 새기는 빛의 궤적이 표면을 생성하고, 어둠에 잠긴 관객의 몸에서 분기하며 감각적 체험을 전하는 데 집중한다. 3층과 4층에 앞서 2층의 전시, (2017)는 고래의 속을 체현하기보다, 펼쳐지지 않은 하나의 책으로 진리를 예기하고 육화하는 듯 보인다. 자개와 황동으로 만든 빛(엘립소이달 스포트라이트)이 내리쬐는 두 개의 오브제는 엇갈린 층들로 4, 5밀리미터씩 일정하게 배치된다. 클래식의 현은 격동하는 생명의 안을 체현하는 일종의 서막을 가리킨다. 휴지기를 갖는 빛이 드러나는 동시에 3층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 , 3D 비디오, 사이키 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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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스타(Shooting Stars)>: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끊임없는 움직임’REVIEW/Dance 2017. 11. 13. 21:16
움직임은 음악을 ‘온전히’ 상쇄할 수 있는가? ▲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 (2016년, 스위스에서 초연됐으며, 국립현대무용단과 협업하며 음악, 무용수, 의상 등이 모두 새롭게 바뀐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연습 장면, 김서윤/매튜 리치/유다정/임소정/표상만/허준환 ⓒ BAKI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처음 어둠의 가림 막 너머 등장한 무용수(김서윤)의 한결같은 움직임(의 궤적)은 작품의 본원적 움직임을 응축하고 예고한다. 끊임없이 안으로 말려들며 다시 시작되는 지점을 드러내지 않는 순환적 움직임, 곧 분절화되지 않으며 멈추지 않고 어느새 다시 원점을 가리키고 있는 반복되는 움직임은, 한편으로 음악을 입고 음악을 지운다. 이는 이후 여섯 명까지 불어나는 그야말로 무대의 혼란 이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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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LOOK, HERE, BEGINS THE OMEGA)》: ‘파편적 세계들의 배치’REVIEW/Visual arts 2017. 11. 13. 20:40
▲ 임영주 작가 개인전,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LOOK, HERE, BEGINS THE OMEGA)》[사진 제공=임영주] (이하 상동) 일관된 형식으로 밀집되지 않았다는 것은 전시를 여러 차례 본 이후에 드는 확고한 인상이다. 마치 푸티지 영상의 컷들을 방사하되 사각으로 전시장을 빙 두른 (것 외에 배치의 방식에 있어 어떤 다른 원칙을 확인하기 어려운) 전시는, 회화에서 영상이 아닌, 영상에서 회화로 시점을 ‘거꾸로’ 옮긴 작가-작가의 기원적 매체는 회화로, 영상 작업을 최근에 주로 선보여 온 작가의 이번 작업에서 영상은 회화를 ‘재매개’했다고 할 수 있다-의 관점적 배치에 의한 것이다(첫 번째 가설: ‘그림은 일종의 하나하나의 스틸 컷이다!’). 사실상 배치보다 중요한 건 작업이 ‘밑’이라는 동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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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성, <워킹 홀리데이>: ‘재현이라는 장치’REVIEW/Theater 2017. 11. 13. 19:28
인트로: 세 가지 방식들 배우들과 공연 스태프의 DMZ 일대(파주, 연천, 철원부터 고성까지)를 걷는 여정은 무대로 반영된다. DMZ를 상징적으로 표상하는 사물들, 철모와 소총, ‘삐라’ 등의 미니어처가 무대 중앙의 모래 바닥에 깔린 채 무대는 카메라에 의해 매개된다. 동시에 이들이 겪은 현장은 무대로부터 관객석을 둘러싼 나무 패널로 짜인 구조물 위의 걸음으로 보완된다. 배우들의 경험은 말하기와 걷기의 두 가지 방식으로 되살아난다. 카메라의 시간 ▲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이경성 연출), (사진 좌측부터) 배우 장성익, 나경민, 김신록, 성수연 ⓒ정찬민 ‘내 속도대로 걸을 수 있다’는 성수연 배우의 말은, 걷기가 오롯한 물리적인 몸의 쓰임을 지시하기보다 자율적인 질서를 가진 몸의 생성을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