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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셀로의 식탁>: 절합된 텍스트들로부터 폭력REVIEW/Theater 2018. 2. 6. 12:06
▲ 연극 [사진 제공=극단/소극장 산울림](이하 상동) 은 몇 개의 차용과 번역의 과정이 그 가운데 자리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의 인물(의 이름)들과 (어렴풋한) 관계망을 가져오고, 이를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파병의 전쟁 경험의 두 세대를 설정하며 국내 상황으로 바꾸고, 해롤드 핀터의 「생일파티」를 모티브로 후반부를 구성해서 결과적으로 비극으로 끝맺지 않고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폭력과 남성 화자가 상정하는 분위기를 부조리에 대입해서 핀터식 부조리극을 동시대적 알레고리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말과 함께 음식을 한다는 것과 먹는다는 두 행위로 채워지는 무대는, 요리를 남성의 적극적인 역량(경제 행위)과 권위의 가치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데스데모나(김해나)의 아버지 브라반시오(이상일)에서 오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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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 Leap:극장을 측정하는 작가들》: 극장에 대한 다섯 작가의 주석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7. 12. 29. 16:38
남동현, : 유령 관객의 산출 ▲ 남동현, ⓒSang Hoon Ok (이하 상동) 남동현의 작업에서 6개의 영상은 6개의 시점-장소에 자리하는데, 처음 5개의 장소는 입장 전 접속한 유투브의 사운드와 동기화된다. 문래예술공장 극장 2, 3층에 분포된 영상들의 소리 간섭을 없애기 위함인데, 유투브 주소를 현장에서 전달받기는 하지만, 사실상 사운드가 없는 현장의 전시 영상들을 완성시키는 이미지가 없는 영상은 따라서 장소 특정적으로 발현된다고 하겠다. 영상을 따라 관객은 극장을 통과해(‘극장 측정’) 자연스레 사운드와 영상이 합치된 극장의 스크린 앞에 위치하게 된다. 영상과 사운드는 엄밀히 온전한 조응을 이루지 못하는데, 이는 영상과 사운드(-영상)의 시간의 차이-아마도 이동의 시간을 고려한 것일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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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사실을 작동시키는 거짓의 힘’REVIEW/Theater 2017. 12. 23. 02:51
▲ (작 강훈구, 연출 김현회) 콘셉트 컷, (사진 좌측부터) 배우 신윤지, 송희정, 송철호, 김보나 [사진 제공=극단 위대한모험](이하 상동) 무대 벽에는 여러 대의 TV가 동일한 영상들의 복제를 가능케 하는 스크린으로 기능하는데, 무대 전면은 사무실로 설정되어 있고 그 경계에 턱이 있고, 길의 역할을 한다. 사무실의 경계에 있는 세 모서리의 턱들로부터 사무실의 세 책상은 평행하지만, 문 옆의 책상은 비스듬하게 배치됐고, 정상적인 각도로 보이는 세 개의 책상과 그 바깥의 세 모서리는 사실상 객석에서 비스듬하게 측정된다. 이로써 관객석으로부터 비정상적 시각을 산출한다. 이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신념 체계, 이데올로기적인 지배에 의한 지식의 우위를 역설하(려)는 무대 장치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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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이념으로서 전쟁과 생의 의지’REVIEW/Theater 2017. 12. 23. 02:26
▲ (작: B.브레히트, 번역: 이원양, 번안ㆍ연출: 이윤택) 공연 장면 [사진 제공=연희단거리패](이하 상동) 전쟁은 공허한 당위를 그 안의 사람들에게 스스로 만들어내게 하는가. 에서 전쟁은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세계의 일시적인 혼란의 상태로 믿어지고, 이후 평화의 세계가 찾아올 것이라는 유예된 평화에 대한 환상이 이를 이념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억척어멈(김미숙)은 전쟁을 적극적으로 장사의 수완으로 사용하며 전쟁의 유일한 승리자가 되는 듯 일견 보인다. 이는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 근거하는데, 사실상 그는 자신의 자식 셋을 모두 전쟁 통에 잃게 되며, 마치 그는 유일하게 전쟁을 벗어난 유유자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듯하나 마찬가지로 전쟁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전쟁으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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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든 안무, <물속 골리앗>: 공간과 진동하는 움직임REVIEW/Dance 2017. 12. 23. 01:20
▲ (김모든 연출 및 안무, 김애란 원작) 리허설 장면, (사진 좌측부터) 김모든, 김서윤*(본 공연에서는 주하영 무용수가 출연했다), 박명훈 어둠 속 흔들리는 그네로부터 무대는 열린다. 앞에는 방음되는 사운드판이랄까, 거대한 무대 후면의 벽이 펼쳐진다. 이는 시야를 가로막은 사운드 스케이프로서의 공간을 지시한다. 곧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주어지는 셈인데, 뒤쪽 위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향은 이곳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획하며 이 안의 존재자들에게 하나의 압력을 선사하는 듯 보인다. 퍼포머들의 움직임은 공간과 길항작용을 거치며 발현되는 듯 보인다. 퍼포머들은 어떤 움직임의 심미화보다는 이 안에서의 분포가 중요하다. 적응과 적응에 대한 표현이 중요하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일상과 다른 시공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