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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BEGINNING>: 상징을 조율하는 리듬들REVIEW/Dance 2018. 2. 6. 12:48
▲ ⓒ이승원(이하 상동) (김영찬 안무)은 상징들로 이뤄진 다양한 장면들과 함께 상징에 대한 의미를 가시화하는 집단의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극을 구성한다. 원(구)은 그 중심적인 상징으로 작용하고, 북과 같은 타악을 비롯한 연주의 변주는 움직임에 (비)가시적인 영향을 끼친다. 뭉뚱그려진 신체들이 만든 구로부터 분화되는 개체들이 공간을 지각하고 집단의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무대는 시작된다. 제목에서처럼 이는 태초의 한 순간을 지시하기 위한 설정이고, 구는 중첩된 존재들이자 흩어지기 전의 에너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태초의 에너지를 상정한다고 할 것이다―물론 이는 잠재적인 부분으로 그 자체로 특별하거나 독특하다기보다는 제목으로부터 상관되는 기호의 관계망에 대한 해석에 기인한다. 무대 전면에 부착된 플라스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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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리스트>: 가상의 재현적 접속 양태들REVIEW/Dance 2018. 2. 6. 12:27
정방형 무대와 그 가로부터 바깥쪽에 형성되는 객석은 경기의 플레이를 본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무대 위쪽과 함께 유일하게 객석이 없는 한쪽 벽의 스크린을 마주한 객석의 가에서부터 무용수의 의식이 깨어나며 시작되는 퍼포머의 움직임에서 예기된다. 이 비어진 공터는 플레이어들의 접속과 함께 가상의 현실이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전환되게 된다. 가상의 플레이어들은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는데, 곧 현실의 행위를 모방한다. 어떤 ‘되기’의 방식은 주체적 역량을 야기하기보다 시스템의 부품으로 인도되는 듯 보이고, 이내 해변을 맞거나 하며 의사-자유마저 누릴 수 있게 되는데, 진정한 자유라기보다 연기를 하는 의사-대상이 된다. 이 가상은 완벽한 실재가 아닌 달라지는 환경의 유동성 자체에 대한 인식에 근거한다. 따라서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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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셀로의 식탁>: 절합된 텍스트들로부터 폭력REVIEW/Theater 2018. 2. 6. 12:06
▲ 연극 [사진 제공=극단/소극장 산울림](이하 상동) 은 몇 개의 차용과 번역의 과정이 그 가운데 자리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의 인물(의 이름)들과 (어렴풋한) 관계망을 가져오고, 이를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파병의 전쟁 경험의 두 세대를 설정하며 국내 상황으로 바꾸고, 해롤드 핀터의 「생일파티」를 모티브로 후반부를 구성해서 결과적으로 비극으로 끝맺지 않고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폭력과 남성 화자가 상정하는 분위기를 부조리에 대입해서 핀터식 부조리극을 동시대적 알레고리로 재구성하고자 한다. 말과 함께 음식을 한다는 것과 먹는다는 두 행위로 채워지는 무대는, 요리를 남성의 적극적인 역량(경제 행위)과 권위의 가치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데스데모나(김해나)의 아버지 브라반시오(이상일)에서 오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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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 Leap:극장을 측정하는 작가들》: 극장에 대한 다섯 작가의 주석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7. 12. 29. 16:38
남동현, : 유령 관객의 산출 ▲ 남동현, ⓒSang Hoon Ok (이하 상동) 남동현의 작업에서 6개의 영상은 6개의 시점-장소에 자리하는데, 처음 5개의 장소는 입장 전 접속한 유투브의 사운드와 동기화된다. 문래예술공장 극장 2, 3층에 분포된 영상들의 소리 간섭을 없애기 위함인데, 유투브 주소를 현장에서 전달받기는 하지만, 사실상 사운드가 없는 현장의 전시 영상들을 완성시키는 이미지가 없는 영상은 따라서 장소 특정적으로 발현된다고 하겠다. 영상을 따라 관객은 극장을 통과해(‘극장 측정’) 자연스레 사운드와 영상이 합치된 극장의 스크린 앞에 위치하게 된다. 영상과 사운드는 엄밀히 온전한 조응을 이루지 못하는데, 이는 영상과 사운드(-영상)의 시간의 차이-아마도 이동의 시간을 고려한 것일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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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사실을 작동시키는 거짓의 힘’REVIEW/Theater 2017. 12. 23. 02:51
▲ (작 강훈구, 연출 김현회) 콘셉트 컷, (사진 좌측부터) 배우 신윤지, 송희정, 송철호, 김보나 [사진 제공=극단 위대한모험](이하 상동) 무대 벽에는 여러 대의 TV가 동일한 영상들의 복제를 가능케 하는 스크린으로 기능하는데, 무대 전면은 사무실로 설정되어 있고 그 경계에 턱이 있고, 길의 역할을 한다. 사무실의 경계에 있는 세 모서리의 턱들로부터 사무실의 세 책상은 평행하지만, 문 옆의 책상은 비스듬하게 배치됐고, 정상적인 각도로 보이는 세 개의 책상과 그 바깥의 세 모서리는 사실상 객석에서 비스듬하게 측정된다. 이로써 관객석으로부터 비정상적 시각을 산출한다. 이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한 신념 체계, 이데올로기적인 지배에 의한 지식의 우위를 역설하(려)는 무대 장치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바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