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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안무 <평행교차(Parallel Cross)>: 전유, 도상, 배치REVIEW/Dance 2019. 3. 12. 15:08
1.말의 감각▲ 안애순 안무 , 2018 창작산실 / ⓒ옥상훈 (이하 상동)‘동작과 동작을 잇는 것’, 다섯 명이 이를 수행하는 것, 단순히 말하면 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움직임은 무목적적인―그 자체가 목적인―동시에 미적인 기호나 코드로도 읽히지 않았다. 여기에 하나의 선언이 있다. 과연 드라마투르그 역할의 장혜진이 무대에 등장해 먼저 쓰인 춤을 동시에 다시 명명하는 행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지만 여기서 말은 일단의 청각적 매체로 분류될 수 없고, 춤과도 엄연히 분리될 수 없다. 언어는 춤과 분리되는 매체가 아니라 춤을 규정하고 구성한다(이른바 ‘말은 감염의 매체이다!’). 움직임을 구분 동작으로 분쇄하고 어떤 구분 동작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것으로서, 춤은 인식과 느낌의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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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정무용단 <매스? 게임!(MASS? GAME!)>: ‘포스트모던으로서의 혐의’REVIEW/Dance 2019. 3. 12. 14:56
▲ 장은정무용단 포스터거대한 높이로 쌓은 플라스틱 구조물 아래 제대로 제어되지 않는 신체의 대조는 작품 전반을 지배한다. 간간이 울리는 안정화(stabilizing)라는 경보는 강박적이고, 주체의 불완전한 포섭을 강제한다. 그러니까 이러한 신체는 매끄럽게 움직이지도 온전한 중심을 지지받지도 않는다. 사실상 이러한 가시적인 물리적 대비, 거대한 구조물과 신체의 부조응적인 조우가 드러내는, 시스템 아래 포획된 신체는, 중첩된 사운드 레이어로써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예컨대 일종의 신체를 육화하는 현과 그것을 뒤덮는 전자음악은 이런 두 층위를 간극으로서 드러낸다. 신체들은 일종의 게임의 룰을 따른 전자음악의 일정한 박자로 움직이고 라이브 리듬은 이것을 가르며 그 자체로 신체의 부분들로 자리한다. 한편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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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이타이>(작/연출: 김명환): 역사와 진실이 갖는 무게…REVIEW/Theater 2019. 3. 12. 14:46
▲ 작/연출: 김명환 공연 사진 [사진 제공=두산아트센터] (이하 상동)(작/연출: 김명환)는 혼자 무대의 모든 시간을 채우는 일인극으로, 배우 김필은 프로야구 최초 응원단장으로 광주 해태 타이거즈의 호루라기 아저씨로 유명한 ‘임갑교’를 분하는데, 임갑교 분이 응원 관련한 생생한 일화를 포함해 아내와 아들이 죽음을 맞았던 굴곡의 역사를 연기한다. 실상 여러 역할과 신이 존재하는 일인극의 경우, 배우의 연기는 과도함과 소진을 낳게 되어 있다. 이는 무엇보다 에너지/신의 치밀한 분배와 계산에 따른 것인데, 배우가 느끼는 피로를 배우와 같이 느끼는 관객은 그 피로로부터 (벗어나) 어떤 지루함과 지겨움을 느낄 소지 역시 크다. 또는 그 한 명에 정박된 몸, 아니 무대의 제한적 다양함 속에서 배우에 대한 인정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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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라마비방씨어터 <언 강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장치(로부터)의 서사REVIEW/Theater 2019. 3. 12. 14:33
▲ 디오라마비방씨어터(송주호 연출/무대디자인), (2019) 연극, 90분,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사진: 김진호) (이하 상동)극장 로비 공간은 주요한 무대가 된다. 아니 이것은 ‘거의’ 무대의 전체이다! 여기서 극장의 로비를 재현/수행하는 무대 공간이 실질적인 무대가 된다는 것은 전도된 발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인 무대는 끝끝내 비가시화되어 나타나지 않는 가설의 무대라는 것―이것은 곧 중대한 스포일러!―으로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무대는 저 바깥에서 펼쳐지고 이곳은 로비 공간으로서 극이 전반적으로 펼쳐지기 이전의 전 단계로 보게 만드는 것은, 사실 이 작업을 보며 겪는 크나큰 혼동이자 믿음이다. 곧 극장이 진짜/다시 열리기 전에 뭔가 밋밋한 것 같은 극의 지난 밀도는 이제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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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안무 <자조방방自照房房>, 의자-신체의 불문율적 세계와 예외적 순간REVIEW/Dance 2019. 3. 12. 14:21
▲ 김혜경 안무 공연 사진 ⓒ 윤석무 의자는 신체와 닿는 움직임의 첫 번째 평면이자 신체의 연장이다. 김혜경 안무가/퍼포머는 의자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 안무를 구성한다. 의자는 하나의 공간이자 신체가 된다. 곧 신체는 그 위에서 현존하며―때로는 그 위에서 노닐며―그것과 접착되어 지속된다. 의자는 네 발로 땅을 딛고 서 있으므로 두 발을 뗀 상태에서 균형을 잡고 있던 김혜경의 첫 번째 시작 장면은, 위태로운 의자의 균형과 그것을 유지하는, 곧 의자의 균형을 위태롭게 하며 의자의 동적 균형을 보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자와 신체가 가까워질 때 곧 의자로 신체의 균형이 쏠릴 때 의자와 신체는 모두 아래로 고꾸라질 위험에 처하며 동시에 신체와 의자는 하나의 신체를 이루게 된다. 반대로 의자와 신체가 멀어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