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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침묵과 어둠의 말-짧은 노트REVIEW/Theater 2016. 4. 29. 12:53
▲ [사진 제공=국립극단](이하 상동) 시종일관 전면에 투사되는 영상은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클로즈업으로 잡고, 도시 풍경을 비춘다. 그것과 대비적으로 회색빛 무대와 인물들의 의상은, 건조한 사무 공간, 그리고 그것에 연장돼 그 속에 위치한 텅 빈 공간에는 말의 자리가 주어진다. 테이블을 둘러싸고 앉은 인물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말을, 또 영상을 관찰하고, 그 말은 청자를 비껴나며 공허하게 공간에 울린다. 도입부에서 나온 샤워 실에서 이를 닦는 모습에서 소리는 영상의 바깥, 소리가 울리는 공간의 크기를 상정했다. 그러나 이후 영상의 소리는 단락되고, 다만 그건 여느 일상의 이미지 정도의 지위로 추락한다. 거기엔 관찰하는 이의 거리 두기와 함께 반복의 영원이라는 숙명이 쓰인다. 영상은 말이 없는 한편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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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바키 <그녀를 말해요>, '입체적인 복원과 정치적인 호명 사이'REVIEW/Theater 2016. 4. 29. 12:43
크리에이티브 바키, 대화의 기술/정치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침묵하라라고 했다. 이는 에서는 윤리적 심급으로 적용된다. 배우들은 세월호 유가족을 보고 들으며 그들을 우선적으로 연극적으로 '체현'하는 한편, 죽은 아이들에 대한 그들의 기억을 그들의 말이 아닌, 유가족을 통과한 목소리에 '접근'해 간다. 처음에 유가족에게 던진 다양한 질문을 답변에 대한 시간 없이 계속 이어 붙이는 장면은 유가족에게는 대단히 폭력적이고 무식한 행동인 듯 드러난다, 그들이 경황이 없는 가운데 그러한 생각을 종용하는 것과 같은. ▲ 공연 사진[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이하 상동) 마치 세월호 유가족을 연극을 위한 소재적 착취로 가져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 행동 이후, 곧 이어 장수진 배우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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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봄, <셰익스피어 니즈유>(빌리 코위); 제작 방식 자체의 구현REVIEW/Theater 2016. 4. 7. 07:21
_공연 ⓒBilly Cowie 빌리 코위의 공연은 사실 하나의 공연 형식으로 엄밀히 파악되기보다는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 과정의 방법론 자체에 더 방점이 찍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유럽 컨템퍼러리의) 좋은 작품을 들여오(고 이로 인해 예술 담론도 함께 주장/선언하)는 데 방점이 찍힌 초기 페스티벌 봄에서 어떤 작품을 콘텐츠화하는 데 있어 국내 예술 환경과 결부해서 그러한 작품의 살아남기 자체를 시험/실현하는 방식 곧 마치 지금 페스티벌 봄의 전혀 다른 기조가 징후적으로 이 작품에서 체현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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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P무용단, <Nerf>/<나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당신에게>REVIEW/Dance 2016. 3. 22. 18:32
▲ ⓒBAKI "인간의 두려움을 인지하는 뇌와 그 인지 내용을 근육에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신경'"을 뜻한다고 하는 '네흐'를 제목으로 한 는 '두려움'이라는 생래적 감정을, 그러한 상황에 놓인 인류를 괄호 친 뒤, 체현한다. 감각적인 몸의 표출과 그것의 내용이 갖는 합목적성을 합치시키는 차원에서 인간의 시초와 변천사가 두려움이라는 하나의 전제를 가정하는 가운데 펼쳐진다. 이는 개인의 복잡다단한, 감정과 관계의 측면에 집중을 요하는 대신, 파국적인 상황에 몰린 각자 도생의 인류 차원에서 절박한 몸짓의 표현이 눈앞에 펼쳐짐을 가능하게끔 만든다. 긴장 어린 사운드는 이내 군중 속의 한 명으로, 군중 자체의 무의식으로 빨려 들어가게끔 한다. 군중에는 개인 내재적인 파열이 모두의 이름으로 쓰이는 상황이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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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정 <스폿>: 선명한 체험은 어디에 놓이는가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6. 3. 22. 18:24
공연의 무대는 전시가 열린 우정국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관객은 무대와 공간 사이의 틈에 끼인 형국이 된다. 공간 활용도가 매우 높은(?) 무대 세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한 관객의 체험은 매우 직접적이며 무대와의 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게 만든다. 비계 구조로 짠 견고하고도 임시적인 설치 구조물은 뒤쪽에서 앞쪽으로 급한 경사가 지어져 있고 전체를 나무판자로 감싸 퍼포머들이 위아래로 급격히 또 빠르게 오르내리는 흐름을 만들어 낸다. 작가의 유년기 어떤 원장면적인 체험으로부터 비롯된 작업임이, 작가가 관객을 등지고 관객과 괴리되며 동시에 관객의 시선을 대리하는 중후반 지점에서의 작가의 대사로부터 비로소 드러나는데, 그렇다면 처음부터 빠르게 무대를 뛰어 내려오는 그리고 이어서 한 명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