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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고전을 더하고 빼며 현재에 비뚤어매기REVIEW/Theater 2016. 1. 10. 14:46
▲ 공연 모습 [사진 제공=산울림소극장] (이하 상동) 이 극에는 두 가지 응결 지점이 있다. '힘과 폭력의 시대에 미래의 정의가 그것을 심판할 것이다' 하고 곧 이어 등장하는 '이 모두는 흙으로 뒤덮이게 될 것'. 전자가 지금 현 시대를 반영하며 그에 대한 무력함을 은폐하고 저항의 기치를 올리며 쾌락을 관객에게 수여하는 전언 형식의 너무 가까운 말이라면, 후자는 모든 존재를 필멸의 삶으로 바꾸는 불멸의 역사라는 존재에 맹목의 심판을 유예하는 너무 먼 말이다. 역사라는 평평한 땅에서 모두는 평등한 이름으로 묻힐(호출될) 것이라는 이상은 (민중을 가로지르는) 정의의 심판론보다는 오히려 더 낭만적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프로메테우스의 본질적 존재론이 자리한다. 곧 그는 역사에의 어떤 의지 그 자체다. 순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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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황주 안무 <Contact변태>: 시선과 말의 부재 혹은 과잉REVIEW/Dance 2016. 1. 10. 14:22
'몸의 새로운 내러티브' 공연은 작은 삼각형 바닥으로부터 점점 넓어지는 식으로 또 조명의 변화에 따른 어둠에서 빛으로 공간의 감각적인 부분이 확장되며 열려 가는 구조를 띤다. 세 퍼포머의 구도는 대칭적으로 짜이는데, 이는 작은 삼각형 구도를 하나의 유일한 움직임 공간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상징적인 도상 기호로 작용하거나 오직 미적인 안무 기호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마찰은 그러한 셋의 움직임 도식이 원활하게 작용하지 않음을 가리키며 그것은 다시 이 공간의 협소함, 그리고 그것을 지켜야 하는 암묵적 규칙에 따른 비평적 시선이 곁들어 있음을 의미한다. 의식 없는 신체들의 마찰과 그로 인해 촉발되는 단말마적인 신음이 보여주는 무의식적 저항의 기제가 곧 각자의 공간 속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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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분의 1초>, ‘넘어짐의 기술’로부터REVIEW/Dance 2015. 12. 22. 19:03
▲ 연습 컷 @ 프로젝트 뽑기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넘어짐의 연습'에서 '걷기의 육화'로 나아가는 과정 전반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표현 과정은 매우 자유롭고 또 구체적인 한편, 일종의 일반적인 신체 자세와의 상관성으로 현실적인 감각과 밀접하게 연관된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뗄 수 없는 맥락의 초점은 '세월호'라는 것으로, 공간 자체의 흔들림, 어떤 하나의 좁은 공간의 상정 등으로써, 지난 작품에서 어둠이 켜지며 눈을 덮는 것과 같이-곧 어둠이 있기에 눈을 감는다가 아닌 눈 자체로 어둠이 옮겨간다- 잠겨가는 신체에 대한 유비가 마지막을 장식했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현실의 맥락이 투여, 연장되는 바 있다. 메리홀의 무대와 객석 사이를 무대로 재구축해, 벽의 질감이 평면으로 곧장 들어오고 그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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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여전히 안무다>REVIEW/Dance 2015. 9. 16. 12:30
대부분의 안무가들에게는 텍스트와의 길항 작용이 느껴졌다. 이는 ‘실험실’이라는 진공의 비움직임적 장소에서의 생각들의 나눔이 나은 하나의 결과로 볼 수 있는 부분인가? 어쨌건 간에 두 시간을 전후로 나눈다면,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전반전에서 후반전은 꽤 지루해졌다. 그 정점은 아마 윤자영의 의 후반부 이후여서였을 것이다. 진향래 안무가는 객석 입구 들어가기 전 로비에서 관객을 줄 세우고 좁은 텐트 안으로 통과시키기를 종용한다. 극장을 소수를 위한 매우 좁은 문으로 바꾸고, 정신없는 요설로 관객을 안무화한다. 곧 여기에는 안무도, 고정된 관객도, 극장도, 아무것도 없다. 무대 역시 없고 다만 가상의 우주여행을 하는 상황으로 퍼포머를 관객의 자리로 바꾼다. 정신없는 중계 상황은 혼란스런 카메라 워킹으로 연장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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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사회] <줄자 - / 정류장> 배치적 안무의 동적 역학REVIEW/Dance 2015. 9. 13. 03:34
무대에 놓인 정렬된, 무용수 둘이 갖고 잇는 사적 소유물들의 일종의 아카이브는, 그의 삶을 구성(한다고 판단되게)하며 (삶을 축소 재현하고 은폐한다) 그 하나의 배치된 사물들이 놓인, 정박된 장소성으로부터 그들은 그 물체의 쓰임과 결부돼 일상의 행위를 재현한다. 가령 양치를 한다거나 하는. 노경애의 작업은 사물과 결부된 신체의 배치를 통해 사물이 주는 어포던스 감각을 시현하는 한편, 신체를 사물화하는 극도로 일시적인 순간의 실험을 감행하기도 하는 편인데, 맨 처음 놓인 장면은 그 전자에 해당하고, 이후 이뤄지는 장면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 두 남녀의 분별된 성의 차이는 가령 여성 무용수가 줄을 감는 행위를 마저 다 하지 않아, 단지 그 사물을 어떤 관객이 인지 가능한 프로그램화된 행위의 일부로서 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