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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족> 희극적 전략 속 냉소적 우의REVIEW/Theater 2015. 7. 27. 16:30
▲ 포스터 에서 ‘안전가족’은 이데올로기 개념으로 사용된다. 가족이 사는 집이 안전한 만큼 바깥은 불안전함을 시사하고, 그러한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서는 바깥에 나가면 안 된다(는 신화를 구성한다). 단지 가장만이 외부 출입을 할 수 있으며 나머지 가족은 그 선을 넘지 못한다. 그리고 이 가족은 가부장적 위계에 의해 집에서 엄금된다. 밖은 불안전한 것일까. 바깥과 단절됨으로써 언어는 해체·재조립되고 사회의 언어 규약을 따르지 않게 된다. 애초 아이들은 라디오(미디어)를 통해 이상한 언어의 쓰임을 하달 받고 있는데, 우리가 아는 일상 언어에서의 기표와 기의의 불일치가 전제된다. 가령 ‘오토바이=박수’라는 식으로, 바깥과의 관계 맺기가 부족한 가운데 외부의 생명체로서 고양이 역시 핵폭탄이 된다. 하지만 기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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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희, <감각의 권리>: '감각' 에 대한 (메타) 실험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5. 7. 27. 16:19
▲ 김준희, ⓒ 옥상훈 막에 감싸인 무대는 밀폐된 일종의 실험실이자 하나의 공유하는 환경을 이룬다. 앞에서 모여 숨을 들이마시는 동작 혹은 공동의 안무임을 지정하는 동시에 감각 자체에 대한 분별이다. 곧 춤(이 다할 수 없는 감각에 가까운 무엇)을 보여준다. 그러기 위해 곧 모여 숨을 쉰다는 행위만이 펼쳐진다. 하나의 울타리로 놓인 공동 환경이 여기에 작용한다. 여기에 팬티만 입고 소리를 질러대며 서로를 이유 없이 때리며 뛰어다니는 소극을 연출하는 광경 등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는 일종의 논-댄스로 보이기도 한다. 안무화되지 않는/될 수 없는 움직임들을 전개하는 것, 한갓된 몸(것)이 나타나는 것, 감각의 권리는 그렇게 보면, 보는 것이 아니라 만져지는 것, 생생하게 나타나는 것으로서 춤이 아닌 것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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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 곤조, <아라네스프의 시간>: 주체의 영점에서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5. 7. 27. 15:56
▲ 게이 곤조 ⓒ게이 곤조사각 링 안에서 관객은 일종의 환영을 본다. 주변의 네 개의 천은 바람에 따라 유동하며, 거기엔 조각배를 저어나가며 비치는 네 개의 분절된 입체 풍경이 투사된다. 이 영상은 그러니까 바람에 천의 유동을 반영한다. 영상은 같이 흔들린다. 우리는 영상에서 잠기지 않는 주체의 자리, 흔들리는 지점에 있으며 바람의 기울기가 시각화하는 풍경에 따라 정위할 수 없는 몸을 환영적으로 인지한다. 바깥은 그렇게 담긴 채 열려 있다. 과거의 재현적 시간이 영상으로 인해 현전된다. 여기에 바깥의 소리, 보이지 않는 소리가 그 환영적 공간의 틈새를 뚫고 다다르는데 이는 내면의 소리로 전이되기 위한 듯 보인다. 흘러가는 흐름을 통과하는 감각만이 있다. 말은 물결과 바람 속에 휩쓸려 간다. 그러면서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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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5 리뷰: 특기할 만한 몸짓들, 현재 유효한 질문에 대한 질문REVIEW/Dance 2015. 7. 1. 11:21
스펠바운드 컨템포러리 발레단의 는 하나의 작은 큐브를 가지고 사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 존재들의 관계를 구현한다. 커다란 무대는 작은 하나의 무대이자 공간인 큐브에서부터 시작되며 큐브로 돌아간다. 큐브에서부터 확장되며 큐브로 압축된다. 이 큐브는 입체적이고 모서리가 비대칭적으로 깎여 나간 다변형의 구조로, 계절의 분기에 맞춰 위치를 달리한다. 매우 변화무쌍한 건축적 구조물은, 그럼에도 유선형이 아닌 직각적이고 평면적으로 공간에 상정되며 이와 합치되려는 움직임들은 다분히 딱딱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이는 수직 축을 유지하며 그것을 은폐하는 유연함의 몸짓들과 전체적인 활강의 동력을 가져가는 발레를 공간 안에 결부 지으며 다소 더뎌지는 흐름으로 인한 탈은폐의 측면일지도 모른다. 개막작인 만큼, 사계절의 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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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숙 <Amore Amore Mio>: 반복의 적층과 순간의 영원REVIEW/Dance 2015. 7. 1. 10:12
막이 오르기 전, 전미숙 안무가의 솔로 무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막이 되어 갔는데, 가령 둥글게 말아 흩어지지 않는 무거운 몸짓의 원환은 어떤 하나의 무게이자 몸으로, 막이 오르기 전에 무겁게 어둠으로 녹았다. 이는 이후 펼쳐진, 화려한 무대의 와 대칭을 이루며, 수많은 문들로 이뤄진, 그러나 그것들은 소통 불가능성으로 소급되는 각각의 모나드들로, 그것들이 만든 가상의 세계 그 문을 열었을 때 마치 그것들 모두가 해체되어 산화되는 것과 같은, 그 빛의 심핵을 건드리고 있는 듯했다. 전미숙의 솔로가 삶의 솟구치며 다져진 이야기의 주름, 그 궤적이라면, 는 그 찬란한 표면의 입자들이었다. 이 분자적 진동을 가리키는 가장 명징한 기호는, 결국 처음 무용수들이 들고 온 찻잔 위의 컵이 떨리며, 자신의 움직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