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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미·허성임 <튜닝>: 연대의 틈 그리고 바깥의 언어들REVIEW/Dance 2014. 12. 9. 08:49
▲ 장수미·허성임 [사진 제공=LIG문화재단](이하 상동) 장수미·허성임의 지난 작품, 필리아(philia), 곧 우정을 통해 타국에서 두 무용가의 따로 또 같이 하는 활동들에서 나오는 느슨한-지속적 연대와 그 공연들에 감응을 시험·실험하던 전작의 현장을 이어, 둘의 만남에서 이번 작품은 그들의 어떤 좌표를 그 역사에 또 그들 몸에 ‘새김’하는가. 아님 기실 전적으로 다른 실험인가 또는 유사한 어떤 짧은 호흡으로 그것과 가깝게 위치하는가. 텅 빈 무대에 전자-기타 한 대는 연주에 대한 기대-상상을 가능케 한다면 한다. 그 기타를 손 대고 연주하며 소리 울림의 무대를 만드는 대신, 그들은 그 바닥에서 단지 그 파장이 소리로 치환되는, 사운드 역학 장에서 감응돼 버리거나 그것을 적극적으로 구성하는 위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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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이민경 <운동장>, 극장 발생의 기각, 그리고 극장의 계몽REVIEW/Dance 2014. 12. 5. 00:12
움직임에서 움직임 바깥으로 ▲ [홍은]입주예술가창작발표-모모한 예술 [출처=운동장 페이스북] 우선 ‘운동장’이라는 움직임/시간의 실제적 은유의 (작품에 대한 콘셉트에 나오는) 제목-일상으로의 확장이라는, 너른 극장 발생 내지는 춤의 너른 범주, 곧 일상적 현재성을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은 멈춤의 태(怠)만한 업(業)무의 선언(드러냄)과 연대에의 감응의 빈 터전을 만드는 것으로 변용됐음에서 이 공연에 대한 설명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곧 은 달림의 순환적 반복(-강박)의 형벌을 기꺼이 자기 동력으로 껴안는(이 공연에 참여하는 자신들에 대한 성토와 공감의 측면에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동력과 속도로부터의 거리 두기의 측면을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상적으로 가져간다는 점에서 구조주의적이자 이데올로기적인 부정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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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자영 <기로극>, ‘텍스트를 직조하는 구성·편집의 교묘한 방식’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4. 11. 30. 01:00
시뮬레이션 ▲ 윤자영 (사진 제공=계원예대 현대예술과 퍼포먼스과), 이하 상동 기로극에서 ‘기로(棄老)’는 노인을 산속에 내다버리는 기로전설에서 따온 것이다(곧 예순 살과 일흔 살을 이르는 각각 기(耆)와 로(老)로 이뤄진 노인 세대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단어 기로(耆老)에 극을 더한 개념이 아니다. 한편 노인 유기를 다룬 이 극은 아들이 부모를 유기하다 종국에 그것을 포기하는 유명한 일화의 차용에 이르면, 인생의 기로(岐路)에 선 주체의 판단·선택의 측면에서 또 다른 기로의 의미도 함축하는 것으로도 읽히는 측면이 있다). 우선 하얀 스크린의 빨간 동그라미 앞에 세 명의 퍼포머가 섬으로써 독자적인 개체 단위로 구성됨을, 또는 디자인적 기호로 표상·전치됨을 보여주는 극은 아마도 세 가족 이상을 리서치한-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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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준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 시각과 촉각적 청각의 분별을 시험하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4. 11. 3. 18:51
▲ 권병준 [사진 제공=LIG문화재단] (이하 상동) 권병준의 작업은 일종의 여기 없음과 거기 있음의 해체적 감각과 감각의 재구성에 가깝다. 이는 스피커를 통해 구현되는데, 가령 외줄을 타는 남자의 움직임이 사운드를 낳지만, 이는 그가 짚는 지팡이가 닿는 바닥 자체의 사운드 인식을 통해, 그의 현존이 장소적 감각으로 보증됨으로써 그 포인트가 옮아간다. 갖가지 사운드 장치들을 작동하면서 그 앞, 낡은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그것들이 통과하는 것 역시, 사운드에 물질적인 좌표를 입히며 ‘여기’를 벗어나게 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연주를 하는 이의 몸은 무대 내에 존재하지만, 그 사운드는 공간 전체에서 그것과 외떨어져, 또는 다른 지점에서 반향이 되어 스피커를 울리기도 한다. 이는 소리가 장소적으로 감각 가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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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 리뷰: ‘방식’이 아닌 ‘대화’에 방점이 찍히다REVIEW/Theater 2014. 10. 24. 14:36
▲ 포스터 할머니의 삶-경험을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실존하는 이애순 할머니를 3명의 배우가 나누어 연기/재현(?)한다. 왜 인터뷰라는 방식인가, 먼저 ‘인터뷰’는 텍스트가 작가의 몫으로부터가 아닌, 다른 이의 삶으로부터 가져온 것임을 의미한다. 그것이 연기되고 재현되는데, 거의 할머니가 되는 성수연 배우를 예외로 둔다면, 실은 배우들은 배우 그 자체로 있어(더구나 남자이다) 할머니와의 거리를 갖고, 이것이 ‘연기되고 있음’(조금 더 진행되면 기록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데 더 가깝다.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이라고 제목을 새삼 상기하면, ‘몇 가지 대화의 방식’이 아닌, 이 이름은 곧 여러 방식으로써 할머니와의 대화에 도달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방식이 수단이라면 대화는 궁극적 목적일 텐데 오히려 이러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