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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자영 <기로극>, ‘텍스트를 직조하는 구성·편집의 교묘한 방식’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4. 11. 30. 01:00
시뮬레이션 ▲ 윤자영 (사진 제공=계원예대 현대예술과 퍼포먼스과), 이하 상동 기로극에서 ‘기로(棄老)’는 노인을 산속에 내다버리는 기로전설에서 따온 것이다(곧 예순 살과 일흔 살을 이르는 각각 기(耆)와 로(老)로 이뤄진 노인 세대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단어 기로(耆老)에 극을 더한 개념이 아니다. 한편 노인 유기를 다룬 이 극은 아들이 부모를 유기하다 종국에 그것을 포기하는 유명한 일화의 차용에 이르면, 인생의 기로(岐路)에 선 주체의 판단·선택의 측면에서 또 다른 기로의 의미도 함축하는 것으로도 읽히는 측면이 있다). 우선 하얀 스크린의 빨간 동그라미 앞에 세 명의 퍼포머가 섬으로써 독자적인 개체 단위로 구성됨을, 또는 디자인적 기호로 표상·전치됨을 보여주는 극은 아마도 세 가족 이상을 리서치한-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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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준 <또 다른 달 또 다른 생>, 시각과 촉각적 청각의 분별을 시험하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4. 11. 3. 18:51
▲ 권병준 [사진 제공=LIG문화재단] (이하 상동) 권병준의 작업은 일종의 여기 없음과 거기 있음의 해체적 감각과 감각의 재구성에 가깝다. 이는 스피커를 통해 구현되는데, 가령 외줄을 타는 남자의 움직임이 사운드를 낳지만, 이는 그가 짚는 지팡이가 닿는 바닥 자체의 사운드 인식을 통해, 그의 현존이 장소적 감각으로 보증됨으로써 그 포인트가 옮아간다. 갖가지 사운드 장치들을 작동하면서 그 앞, 낡은 라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그것들이 통과하는 것 역시, 사운드에 물질적인 좌표를 입히며 ‘여기’를 벗어나게 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연주를 하는 이의 몸은 무대 내에 존재하지만, 그 사운드는 공간 전체에서 그것과 외떨어져, 또는 다른 지점에서 반향이 되어 스피커를 울리기도 한다. 이는 소리가 장소적으로 감각 가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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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 리뷰: ‘방식’이 아닌 ‘대화’에 방점이 찍히다REVIEW/Theater 2014. 10. 24. 14:36
▲ 포스터 할머니의 삶-경험을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실존하는 이애순 할머니를 3명의 배우가 나누어 연기/재현(?)한다. 왜 인터뷰라는 방식인가, 먼저 ‘인터뷰’는 텍스트가 작가의 몫으로부터가 아닌, 다른 이의 삶으로부터 가져온 것임을 의미한다. 그것이 연기되고 재현되는데, 거의 할머니가 되는 성수연 배우를 예외로 둔다면, 실은 배우들은 배우 그 자체로 있어(더구나 남자이다) 할머니와의 거리를 갖고, 이것이 ‘연기되고 있음’(조금 더 진행되면 기록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데 더 가깝다.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이라고 제목을 새삼 상기하면, ‘몇 가지 대화의 방식’이 아닌, 이 이름은 곧 여러 방식으로써 할머니와의 대화에 도달하고자 함을 의미한다. 방식이 수단이라면 대화는 궁극적 목적일 텐데 오히려 이러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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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유용무용론>: 춤의 의미와 당위, 그 혼란으로부터REVIEW/Dance 2014. 10. 21. 17:41
▲ 최은진 [사진 제공=LIG아트홀] 최은진 은 유용한 것을 일상의 노동/행위로 두며 그 대척점에서 무용(舞踊)을 무용(無用)함으로 치환한다. 그리고 이 무용(無用)한 무용이 유용한 행위와 맞닿을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한다는 식으로 이 작품의 테제를 선언한다. 그에 따르면, 그 말 이전에 발생한, 위성희가 객석에 있는 의자를 옮기고, 윤상은이 안무를 소화하는 두 대립된 장면은 춤무용론을 입증하는, 그리고 춤과 노동이 분절됨을 보여주는 작위적인 재현의 장이며, 앞으로 춤유용론의 경계를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아니 그 당위 자체가 요구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노동과 춤의 유용함의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춤이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기에, 곧 유용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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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안무가 루이자 코르테시/미켈레 디 스테파노 공연 리뷰REVIEW/Dance 2014. 10. 21. 17:35
: ‘마법의 회전’으로서 안무의 마개 ▲ 연습 장면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루이자 코르테시가 안무하고, 차진엽이 무용수로 출연한 은 각기 다른 뚜렷한 시공간을 상정하고 있는 가운데, 춤의 정면성을 내세워 일종의 윈도우로서의 프레임과 그와 맞닿은 표면에서의 신체적 감각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마우싱은 일종의 마우스를 가지고 윈도우를 작동시키는 행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상 세계, 그리고 그것과 상호 협응하는 인간 신체를 포괄적으로 지칭하기 위해 만든 조어에 가깝다. 그리고 사운드와 조명이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관돼 시공간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그 장치(화)를 전면에 드러낸 것에 가깝다. 이로써 차진엽은 가상공간의 입자가 되는 셈이다. 차진엽은 우선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로봇처럼 팔다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