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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즉흥상설-고수푸리 '몸의 대화': '즉흥', 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자리REVIEW/Dance 2013. 9. 26. 14:57
즉흥은 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으로만 두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춤이 생성되는 순간 춤으로써 춤에서 미끄러지며 또 다른 춤으로써 춤이 되려는 시차적이고 불가능한 시도가 즉흥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는 다시 춤, 춤의 현전이 아닐까. 춤은 상대방을 의식한다. 그리고 그 몸에, 춤의 틈에, 춤의 드넓은 장에 들어가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니 먼저 춤을 시작한 이로서는 상대방이 우발적으로 들어오기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를 바라며 틈을 벌리고 있다. 이런 절대적인 타자성과 조심스러움, 그리고 쫓고 쫓김으로 나타나는 이후 양상은 곧장 춤이 되지 않는 끊임없이 간극을 벌리는 시차에 다름 아니다. 유빈 댄스, 그리고 이나현의 춤이 갖는 실체적, 질료적 측면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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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천개의 눈>: '존재의 틈으로서 미로'REVIEW/Theater 2013. 9. 26. 14:52
▲ [사진 제공=남산예술센터] 의 역사적 배경은 딱 해설에서 나온 짧은 정리 문구의 정도에 불과하다. ‘자로’의 심중 자체가 은유적 차원에서 미로이며, 이는 앞선 ‘타로’의 미궁이라는 환유적 차원에서 실제 지배되는 것에서 연유했음을 알게 될 때 이 미로는 관념의 차원으로 소환 가능한 그 무엇이다. 미궁은 고르기아스의 매듭처럼 단순히 끊어 버리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미궁에서 나오기 위해 그만큼의 섬세한 실 뭉치의 매듭을 다시 풀어야만 한다. 미궁은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는 대상 차원이 아니며 나를 옭아매는 나를 전적으로 둘러싸고 있는 어떤 불가능성의 차원에서의 장을 가리킨다. 타로의 등골에 칼로써 간극을 벌일 때, 베기보다 서서히 그 심연의 틈을 더듬어 어둠의 아가리를 벌릴 때(이는 정확히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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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페스티벌, '제한 없음의 참여를 위한 가이드가 필요해'PREVIEW/Festival 2013. 9. 25. 12:34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3 포스터 올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하 프린지)의 참가 장르는 연극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실내 작품이 삼분의 이 이상을 차지한다. 몇 년 사이에 프린지는 극장이라는 공간과 연극을 비롯한 환영‧현존‧재현 등의 범주와 관련을 맺는 공연예술로 초점이 옮겨 갔다 보인다. 여기에서 눈에 띄는 바는 막연히 홍대를 상징하는 음악과 야외 공연이 프린지를 구성하고 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티스트의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 ‘심사를 표방하지 않는’ 프린지의 아이덴티티가 모든 장르를 포함한다기보다는 공연예술 축제로서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 그리고 홍대를 거점으로 작업하는 대부분의 (음악‧미술) 예술가를 포함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은, 암묵적으로 참여 아티스트에 대한 장르에 대한 포커스가 달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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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ONE DAY, MAYBE)>: 우리는 5.18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가의 문제의식REVIEW/Theater 2013. 9. 11. 12:20
(※주의: 공연이 진행 중이고, 작품의 미지에의 조우가 무조건적으로 중요한 공연이다. 작품의 내용에 초점을 전적으로 맞춘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공연 관람 이후 읽기를 권한다.) ‘언젠가’, 되돌아온 미래와 반복되는 과거 그리고 뒤늦은 현재 ▲ ⓒ남지우(Jee Woo Nam) [사진 제공=아시아나우(AsiaNow)] (이하 상동), 참고로 실제의 차용과 인용 따위는 이 한 장면 외에는 오히려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작품이 5.18을 간접적으로 다루고자 했다기보다는 그것에서 미끄러질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새로운 시각에서 출발하고자 했음에서 이는 연유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라는 물음이 남는다. 나는 무엇을 보기는 한 것인가. 이 공연을 하나의 신체가 장소의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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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의 작품으로 본 '서울국제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REVIEW/Movie 2013. 8. 31. 13:38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포스터ⓒ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13세부터 18세까지를 청소년으로 규정하는 사전적 정의에 따른다면, 사실 영화에 있어 19세 미만 불가라는 분류는 영화를 제한 없이 보는 단 하나의 마지노선이기에, 그 이외에 모든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하나의 물리적 영역에 불과하다. 서울국제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를 보며 ‘나는 청소년에 해당되지 않아’, ‘청소년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우습지’라는 잠재해 있던 선입관은 단박에 깨지게 됐다. 성북동 언덕에 위치한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에는 단지 분홍 물결의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해, 영화관 안 청소년 연령의 관람객이 많았을 뿐, 관람한 네 편의 영화는 모두 진지했고 심오하기까지 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갖는 청소년들을 위한 그래서 의미 있는 영화제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