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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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아트홀_댄스 엣지]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 <동행> : '연대의 감응'REVIEW/Dance 2013. 5. 16. 02:42
▲ 그라운드 제로 프로젝트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 김찬복 [사진 제공=LIG아트홀] 먼 곳을 응시한다. 불확실한 여정에 대한 인식의 무지를 담은 채 안정적으로 몸을 유지하되 급작스레 분출한다. 둘이지만 평행선상의 시선을 이룬다는 점에서 각각이었던 이들에게 나타난 음악의 파장에 의해 돌연 이 혼자 가는 길에 희망의 서광이 비치는 듯하다. 약간의 각기 섞인 웨이브와 부드러움의 반반의 배합으로 안정과 폭발의 양면을 표현한다. 두 남자가 하나의 곳을 보고 이 둘의 움직임이 겹칠 때 그리고 엇갈렸다. 다시 만날 때에 동행의 여정은 확인된다. 쾅쾅 닫히는 단속적인 사운드 효과의 외부성은 둘의 동행의 의미를 더 절실하고 절박하게 만든다. 둘의 연대는 이 하나를 보고 동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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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아트홀_댄스 엣지] 장정희 <평행-선 線> : '한국적인 무용이란'REVIEW/Dance 2013. 5. 16. 02:39
▲ 장정희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 김상협 [사진 제공=LIG아트홀] 누에고치처럼 감싼 천으로 뭉뚱그려져 있는 남자는 고르지 않은 주름을 함입하고 있음으로써 무생명적 존재 또한 동물적 신체를 가져가게 된다. 여기 흰 옷을 입은 여자(존재)의 출현은 그녀가 눈을 감고 있다는 점에서 양옆에 남자들 (어둠)에 영을 저당 잡힌 것으로 느껴지게 한다. 빛이 트이고 여자는 눈을 뜬다. 미지로의 심각함, 직선의 빛과 거기서 나오는 길의 은유, 실질적인 움직임의 경계를 형성하는 문, 슬픔이 머무르는 한의 내면화 등은 사실상 표현의 형식을 이루기에 앞서 그 자체로 클리셰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의 정서, 움직임은 가령 왜 비극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일까. 이는 표현의 실질이라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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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아트홀_댄스 엣지] 이선아 <Touch!>: 현혹의 이미지와 몸의 노동 사이에서REVIEW/Dance 2013. 5. 16. 02:37
미시-신체가 만드는 환영적 세계 ▲ 이선아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 김두영 [사진 제공=LIG아트홀] 이선아는 스스로로부터 특별한 세계를 파생 그리고 재생시킨다. 손발의 미시적 분배의 장은 미니멀하게 비칠 수도 있지만 거시적이라 볼 수도 있다. 하나의 세계 안에 자잘한 존재들이 살아 움직이고 이를 멈춘 커다란 몸통이 감싸 안고 있는 형국으로 본다면. 역으로 손발의 움직임이 각자 하나의 동력을 갖춘 무엇으로, 이것들의 움직임이 상호 작용하며 하나의 세계 속에 머문다는 느낌으로 이 작업을 보지 않는다면, 재미를 얻지 못할 것이다. 곧 하나의 몸이 아닌, 몸통을 제한 부분-신체들, 가령 발가락의 단독적인 움직임과 같은 미시 신체의 움직임에 대한 재생으로 이 작업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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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ote 현대무용단 <차리다> : 평행의 리듬 속 변주의 순간들REVIEW/Dance 2013. 5. 3. 14:57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M-note 현대무용단 ⓒ 이운식 [사진 제공=LIG아트홀] 지난 4월 30일과 5월 1일 LIG아트홀ㆍ합정에서 열린 M-note 현대무용단의 ('차'는 ‘여기, 이’란 뜻의 지시사 차(此)와 다도에서의 차(茶)를 이중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차리다'는 그 옛말이 '정신을 차리다'라는 뜻을 지니는 것처럼 동사적 의미로 ‘알아차리다’의 의미를 내포한다)는 움직임들이 하나의 자장으로 묶여 있으며, 한 명의 움직임이 이후 그림자처럼 다음 사람을 따라 붙는 식의 시차를 생산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무대는 어둠 속 아스라이 깔린 빛, 점차 밝아진 신비한 장을 형성한다. 이 환경 속 미지의 존재자들은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접속하고 움직임은 순간 모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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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넝쿨, 이은경 <Hard Duo> : '제4의 벽'을 열어젖혔을 때REVIEW/Dance 2013. 5. 3. 14:40
▲ LIG아트홀ㆍ합정 개관기념 공연 댄스 엣지Dance-edge, 밝넝쿨, 이은경 지난 4월 30일 열린 공연 장면 ⓒ 이운식 [사진 제공=LIG아트홀] 밝넝쿨과 이은경은 제4의 벽을 열어젖힌다. 관객에게 자신들의 춤이 현재 벌어지고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모종의 참여를 유도한다. ‘이 춤은 재현되고 있음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사유가 부가되는데 ‘이 춤은 재현된 무엇을 드러낸다’라는 것이다. 패션쇼의 형식을 차용한 몸짓들과 의도적인 춤판의 열어젖힘의 만남은 이제 현실 코드의 전유와 지금 여기의 현시 사이에서 춤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향한다. 단순한 코드의 조합, 곧 패션쇼의 분위기를 달구는 소진되는 반복의 음악, 그리고 그에 부가되는 몸짓은 음악의 지루함, 그리고 몸짓의 소진, 곧 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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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봄 2013] 제롬 벨 & 극단 호라 <장애극장>: '투명한 개입으로 현시를 만드는 법'REVIEW/Dance 2013. 4. 9. 05:53
수행적 발화로 우선하는 말 ▲ 제롬 벨 & 극단 호라 Jerome Bel & Theater HORA “Disabled Theater”, ⓒ Michael Bause(The rest is the same as above.) 제롬 벨은 수행적 발화의 형태로, 무대에 직접 등장하지도, 나아가 내한하지도 않은 채 무대의 과정들, 곧 10명의 지적장애를 지닌 스위스 취리히에 위치한 호라 극단 (Theater HORA)의 배우들을 움직인다. 곧 그의 말이 따른 뒤에 배우들은 행동하게 되며, 배우들의 행동은 그의 말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이 말을 전하는 이는 스위스 독일어와 제롬 벨이 사용하는 영어 사이에 교량 역할을 했어야 하는 그리고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그 역할을 다시 해내는 통역사인데, 일종의 제롬 벨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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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라이징스타] 곽고은 <도시 미생물 프로젝트-판매를 위한 춤>: '냉소적 유머로 드러낸 상품미학'REVIEW/Dance 2013. 4. 8. 01:04
자동 인형의 움직임이 주는 불편함 ▲ 곽고은 : 지난 3월 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쇼케이스 장면 (이하 상동) 상품 미학의 현실을 무대화하기는 주요하게는 인간의 인조인간 내지 자동기계 인형 되기의 과정으로 드러난다. 곧 인간이 상품이 되는 것인데, 여기서 파생하는 뻣뻣한 춤은 나아가 작동되고 있음 그 자체일 뿐인, 가상의 존재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저당 잡힌 형국으로 빚어지며 모종의 갑갑함을 안긴다. 상상력 어린 재현은 표현을 창출하지만, 또한 표현은 재현의 가혹한 엄금의 현실을 냉소하지만, 그러한 차가운 생명력 자체는 어떠한 하나의 결과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실제 그런 결과를 빚는다), 동시에 하나의 춤의 무늬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답답한 느낌을 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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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라이징스타] 안수영 <Time Travel 7080>: '추억을 현시하다'REVIEW/Dance 2013. 4. 8. 00:53
'감정을 자극하다' ▲ 안수영 , 지난 3월 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쇼케이스 장면 안수영의 공연을 두세 번 정도 본 것 같다. 지난 2012 서울세계무용축제 '힙합의 진화' 참가작인 에서는 실제 고백과도 같은 정동(affect) 어린 수행 구문을 공연에 집어넣어 눈물을 훔치게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과거에 대한 멜랑콜리를 여러 변전의 양상 속에 현상해 내며 주는 쾌감으로 거기에 가닿는 측면이 있었다. 추억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장면들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로부터 시작된 공연은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의 신파 재현의 한 장면을 새롭게 표현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헬멧을 쓴 머리로 거꾸로 버틴 채 무대 커튼이 내려와 이불인 것처럼 덮고 잔 움직임들로 남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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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라이징스타] 최수진 <Out of mind>: '남아 있는 그리고 낯선 감정들'REVIEW/Dance 2013. 4. 8. 00:30
내면의 실존적 표출 ▲ 최수진 , 지난 3월 2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쇼케이스 장면 ‘내면의 단상들을 미추를 떠나 처절하고도 극한의 상태에서 표출한다’, 이와 같은 표현주의적인 측면이 무대 전반을 지배한다. 여기에는 실질적인 관계 맺음보다는 추상적인 정동(affect)의 신체들이 구가하는 혼돈에 싸인 갈등이 자리한다. 중간 중간 커다란 오브제들의 활용을 통해 이미지가 주는 무대의 재편을 가져가는 측면이 있고 최수진의 춤은 그 중에서도 두드러졌다. 사실 최수진은 뛰어난 무용수로서 촉망받는 존재라는 점은 안무에 있어서는 오히려 군무라는 춤-공동체의 영역에서 조화롭게 뒤섞여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그 두드러짐에 무조건적인 점수만을 줄 수 없는 점이 강하다. cf. 격렬함에서 벗어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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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벽오금학> : '내러티브의 단편들과 내재적 존재들'REVIEW/Dance 2013. 4. 7. 23:46
상징 이미지들을 통한 문학과의 연결 ▲ 국립현대무용단,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 당연함이 허락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은 『벽오금학도』의 재현일 수 없다. 을 보며 『벽오금학도』를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책에서 느꼈던 이미지들을 고스란히 떠올리는 데 아마 실패할지도 모른다. 책이 구체적 언어로 쓰였다면,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안무작인 국립현대무용단의 은 단 하나의 언어도 없이 비-언어의 추상적인 표현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만 책이 갖는 힌트는 춤의 순수 표현의 부분에서보다는 무대 중간 중간 설치되는 상징 이미지들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집단 무의식으로의 초대 빨간 실을 타자의 몸에 휘감기 시작한다. 이 타자의 피부에 닿는 매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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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애 <MARSⅡ>: '잠재된 것들의 수행과 리듬, 그리고 시차'REVIEW/Dance 2013. 4. 3. 15:58
프롤로그: '이상한 과학 실험' ▲ 노경애 [사진 제공=페스티벌 봄]순차적으로 탄성·마찰력 등의, 물체가 맺는 현실 구조 속에서의 힘이 작용하는 과정을 몸으로 나타내는 작업은 추상적 지표가 작용할 여지 대신 오로지 실행을 위한 움직임, 표현에 대한 표현을 감행할 뿐이다. 곧 기의와 기표의 불완전한 결합에서 오는 저 너머의 기의 찾기 대신 기표의 단편들만의 결합만이 있다. 그리고 기의는 단지 이것이 물리 법칙에 대한 수행이 있을 것이라는 짧은 렉처에서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물론 음악이라는 정서의 흐름을 가져가는 매체와 결합되어 이전의 표현들이 병치될 때 다른 양상을 가져가게 된다. 음악 없이 흰색 우주복을 입고 앙다문 입술과 무미건조한 표정의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과학 실험의 구문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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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의 댄스살롱] 안영준 <카니발(Carnival), 카니발(Cannibal)>, '아크로바틱-카니발'REVIEW/Dance 2013. 4. 2. 12:01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란... ▲ 지난 3월 2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안영준 안무가의 리허설 (이하 상동) 국립현대무용단의 2013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공연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을 가리키며, 17세기·18세기, 활발했던 프랑스 살롱 문화는 궁정 귀족의 사교계 모임이자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오가는 교류의 장이 됐다. 네 명의 국내 안무가의 신작들을 초청한 이번 공연에서는, '댄스살롱'이라는 타이틀과 같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홍승엽은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을 만나며 함께 안무가를 공연 전에 짧게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공연 전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4 작품의 연습실 사진 전시 및 다과를 즐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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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의 댄스살롱] 송주원 <환. 각 (幻. 刻)> 리뷰, '불가해한 이미지들의 중첩'REVIEW/Dance 2013. 4. 2. 06:14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란... 국립현대무용단의 2013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공연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을 가리키며, 17세기·18세기, 활발했던 프랑스 살롱 문화는 궁정 귀족의 사교계 모임이자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오가는 교류의 장이 됐다. 네 명의 국내 안무가의 신작들을 초청한 이번 공연에서는, '댄스살롱'이라는 타이틀과 같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홍승엽은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을 만나며 함께 안무가를 공연 전에 짧게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공연 전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4 작품의 연습실 사진 전시 및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실제 극장을 찾았을 때는 네 명의 안무가들도 로비에 나와 관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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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의 댄스살롱] 박근태 <I wish..짧은 사랑에 대해 지껄이다> : '몸과 말 사이에서'REVIEW/Dance 2013. 4. 2. 02:57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란... 국립현대무용단의 2013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공연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을 가리키며, 17세기·18세기, 활발했던 프랑스 살롱 문화는 궁정 귀족의 사교계 모임이자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오가는 교류의 장이 됐다. 네 명의 국내 안무가의 신작들을 초청한 이번 공연에서는, '댄스살롱'이라는 타이틀과 같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홍승엽은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을 만나며 함께 안무가를 공연 전에 짧게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공연 전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4 작품의 연습실 사진 전시 및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실제 극장을 찾았을 때는 네 명의 안무가들도 로비에 나와 관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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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엽의 댄스살롱] 김정은 <Three>, '음악과의 충돌로 생겨나는 안무'REVIEW/Dance 2013. 4. 2. 02:52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란... 국립현대무용단의 2013년을 맞아 선보이는 첫 공연은 오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홍승엽의 댄스살롱’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응접실을 가리키며, 17세기·18세기, 활발했던 프랑스 살롱 문화는 궁정 귀족의 사교계 모임이자 그 속에서 다양한 지식들이 오가는 교류의 장이 됐다. 네 명의 국내 안무가의 신작들을 초청한 이번 공연에서는, '댄스살롱'이라는 타이틀과 같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인 홍승엽은 공연 중간 중간 관객을 만나며 함께 안무가를 공연 전에 짧게 만나보는 시간도 갖는다. 또한 공연 전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4 작품의 연습실 사진 전시 및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실제 극장을 찾았을 때는 네 명의 안무가들도 로비에 나와 관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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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아, <당신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 혼란의 물음 뒤 달뜬 참여로REVIEW/Dance 2013. 4. 1. 02:59
전반적으로 관객을 한데 몰고 그룹을 짓기, 이어 섞여 춤추기의 과정 그리고 마지막 춤 보여주기로 귀결되는 안무의 과정은 의도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끔 ‘의도된 의도가 어느 정도 보이는 참여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안무가는 그 엔트로피적 마치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무대에서 제일 처음 세 개의 물음을 각각 순차적으로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던진다. 이를 나이브하게 축약하면 ‘여긴 어디냐’·‘춤이 뭐냐’·‘걷는 게 춤이 되냐’, 이 세 가지 정도가 핵심적이다. 우선 첫 번째 질문부터 살펴보자 ‘여기’는 존재하게 되는 것이지 어떤 확정될 수 없는 공간이 맞다. 곧 이 질문은 무대가 원래 ‘생성의 공간’이라는 암묵적 규약을 드러낸다. 반면 춤추는 이는 이 확정지을 수 없는 공간을 관객 스스로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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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윤, <사라지기 위한 시간> : 사물화된 흔적에서 일상의 생기로REVIEW/Dance 2013. 4. 1. 02:51
최승윤의 사랑의 흔적을 드러내는 방식은 사물과 하나 되어 있는 스스로를 현상화하는 차원이다. 비닐봉지라는 안전막을 쓰고 물이 차오르는 가운데 잠겨가는 모습과 시계의 흘러감 그리고 거리에 펄럭이는 바람의 매무새는 무의미한 삶의 영도에 흔적이 갖는 무의식을 정초하며 침묵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는 한편에서 무릎 꿇고 앉아 촛불을 피우고 머리에 꽃무늬 띠를 두르고 TV를 켜며 풍선을 부는 등의 행위 안에 제의적인 의식의 차원으로 흔적들을 대면하며 그 무상함을 표면으로 흘려보낸다. 처음 오페라 아리아에 입을 뻐끔거렸다면, 그리고 스크린 속 일종의 거리 두기적으로 스스로를 진공 포장 상태로 놔두었다면 무대 중앙에 이르러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노래 'Emotion'이 작동하기 시작하자 몸은 위아래로 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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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애, <뉴 먼스터(New Monster)>: 관습적 상징을 영도의 표현으로 만들기REVIEW/Dance 2013. 4. 1. 02:42
의도된 관습 정형화된 움직임들과 평면성의 규칙으로 말미암은 관습적 연극의 외양은 실은 의도된 것으로 일종의 인형-되기에 가깝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로부터 균열을 발견하고 참조적 변형의 지점을 만드는 게 임지애의 의도라 하겠다. ‘이미지 전이 놀이’로 표현한 그의 안무 방식은 재현적 이미지들을 펼쳐 놓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그것의 미끄러짐을 가져가며 잇기보다 균열을 발생시키고 평면에 예속된 형태로 그리고 표면을 캡처하는 식으로 몽타주하는 차원에서 진행됨으로써 달그락거리는 종이 인형의 외양을 고스란히 표현해 낸다. 자연에 대한 환유적 심상은 세 번째 전이에서 구체적이고 가상적으로 이미지들을 통해 드러내지만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기 전 파도소리를 무대에 배치하여 방향성을 상실케 하며 그들에 대한 응시로 혼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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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쓰> 리뷰 : ‘비와 술 사이’, 안은미 유형학적 아카이브 시리즈 대단락REVIEW/Dance 2013. 3. 19. 03:55
그간의 작품들은? ▲ 2월 28일 열린 프레스 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안은미 안무가의 는 그녀의 특정 세대 집단의 춤을 아카이브하고 이를 무대 위에 펼쳐 놓는 식의 유형학적 시리즈의 세 번째, 곧 대단원이다. 그래서인지 이 춤은 다시 지난 춤들과의 비교를 어쩔 수 없이 요구하게끔 한다. 할머니의 춤은 일종의 아키타입, 곧 원형으로의 접근과도 같았다. 더 정확히는 그렇게 비치는 그 원형의 시뮬라르크적인 가상 현존이었다. 곧 원형이 있는 것처럼 현재 보는 것을 그렇게 믿으며 거기에서 감응을 얻는 것, 시간을 뛰어넘었다는 초월과 그저 형용할 수 없어 그렇게 믿어버리는 것 사이에서 판단이 흔들렸다. 여기서 할머니들의 몸은 일종의 역사와 삶을 고스란히 투과시키는 투명한 매개체로 드러났는데, 여기에는 문화적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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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차세대안무가클래스 쇼케이스 리뷰REVIEW/Dance 2013. 2. 5. 17:06
유희주 : '환영 속에 허덕이는 신체' 환영으로서의 몸을 포함해 세 개의 프레임이 있다. 스크린, 내레이션이 나오는 다림질 방, 나방이 불빛에 퍼덕이는 것을 연상시키는 춤의 사각 프레임이 그것이다. 무용과 연극, 그리고 무용과 영상 드라마의 접합은 이 몸이 환영화될 수 있는가의 기술적·매체적 물음을 낳는다. 곧 이 접합이 합치를 지향할 때, 이 합치는 가능한지의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물음은 늘 상존한다. 말 없는 무용의 신체에 말하는 주체의 등장에 이 몸의 불일치에도 일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의 수용의 태도에 있어 생겨나는 물음이다. 조명의 달라짐은 세계의 변환 내지 심상의 전환을 꾀하며 이 말들이 지닌 삶에 대한 흔적들의 언어, 곧 흔적을 따라가는 나만의 언어가 음악 장 속에 기입됐지만, 여기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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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차세대안무가클래스> 쇼케이스 리뷰REVIEW/Dance 2013. 1. 31. 16:51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 의 쇼케이스 공연이 지난 27일부터 오는 2월 2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고 한국공연예술센터가 주관하는 에는 총 13명의 차세대 안무가들의 작품이 각각 무대 위에 오르며, 준비 기간 동안 다양한 강좌와 워크숍, 그리고 멘토들의 참여가 함께 진행되어 왔다. 몸은 말을 잃어버리다 : 최명현, 초원의 배경과도 같은 어떤 공간도 잡아두지 못한 ‘의식의 실존’의 흐름, 처음 시작에는 일종의 구김이 있었다. 이는 일순간이고, 대체로 몸은 흔적이라기보다는 정체됨의 은유로 작용한다. 의식의 흐름을 만드는 내레이션에 몸이 따라 붙는 방식, 문학을 재현하는 방식으로서 몸이 존재한다. 어둠 속 검은 마스크들을 쓴 존재자들은 무의식적 자아들이라 부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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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안은미컴퍼니 신인안무가전'REVIEW/Dance 2013. 1. 23. 23:47
지난 17~18일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2013 두산아트랩(주최: 두산아트센터) 두 번째 프로그램인 '안은미컴퍼니 신진안무가전 편을 찾았다. 안은미컴퍼니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3명의 젊은 안무가들이 각자의 공연을 펼치고, 무료로 관객이 사전 신청해 볼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됐다. 김혜경의 '밥풀'은 그야말로 맨몸으로 현존하기, 동시에 콘텍스트 만들기다. ‘밥풀과 뒤엉켜 한 몸 되기’로 축약 가능한 김혜경의 ‘밥풀’은 무모한데, 밥에서 구르다 밥을 떼어 먹기에 이른다. 처음 음악은 단속적으로 끊겼다 시작되며 배경이라기보다 인터액션적인 측면에서 춤과 맞물리는 측면이 있고, 등장 이후 포즈들은 모델 포스를 방불케 한다. 보자기를 뭉치고, 의식儀式적인 마음가짐을 다잡은 이후 일견 스티로폼으로 느껴지는 하얀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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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완순 현대무용 50년 페스티벌, 19일 공연 리뷰REVIEW/Dance 2013. 1. 23. 11:33
육완순 현대무용 50년 페스티벌이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중이다. 육완순은 1963년 한국 최초로 미국 현대무용을 도입하고, 그해 9월 25일 제1회 육완순현대무용 발표회를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가졌다. 이후 국내 무용계의 일익을 담당해 온 육완순의 50년간의 활동을 기념하며 이번 페스티벌이 마련됐다. 특별히 한국을 빛낸 국내외 현대무용가의 작품들의 5개 정도의 묶음 공연이 27일까지 계속된다. 참고로 모든 공연은 만원에 불과하며, 공연이 끝난 직후 육완순은 직접 무대 인사를 하며 관객을 맞이한다. 대부분 국내에서 공연된 것들이지만, 서로 다른 개성의 안무가들을 한데 만나는 기회로는 긍정적이다. 한편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특별히 해외에서 한국을 찾은 안무가들도 만날 수 있다. 다음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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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환경으로서 무대에서의 환영적 이야기, <소아페라>REVIEW/Dance 2012. 10. 30. 17:32
시작 전부터 거품이 분출되며 무대를 채우고 있다. 조명이 차츰 밝아지며 거품은 부풀어 가며 반복의 소리를 낳고, 거품 전체의 미세한 변화를 낳는데 이 와중에 가해진 거품의 얕은 부피의 점증과 무대 바깥까지 배어드는 향기는 정확한 거품의 성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잠재적인 것으로 이것들은 감각되며 표면적으로는 판타지를 선사한다. 이 잠재된 것과 환영적인 것은 양립하지 않는다. 뭔가의 폭발과도 같은 출현, 동시에 매우 느슨하게 어떤 존재가 이 안에서 나올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런데 이 비눗방울을 하나의 막처럼 분리하며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몸은 한편 투박하면서도 이 환경에서 실재의 춤추는 존재자로서 이질감을 준다. 이는 이 몸들이 주 무대를 덮고 있는 기계음의 긴장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출구가 아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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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어둠 속에서 태어나는 춤', 나세라 벨라자 무용단REVIEW/Dance 2012. 10. 24. 12:18
▲ 나세라 벨라자 무용단(알제리-프랑스)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상동) 의 무대는 눈을 감은 것이 더 편하다. 눈을 감지 않아도 절로 내리 누르는 힘에 의해 감은 것과 같이 되는 어둠, 시선이 분간되지 않는 시간, 이 어둠은 끝나지 않는다. 눈은 끝나지 않는 어둠에 휘말리는 가운데 팔을 천천히 올리는 동작은 매우 속도를 지우고 단지 약간의 변화만을 두는 것으로 무용수들은 암흑 공간에 잠재성의 일면을, 그 잠재성에 동화됨을 단지 보여주는 데 그친다. “준비됐나요? 준비됐어요!”, 우리나라 말놀이로 보이는 노래와 유사성을 띤 노래가 돌림으로 계속되고 북을 비롯한 타악이 아프리카 세계를 그려내는데, 외부의 접합이다. 곧 의식과 내면의 근원적 박동이 균열을 갖는 대위법으로 진행된다. 이 소리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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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분절된 구문으로서 움직임', <S는 P다>(안애순 안무)REVIEW/Dance 2012. 10. 23. 02:28
▲ 9월 10일 쇼케이스 장면 [사진 제공=강동아트센터] (이하 상동) 실로폰의 음계는 곧 음악이 되지 못한 분절된 음들에 불가하다. 따라하는 모방의 움직임들은 춤의 마디가 되지 못한다. 놀이에 따른 규칙들은 전적으로 자의적인 것 같지만, 말이 되지 않는 놀이라는 암묵적 규칙과 (관객의) 언어와의 간극이 계속 맴돌며 이방인 내지 타자로 그려지는 이들에게서 불규칙적인 규칙이 관객에게서 이화 작용을 일으키는 두 가지 규칙이 작용한다. “나에게 쓰는 너”, 나와 너라는 텍스트의 두 단어는 사실상 등가 되고 순서에 따라 치환된다고 할 수 있다. 현존 주체를 지정하는 대신 이 등가 될 수 있는 텍스트의 순간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나의 텍스트로서 애초에 무슨 의미를 갖지 않는 이러한 언어 치환의 공허한 놀이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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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정치적, 사유적 테제로서 몸' <리볼버를 들어라>REVIEW/Dance 2012. 10. 21. 23:19
우선 빠르게 무대 둘레를 도는 브릿 로드먼드(Brit Rodemund)의 일련의 동작들은 무성영화의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연상케 한다. 발레를 메타 비평적 접근으로 해석해 놓는 가운데, 음악은 하나의 현실을 인식하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자신의 몸을 때리며 소리를 냄으로써 역사의 고민이 온전히 해결될 수 없는지의 질문을 던지며 움직임 자체의 미학적 완결 대신에 음악 안에 있는 여자의 상황으로 귀결된다. 메마른 거친 소리를 내며 호흡을 들이마시며 나오는 발레 동작은 동작을 채집하는 것에 가깝거나 미가 아닌 어떤 기억들과 몸에 밴 습관들을 밖으로 드러내는 잠재된 것들의 표현을 의미한다. 움직임은 언어가 부착되는 의미를 일으킨다. 몸은 스스로에 의해 대상화되며 어떤 맥락을 주는 사유의 측면을 입는다. 명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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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유동하는 강의 흐름', Compagnie 7273 <Nile>REVIEW/Dance 2012. 10. 21. 21:26
일종의 안개 속의 대기를 휘젓는 몸짓이다. 좌우로 몸을 살랑대며 휘젓고 몸을 돌리며 아래로 모은 손을 활짝 벌리며 서는 동작으로 진행되는 일련의 네 개의 연이은 움직임이 반복되며 여섯 명의 무용수들에서 공간을 젖고 간다. 여기에는 바다 속 어떤 힘의 재분배의 흐름이 만들어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동작은 변형이 없지만 이들이 강이 흐르듯이 내부에 따라 어떤 무형의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생물 같은 것은 유기체로 보이기도 했고, 동시에 멈춰 서서 움직일 때는 같은 동작으로의 주파수가 맞춰지는 듯한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고개를 돌리거나 아래로 내리며 침잠하는 에너지를 형성하거나 하늘거리는 몸짓들이 출현하기도 했다. 기타는 밝게 변하며 마치 환영의 실재에서 투명한 현실이 드러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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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알이 춤뵈기] <내밀의 무한>(국은미 안무), ‘지루함의 대기 속 파편적 합산만이’REVIEW/Dance 2012. 10. 20. 12:06
유영하는 대기 숨을 쉴 수 없게 조용히 놓이는 진공 상태의 너른 평면에서 흘러가는, 커다랗게 현상되는 흐름, 그래서 이를 현실보다 몽상이 일어나는 집단적 유영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내재적 움직임은 음악으로 인해 생기를 잃고 어떤 관계망도 몸으로써 인식하기 시작한다. 몸이 기체와 액체의 유동함으로 합쳐지는 풍경. 고요한 작용 외에 움직임은 어떤 단절·분절·분출도 없는데 이러한 액체적 세계는 무엇을 묘사하고자 함인가. 둘씩 관계 맺기, 앞뒤로 뒹굶은 주고받음이라기보다 흡착되어 엉키고 서로를 향해 고리를 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모호한 광경의 몸의 풍광 속에 달라지는 음악, 조명의 변화가 이들의 외부 풍경으로 무대를 절합하며 달라진 세계를 지시한다. 몸이 먼저 가기보다 음악의 전유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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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댄스 리뷰] '우리춤 빛깔찾기', 우리 것의 현대적 변용과 혼합 사이에서...REVIEW/Dance 2012. 10. 16. 07:48
최지연 창무회 무속의 무가 시작에 차용된다. 이는 이후 작품의 음악적 행보를 지시하는 성격을 띤다. 격하게 몰아붙이는 리듬에 여러 소음 같은 음향이나 소리 지름 등이 맞물린다. 두 사람이 각기 시차를 두고 달리 깨어나고 서로 등을 맞대고 만나 대치도 화합도 아닌 긴장의 지점에서 숨을 가다듬고 각기 다른 속도와 거셈으로 무대를 헤치고 돌아다닐 때는 흥분이 인다. 실상 이 무속인 같은 존재의 등장은 하나의 외떨어진 삽입에 가깝고 이 둘의 춤과는 대별되는 흐름의 양상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차용과 삽입의 측면은 이 공연의 퍼포먼스적인 수행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곧 이 시간이 하나의 재현이 아닌 현재의 시간 안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것. 여기에 두 무용수의 움직임은 보폭을 넓게 해서 기본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