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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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코타 키하라(Kota Kihara), <foot, foot step sound and step> '어둠이 스민 신체'REVIEW/Dance 2014. 6. 4. 02:08
▲ 코타 키하라(Kota Kihara), ©Kazuyuki Matsumoto 날벌레의 울음의 사운드와 으슥한 조명은 도시가 아닌 어느 시골, 숲과 가까운 자연 어느 곳을 환유케 한다. 어둠은 희미하고 그렇게 어둠으로서의 빛에서 어슴푸레하게 존재의 형상이 내비치며 시작되는데 움직임은 그 형상보다 형체로 또 소리화된 감각으로 더 드러난다. 반복된 쿵쿵거림과 이동, 구르기 등은 이 자연 안에서 홀로 내는, 홀로 있음을 드러내는 희미한 인광 그 자체다. 일종의 빛, 어둠이라는 공간에 뒤섞인 빛-형체로 등장해 그 안에 머무는 하나의 광경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곧 이 공간을 환유하며 신체는 그 일부, 그리고 독특하게 현시되며 자신의 환경 그 자체를 감각적으로 재배치하려는 어떤 시도들의 전개 양상으로서 드러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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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안겸/주선희/최원석,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청춘의 맨 얼굴'REVIEW/Dance 2014. 6. 4. 02:04
▲ 안무가 주선희가 안겸, 최원석과 함께 결성한 창작 그룹 ‘모므로’ 이 셋은 청춘의 맨 얼굴을 드러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마지막 관객을 향한 채 조명을 받아 밝게 빛나는 얼굴의 현시에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중간에 한 번 더 앞을 향하는데 여기서는 어둠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있으며 어둠을 삶의 어려움, 특정 세대의 구체적인 어려움의 은유 자체에 직면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세 사람이 일렬로 하나의 움직임을 만드는 과정은 서로의 존재를 감지한 채 미약하게 발을 내딛거나 어떤 소극적 외양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엉클어져 그들이 마주하는 삶에서의 실질을 순간화한다. 곧 추상화된 형태와 리듬의 분배 대신, 삶이 개입된,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또 공존하며, 그 바깥의 절대적인 현실에 대한 소극적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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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레브 샤론 에얄/가이 베하르(L-E-V Sharon Eyal/Gai Behar), <House> '몸-스크린, 분절되지 않는 몸'REVIEW/Dance 2014. 6. 4. 01:43
▲ 레브 샤론 에얄/가이 베하르(L-E-V Sharon Eyal/Gai Behar), © Christopher Duggan, courtesy of Jacob’s Pillow Dance 알몸으로 감각되는 군무는 순식간에 무대를 덮친다. 몸을 분절해 그 안에서 리듬을 만들고, 접은 몸을 두 번에 걸쳐 연속으로 펼치는 뒷다리의 차올림의 어떤 정점을 찍는 광경은 짧은 황홀경을 선사한다. 곧 음악은 밖에 있지 않고 그 안에 있다. 황홀경(extase)이 사실상 나를 바깥에 두는 것이라 한다면 여기서 밖은 음악적 풍광이 ‘비치는’ 어떤 신체 자체의 들림에 의한 것이다. 음악은 양분되어 둥근 초점과 그것을 둘러싼 커다란 배경으로 작용하는데, 여기에 따라 몸들은 양분되며 다음 음악과 맞물리기도 한다. 어떤 하나의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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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MODAFE] 박근태, <Man's Diary> '기억에 종속되는 신체'REVIEW/Dance 2014. 6. 4. 01:37
▲ 박근태 안무작 [사진제공=모다페] 단독자와 그와의 등가물들 격인 세 쌍의 무용수가 나온다. 그리고 존재의 기억이 펼쳐진다. 한 명의 존재는 지난날 자신과 연인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내레이션으로 무대 뒤에서 목소리로 체현하고 세 쌍의 커플은 한 남자의 목소리를 재현하고 표현하는 일종의 부속물에 가까운 무용수들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럼에도 이 작품이 목소리와 움직임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하나의 공간감적인 시가 아니며, 이천 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하나의 담론과 이슈가 된 다원예술적 움직임이라는 특징을 지닌 작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움직임(표현)이 목소리(텍스트)를 앞서기 때문이다. 물론 화자인 존재가 본격적인 춤이 펼쳐지는 동안 등장하지 않으며 시작과 끝에만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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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신체하는 안무>, ‘끊임없이 말-움직임으로부터 생겨나는 것들’REVIEW/Dance 2014. 2. 28. 14:29
▲ 최은진 포스터 우선, 공연의 각기 다른 무대를 선보인 세 무용수를 표피적으로 구성해 본다면, 첫 번째 무용수 윤상은이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자폐적인(autistique) 모습을 보인다면, 두 번째 위성희는 조금 더 관객에게 말이 움직임으로 전환되는 측면에 대한 설명이 표면적이다. 그러니까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에 있어 말과 움직임을 혼란스럽게 처리하는 것 모두를 하나의 연기 과정처럼 원활하게 선보이는 능수능란한 연기자(actor)의 모습으로, 곧 스스로를 드러내는 특별한 전개, 동시에 중계의 과정을 펼쳐내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최은진은 관객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이전에 그 드러냄의 벽에 스스로 부딪친, 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의 모습, 동시에 무언가를 계속 말해야 하는 거의 강박 자체를 다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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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3]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문 없는 문>: '과정으로서 무대, 그리고 수많은 몸들'REVIEW/Dance 2013. 11. 7. 11:02
▲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빛은 어둠으로부터 출현한다. 비물질적 시각으로서 빛이 어둠을 안고 더듬더듬 출현하는 가운데 여전히 어둠은 물질적이고 촉각적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여기에 선 전인정은 무제한의 공간으로서 광야를 헤집는 눈 먼 이의 의식을 체현한다. 이 광야를 출현시키는 특정한 방식으로서 돎이 출현한다. 이 돎은 급작스럽고 동시에 멈출 수 없다. 돎의 현존은 막다른 막막한 길을 그 끝없음의 무한정의 잠재적인 영토로 바꾸며 몸은 최대치의 에너지를 발산하나 의식은 순일한 차원에서 명료함을 띤다. 이 회전으로부터 출발한 몸의 박동은 멈춤에서도 그 표정으로 그 힘찬 맥동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급박함의 진행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으며 조임과 풂을 자유롭게 가능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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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핑 톰 무용단 <반덴브란덴가 32번지>: '던져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특이한 일상들'REVIEW/Dance 2013. 11. 7. 09:57
▲ 피핑 톰 무용단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구체적인 지명의 제목으로부터 출발하는 벨기에 ‘피핑 톰(Peeping Tom)’ 무용단의 는 산 중턱 눈보라가 간헐적으로 몰아치는 곳에 트레일러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낯설게 등장시킨다. 황량한 환경 속에 고립되어 있는 그들이 트레일러를 오가며 또한 트레일러 안에서 벌어지는 삶의 양태-그에 대한 시선은 객관적이며-는 구체적인 일상의 흐름 속에 파편적으로 드러난다. 반면 이는 그 단절적인 일상과 동시에 공간들의 불연속적 엮어짐의 이행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충분히 해명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는 다시 객관적인 시선이 갖는 하나의 의도적인 효과로 설명된다. 이는 존재들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그들을 절대적인 환경 아래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 낮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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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F2013]<로튼애플(Rotten Apple)>(차진엽 안무): '시공간의 안무술'REVIEW/Dance 2013. 10. 25. 13:49
▲ (차진엽 안무)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극장 공간을 일종의 전시 공간이자 체험 공간으로 바꾼 것은 극장에서의 고정된(?) 관람을 당연히 탈피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아니 이는 탈피보다는 탈출구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더 이상 극장에서 최대의 것을 향한 최선의 몸짓이 정답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 이를테면 최대의 것이 일회성을 띤 공연의 특성을, 최선의 몸짓이 단 한 번의 무대에 몸을 불사르는 노력이라면 정답은 그것이 관객에게 온전히 수용되어 감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하나의 유토피아적 진단임이 확실해졌을 때 은 ‘공감각적 체험형 퍼포먼스 중심의 춤’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모색과 대안의 측면에서의 또 다른 절박한 시도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일종의 전시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빚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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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3] 라 베로날(La Veronal), <숏컷–세 도시 이야기 Shortcuts>: 말과 몸, 봄과 보임의 시차 속에서REVIEW/Dance 2013. 10. 18. 15:30
▲ 라 베로날(La Veronal),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외화면 목소리가 지정하는 묘사와 서술, 그 바깥에서 유희적인 캐릭터들의 파편적이고 반복적인 일상, 이 둘의 관계 내지 간극은 서로에 대한 완벽한 재현으로 작용하기보다 오히려 평행되며 나뉘는 차원에서 출현한다. 전체적으로 말은, 특히 첫 번째 도시 ‘레이캬비크’에서의 말은, 어둠의 공간에서 둘이 움직임을 쌓아 나가는 것에 그것에 순전하게 몰입하게 하지 않고, 모호한 서사의 일면에 재현되는 내지는 서술되는 측면에서의 부합되는 환상, 완전하게 파악될 수 없는 상황의 일부로 여겨지게 할 뿐이다. 이 말은 그래서 명확하게 현실을 만들기보다 (무)의식의 흐름으로 흘러가며 마치 주술처럼 내 안의 화자로 전이되며 파편들로써 현실을 불완전하게 파악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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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F2013] <스푸마토>: 현존을 만드는 방식의 안무REVIEW/Dance 2013. 10. 16. 13:15
▲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배로부터 피어나며 위쪽으로 느리게 도달하며 무대를 장악하며 겹에서 또 다른 겹으로 펼쳐지는 안개, 이것을 자연 그 자체에 대한 환유이자, 비자의적인 안무 그 자체로 보지 않는다면 이 작품의 특질과 메시지 이전의 표현의 강력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그 안에서 안개에 뒤섞여 끊임없이 돎의 현존을 추구하며 이동하는 축을 가진 자동 회전 기계의 비인간의 형상으로 변해가는 여자 무용수의 몸짓으로 보이는 움직임은 그 은근하고 거대한 현존에 조응하는/맞서는 또 다른 생명의 현전이라는 서사 차원에서의 전개와 몸짓이든 수용의 측면에서건 인간으로서 어떤 가용 범위를 넘어서는 듯한 바로 그 부분에서의 현존이 맞물리고 있다. 후자는 그야말로 처음에는 느리게 도무지 믿을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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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즉흥상설-고수푸리 '몸의 대화': '즉흥', 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자리REVIEW/Dance 2013. 9. 26. 14:57
즉흥은 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으로만 두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춤이 생성되는 순간 춤으로써 춤에서 미끄러지며 또 다른 춤으로써 춤이 되려는 시차적이고 불가능한 시도가 즉흥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는 다시 춤, 춤의 현전이 아닐까. 춤은 상대방을 의식한다. 그리고 그 몸에, 춤의 틈에, 춤의 드넓은 장에 들어가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니 먼저 춤을 시작한 이로서는 상대방이 우발적으로 들어오기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를 바라며 틈을 벌리고 있다. 이런 절대적인 타자성과 조심스러움, 그리고 쫓고 쫓김으로 나타나는 이후 양상은 곧장 춤이 되지 않는 끊임없이 간극을 벌리는 시차에 다름 아니다. 유빈 댄스, 그리고 이나현의 춤이 갖는 실체적, 질료적 측면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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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안녕, 마이 버터 플라이>: 연극의 현실로의 환원을 시도하기REVIEW/Dance 2013. 8. 18. 03:53
▲ 7/5(금)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프레스콜 장면(이하 상동) 시작은 실제 손숙의 극에 맞춰 공연 시작 전 진행 상황이 그려진다. 서은경과 김원해는 뒤늦게 등장하고 그것이 곧 시작될 것임을, 아직 시작되지 않았음에서 시작된다. 공연 전 스태프가 공연이 시작됨을 알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가상적으로 실제를 그리는 이 공연 시작 전의 모습은 이 공연이 ‘손숙의 인생과 직접적으로 닿아 있는 공연’임을 그 바깥의 경계로부터 상정해 낸다. 이는 어떤 고전의 차용이 아닌, 현재의 삶과 역할 이전의 배우 자체로부터 출발하는, 어느 정도 그 자체로 손숙과 연극에 대한 것들이 현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손숙의 고유의 톤과 음색, 표정은 이제 어떤 ‘역할’로 건너가는 간극을 낳는 대신 손숙이 갖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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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리뷰REVIEW/Dance 2013. 8. 18. 03:21
김지원 & Emil Faski (독일 킬 발레단), 자신의 신체를 감싸자 내면의 표현이 되고 남자는 조명에 의해 환영으로 드러난다. 무겁고도 유연하게 곧 한 발로 중심을 잡을 때 역시 이는 고정된 순간보다 그 무게로 상대방과 한 덩어리의 신체를 이루며 그 무게중심이 드러나게 또 둔중한 자취로 가 버림을 드러내는 데 있다. 바람처럼 남자의 품을 맴도는 자취이거나 매우 가벼운 휘발의 표지에 일말의 황홀일 수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둘이 스쳐 지나가며 그리고 엇갈린 두 스텝으로 이 중간태의 두 순간 정도로 보인다. 윤전일 (함부르크 국립발레단), 윤전일은 바이올린 주선율과 피아노 구문의 단단한 중심을 잡는 선율에 이전됨의 시간에 감정의 밀도를 집약된 춤과 감정으로 군더더기 없이 보여준다. 이는 외떨어진 사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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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훈 <이웃>: '이웃으로서의 타자'REVIEW/Dance 2013. 8. 16. 02:48
▲ 박나훈 포스터[=박나훈 무용단 제공] 로비에서 박나훈과 김준기는 관객과 경계선을 긋지 않고 ‘어느새’ 출현한다. 이미 ‘정시’라는 관념과 그것을 둘러싼 침묵까지가 공연의 일부로 말려들어가고 있다. 영어 교육용 발음 청취 테이프의 무작위적인 재생은 그 자체의 리듬 패턴을 그리며 단속적인 출현의 텅 빈 기표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는 춤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도 춤이 가져가야 할 정서 역시 아닌 반면, 이 단어들과의 마주침은 이 두 남자가 각자의 영역을 그리며 맞닿고 떨어져 가는 단속적인 접속과 흩어짐과 같이 그저 나타남과 반복을 가능케 하는 순간적인 구성이라는 역량 아래 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어깨를 맞대는 친밀한 인사와도 같은 제스처는 이 공연의 하나의 모티프이자 제사(題詞)이다. 이웃이기에 가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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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하나의 사건', 뒤따르는 '잉여적인 것들'REVIEW/Dance 2013. 8. 16. 02:00
모나드, 사건, 푼크툼 ▲ 국립현대무용단 공연 사진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칸막이 쳐진 큐브들, 이 모나드들이 이룬 하나의 거대한 프레임이 정면으로 들어온다. 그 속에는 솜이 담긴 것과 담기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상이한 양과 그 형태의 차이를 보인다. 전체의 프레임은 단 2-3초 만에 분해되며 인간의 네거티브 형태를 남긴다. 그리고 이 해체된 인간의 형상을 무대 전체 공간 구획을 만드는 것으로 이전된다. 곧 한 거대한 인간은 다시 수많은 개체의 유폐된 자아의 내면으로 치환된다. 이 칸막이 속 솜이나 간간이 띠는 붉은 실의, 일정하지 않은 양이 규정하는 큐브는 개별적인 것인 동시에 소통되지 않고 자족적이며 따라서 해석되지 않는 무엇을 의미한다. 미니멀리즘적인 이 단순함과 상이함의 매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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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마로니에여름축제] 팩토리1+1+1 <Salon de Factory>: '춤의 메타적 리서치'REVIEW/Dance 2013. 8. 15. 20:32
▲ [2013 마로니에여름축제] 팩토리1+1+1 까페에서 먼저 일시적으로 체험한 이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으로 옮겨갔다 (이하 상동) 무용수만큼의 여러 흐름으로의 무용수들은 춤을 느슨하게 추며 넓게 퍼졌다. 관객 한 명씩과 네트워크하고 중앙의 무대로 끌어오기 위함이었다. 이는 곧 관객과 중앙의 경계를 허물며 하는 자와 보는 자의 경계를 역시 소멸시켰는데 이는 몇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의 무용수가 순환하며 갖가지 제스처를 취해 관객의 주의를 허물고 멈춰 있음의 긴장을 해소시켰다. “나는 지금 무대에 섰다”는 것을 전제하며. 어떤 놀람의 반응이 관객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이다. 갖가지 상징적 기표들, 이는 어떻게 튀어나오는 것일까, 각종 의성어로부터 대사의 편린들은 어떤 근거로 튀어나오는 것일까. 이는 우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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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국립현대무용단 <개와 그림자>: '현실에의 다양한 표지들'REVIEW/Dance 2013. 6. 20. 09:55
분류된 구획 안 유희 ▲ 지난 5월 24일 국립현대무용단 리허설 장면 (언론 리허설 관람은 6월 5일) [사진 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솜털 같은 흰 물체들을 층차를 둔 투명한 상자들의 합산이 무대 뒤쪽에 쌓여 있고, 무대 가를 두르고 있다. 색소폰 소리가 아련하게 한 더께 걸쳐 들어온다(참고로 리허설을 봤을 당시 음악은 완성되지 않았고 아직 준비 중에 있었다. 참고로 음악‧조명 등의 사용은 홍승엽 예술감독의 안무 이후 그에 맞춰 들어오는 게 통상적이라고 한다). 이들은 유영하듯 그 분위기에 침잠해 있고 그 안에서 논다. 누워서 헤엄치고 ‘각자의 내재적 시간을 갖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무엇보다 유아적이고 현실과 어떤 관계도 맺지 않는 듯 보인다. 개인적이고 비사회적인 인물들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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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발레 <이방인>: 숨 막히는 시공간 속 '이방인'의 존재REVIEW/Dance 2013. 6. 20. 00:38
사회, 이방인을 만들다 ▲ 2012 국립발레단 창작팩토리 선정작 연습실 장면 [사진 제공=이고은발레단] (이하 상동) 현대인(주인공 ‘뫼르소’를 비롯하여)의 복장, 한 명(뫼르소의 어머니)의 장례식과 측면에서의 고양된 음악에 인물들의 죽음을 재상기시키는 환영적 조각들로서 몸, 의자가 사용되어 스텝이 가능하지 않게 됨으로써 상체 위주의 움직임이 알 수 없는 표정과 함께 강조된다. 붉은 옷과 꽃-영상, 유혹의 기표는 ‘마리’의 자유분방함은 절정을 향하고, 의자로 둘러쳐진 공간의 변전과 함께 이후 명확하게 구획을 만들며, 그 안에 갇힌 한 명의 타자(다른 옷 색깔을 통해)가 된다. 이 안에 여러 존재자들을 지배하는 이의 등장과 함께 붉은 옷의 여자는 이방인이 된다. 적막한 공기 속 긴장은 발레의 정형적 몸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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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 <총성(Salves)>: '지나감으로서 현현에서 열어젖힘의 정치로'REVIEW/Dance 2013. 6. 11. 09:53
'일상의 환영적 공간의 실잣기' ▲ 프랑스 마기 마랭 무용단 (안무가: 마기 마랭)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릴 레코더 네 대, 널빤지들과 그 사이 열린 문들, 그리고 불 꺼진 객석, 곧 실잣기로 이어지는, 자신만의 내재적인 행동을 하는 이는 관객 한 명을 무대로 불러 세우며 그 실잣기의 네트워크적 층차를 만들어 간다. 이는 예상된 절차로서 반복된 행위로써 번져 나간다는 점에서, 사전에 약속된 ‘듯한’ 적확한 지정에 따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모두(의 과정)는 무대라는 한계를 지우고 ‘일상의 환영’을 만든다. 곧 실제로 보이는 환영으로써 무대라는 환영을 인위적으로 지우고 동시에 지시한다. 이러한 ‘과도함’의 설정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무형의 실잣기는 실제적인 행위이자 다른 무엇도 지시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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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정훈목 <Jean Marc 존 막>: '언어를 비껴나는 신체'REVIEW/Dance 2013. 6. 10. 18:55
‘시선을 비껴가는 생명체’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정훈목 _안무가 프랭크 샤띠에Franck Chartier(벨기에)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누워서 흥건히 젖은 바닥에서 거의 알몸으로 정훈목은 브레이크 댄스를 춘다. 격렬한 테크닉, 뱅뱅 도는 몸은 시선을 이탈하고, 또 그 ‘벗어남’ 속에 땀의 서사를 또 그에 대한 감응을 도출한다. 불이 꺼지자 ‘실험실 가운’을 입은 할머니들이 그를 인도해 가 몸에 옷과 무릎 보호대를 씌워주는데, 이 남자는 그래서 어떤 실험 대상으로 상정된다. 그를 버려둔 채 앞으로 튀어 나온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실험 주체의 알 수 없는 현장 감식의 현실이 펼쳐지며 남자는 홀연히 의식을 잃는다(사실 죽음을 맞음에 더 가깝다). 울음과 알 수 없는 웅얼거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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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허성임 <Entrance or en-trance 출입구 또는 몽환>: '현시되는 신체'REVIEW/Dance 2013. 6. 10. 18:42
‘경계 너머, 비성적 존재’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허성임 _안무가 스테프 레누어스Stef Lernous(벨기에)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순간적으로 발사되는 인공음은 어떤 강한 에너지를 상정한다. 이는 가상적인 배경음이 아닌 실제적 효과를 그녀를 압박한다. 희게 칠한 얼굴의 그녀는 이 파장의 사운드가 뿜어지는 순간 비명을 지르고 몸을 뒹군다. 몸의 뒤집힘이라는 사건이 체현되는 것이다. 이는 히스테리적 신체, 재난을 겪는 여성, 성적 폭행을 당하는 여성이란 젠더의 장을 상정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희생물과 같은 트릭스터로서 비성적인 어떤 존재로 드러나게 되는데 입을 벌리고 몸을 튕기고 음악이 균등하게 분배되고 정면을 마주할 때 이 존재는 완전히 트랜스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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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건중 <Swift shift 스위프트 시프트> : 내면과 외부의 혼종적 경계REVIEW/Dance 2013. 6. 10. 18:29
무대와의 경계 ▲ [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건중 _안무가 하이디 비어탈러Heidi Vierthaler(독일)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커다란 흰 패널을 옮기러 온 스태프들, 무대로 온전히 집중되지 못한 상태에서 운반과 공사의 과정이 진행된다. 스태프 중 한 명을 체현하(고 있었던)는 무용수는 일종의 무대 바깥에서의 존재이자 그 직업적 정체성을 가진 채 무대에 스테레오타입의 사고를 기입하며 무대와 비-무대의 경계를 저울질했던 것이다. 막이 내려오며 그 틈에서 옷을 벗으며 무용수로 (되)돌아가던 그는 조명의 지지대가 되는 무대 내에서는 가려져 있던 거대한 프레임이 내려오는 가운데, 그 구조물 안에서 몸을 반전시키며 뒤틀린 신체를 보는 여러 관점을 창출한다. 이 거대한 프레임과는 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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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혜림 <Choice 초이스>: 텅 빈 기표의 실제적 울림REVIEW/Dance 2013. 6. 3. 13:39
‘텅 빈 기표’의 수행적 효과 ▲ (안무가 김재덕)의 솔로이스트 김혜림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내레이션과 고수를 대체한 주로 현대인의 급박한 일상의 흐름을 상징하는 표지이자 모더니즘 이후에 주로 그러한 의미로 전유된 시계의 초침소리, 여기에 김혜림은 신체를 합치시키며 수신호를 작동시킨다. 내레이션은 실제처럼 작동되며 안무의 표지를 만든다. ‘열림’에 대한 메시지, 열림은 가슴의 은유이자 상품 미학과 닫음의 인접적 제시이다. 그리고 위‧아래‧옆의 환유적 표지들은 일차적으로 인생에 대한 비유 차원으로 쓰이지 않는다. 다만 이 움직임의 축자적인 해석의 구현으로 드러낸다. ‘밑으로 내려갔다 위로 올라가는 게 원래의 선택이라면 밑으로 내려갔다가 옆으로 겪는 것은 어떻사옵니까?’라는 두 문장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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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성용 <Mother & alien son 엄마와 낯선 아들>: 자연의 환유와 구성적 안무REVIEW/Dance 2013. 6. 3. 13:38
자연의 환유 ▲ (안무가 Gisela Rocha 지셀라 로샤)의 솔로이스트 김성용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클래식 음악, 나무, 쌓인 돌들, 그 앞에 손을 뻗은 남자는 초록색 90도 평면은 재현의 깊이를 상정한다. 돌을 들고 떨어뜨리는 것을 반복함, 그 틈에 조명도 바뀌어 나무는 마치 하얗게 그 자신을 선명한 가지들로 드러내는 듯 보인다. 이러한 과정은 무대로의 떨어뜨린 돌의 실제적 시간의 환영적 시간과 합치되는 것과 맞물린다. 어떤 특별한 내러티브들의 틀 안에 실제적 행위의 투여가 하나의 시간을 만든다. 자연이란 환유물들 속에 위치하기, 역동적으로 노닐며 그 안에 새로운 질서를 파생시키기, 자연적 심상을 감정의 파국들로 변전시키기, 가령 돌덩이를 헤집어 무대 사방으로 퍼뜨리기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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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김지영 <혼돈의 시작 Chaos Begins>: 발레의 재전유REVIEW/Dance 2013. 6. 3. 13:36
선글라스의 재전유 ▲ (안무가 김보람)의 솔로이스트 김지영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선글라스를 낀 여자(발레리나 김지영), 발이 닿는 곳마다 불이 켜진다. 이어지는 움직임은 일종의 발레에 대한 패러디다. ‘백조의 호수’의 클리셰이면서 그것의 미묘한 변전의 장을 꾸미면서, 선글라스로 가린 시선, 약간의 우스꽝스러운 몸짓들이 내는 균열을 보라. 과연 김보람답다. 이 선글라스는 그에 대한 오마주로서, 그녀가 그것을 전유하고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앞선 발레의 스텝과 움직임에 더해진 자잘한 수신호와 몸짓을 경쾌한 분절적 기계 튠의 음성이 흘러나오는 팝에 맞춰 순간순간으로 쪼개 나눈다. 이 ‘감춰진 시선’의 ‘인조-기계’의 신체의 표지로 그 선글라스가 재전유되는 순간이다. 세 번째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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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밝넝쿨 <Fighting Room 파이팅 룸>: ‘메타적으로 위치하기’REVIEW/Dance 2013. 6. 3. 13:35
메타적으로 위치하기 ▲ (음악 권병준)의 무용수 겸 안무가 밝넝쿨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사운드 퍼포머-관료’란 절합의 존재(권병준)의 출현, 대위법적으로 울려 퍼지는 아련한 단속적 건반, 밝넝쿨의 메타-언설을 통한 ‘극장 발생’, 권병준과 밝넝쿨의 절합은 사운드 환경의 창출과 수행적으로 무대를 구축하는 두 사람의 각각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밝넝쿨은 현실에서의 그의 입장과 그것을 벗어나 환영적 역할로서의 연장 사이에서 그 역할을 ‘밝넝쿨’로서 수행적으로 임하며 환영과 현실이 전도된 공간에서, ‘환영-현실’이 어떤 외설로 그 즉시 다가오게끔 만든다. 관객의 참여를 끊임없이 독려하며 이 “여러분”이라는 그의 외침은 곧 우리 스스로의 내면에 울리는 무한정한, 불안정한 어떤 강박적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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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안애순 안무, <In Gut Out>: '신명'나는 춤판을 향한 대중가요의 전유REVIEW/Dance 2013. 5. 28. 10:20
▲ 안애순 무용단, [제공=강동아트센터] 초록색 레이저의 방출, 이는 무언가 신성한 곳을 가리킨다. 5000년 역사를 ‘침략 당함의 역사’, ‘평화의 성향을 지닌 민족’으로 표상하는 가운데 기운다. ‘진짜 사나이’, 들국화의 ‘사랑한 후에’, ‘밤차’,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때 그 사람’ 등의 대중가요가 한국적 정서의 표층을 배회하고 있는 음악들을 배치한다. 이는 시대상이 반영된 대중 풍속도의 유형학을 구축하려는 시도로도 보인다. 사실상 이 역사의 시간을 현재로 호출하는 것이므로 이것은 허무하면서도 실은 어느 정도 읽는 데 실패하는 기호이기도 하다. ‘신’이 든 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말하는데 손가락을 어떤 기류처럼 자유롭게 놀리며, 영상에서는 나무뿌리가 생겨나고, 웃으며 음악의 “아름다운 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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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빠뜨리스 티보, <Fair Play>: '상징과 상상의 간극을 확장하며'REVIEW/Dance 2013. 5. 28. 09:37
▲ 빠뜨리스 티보(Patrice Thibaud), [사진 제공=모다페] 빠뜨리스 티보는 일종의 고깔모자를 가지고 무대 양옆으로 등퇴장하며 이것은 성화봉처럼 들고 이동하는데, 이어 이것을 허공에서 무형의 껌을 주고받는 식의 연기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껌 탁구’를 연출하며 상상적이고 상징적인 영역의 어느 중간에 위치한다. 곧 그것(껌)이 있음을 상상하게 하되, 그 소리의 흉내의 비슷함으로 인해 그것이 껌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마술적 상관물이자 다양한 현실을 상정하는 변용의 도구가 된다. 그의 보조 겸 파트너 필립 레이냑(Philippe Leygnac)은 피아노 위에서 재등장하는데 이어 피아노를 치는 가운데 빠뜨리스 티보는 피아노 속 공간의 공명의 떨림에 실제적인 가격을 당하게 된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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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 2013] 정현진 안무, <뒤바뀐 새벽>: '관계의 시차적 생산'REVIEW/Dance 2013. 5. 28. 09:03
▲ 정현진 지난 작품 [사진 제공=모다페] ‘두 사람의 동일자적 모사와 말없는 연대’, 클래식 구문에서의 이들의 간극은 조명이 그린 프레임의 중첩된 기호의 복잡함 속에 절제된 양식으로 빚어진다. 이 조명의 막들이 일순간에 걷어지고 밝은 평면으로 재편됐을 때 음악 역시 일순간에 확산된다. 이 속에서 움직임은 넓어진 평면, 제약 없는 환영적 영토에서 머물게 되는데, 한 명이 정체된 움직임에서 돌연 이탈한다. 형식적 전환에서 실질적 전환이 첫 발생한 순간 음악은 닫히고, 조명도 사그라지고, 끈적거리는 몸의 관계 맺음이 이뤄진다. 클래식이 재출현하지만, 이 우스꽝스러운 맞물림 속에 둘의 생생한 관계 맺음을 엮고 한 명은 순간적으로 계속 그 흐름을 이탈한다. 그럼에도 어떤 모던의 질서는 영속되고 유효하며 ‘이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