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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벽오금학> : '내러티브의 단편들과 내재적 존재들'REVIEW/Dance 2013. 4. 7. 23:46
상징 이미지들을 통한 문학과의 연결 ▲ 국립현대무용단,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이하 상동)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 당연함이 허락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은 『벽오금학도』의 재현일 수 없다. 을 보며 『벽오금학도』를 읽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책에서 느꼈던 이미지들을 고스란히 떠올리는 데 아마 실패할지도 모른다. 책이 구체적 언어로 쓰였다면, 홍승엽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안무작인 국립현대무용단의 은 단 하나의 언어도 없이 비-언어의 추상적인 표현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만 책이 갖는 힌트는 춤의 순수 표현의 부분에서보다는 무대 중간 중간 설치되는 상징 이미지들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집단 무의식으로의 초대 빨간 실을 타자의 몸에 휘감기 시작한다. 이 타자의 피부에 닿는 매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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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현 <줄 수 있는것, 팔 수 있는 것, 주거나 팔 수 없지만 보존해야 하는 것> : '불가능한 소통의 묘연한 길 찾기'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4. 7. 22:27
'양이 사는 환경을 껴안기' ▲ 지난 1월 26일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린, 남동현 : 얼마 전 페스티벌 봄 으로 새롭게 찾아왔다. 우리는 잠이 안 오면 양을 센다고 들어왔다. 실제 꿈으로 양이 우리를 이끄는 데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양은 의식과 무의식을 경계를 잇는 트릭스터 같은 존재임을 상정할 수 있다. 양 한 마리와 동거함은 곧 무의식으로 인도하는 나아가 양이 가진 신화적 지위에 걸맞은 세계로 나아감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양이 사는 환경, 양의 유전학적으로 내재된 환경에 적응하는 잠재된 것들이 발현되는 차원에서 새로운 세계를 함께 맞는 것을 의미한다. 불가능한 소통의 가능성 남동현은 양의 말을 번역한다고 하는데, 여기에 트릭이 있다. 한편 뻔뻔하다 싶으면서도 속아줄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가 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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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봄] <가곡실격: 나흘 밤>: 가곡의 해체적 전유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4. 6. 22:45
도래할 비-텍스트에 관해 ▲ [이미지 제공=페스티벌 봄] 입장 전 하나의 텍스트를 받아 든다. 가사가 실려 있다. 애초 예술에 관한 레퍼런스가 사전에 제시될 때 이는 사전 이해를 돕는 차원이라기보다는, 혹시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에 대한 감상의 측면이 공연 중에는 가능하며 공연 후에는 지식을 통한 해석의 차원에서 이해의 측면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혐의를 둔다. 앞선 텍스트에 적힌 시는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하다. 자동기술법에 따라 쓴 무의식적 서술의 무분별한 분기(分岐)로도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몇몇 단어들과 그 흐름이 환유의 기법에 닿아 있고 주체의 입장이 아닌 3자의 입장에서 모호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노래로 하면 코러스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텍스트에 대한 메타 기술을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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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란 <지신은 불완전하게 올라온다>, '지신(地神)의 리듬'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3. 4. 5. 05:24
'서영란 인상 비평' 서영란, 「업신여기다」 긴 얼굴에 강한 인상을 주는 광대, 확실히 남방계는 아니다. 단순히 얼굴 타입만은 아니다. 좀 더 나아가면 왠지 처용과 같은 이국적 느낌도 안긴다. 하지만 이 얼굴은 서영란이 평소 관심 있어 하고 선보이는 북방 샤머니즘과 무속을 탐문하는 것에서부터 유랑하며 노마드와 같은 삶을 구가하는 것까지 어느 정도 역사 인류학적 궤적이 어렴풋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묘하게 그에 들어맞는다. 또 다른 인상은 큰 키다. 이 큰 키는 꽤나 어정쩡하다. 뭔가 단단하지 않다. 그러니 도무지 어떤 짜인 안무의 실천을 다부지게 해내야 하는 틀 안에서는 그 역량을 온전히 다 발휘할 수 없다. 치열한 군무라든가 동작-기계가 된다든가 하는. 그러나 무엇이든 주어 담을 수 있는 용기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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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놀라운 이야기’, 연극 <FACE>REVIEW/Theater 2013. 4. 5. 01:17
인트로: 무려 46년이예요! ▲ 지난 4일 오후 정보소극장에서 열린 1인극 모노드라마 프레스리허설 장면(이하 상동) 무려 46년이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일본은 20여만 명에 달하는 여성들을 성 노예로 삼았고, 여기에 강제로 끌려갔던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가 자신의 경험을 증언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이는 화석화된 과거의 진실이 아니며, 그것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금기시되어야 할 부분 역시 아니다. 이는 현재에 지속되는 기억의 문제이며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은 일본의 비윤리적인 태도가 계속되는 이상, 이는 정치적인 문제이자 인류 공동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한편으로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감정적인 부분을 채 감춘 채 말할 수 없는 부분인 것도 같다. 가령 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