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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에타> 리뷰, '불가능성의 구원을 이야기하다'REVIEW/Movie 2012. 9. 5. 11:00
▲ 영화 스틸 [사진 제공=NEW] (이하 상동) 냉혹한 사채 청부업자 강도는 예의 엄청나게 불어난 돈을 받으러 가서 끔찍한 순간의 신체 형벌로 상대를 불구로 만들고 보험금을 받아 그 돈을 갈음한다. 피에타의 전반은 이 건조한 형벌의 집행과 무기력하게 그에 당하는 힘없는 자들의 모습을 어둡게 그려낸다. 어둠 속 강도 역의 이정진의 눈은 악마의 시선으로 묘사되지만, 실상 두려움과 공포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메두사의 머리는 그것을 보는 순간 즉시 온 몸을 굳어버리게 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지만 이 공포는 형용할 수 없는 것, 얼어붙게 만드는 것, 그래서 매혹적인 그 무엇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정진의 시선은 영혼 없는 무엇이다. 그의 상대들이 그와의 부조리한 계약에 항거할 수 없듯 어떤 정이나 따스함도 여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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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영화 <카우보이>, 2012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REVIEW/Movie 2012. 8. 24. 22:59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라는 영화제가 있습니다. 이 청소년은 청소년만을 위한 영화를 가리키는 걸까요. 내지는 청소년만이 만든 영화를 말함일까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청소년을 위한, 또 청소년에 의한 영화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제 개막작 카우보이(감독: 부드윈 쿨)을 보고 청소년의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한 가지 더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소년의 청은 ‘푸를 청(淸)’입니다. 이는 언 대지가 녹고, 푸르른 생명들이 자라나는 봄이라는 계절을 닮아 있습니다.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에서, '묻지마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우리가 공동체적인 삶의 영토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생명의 가치,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잃었기 때문인 것도 중요한 까닭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바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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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리허설 현장]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라이브 연주와 극중극 양식이 만나다'REVIEW/Theater 2012. 8. 23. 03:06
'I love coffee, I love tea'를 기본적인 아카펠라 화음에 피아노와 건반 연주를 약간 곁들이며 오프닝 무대를 연다. 마치 무대는 열린 소통으로 관객을 맞는 콘서트장 같다. 여기에 커피숍 사장 죠바니가 돈 호세와 카르멘의 이야기를 담은 '카르멘'을 읽어주는 것으로, 극중극 형식을 안고 간다. 극단 벼랑끝날다의 은 '카르멘'이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얼마나 자주 소개되는지 등의 현재 '카르멘'에 대한 외부(메타)의 이야기를 꺼내며 자연스레 카르멘이 갖는 예술 텍스트로서 지위를 언급한다. 이로써 극으로의 매개를 꾀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극은 그에 맞춰 만들어 가는 형식을 띤다. 배우들은 음향 효과를 내는 악기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다리를 여럿이서 펼쳐 잡고 돌리며 등장인물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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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는 무거운 연극의 성지다?, '제2회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PREVIEW/Festival 2012. 8. 20. 21:22
찰리 채플린의 “인생을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은 실상 비극과 희극으로 나뉘는, 전반적인 연극의 두 범주와 그 연극을 만드는 방법론을 포함한 말임을 알 수 있다.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는 오랜 연극의 역사인 『시학』의 저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요한 ‘미메시스’(재현) 개념과 카타르시스(감정의 이입과 그를 통한 감정의 해소) 이론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에서 온다. 가령 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코너를 보면, 상투적으로 미디어 속에서 반복되는 정형화된 남녀(김기리, 김지민) 간의 이야기를 다루되, 황현희가 클라이맥스에서 사건을 멈추고 개입해 방금까지의 장면이 사실 매우 이상한 것임을 드러낸다. 사실 이는 브레히트의 서사극에서 돌연 극 외부에서의 개입을 통해, 관객의 몰입을 막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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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에만 있나, 서울 홍대에도 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2PREVIEW/Festival 2012. 8. 19. 22:44
▲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2 포스터 [사진 제공=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2](이하 상동) 서울 홍대앞 창작 공간 및 거리 일대에서 펼쳐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12가 지난 15일 폭우 속에 개막해 순항 중이다. 크게 실내공연예술제와 야외거리예술제로 나뉘는 축제 프로그램에는 100여 팀의 자발적인 예술가들의 참여로 이뤄지며 총 공연 회수만도 180번에 달한다. 티켓 가격은 10,000원부터 20,000원 사이로, 일부 무료도 있다. 야외거리예술제의 경우에는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여기에 ‘빅3’(3공연을 30,000원)나 런치티켓 같은 할인 제도도 운영된다. 공연의 형식들도, 그 팀들의 색채도 종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눈에 띄는 몇몇 작품을 꼽아보았다. 축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가이드북을 참고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