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판야무, 〈WORK〉: 극장으로 돌아가는 몸들REVIEW/Dance 2023. 1. 2. 19:47
춤판야무의 〈WORK〉는 무대 위에 몸을 두고자 한다. 이 몸들은 우화적이거나 우스꽝스럽고도 진지하게 작동하지만, 이들은 뭔가 신성한 무대를 향해 간다. 수행적인 몸은 표현 양식의 심미적인 차원만을 추출할 수 없음을 가리키기보다는 몸이 작동하고 있음 자체를 확인하게 한다. 관객이 이 몸이 어떻게 기어이 그 과제를 수행하는지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몸이 얼마나 더디고 떨리며, 따라서 진동과 호흡의 신체로 육박하는지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몸은 인식 주관을 따라올 수 없고, 예기치 못하게 미끄러진다. 옴브레의 음악은 몸과 몸, 움직임과 움직임 사이에 적절하게 ‘간격’을 삽입한다―그것은 전개되기보다 진행된다. 무대 안쪽에는 각재를 활용해 임시로 짠 프로젝터가 투사되는 영상 이미지가 있는데, 최종 화면이..
-
연극 〈로켓캔디〉: 연극이라는 SF를 가지고 놀기REVIEW/Theater 2022. 12. 26. 16:32
공놀이클럽의 〈로켓캔디〉는 인간은 달을 개척하고 로봇이 노동을 대체해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2043년을 다루지만, 정교한 우주 과학적 정보와 변화된 세계의 구체성을 특별히 가져가지는 않는다. 이는 한편, 등장부터 “더 나은 삶…”을 줄기차게 읊는, 솔라리아 최초 개발자 노아―버디-x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되었다고 한다.―가 화성에 가려고 하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에 대한 기시감을 주는 것과 같이, 2043년 역시 미래가 (또한 달에) 완전히 도착했다기보다 염원과 희망의 슬로건이 세계에 남아 있는 현재의 양상을 띠며, 다른 한편, 질산칼륨과 설탕을 섞은 로봇캔디를 추진제로 해서 아버지를 보러 달로 떠나려는 ‘지구’의 상상계적이고 도착적인 관점에서 극이 연장되기 때문이다. 곧 지구(와 그와 결..
-
성북동비둘기, 〈걸리버스〉: 역사의 어떤 형상들REVIEW/Theater 2022. 12. 26. 16:09
성북동비둘기의 〈걸리버스〉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모티브로 가져오되 원작을 해체하고 분해하며 완전히 새로운 작업으로 나아간다. ‘조나단 여행기를 쓰는 걸리버 작가’라는 소설과 현실이 뒤바뀐 세계는, 관객과 직접 닿아 있는 화자의 시점이 화면―제4의 벽―에 자리하는 이미지들을 매개하는 구조에 대한 관점으로 연장되는 것으로 치환해 볼 수 있다. 현실과 가상의 모든 걸 뒤섞는 다중 초점의 세계상은 각 세계를 하나의 중심적 위상으로 두지 않게 만들며, 종잡을 수 없이 매번 다른 세계를 마주하는 ‘걸리버’의 모험에서 유발되는 감각들을 생생한 차원으로 전이한다. 곧 〈걸리버스〉는 『걸리버 여행기』를 재현하지 않고 현전시킨다―그럼에도 사회 고발 소설의 성격은 연장한다. 이는 영화 〈명량〉을 소위 영화..
-
연극 〈사월의 사원〉: 두 개의 공간(으로 이뤄진 극장)REVIEW/Theater 2022. 12. 26. 15:30
〈사월의 사원〉은 무대 위에 좌우, 맞은 편으로 3면의 객석을 구성하고 기존 극장의 객석까지를 무대로 활용한다. 무대 위의 두 개의 방 공간을 중심으로 무대 뒤쪽 객석은 그 바깥이 되거나 캄보디아 현지, 그 여타의 장소들로 분한다. 뜨개질 공방을 운영하는 영혜(우미화 배우)의 집과 세상을 떠난 자신의 딸을 찾으러 간 메싸(박수진 배우) 두 존재는 각각 전자와 후자에 해당되는 두 공간에서 대별된다. 〈사월의 사원〉은 무대의 전환이나 교체 없이 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하는데, 동시에 수어 통역이 함께 진행되면서 그러하다. 이는 ‘무대 뒤쪽’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진행될 때, 집의 소파 위에 앉거나 실내 공간 안에서 수어 통역이 진행되어 극장 전반은 변화되지만 ‘변경’되지는 않는 결과를 낳는다. 무대는 완전히 닫..
-
《기존의 인형들: 인형의 조건들》: ‘인형이 거기 있다!’REVIEW/Theater 2022. 12. 26. 14:26
‘기존의 인형들’은 2018년 에르베, 여신동, 적극이 참여하며 처음 시작된 이후, 2021년 이경성, 여신동, 김보라가 참여한 《기존의 인형들: Post Pupperty》[참조: https://www.artscene.co.kr/1794]에 이어 세 번째 공연에는 남긍호, 양종욱, 입과손스튜디오가 참여했다. 인형 제작자 이지형은 각각 이 세 창작자/팀에게 “인형의 조건”으로 조종자(관절), 등장인물(언어, 배우), 소리(감탄사)를 제시했고, 동시에 창작자/팀은 인형 1, 2, 3이 관절을 갖게 된 시점 이후 이를 변형 가능한 상태의 조건에서 전달받아 작업을 진행했다. 양종욱의 〈몸에 대한 말들〉은 인형의 관절들을 테이블에 늘어뜨려 놓은 채 그것들을 향해, 그리고 이후 얼굴과 함께 발화한다. 그 말들은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