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애순, 〈척〉: 몸‘들’의 서사를 향해REVIEW/Dance 2026. 5. 17. 19:55
〈척〉에서 처음 무용수가 등장하기 전 빈 공간에 프로젝션되는 애니메이션 영상은 〈척〉의 안무 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공연의 프로토타입이자 안무의 이상향으로, 영상은 존재한다. 검은 배경에 흰 도형들이 정신없이 자리바꿈을 하는 복잡다단한 풍경이 부감 쇼트 아래 축소된다. 먼저 이 작은 도형들의 구성은 자의적인 질서를 가장한다. 또는 무한한 질서를 추구한다. 자유로운 움직임인 동시에 일종의 알고리즘화된 움직임의 산출이 그것이다. 이는 차이에 입각한 반복을 유도하기보다는 반복을 통해 일정한 움직임의 협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양식적 구성 속에서 자유로움은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것일까. 실제 어떤 도형의 움직임도 다른 도형과의 관계 속에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공간은 유한하기 때문이다..
-
[2024 MODAFE Collection #1] PDPC, 〈애니멀〉: 현대 사회의 일그러진 욕망을 비추다REVIEW/Dance 2026. 5. 17. 19:55
PDPC의 〈애니멀〉(안영준 안무)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상에서 인간의 본성을 고찰한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혼자만의 완전한 고립을 선택할 수 있지 않다. 인간은 주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존재로서, 자유의 의미 역시 그리고 온전한 독립의 의미 역시 필연적으로 사회와의 긴장 관계를 수반한다. 여기서 사회는 물리적인 토대이기도 하지만, 실상 보이지 않는 힘의 토대를 구성한다. 개인에게 사회는 표층적인 행위의 차원에서도 작용하지만, 욕망과 같은 무의식적 차원에서 심리적 기제를 조종하는 더 근원적인 동력을 갖기도 한다. 여기서 욕망하는 자와 욕망하지 않는 자가 아니라, 욕망하는 자와 욕망이 투사되는 자가 존재한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1902~1981)에 의하면,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
[2024 MODAFE Collection #1] Roh Dance Project, 〈프랑켄슈타인〉: ‘괴물로의 승화’REVIEW/Dance 2026. 5. 17. 19:54
Roh Dance Project의 〈프랑켄슈타인〉에는 일정한 하나의 신체-움직임의 표식이 있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뻗고, 목을 움츠리고 상체 전반을 구부정하게 한 상태에서, 고개와 신경을 앞쪽으로 쏠리게 만듦으로써 힘의 극대화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표현주의적 밀도의 체현을 달성하기 위해 전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긴장된 심리를 주도하며 추상 공간을 구성하는 첫 번째 음악에서 풀려나며, 움직임으로부터 휘발되는 고양된 클래식 음악에 맞물려 승화된 버전에서 다시 한번 반복된다. 한 번은 스펙터클한 군무의 힘으로 집약되었다가 한 번은 끊임없는, 지연된 커튼콜 자체이거나 커튼콜에 대한 지연으로서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가운데, 똑같은 움직임은 한번은 일회적 현존으로서 클라이맥스로 다른 한..
-
[2024 MODAFE Collection #1] TOB GROUP, 〈Are You Guilty?〉: 순간들의 타격 혹은 솔기REVIEW/Dance 2026. 5. 17. 19:54
TOB GROUP의 〈Are You Guilty?〉에는 중앙이 깊게 휜 하얀 테이블과 의자들이 무대에 놓이는데, 여기에 대한 타격음, 끌거나 밀 때의 마찰음은 움직임의 단위를 지정하는 음향이 된다. 곧 움직임의 단위는 주로 앞에 놓인 테이블을 향하지만, 신체를 포함하기도 해서 A에서 B로, B에서 C로, C에서 A로 약간의 시차를 두며 연이어지는 동시성의 구성 아래 움직임의 단위가 결정된다. 음향은 배경음악이 동원되지 않는, 그 움직임의 급작스러운/격렬한 마무리에 동반된다. 이 같은 분절 단위들을 끊임없이 구성하는, 과격한 관계망의 움직임 기술은 일종의 쇼트의 영화적 문법을 닮아 있는데, 처음 두 팔을 든 채 입을 한껏 벌리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듯한 중앙의 존재가 그 옆의 존재가 움직임을 시작한 이후..
-
모므로살롱, 〈성인물〉: 스타일 혹은 코스프레로서 형식REVIEW/Dance 2026. 5. 15. 13:36
〈성인물〉은 투명 막 구조물 안에서 일관되게 진행되는데, 이러한 진공 형식의 기술은 통일된 캐릭터성의 차원에서 발현되는, 2박자의 긴 호흡 단위의 건조한 움직임의 나열을 영화적 장면처럼 편집해 내는 데 주효하다. 곧 명확히 구별되는 몇 개의 외부 음원 트랙은 그들의 안쪽 공간 ‘바깥’에서 그들과 동조된다. 완벽히 분리된 공간은 그 공간에 좁아짐에 반비례하는 밀도로 축적되는 한편, 2차원으로 납작해진다. 이 스크린에 가까운 장치에 이들이 포박되면서 우리는 그들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없음을, 음악으로 완벽히 잠식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 소리를 완전히 ‘소거’하지 못한다. 저기는 곳 하나의 ‘막 안’이다. 이러한 차폐 장치로부터 “성인물”이라는 관념은 어떻게 솟아나는가. 관음증적 시각 장치의 메커니즘은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