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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이상한 사람들-페데리코 펠리니를 위하여」, ‘네버엔딩 스토리’의 소극적 풍경REVIEW/Dance 2009. 10. 23. 14:52
‘아르테미스 무용단’의 「이상한 사람들-페데리코 펠리니를 위하여」(19일 8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는 처음부터 부산한 흐름 속에 빠른 전개의 양상을 보였다. 음악의 순간적인 전환과 함께 과장된 연기 양식과 코미디를 보는 것 같은 독특한 연기 방식이 눈에 띄었다. 배우들은 인간 군상의 다양하고 평범한 모습들로 회화화하며 광대로서 분했고, 또 이야기 속에 놓인 인형처럼 움직였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에 맞춰 전환 자체를 무화시키듯 동작들을 매끄럽고 신속하게 연결시켰다. 특별한 연기 양식은 동작을 바꾸기 전에 입을 크게 벌려 표정에서 그것의 전이가 읽혔고, 커다란 변화의 지점에 선행하며 동작들을 과장되지 않게 했다. 조명 역시 대비적으로 빠른 전환을 이뤘다. 춤과 함께 슬로우 모션의 동작들은 신체 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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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한국·일본 솔로 & 듀엣 Ⅱ, ‘관계의 역학적 미학’ | 축제REVIEW/Dance 2009. 10. 23. 14:48
‘모노크롬 서커스’의 「고요」는 잔잔한 호수에 이는 물결로 남녀의 관계성을 비유했다. 작품의 구성은 조용한 클래식 음악에 여자가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기, 즉 남자의 발을 밟거나 위에서 내려오지 않기를 실행하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여기서 여자가 남자의 위에서 미세한 호흡의 조절 작용과 함께 형성하는 미세한 움직임과 떨림을 춤으로 승화시키면서 발생하는 격렬한 힘의 작용은 어떤 것도 의미하지 않지만, 그 표현 자체의 견고함과 유기적인 구조의 증명에 있다. ‘모노크롬 서커스’의 「따오기에게 바치는 비가」는 위로 활짝 몸을 젖히며 시선이 강렬하게 위를 향할 때 남자는 최대한도로 그녀의 몸을 추켜세웠고, 다시 움츠릴 때 둘은 하나로 응축되는 전환점을 갖는 식으로 응축과 확장이 대비적으로 이어졌다. 서정적인 끝맺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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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루트리스루트 무용단’의 「침묵의 소나기」, 두 무용수의 열띤 무대 | 축제REVIEW/Dance 2009. 10. 23. 14:42
그리스 ‘루트리스루트 무용단’의 「침묵의 소나기」에서 두 무용수의 움직임은 울티마 베즈 무용단과의 무술을 하듯 팔의 주고받음의 움직임 등 비슷한 계열체를 떠올리게 했는데, 그것보다 이들의 춤은 조금 더 자유로운 양상을 띠고, 몸의 탄력적 운용이 많이 완화된 한편 타악기 연주가 즉흥적으로 뒤따르는 듯했다. 둘의 긴밀한 호흡에서 기인하는 바가 컸다. 『호메로스 일리아드』의 헥토르와 그의 아내 안드로마케의 마지막 만남을 현대적 배경으로 남녀 간 사랑과 전투로 상정한 작품인 「침묵의 소나기」에서 처음 등장한 Jozef Fruček는 입을 벌리고 흐늘거리듯 몸을 비우고 비교적 가볍게 시작했다. 처음부터 춤을 밀도 넘치게 펼쳐내는 대신 관객과 직면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어 여자(Linda Kapetanea)는 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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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로미오와 줄리엣」, 아름답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REVIEW/Dance 2009. 10. 23. 14:36
신예 ‘에드워드 클루그’ 안무, ‘슬로베니아 국립 마리보르 발레단’의 춤을 통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엇보다 몽환적이고 아름답다는 느낌으로 현혹을 선사하는 데 모든 촉수가 뻗어 있는 듯하다. 탐미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여성 신체를 향하는 영상 속 카메라에 이어 조명의 빛을 입고 남성들의 신체가 등장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낭만성과 고전미, 극적 고양의 세계는 신체를 향한 관음증적이고 찬미적 시선으로 치환된다. 영상의 활용은 단순한 차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상의 실재적 묘사와 실재의 영상미적 도출로써 그 둘을 접합 시킨다. 영상 이외에 사운드는 효과적 측면의 사용이 아니라 라디오헤드의 노래가 말 그대로 팝적인 분위기로 가득 무대를 메우고, 안무의 스타일을 창출하고 그것에 매몰되게 하는 순간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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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서울세계무용축제] 한국·독일 솔로 & 듀엣 Ⅰ, 다양한 색깔의 작품들REVIEW/Dance 2009. 10. 19. 10:39
「스케노스, 그 아홉 개의 입」, 생명체의 여러 이름 ‘댄스시어터 까두’의 「스케노스, 그 아홉 개의 입」은 신문지를 칭칭 동여매 미라처럼 보이는 존재가 무대 위에서 내려 온 길게 꼰 줄을 배에 품고 버티고 있는 데서 시작한다. 마치 탯줄을 잘라내듯 그것들을 거두고 나서 드러난 존재는 투명하게 속살이 비치는 갈색 옷을 입고 머리를 색색으로 땋은 여자이다. 어떤 감정의 표현도 내재하지 않는 여자는 단순히 해맑음보다는 무인격화된 생명체의 탄생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흰 프레임의 장막이 무대 바닥에 자리하고 여기에 멀티미디어적 매체가 덧입혀진다. 스멀거리는 뱀 혹은 흐늘거리는 식물체가 징그러운 생명력으로 여자의 영역에 침투한다. 무대를 가르고 임신한 것 같은 배를 매만지며 흰 옷의 여자의 등장은 파괴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