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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할 수 없음의 신체들REVIEW/Dance 2022. 1. 1. 19:55
장혜진 안무가의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이하 〈x-being〉)는 일정 부분 〈흐르는.〉(신촌문화발전소)에서 출발한 바 있다. 확장된 무대와 사운드, 오브제, 모빌 등이 더해진 가운데, 장혜진과 서로를 상호 복제 하는 듯한 퍼포머 김명신이 함께 있다는 것 등은 물론 차이를 가져온다. 존재의 상호 얽힘과 차이들의 수용 차원에서 그리고 확장된 공간을 활용한 퍼포머들의 인-아웃 또는 장소 변경을 통해 장면의 복잡도와 시각적 세공도가 더욱 커진다. 그리고 모든 움직임과 장면을 하나의 몸으로, 조금 더 정확히는 하나의 몸에 모든 움직임과 장면을 ‘투과’시키던 장혜진에 대한 집중은 많은 부분 분산되며 (공간적으로) 산란하고 또 (매체적으로) 확장된다. 티머시 모턴의 용어로서 “존재의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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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예술의 이념Column 2021. 12. 31. 23:04
지역 예술의 이념 김민관 지역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생각한 바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올해는 강원도 인제에서 잠깐의 연을 맺었고, 이제 혼자 산 지 3년이 넘은 인천에서 제법 예술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작년까지 5년 정도 강원도 홍천에서 기획 일을 하면서 더 이상 지역의 의미가 낯설게 인식되는 것이 낯설지는 않은, 저 역시도 지역을 완전한 제 그라운드로 둘 수 없는 그런 중간자적 입장에서 지역에 놓여 헤맸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지역 예술을 정돈된 이야기로 펼쳐 내며, 지역에서의 대안, 또는 지역으로서의 대안 모두를 이야기하는 데 애초에 실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울은 2006년 예술과 처음 제가 관계 맺을 때 크게 대학로와 인사동으로 양분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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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et me change your name〉: 이름을 바꾸는 어떤 행위들REVIEW/Dance 2021. 12. 30. 11:24
〈Let me change your name〉을 표면을 한 문장 정도로 압축한다면, 음악적 주술에 포획된 자동인형들의 무한한 맥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반복된 리듬과 파열음으로 팽팽하게 무대를 옥죈다. 여기에는 시선, 스트립, 위치 짓기, 맞섬 등의 여러 관계 도식이 역시 반복적으로 출현한다. 한편, 무대는 텅 비어 있고, 배경색의 변화만 있다. 무용수들은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교차하는 방향성을 갖는다. 이는 안은미 안무가가 자주 구사하는 무대 작법으로, 비슷한 구문을 반복하는 무용수들의 무한한 나타남과 사라짐의 교대는, 텅 빈 무대 위에서 지체 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가능해지며, 무대가 끊임없이 갱신되는 것을 통해 각 무용수의 존재론적 지위보다는 무대 자체의 변신술쯤으로 공연을 수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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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해숙, 《유토피아 삼경》, 굴절된 주체의 시각상REVIEW/Visual arts 2021. 12. 30. 11:02
《유토피아 삼경》의 사진들은 세계를 담는 거울, 곧 자신의 다면체의 공간―북두칠성의 성좌―으로 세계를 변형하며 2차원 평면의 사진으로 압축한다. 기존의 ‘파노라마 삼부작’은 현장에서 뒤엉키고 너저분하게 널린 파편적 사물들이 만든 풍경과 거기에 일부로 포화되는 작가의 퍼포먼스로 구성되었다면, 《유토피아 삼경》에서 작가는 ‘순전하게’ 거울로 용해되었다. 여러 각도로 연접한 거울은 사물을 각각의 모나드 안에 기울어진 채 수용하는데, 축소되거나 확대되는 크기의 차원, 바깥쪽으로 이탈하거나 안으로 접히는 이행의 차원, 표면 자체가 울거나 반전되게 이미지를 구성하는 왜곡의 차원은 모두 동시적으로 이뤄진다. 이 모나드들이 또한 동시적으로 신체를 포화/불포화시킨다. 이는 이전 작업 ‘파노라마 삼부작’과의 연장선상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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丙소사이어티, 낭독극 〈물 불 흙 공기〉, 서사를 생성하기REVIEW/Theater 2021. 12. 30. 01:26
〈물 불 흙 공기〉는 메타-서사를 가지고 읽고 투사하고 수행하는 메타-연극이다. 그런 의미에서, 〈물 불 흙 공기〉가 낭독극으로 열린 이유보다는 낭독극이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할 듯하다. 낭독극은 보통 보면대에 대본을 놓고 읽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물 불 흙 공기〉 역시 그러하다. 낭독극에서 배우는 이 낭독을 처음 하는 것도 아닐 테고, 낭독극을 하기 위한 낭독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닐 것인데, 따라서 이는 이미 머릿속에 대부분 입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나아가 말하는 부분과 페이지의 글자를 맞추기 위해 대본을 봐야 하는 입체적인 행위의 설정이 필요하다. 또는 낭독극을 하는 외양을 재현하기 위해 대본을 중간중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최소한의 무대 혹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