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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아트신 초이스Column 2022. 1. 1. 22:26
아트신은 “2021 아트신 초이스”를 발표합니다. 범주는 2021년의 예술 작업에서, 장르/분야는 크게 연극, 무용, 퍼포먼스, 시각예술로 나눠, 각각의 장르/분야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하나씩 뽑았습니다. 각각 48편, 31편, 65개, 72개를 보았습니다. 퍼포먼스의 경우, 다른 장르와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들도 포함돼 있으며, 각 범주를 초과하는 좋은 작업 역시 꽤 많아서, 이러한 구분 짓기가 어색하거나 필요 없는 경우 역시 존재합니다. 이러한 모든 범주 안에 물론 우열이 있지는 않습니다. 기타, “올해의 예술”에서 “플랫폼”, “작업”, “지역 예술”에 해당하는 예술 주체를 중심으로 뽑아 봤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미진한 활동과 부족한 관점을 지닌 편집장의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하니, 많은 양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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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나예,〈파편들의 ㅈㅣㅂ〉: 유희, 은신술, 그리고 기이한 ‘공’터REVIEW/Performance 2022. 1. 1. 20:31
0 〈파편들의 ㅈㅣㅂ〉은 차 스튜디오라는 1, 2층이 분절/절합된 공간의 특성을 1층의 움직임과 2층의 사운드와 발화의 동시적이고 시차적인 전개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운드가 파편적이라면, 움직임은 지속적이다. 차 스튜디오는 1층과 2층이 하나의 계단을 통해 연결되어 있고, 문가 쪽 2층의 터진 공간으로 1층이 내려다보이는 특이한 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온전한 ‘통합’을 이룰 수는 없어서 2층의 사운드의 근원을 따라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다시 1층의 움직임의 지속을 보기 위해 계단을 내려오는 수행을 끊임없이 관객 스스로 지속하게 되는 풍경이 연출된다. 사실 이러한 교환이 일어나는 건 1층과 2층의 분절된 공간을 통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1층의 움직임이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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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할 수 없음의 신체들REVIEW/Dance 2022. 1. 1. 19:55
장혜진 안무가의 〈당신은 x-being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다〉(이하 〈x-being〉)는 일정 부분 〈흐르는.〉(신촌문화발전소)에서 출발한 바 있다. 확장된 무대와 사운드, 오브제, 모빌 등이 더해진 가운데, 장혜진과 서로를 상호 복제 하는 듯한 퍼포머 김명신이 함께 있다는 것 등은 물론 차이를 가져온다. 존재의 상호 얽힘과 차이들의 수용 차원에서 그리고 확장된 공간을 활용한 퍼포머들의 인-아웃 또는 장소 변경을 통해 장면의 복잡도와 시각적 세공도가 더욱 커진다. 그리고 모든 움직임과 장면을 하나의 몸으로, 조금 더 정확히는 하나의 몸에 모든 움직임과 장면을 ‘투과’시키던 장혜진에 대한 집중은 많은 부분 분산되며 (공간적으로) 산란하고 또 (매체적으로) 확장된다. 티머시 모턴의 용어로서 “존재의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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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예술의 이념Column 2021. 12. 31. 23:04
지역 예술의 이념 김민관 지역에서 예술을 경험하고 생각한 바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올해는 강원도 인제에서 잠깐의 연을 맺었고, 이제 혼자 산 지 3년이 넘은 인천에서 제법 예술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작년까지 5년 정도 강원도 홍천에서 기획 일을 하면서 더 이상 지역의 의미가 낯설게 인식되는 것이 낯설지는 않은, 저 역시도 지역을 완전한 제 그라운드로 둘 수 없는 그런 중간자적 입장에서 지역에 놓여 헤맸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지역 예술을 정돈된 이야기로 펼쳐 내며, 지역에서의 대안, 또는 지역으로서의 대안 모두를 이야기하는 데 애초에 실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울은 2006년 예술과 처음 제가 관계 맺을 때 크게 대학로와 인사동으로 양분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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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 〈Let me change your name〉: 이름을 바꾸는 어떤 행위들REVIEW/Dance 2021. 12. 30. 11:24
〈Let me change your name〉을 표면을 한 문장 정도로 압축한다면, 음악적 주술에 포획된 자동인형들의 무한한 맥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반복된 리듬과 파열음으로 팽팽하게 무대를 옥죈다. 여기에는 시선, 스트립, 위치 짓기, 맞섬 등의 여러 관계 도식이 역시 반복적으로 출현한다. 한편, 무대는 텅 비어 있고, 배경색의 변화만 있다. 무용수들은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교차하는 방향성을 갖는다. 이는 안은미 안무가가 자주 구사하는 무대 작법으로, 비슷한 구문을 반복하는 무용수들의 무한한 나타남과 사라짐의 교대는, 텅 빈 무대 위에서 지체 없이 가장 빠른 속도로 가능해지며, 무대가 끊임없이 갱신되는 것을 통해 각 무용수의 존재론적 지위보다는 무대 자체의 변신술쯤으로 공연을 수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