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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 중층의 시간과 시각REVIEW/Visual arts 2021. 10. 15. 11:38
문화연구의 시각을 도입하기 적산가옥이 산재한 동인천 부근에 새롭게 자리한 부연에서 열린 전시 《적산가옥》은 해당 지역의 역사를 현재에 각인시킨다는 점에서 미술 전시로서는 매우 드문 경우다. 세 명의 작가는 이의중 건축가와 같이 현대 미술 작가만으로 구성되지 않았는데, 건축사와 근대사를 연결하는 리서치를 작업으로 연장해 온 카마다 유스케와 실제 『신흥동 일곱주택』이라는 책을 이의중 건축가 외에 여러 작가와 함께 만든 오석근 작가가 참여하며, 건축에 대한 전문성과 실제 경험을 공유하며 전시로 연장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레퍼런스가 모인 테이블 위에 함께 놓인 『신흥동 일곱주택』은 전시의 밑거름이자 전시를 참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적산(敵産)은 자기 나라에 있는 적국(敵國)의 재산(財産)을 의미한다. 적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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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set 프로젝트, 〈관람모드-있는 방식〉: 극장으로써 다른 삶의 존재 방식을 자각하기REVIEW/Theater 2021. 10. 8. 16:02
이동―출발과 도착, 그리고 머묾―은 〈관람모드-있는 방식〉의 시작과 끝, 곧 형식적 골자를 이룬다. 출발과 도착의 장소는 같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운영하는, 국회의사당역 앞 이룸센터가 그 장소가 된다. 사실상 여기서 무언가가 진행되지 않지만 이 장소는 공연 자체가 장소의 서사라는 전제에서 텅 빈 기표의 공간을 질문으로 채우게 하는데, 공교롭게도 법을 제정하는 의회와 인접된 곳이라는 점에서, “법”을 키워드로 한 페스티벌의 전체 지향점과 맞물린다. 〈관람모드-있는 방식〉은 법이 있기 전의 장애인 시설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흡했을 때부터, 오늘날 법의 탈시설의 수용과 같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변곡점에 새겨진 법의 무늬들을 확인할 수 있다. 폐쇄된 장소에서 이전의 기억을 듣는 것과 탈시설 운동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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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길 ,〈2-1-3〉, 〈1-2-3〉: 허구와 실재 사이에서REVIEW/Performance 2021. 10. 8. 15:14
퍼포먼스는 극장 천장 쪽 양쪽에 달린 스피커 두 대의 음향을 듣는 것으로 진행된다. 무대는 텅 비어 있는 대신, 류한길 작가는 객석 뒤편에 자리한다. 극장은 어둡고, 관객은 어슴푸레한 환경에서 스피커에 가해지는 또는 튕겨 나오는 노이즈의 강도를 그리고 그 끊임없는 변형을 한없이 지켜보게 된다. 온전히 스피커의 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인천아트플랫폼 옆 동에서 같은 시기에 열리고 있는 전시 《③》의 연장이자 시현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었고, 작업자의 존재가 아닌 행위를 비가시화한다는 점에서 음이 연원하는 소스를 알 수 없게 하는 일종의 청취 공간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었다. 여기서 작가의 위치를 근본적으로 일종의 변형들의 흐름을 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음으로 초점화할 수 있는데, 실재의 음원의 경로를 추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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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진 작, 연출, 〈청년부에 미친 혜인이〉: 현실에 개입하는 목소리REVIEW/Theater 2021. 10. 5. 21:52
정중앙 상단에 십자가가 자리하고 그 아래, 목사의 단상이 배정되는 교회의 물리적 장소성을 극장 전체로 전유한 것은, 이 연극의 언어가 사실임 직한 무언가를 전달하려는 것과 맞물리는 한편, 장소적 아우라가 한 개인―여성, 청소년, 약자―에게 가해지는 위계와 폭력이 극의 주요한 모티브임을 지시한다. 드라마 연극의 외양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 극의 드라마는 전개가 빠르며, 최소한의 간결한 전사를 전하는 데 그친다. 다른 한편으로, 일상의 시간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식으로 극은 극사실주의적으로 편집된 것 같고, 이는 특히 라이브 연주와 노래가 나온다는 것에서 그러한데, 라이브 공연의 경우, 장소의 아우라가 단지 무대 세트라는 간극을 은폐하기 위함이거나 공연을 통한 매체적 확장을 전시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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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리허설〉: 정금형의 아카이브, ‘이음매는 끊어져 있다.’REVIEW/Performance 2021. 10. 5. 21:09
〈리허설〉은 정금형의 지난 작업들을 파편으로 가져와 변주하는 퍼포먼스이다. 이는 하나의 빈 공간에서 일어난다. 무대의 스펙터클이나 맥락, 구성 모두를 제한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계열체로 남고 움직임 자체에 대한 형식적 탐구의 여지도 생겨난다. 반면 기존 작업들에서 움직임의 자료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재현(a)에 대한 재현(b)의 양상을 가지며, 기계와의 섹스를 재현해 온 지난 작업들의 연장/변형/재구성은 여전히 수행적이고 사실적이며 구체적이다. 반면 ‘재현(a)의 재현(b)’은 애초 이 작업이 빈 무대라는 지점에서, 그리고 ‘리허설’이라는 유일한, 하나의 맥락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그 목적을 달리한다. 이는 순수한 표현의 양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그 양태 역시 달리한다. 리허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