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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合(힙합)》, 음악과의 관계에서 바라본 세 가지 힙합으로서의 현대무용REVIEW/Dance 2021. 8. 26. 08:04
김설진 〈등장인물〉, 김보람 〈춤이나 춤이나〉, 이경은 〈브레이킹〉의 순으로 진행된 세 개의 무용 공연인 《HIP合》은 모두 힙합을 모티브로 하며 국악을 접목한다. 그럼에도 각각의 다른 공연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모일 때 공연의 순서를 구성하는 건 기획의 예술적 묘가 전제된, 공연 외적인 차원의 언어, 하지만 관객의 경험과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무대 바닥을 하강시킨 상태에서 시작한 〈등장인물〉을 처음으로 한 ‘힙합’의 두 번째 무대는 빈 공간으로서 무대를 활용한 〈춤이나 춤이나〉가 뒤따르는 게 당연한 듯 보인다, 가장 많은 출연진 수와 천장 위의 무거운 투명 오브제 구성의 〈브레이킹〉이 가장 뒤에 와야 할 것임을 상정한다면. 그렇지만 이는 순전히 공연 준비의 효율적 차원으로만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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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람,〈the thin ( ) line〉: 극장이라는 전략과 유동하는 극장의 형식REVIEW/Dance 2021. 8. 25. 12:13
이 공연의 개별성, 구체적 지점들을 자세하게 다루는 대신, 이 공연의 프로세스가 전제한 구조의 동역학에 초점을 맞춰 이를 다뤄보려 한다. 이는 이 공연의 기존 극장 공연과 다른 전략과 그 특이성에 대한 차원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과 관련된다. 소극장은 객석을 치우고 평평한 바닥 공간을 확보하고, 객석 문과 무대 뒤편의 문을 개방해 관객의 들고남의 순환이 가능하게 구성된다. 각각의 퍼포머의 대기 공간은 중앙의 무대와 교환된다. 관객의 자리 역시 재배치된다. 여기서 세 시간의 긴 소요(所要) 시간이 소요(逍遙)를 요청한다는 점은 공연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하나의 축이다. 관객의 자리 유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건 드라마투르그(양은혜)의 몫이다. 극장 전반, 곧 극장 로비와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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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꼬부랑게하’(강영민), 인제를 구성하는 시공간REVIEW/Performance 2021. 8. 10. 00:48
‘꼬부랑’은 할머니의 세월이 각인된 특유의 몸짓이자 인제천리길의 구불구불한 길을 의미한다. ‘게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줄임말로, ‘꼬부랑게하’는 강원도 인제의 천리길로 뻗어나가기 위해 임시로 점유한, 세 곳의 숙소를 의미하며 동시에 세 곳의 숙소 역시 천리길의 일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꼬부랑게하는 작가들이 모여 창작의 모티브를 얻고 이를 자신의 창작으로 연장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지시하려는 강영민 작가의 아이디어와 실행으로 지어져 간 일종의 개념적이며 퍼포먼스적인 시공간이라 하겠다. 강영민 작가가 고안하고 제안한, 여러 인제의 트래킹코스는 인제천리길의 다양함에서 연원하는 한편 꼬부랑게하와 인제를 이으며 풍부한 인제에 대한 심상 지리를 구성하게 했다. 여기에 접경지역이자 (주로 군인들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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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애도에 관하여REVIEW/Theater 2021. 7. 25. 00:49
‘살아갈, 사라진, 사람들: 2021 세월호’의 일환으로 열린 0set프로젝트의 〈거리두기〉는 4.16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오준영 군의 가족(오민영_오준영 군의 동생, 오홍진_오준영 군의 아버지, 임영애_오준영 군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그리고 실제 등장한 오준영 군의 어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그 가족이 남긴 메모를 읽는 것, 그리고 극장 주변을 한 바퀴 도는 투어의 역순으로 구성된다. ‘세월호’라는 단어는 정치적으로든 미학적으로든 너무나도 강력하며 따라서 세월호를 언급하지 않고 그것을 다른 식으로 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곧 세월호를 다루는 작업의 과제는 궁극적으로 세월호와 현실의 틈을 언급하면서 공고한 우리, 곧 공고해질 수 없는 우리를 재정초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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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거리두기’효과 창출을 위한 연출과 연기술 연구 – 코로나 바이러스를 中心으로〉, 효과는 의미를 초과하는가REVIEW/Theater 2021. 7. 22. 10:22
브레히트의 서사극 양식은 어떻게 현재의 연극 메소드로 활용될 수 있을까. 그것은 오늘날 어떤 의미를 획득하는가. 형식이 내용과의 거리를 두게 하는 것이라면, 그 내용은 순전히 전달을 포기하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 내용을 토대로 또 다른 내용을 구성하기 위한 것일까. 비판적 거리는 내용과의 순전한 불화를 구성하는가, 내용 너머 진리의 주체라는 자리를 수여하는가. 물론 이러한 양자택일의 질문은 브레히트의 극작법이 다양한 매체 활용과 유희적인 요소를 근거 삼아 ‘재미’를 주려 했다는 점을 은폐할 것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거리두기’효과 창출을 위한 연출과 연기술 연구 – 코로나 바이러스를 中心으로〉은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메소드로 활용해 동시대적 의제에 관한 비판적 입장을 취할 것을 요청한다. 합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