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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실천+비평(오정은)REVIEW/Visual arts 2020. 8. 20. 16:43
술술+실천+비평(2019)오정은 (미술비평)blog.naver.com/aquablue_0 다른 개인나는 지금 문래동의 한 건물 앞에 서 있다. 「문래 술술랩」(이하 「술술랩」)으로 이름하게 된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의 문 앞이다. 용도를 다한 낡은 건물이 영등포문화재단의 으로 한 달여 동안 예술가의 공유지로 사용된 장소가 「술술랩」이다. 나는 한 기획자의 소개로 한 달 전 이 공간을 처음 만났다. 노래방 업소로 운영되던 흔적이 역력한 지하 1층, 남은 간판과 구조로 보아 작은 식당과 주차장이었을 지상 1층, 그리고 고시원이었을 2~5층이 집기류의 온전성과 청결, 수도와 전기를 잃고 예술이라는 국면을 기다리고 있었다. 2층부터 5층까지 기획자 네 명이 한 층씩을 맡아 창작자 몇 명을 공모하거나 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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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반, ‘가변적 풍경을 직조하다’REVIEW/Visual arts 2020. 3. 16. 19:02
Intro ▲ 이해반, 한탄강(작업 세부), 2014. 리넨에 오일, 오리엔탈 잉크, 제소, 193.3×130.3cm. 서구/근대의 풍경(화의 탄생)은 대상과의 적당한/안전한 거리를 통한 시선의 지배를 전제한다(‘조망의 시선’). 반대로 동양/전근대의 풍경(화, 가령 산수화로도 불리는 그림)은 대상과의 마주침과 뒤섞임을 가정할 수 있었다(‘함입의 시선’). 풍경에 대한 이분법적 도식은 동시대에는 풍경과 주체의 복잡한 역학 관계, 곧 세계를 보는 또는 세계에 위치하는 특정한 주체의 방식으로 다시 성찰될 수 있다. 풍경으로부터 사라지는 주체(에 대한 비판)이거나 실재로서의 풍경이 주는 기호(에 대한 긍정)이거나 풍경은 이제 투명한 가시성이 아니라 세계를 보는 하나의 알레고리이자 당대(의 시각적 사유)를 일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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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19] 휴먼후드, <토러스>: '공간(에)의 체현'REVIEW/Dance 2020. 3. 16. 16:56
각자의 움직임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무리를, 대형을 그린다. '동류'의 움직임이 시공간의 지시 없이 지속된다. 어슴푸레한 공간에서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가다가 한 번씩 멈추면서 속도를 느릿하게 분배하는 것, 이러한 집단적 에너지는 우주적 공간 외에 다른 메타포를 가리키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움직임 자체가 일종의 전자음악적 공명이 그리는 무한한 시공간의 체현으로 보인다. 일군의 무리는 반복된 동작을 선보인다. 먼 곳을 그리는 사람의 반대편에서 가장자리를 그린다. 이는 겹의 무늬로부터 이루는 간결한 선분(의 유동성)으로 축약된다. 공간은 이 단순한 선분들의 궤적 아래 떨리고 공명하며 여기에 의도적으로 바람을 의태한 사운드, 땅을 두드리는 소리 등 자연의 유사 효과음이 이 공연이 가리키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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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19] 파울라 킨타나, <환희>: 변환으로서 거울 공간REVIEW/Dance 2020. 3. 16. 16:56
어슴푸레한 공간, 밝아지는 스크린, 천장에 매달린 옷, 무엇보다 물을 채운 수조 위에 형체의 비침과 일렁거림 그리고 표층의 소리, 파울라 킨타나는 바닥에 흡착되어 움직인다. 다리를 찢은 채 몸을 땅에 붙여 이동하는데, 처음 어떤 벽이 긁히는 소리 같은 사운드는 물보라를 일으키는 몸과 기이하게 동기화된다. 어느새 더 밝아진 조명으로 인해 아래로 신체는 물에 비치게 된다. 이러한 일종의 스크린으로 기능하는 물의 반영은 신체를 깊이로 잇고 동시에 마주하게 한다. 여기에 미미한 이동이라고 볼 수 있을 동작은 거의 같고, 이는 거의 측정할 수 없는 속도의 양상을 띠므로, 관객이 확인하는 건 움직임의 순간들이라기보다 움직임의 지속이라는 사실 자체이다. 또한 순간의 변화이다. 똑같은 속도와 동작으로 정방형의 공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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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19] 프란체스카 포스카리니, 안드레아 코스탄초 마르니티: '탈얼굴의 타자성'REVIEW/Dance 2020. 3. 16. 16:53
프란체스카 포스카리니의 은 두 가지 차원에서 실험을 전개한다. 하나는 이들의 움직임이 공간 안에 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측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공간 측정적이라는 점인데, 순간의 심미적 기호의 발산이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움직임이 반영, 반추하는지를 인지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처음 팔을 뒤로 보내는, 앞뒤로 대칭적인 두 번의 움직임이 가진 간결함(이 주는 심미성)을 제한다면, 대부분의 움직임은 따라서 대단히 재미가 없다. 이는 무미건조하게 공간을 이동하고 정위하며 또 배분하는 움직임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사운드를 움직임의 물리적인 지지체로 두고 몸의 움직임과의 상관관계를 실험해본다는 것이다.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해 이들은 현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이후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