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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영, 〈기다란 선을 따라 무한히 이동하는〉: 유동적 언어에서 단단한 언어로REVIEW/Dance 2021. 9. 9. 00:39
〈기다란 선을 따라 무한히 이동하는〉은 언어와 움직임의 교환을 놀이처럼 시험하는 듯 보인다. 화이트보드와 의자, 양말 등 이들은 이미 놓여 있던 사물이나 착용하고 있던 의상을 수행의 근거들로 활용한다. 그리고 정방형에 가까운 공간 사이에 또 하나의 정방형에 가까운 벽이 놓여 통로를 구성하는 공간의 삼면을 이용해 이동의 반경을 그려나가는 퍼포먼스에서, 제목은 장소를 체현하고 있었다―장소는 제목을 구현하는 적합한 장소였다. 여기서 “단단히 고정하세요”는 움직임에 대한 정언명령으로서, 공연 전반을 지배하는 기호로서, 그 자체를 규칙으로서 그 둘이 지정한다는 점에서 재귀적으로 수렴한다―그 근거를 지정할 수는 없다. 첫 번째 장면인, 테이블을 중간으로 두고 서로 마주한 이종현과 유지영은 서로를 복제한다. 거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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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적, 〈햄릿의 비극〉: 독백, 무대, 수행의 조각들REVIEW/Theater 2021. 8. 30. 09:12
〈햄릿의 비극〉은 극 대부분 햄릿(박하늘 배우)과 거트루드(곽지숙 배우), 클로디우스(김은석 배우) 세 명의 인물 간의 발화로써 진행된다. 이는 첫째 마주하는 대신 시종일관 정면을 향한다. 특히 햄릿과 거트루드의 비중이 높다. 어느 정도의 대화가 있지만, 셋 모두 극 대부분에서 각자의 독백의 심리를 전개하는 것에 가깝다―이 셋의 말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독백을 가정하며, 따라서 특정한 수신자를 위한 발신으로 감각되지 않는다. 대화랄 것은 햄릿과 거트루드 둘 사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발생하며 이는 예외적으로 현실의 평면을 구성한다. 특히 햄릿과 다른 둘과의 발화의 간극은 하나의 평면에 이 셋이 속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오는데, 햄릿이 관객석에 더 가깝게 위치한다는 것, 거트루드와 클로디우스는 더 뒤에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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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연, 《집으로》: 여정을 위한 의식으로서의 퍼포먼스-전시REVIEW/Visual arts 2021. 8. 29. 00:42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린, 하차연 작가의 개인전 《집으로》는 쓰레기를 갖고 하는 행위, 작업, 쓰레기에 대한 관찰 등이 주를 이룬다. 행위는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으로 주로 드러나는데, 이는 시각적인 차원과 시간적인 차원에서 퍼포먼스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쓰레기를 갖고 물리적으로 제작한 작업인 〈매트, 보트, 카펫-나의 매트, 가족을 실을 배, 모두를 위한 양탄자〉(1988, 2021)―이 작업의 경우 1988년에 작가가 시도했던 페트병들을 활용해 새롭게 만든 것이다.―는 업사이클링 아트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눈에 띄는데, 이는 심미화되지 않은 각각의 쓰레기를 고스란히 드러낸 바에 따른다. 쓰레기는 쓰레기로서 지시되고, 그 쓰레기라는 기표에 관점이 실리는 방식이다. 〈Balade de Carol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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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合(힙합)》, 음악과의 관계에서 바라본 세 가지 힙합으로서의 현대무용REVIEW/Dance 2021. 8. 26. 08:04
김설진 〈등장인물〉, 김보람 〈춤이나 춤이나〉, 이경은 〈브레이킹〉의 순으로 진행된 세 개의 무용 공연인 《HIP合》은 모두 힙합을 모티브로 하며 국악을 접목한다. 그럼에도 각각의 다른 공연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모일 때 공연의 순서를 구성하는 건 기획의 예술적 묘가 전제된, 공연 외적인 차원의 언어, 하지만 관객의 경험과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무대 바닥을 하강시킨 상태에서 시작한 〈등장인물〉을 처음으로 한 ‘힙합’의 두 번째 무대는 빈 공간으로서 무대를 활용한 〈춤이나 춤이나〉가 뒤따르는 게 당연한 듯 보인다, 가장 많은 출연진 수와 천장 위의 무거운 투명 오브제 구성의 〈브레이킹〉이 가장 뒤에 와야 할 것임을 상정한다면. 그렇지만 이는 순전히 공연 준비의 효율적 차원으로만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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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람,〈the thin ( ) line〉: 극장이라는 전략과 유동하는 극장의 형식REVIEW/Dance 2021. 8. 25. 12:13
이 공연의 개별성, 구체적 지점들을 자세하게 다루는 대신, 이 공연의 프로세스가 전제한 구조의 동역학에 초점을 맞춰 이를 다뤄보려 한다. 이는 이 공연의 기존 극장 공연과 다른 전략과 그 특이성에 대한 차원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과 관련된다. 소극장은 객석을 치우고 평평한 바닥 공간을 확보하고, 객석 문과 무대 뒤편의 문을 개방해 관객의 들고남의 순환이 가능하게 구성된다. 각각의 퍼포머의 대기 공간은 중앙의 무대와 교환된다. 관객의 자리 역시 재배치된다. 여기서 세 시간의 긴 소요(所要) 시간이 소요(逍遙)를 요청한다는 점은 공연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하나의 축이다. 관객의 자리 유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건 드라마투르그(양은혜)의 몫이다. 극장 전반, 곧 극장 로비와 주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