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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아카이브로서 몸의 정동REVIEW/Theater 2021. 9. 22. 00:55
1992년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이박과 2008년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이박, 전자에서 후자로 건너가는 지점에 복수의 김이박, 곧 하나의 김이박들이 있다. 곧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김이박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이하 〈김이박〉)의 제목에서의 동어반복의 제스처는 두 개의 다른 시간을 하나의 더 먼 곳에서부터 오는, 그리하여 합쳐지며 다시 과거가 되는 하나의 시간으로 구성됨을 의미한다. 분명 처음에 두 다른 김이박이 전제되지만, 이 둘은 무대라는 하나의 시간대에 있으며, 그러한 흐름 가운데 하나의 김이박과 다른 김이박은 역할을 교환하는 듯 보인다. 둘은 서로의 시간을 구성하지만 실은 거울처럼 상대를 비추고 그 상대에 의해 자신이 구성되는 관계로 엮여 있다. 1992년에서 2008년을 거쳐,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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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최진한, 《Other Ghost Lives》: ‘현실을 머금은 몸’REVIEW/Visual arts 2021. 9. 22. 00:36
밤에 전시 《Other Ghost Lives》를 재개한다는 것은 전시로서는 꽤 예외적인 경우이지만, 여기서는 그 자체의 새로움보다는 어둠 속에서 전시를 본다는 콘셉트가 중요한 전시라는 점에서 그 온당함을 이야기하는 게 적절할 듯하다. 윈도우가 개방된 Keep in Touch Seoul에 암막 커튼을 달고 관객은 레이저 포인터와 조명이 다 되는 작은 손전등을 받아 들고 벽을 더듬어 간다. 벽에는 하얀 포스트잇 위에 문장이나 단어 들이 있다. 사방의 벽의 중앙에는 높이가 긴 작은 면적의 테이블이 있다. 맥도날드 포장지로 만든 조각을 주로 선보여 온 작가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다. 하얀 포스트잇은 크게 두 가지 서사가 전개된다. 하나는 작가의 현실을 주로 반영하는 말이라면, 다른 하나는 『바냐 아저씨』에서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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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주 작, 이양구 연출, 〈집집〉: 하나의 집(을 지배하는 시스템) 아래 무수한 존재들이 있다!REVIEW/Theater 2021. 9. 22. 00:19
극장에 들어서면 작은 집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낡은 나무로 된 싱크대장 표면에 흰색 패널을 부착하는 것으로 극 중 유일한 사물의 변화가 여러 장면에 걸쳐 단속적으로 꽤 느리게 일어나는 것처럼, 리얼함은 임대아파트를 재현한 이 집 안 곳곳을 지시하는 것으로 드러나며, 마찬가지로 그 사물을 만지고 지시하며 인물의 발화가 구성되듯 일상은 한없이 느리고 세세한 시간성으로 구성된다. 리얼함은 곧 이 집의 외양, 곧 그 속의 사물들, 그중에서도 싱크대가 지지하며, 이 집은 20년의 시차를 둔 두 인물, 박정금(박명신·이윤화 배우_더블캐스팅)과 연미진(이나리 배우)의 삶을 오가는 공간이자 리얼함의 공통된 토대이기도 하다. 곧 그 둘은 다른 시간에서 마주할 수 없는 반면, 이 집은 마치 그 둘을 응시하듯 제 모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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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진, 〈UNDOIT〉: 행위와 움직임 사이에서REVIEW/Dance 2021. 9. 13. 21:52
행위가 어떤 목적성을 띤다면, 움직임은 그 자체로 성립할 수 있다―움직임은 움직이다의 명사화인 셈이지만 동시에 특정한 시간과 형태로 의미화한다. 행위가 목적에 따라 도구들을 수단으로서 사용한다면, 움직임은 도구를 만지는 몸짓까지도 목적으로 내세울 수 있다. 행위와 움직임 사이의 간극을 임시적으로 구성하는, 이러한 구분 도식에는 물론 예술이라는 지침으로부터 심미화되는 움직임이라는 전제가 있다. 반면 이 예술의 자리, 움직임에 행위를 집어넣는다면, 남는 건 행위임을 지시하는 움직임이다. 또는 행위로서의 움직임이다. 따라서 이 과정은 행위에서 움직임으로의 수렴을 낳는다. 최은진 안무가의 〈UNDOIT〉은 일견 행위의 움직임으로의 전환이 아니라 행위의 변형과 해체를 통한 움직임의 확장으로 보인다. 행위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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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문,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 시대를 말하거나 역사를 구성하는 연극의 언어REVIEW/Theater 2021. 9. 13. 21:33
예술인에 대한 비하 장면을 포함한다고 하는 〈외로운 개, 힘든 사람, 슬픈 고양이〉는 예술을 하나의 범주로 두며, 또 다른 정치의 한 범주로서 동물권이라는 의제를 다루고자 한다. 정확히는 그러한 의제를 다루는 사람들의 재현을 통해 예술에서의 새로운 의제로서 동물권을 내세운다. 여기서 예술은 보이지 않는 현실, 곧 동물권이 법으로 자리하는 데 역할을 했을 사람들의 말과 사유를 구성하고 보여주며, 법이 만들어진 절차와 과정을 인간 다시 배우의 그것으로 전유한다―동시에 법을 인간의 언어로 전유한다. 이러한 역할에는 배우의 기술과 개성이 반영되며, 정진새 연출이 함께해온 극단 문의 연기 양식 역시 살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시화되지 않은 동물권의 법에 대한 역사의 시공이 그려진다. 이에 따르면, (진보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