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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19] 휴먼후드, <토러스>: '공간(에)의 체현'REVIEW/Dance 2020. 3. 16. 16:56
각자의 움직임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무리를, 대형을 그린다. '동류'의 움직임이 시공간의 지시 없이 지속된다. 어슴푸레한 공간에서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가다가 한 번씩 멈추면서 속도를 느릿하게 분배하는 것, 이러한 집단적 에너지는 우주적 공간 외에 다른 메타포를 가리키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움직임 자체가 일종의 전자음악적 공명이 그리는 무한한 시공간의 체현으로 보인다. 일군의 무리는 반복된 동작을 선보인다. 먼 곳을 그리는 사람의 반대편에서 가장자리를 그린다. 이는 겹의 무늬로부터 이루는 간결한 선분(의 유동성)으로 축약된다. 공간은 이 단순한 선분들의 궤적 아래 떨리고 공명하며 여기에 의도적으로 바람을 의태한 사운드, 땅을 두드리는 소리 등 자연의 유사 효과음이 이 공연이 가리키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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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19] 파울라 킨타나, <환희>: 변환으로서 거울 공간REVIEW/Dance 2020. 3. 16. 16:56
어슴푸레한 공간, 밝아지는 스크린, 천장에 매달린 옷, 무엇보다 물을 채운 수조 위에 형체의 비침과 일렁거림 그리고 표층의 소리, 파울라 킨타나는 바닥에 흡착되어 움직인다. 다리를 찢은 채 몸을 땅에 붙여 이동하는데, 처음 어떤 벽이 긁히는 소리 같은 사운드는 물보라를 일으키는 몸과 기이하게 동기화된다. 어느새 더 밝아진 조명으로 인해 아래로 신체는 물에 비치게 된다. 이러한 일종의 스크린으로 기능하는 물의 반영은 신체를 깊이로 잇고 동시에 마주하게 한다. 여기에 미미한 이동이라고 볼 수 있을 동작은 거의 같고, 이는 거의 측정할 수 없는 속도의 양상을 띠므로, 관객이 확인하는 건 움직임의 순간들이라기보다 움직임의 지속이라는 사실 자체이다. 또한 순간의 변화이다. 똑같은 속도와 동작으로 정방형의 공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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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19] 프란체스카 포스카리니, 안드레아 코스탄초 마르니티: '탈얼굴의 타자성'REVIEW/Dance 2020. 3. 16. 16:53
프란체스카 포스카리니의 은 두 가지 차원에서 실험을 전개한다. 하나는 이들의 움직임이 공간 안에 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측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분히 공간 측정적이라는 점인데, 순간의 심미적 기호의 발산이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움직임이 반영, 반추하는지를 인지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처음 팔을 뒤로 보내는, 앞뒤로 대칭적인 두 번의 움직임이 가진 간결함(이 주는 심미성)을 제한다면, 대부분의 움직임은 따라서 대단히 재미가 없다. 이는 무미건조하게 공간을 이동하고 정위하며 또 배분하는 움직임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사운드를 움직임의 물리적인 지지체로 두고 몸의 움직임과의 상관관계를 실험해본다는 것이다. 루프 스테이션을 활용해 이들은 현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이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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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19] 아트프로젝트보라, <<무악舞樂> 보고, 듣다>: 재현의 지지체로서의 행위REVIEW/Dance 2020. 3. 16. 16:49
▲ 아트프로젝트보라 <<무악> 보고, 듣다>ⓒCreamart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상동) 는 춤이라는 형태를 지지하지 않는 듯 보인다. 동시에 어떤 사운드 장치를 재전유하여 다른 사운드를 구성하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하는 듯 보인다. 여기에 전제된 명제는 가령 이와 같은 것이다. '모든 소음은 '들을 만한 어떤 것'(음악적 사운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행위는 (춤이 아니라) 사운드의 일종이다. (움직임 역시 들을 수 있는 어떤 매질이다)' 결과적으로 사운드의 재구성으로서의 움직임은 행위 자체로 움직임을 확장하며 짜인 안무로부터 자유로움을 획득하는 동시에 그러한 움직임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듯 보인다. 그리하여 이 움직임은 사운드를 구성하기 위한 도구적 움직임(으로 귀결되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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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 2019] 로베르토 카스텔로, <우리는 밤에 방황하고 불로 소멸한다>: 강박에의 황홀REVIEW/Dance 2020. 3. 16. 16:48
▲ ALDES/로베르토 카스텔로 <우리는 밤에 방황하고 불로 소멸한다>ⓒPark Sang Yun[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상동) 일정하게 아래로 흘러내리는 방향성으로 인지되는 패턴 무늬의 무대 전면의 프로젝션 아래의 움직임. 일종의 스크린으로서 극장 안에서 그 무늬와 교접하며 동기화되는 움직임은 스크린의 연장으로 기능하며 마치 흘러내리는 스크린 같다. 여기서 몸은 준자율적이며 스크린에 복무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스크린은 이러한 생명력에 감화되어 움직임을 지시하며 신체적 움직임 자체가 된다. 여기에는 타악류의 일정한 사운드 리듬이 전제되는데, 이는 이 무한한 걸음으로 대변되는 움직임의 지속을 안으로 접히게 한다―만약 영상과 같이 사운드의 강박적 작동이 없었다면, 영상으로 인해 내부가 구성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