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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홍철기 <Defaced>, 빛과 어둠으로 짜인 텍스트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4. 12. 29. 11:03
‘Defaced’의 퍼포먼스는 손전등을 켜고 자신의 책에 나온 단어들을 띄엄띄엄 읽는 조현아와 그 텍스트에 미끄러지며 따라 가는 사운드 재질·표면을 만드는 홍철기, 두 존재의 대면에서 성립되는 말과 응답에 가까웠다. ‘여기’와 ‘저기’ 같은 변별/대립되는 두 단어의 의미 맥락은 스피커의 위치 전환적 변환과 맞물렷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고, 이는 어둠에서 나왔고, 어둠을 나타냈다. 단어들은 어둠 속 미약한 빛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보였던 것에 가까웠다. 이런 저장되지 않는 언어의 망각으로서의 명명은, 작가의 감정이 배이지 않은 떠도는 단어들 그 자체였고, 정확치 않아 어둠의 공간으로 분포, 그리고 곧 사라지기에 전적으로 무의미했다. 사운드의 따라 붙음의 좁은 ‘간격’은 다시 텍스트의 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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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무용단 <심청> : 눈-우주의 알레고리, 그리고 미디어를 매개하는 몸REVIEW/Dance 2014. 12. 29. 10:48
▲ 이경옥무용단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하 상동) 은 와이어를 통해 허공에 매달려 공중 회전하는 ‘심청’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바닷가에 굴절된 빛으로 편재된 물의 입체적 폭과 부피를 무용수-퍼포머를 둘러싼 거울들을 통해 무대로부터 그 바깥으로 전달한다. 곧 퍼포머(와 그에 맞춘 거울)의 높이는 폭과 부피감을 도출하는 혹은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 거울의 둘러쌈과 쪼개짐은 바다 공양을 거울(빛-) 제의의 상징성을 드러내거나, 또는 바다 속에 침잠해 들어가며 고요하게 일으키는 물결의 운동성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 바다 속의 신비함이 관객 너머까지 전달됐다면, 곧 일종의 수족관의 생생함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면, 이어지는 검은 땅위의 죽음의 제의와 그 잔영들이 만든 스크린, 그리고 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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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무용단 <계보학적 탐구> '역사 바깥에서'REVIEW/Dance 2014. 12. 29. 10:36
▲ 트러스트무용단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하 상동) 설경 아래 기차 여행의 실제 무대에 트랙을 또는 기차 장난감으로 끝나는, 는 어둠 속 바퀴 달린 이동형 낮은 의자를 타고 등장한 존재자들은 무대 옆에서 물속을 헤치고 유영하며 시작한다. 무대 중심을 차지하기보다 거대한 풍광의 측면을 이루는 인간에 대한 망원경적 시선은 개인이 아닌 인류를, 디아스포라로서의 타자적 주체와 그 삶을 반추하는 듯하다. 그 안에서 발화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이는 어떤 장면의 표면을 이루는 기억들이고 역사의 한 전형에 가깝다. 이들이 군집하는 몇몇의 길지 않은 순간은 무대가 흘러갈수록 탄생을 나타내는 것에서, 역사를 찢고 나오는 인간의 새의 날갯짓을 표현형으로 구성한 것으로 나아간다. 여기에는 과또한 힘이 부여돼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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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현 안무, <저장된 실제>: ‘편집적 리얼리티의 세 가지 방식들’REVIEW/Dance 2014. 12. 28. 21:59
▲ 황수현 안무, 에서 무용수 강호정 [사진제공=황수현] 세 개의 방에 세 그룹으로 나뉘어 작품이 이뤄지고, 균등하게 그 수가 나뉘어 관객이 동시에 각각의 방으로 입장한다. 세 개의 방(방1-장홍석, 방2-공영선, 방3-강호정)에는 각기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저장된 기억과 저장된 몸 장홍석은 불이 켜지면 옷을 벗는(그리고 불이 꺼지면 다시 입는) 일련의 움직임을 반복하여 동일한 순간에서 오는 기시감을 준다. 지난 현재가 현재로 재생되는 순간은 시간 축(에 대한 감각)을 이전으로 되돌리고, 시간의 유예, 영원한 현재에의 위태로움 속의 어둠으로 지연되는데, 이 현재가 다시 찾아옴의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가령 그 순간은 현재에서 벗어나며 진정한 ‘미래’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곧 다시 찾아오는 현재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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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연출/즉각반응 <GOOD DAY TODAY>: 도시-기억을 유영하다REVIEW/Theater 2014. 12. 22. 13:53
‘연기의 바깥’에서의 양말복 ▲ 하수민 연출/즉각반응 , 출연 이영조(사진 왼쪽), 양말복(오른쪽) © 이재훈 [사진 출처=즉각반응 페이스북 페이지](이하 상동) 은 배우 양말복이 화자가 되어 ‘양말복’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띤다. 이야기와 실재는 서로를 보증하는 듯하지만 실재한다는 통상의 양말복(의 과거)을 담담하게 서술하며 이야기 속에서 객관화시키는 양말복이라는 배우는 그 이야기에서 허구의 화자로, 파편적 역사의 체험들을 재구성하는 주체로 상정된다. 양말복이 캐릭터로 분함이라는 ‘연기’는 한 인물의 역사로의 편입의 이야기 형식과 구분될 수 없으며 그 ‘형식’을 유지하는 지지물이 된다. 양말복이 ‘양말복’을 이야기하고 그 경험을 입체화하는 방식에서 관객은 그 이야기의 허구성이 자율성을 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