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혜 연출의 <모래의 여자>, '부조리한 존재 물음의 모호한 지속'REVIEW/Theater 2014. 3. 5. 14:10
▲ 모래의 여자(각 색 ‧ 연 출 구자혜, 출 연 윤현길, 백석광)_photo by 김도웅 긴 어둠, ‘도대체 이 공간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은 작품의 시작과 함께 떠나지 않는다. 초반 어둠과 함께 등장하는 여자의 메아리-목소리, 그리고 이후 그것이 반복되고 지속되지 않는 엄밀히 언어가 되지 않는 소리는 가령 이 바깥의 신체가 아니며 어떤 음악적인 부분의 효과로서 장식의 초과적인 측면이라고 하기에는 조심스럽고 미약하다. 이는 이곳에 낯선 자로 자리하지만 그에게 낯선 자로 있는 여자의 무의식의 결로부터 연유하는가, 오히려 이는 이 노래로 둘러싸인 곳에서 나갈 수 없는 가운데 죽어나간 수많은 영혼의 것인가, 이는 그 둘의 바깥에 있는 반면, 그렇다고 그 바깥을 상정할 수 있는 것조차 아니다. 이는 모래가 바람..
-
최은진 <신체하는 안무>, ‘끊임없이 말-움직임으로부터 생겨나는 것들’REVIEW/Dance 2014. 2. 28. 14:29
▲ 최은진 포스터 우선, 공연의 각기 다른 무대를 선보인 세 무용수를 표피적으로 구성해 본다면, 첫 번째 무용수 윤상은이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자폐적인(autistique) 모습을 보인다면, 두 번째 위성희는 조금 더 관객에게 말이 움직임으로 전환되는 측면에 대한 설명이 표면적이다. 그러니까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에 있어 말과 움직임을 혼란스럽게 처리하는 것 모두를 하나의 연기 과정처럼 원활하게 선보이는 능수능란한 연기자(actor)의 모습으로, 곧 스스로를 드러내는 특별한 전개, 동시에 중계의 과정을 펼쳐내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최은진은 관객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이전에 그 드러냄의 벽에 스스로 부딪친, 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의 모습, 동시에 무언가를 계속 말해야 하는 거의 강박 자체를 다시 말..
-
6명의 작가, 미디어극장의 막이 오른다.PREVIEW/Visual arts 2013. 11. 17. 22:34
▲ 육근병_by night_월스크린, 빔 프로젝터_1996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정미소는 ‘미디어극장 2013’ 프로젝트로 오는 19일부터 12월 18일까지 여섯 명의 미디어아트 작가를 차례로 초대해 갤러리 정미소에서 전시를 연다. 이는 2011년 정미소에서 실행했던 결과의 노하우를 되살려 좀 더 본격적으로 한국의 비디오, 미디어아트의 10여 년의 역사를 작가들의 작품과 그 시대의 담론을 묶어 내는 작업으로 조망해 보고, 더 나아가 한국의 비디오, 미디어아트가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응집시켜 발전시키려는 프로젝트이다. 영상을 제작하기 척박한 상황에서도 꾸준히 비디오, 미디어설치작업의 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본 프로젝트를 통해 백남준 이후의 한국미디어아트가 어떻게 진화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
-
<사이비> 리뷰: '눈 먼 현재의 삶에 비수를 꽂는'카테고리 없음 2013. 11. 7. 17:04
우리에게 구원은 없다는 것에 대한 불편한 그리고 진정한 믿음으로부터 ▲ 포스터(연상호 감독)ⓒ NEW 수몰 예정 지구에 위치한 동네, 보상금을 받고 곧 떠나게 될 주민들을 겨냥한 가짜 목사 최경석(권해효)이 임시 교회를 만들어 순진한 그들을 홀린다. 이 혹세무민의 이상한 기류 속에, 시종일관 욕지거리를 달고 등장해 불편하게 현장을 헤집는 술주정뱅이 김민철(양익준). 그리고 진정성 어린 신앙으로 동네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유약한 초빙 목사 성철우(오정세)가 맞선다. "충실성의 종교적인 이름"(장 뤽 낭시)인 라틴어 피데스(fides)는 프랑스어 믿음/신앙(foi)의 어원이며, 이는 신뢰(confiance=confidence)를 의미한다. 곧 믿음(신앙)은 누군가(신)에 대한 믿음이며, 그 상대방에 대한 충실..
-
[SIDANCE2013]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문 없는 문>: '과정으로서 무대, 그리고 수많은 몸들'REVIEW/Dance 2013. 11. 7. 11:02
▲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빛은 어둠으로부터 출현한다. 비물질적 시각으로서 빛이 어둠을 안고 더듬더듬 출현하는 가운데 여전히 어둠은 물질적이고 촉각적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여기에 선 전인정은 무제한의 공간으로서 광야를 헤집는 눈 먼 이의 의식을 체현한다. 이 광야를 출현시키는 특정한 방식으로서 돎이 출현한다. 이 돎은 급작스럽고 동시에 멈출 수 없다. 돎의 현존은 막다른 막막한 길을 그 끝없음의 무한정의 잠재적인 영토로 바꾸며 몸은 최대치의 에너지를 발산하나 의식은 순일한 차원에서 명료함을 띤다. 이 회전으로부터 출발한 몸의 박동은 멈춤에서도 그 표정으로 그 힘찬 맥동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급박함의 진행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으며 조임과 풂을 자유롭게 가능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