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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리뷰: '눈 먼 현재의 삶에 비수를 꽂는'카테고리 없음 2013. 11. 7. 17:04
우리에게 구원은 없다는 것에 대한 불편한 그리고 진정한 믿음으로부터 ▲ 포스터(연상호 감독)ⓒ NEW 수몰 예정 지구에 위치한 동네, 보상금을 받고 곧 떠나게 될 주민들을 겨냥한 가짜 목사 최경석(권해효)이 임시 교회를 만들어 순진한 그들을 홀린다. 이 혹세무민의 이상한 기류 속에, 시종일관 욕지거리를 달고 등장해 불편하게 현장을 헤집는 술주정뱅이 김민철(양익준). 그리고 진정성 어린 신앙으로 동네 사람들을 위로하려는 유약한 초빙 목사 성철우(오정세)가 맞선다. "충실성의 종교적인 이름"(장 뤽 낭시)인 라틴어 피데스(fides)는 프랑스어 믿음/신앙(foi)의 어원이며, 이는 신뢰(confiance=confidence)를 의미한다. 곧 믿음(신앙)은 누군가(신)에 대한 믿음이며, 그 상대방에 대한 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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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ANCE2013]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문 없는 문>: '과정으로서 무대, 그리고 수많은 몸들'REVIEW/Dance 2013. 11. 7. 11:02
▲ 전인정과 사이먼 바커 프로젝트 [사진 제공=국제무용협회]빛은 어둠으로부터 출현한다. 비물질적 시각으로서 빛이 어둠을 안고 더듬더듬 출현하는 가운데 여전히 어둠은 물질적이고 촉각적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여기에 선 전인정은 무제한의 공간으로서 광야를 헤집는 눈 먼 이의 의식을 체현한다. 이 광야를 출현시키는 특정한 방식으로서 돎이 출현한다. 이 돎은 급작스럽고 동시에 멈출 수 없다. 돎의 현존은 막다른 막막한 길을 그 끝없음의 무한정의 잠재적인 영토로 바꾸며 몸은 최대치의 에너지를 발산하나 의식은 순일한 차원에서 명료함을 띤다. 이 회전으로부터 출발한 몸의 박동은 멈춤에서도 그 표정으로 그 힘찬 맥동을 갖고 있으며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급박함의 진행을 충분히 내재하고 있으며 조임과 풂을 자유롭게 가능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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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핑 톰 무용단 <반덴브란덴가 32번지>: '던져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특이한 일상들'REVIEW/Dance 2013. 11. 7. 09:57
▲ 피핑 톰 무용단 [사진 제공=LG아트센터] (이하 상동) 구체적인 지명의 제목으로부터 출발하는 벨기에 ‘피핑 톰(Peeping Tom)’ 무용단의 는 산 중턱 눈보라가 간헐적으로 몰아치는 곳에 트레일러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낯설게 등장시킨다. 황량한 환경 속에 고립되어 있는 그들이 트레일러를 오가며 또한 트레일러 안에서 벌어지는 삶의 양태-그에 대한 시선은 객관적이며-는 구체적인 일상의 흐름 속에 파편적으로 드러난다. 반면 이는 그 단절적인 일상과 동시에 공간들의 불연속적 엮어짐의 이행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충분히 해명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는 다시 객관적인 시선이 갖는 하나의 의도적인 효과로 설명된다. 이는 존재들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그들을 절대적인 환경 아래 ‘던져’ 놓았기 때문이다. 낮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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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F2013]<로튼애플(Rotten Apple)>(차진엽 안무): '시공간의 안무술'REVIEW/Dance 2013. 10. 25. 13:49
▲ (차진엽 안무)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극장 공간을 일종의 전시 공간이자 체험 공간으로 바꾼 것은 극장에서의 고정된(?) 관람을 당연히 탈피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아니 이는 탈피보다는 탈출구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더 이상 극장에서 최대의 것을 향한 최선의 몸짓이 정답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 이를테면 최대의 것이 일회성을 띤 공연의 특성을, 최선의 몸짓이 단 한 번의 무대에 몸을 불사르는 노력이라면 정답은 그것이 관객에게 온전히 수용되어 감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하나의 유토피아적 진단임이 확실해졌을 때 은 ‘공감각적 체험형 퍼포먼스 중심의 춤’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모색과 대안의 측면에서의 또 다른 절박한 시도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일종의 전시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빚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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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실비, <비스듬한 원뿔 행동(Slanted Conical Behavior)>전: '목소리/현재의 부재적 현전'REVIEW/Visual arts 2013. 10. 25. 13:29
▲ 김실비_’남자를, 군인을’_2013_ 단채널 HD, 색, 무음, 3’20_가변 크기_영상 스틸 [사진 제공=스페이스 오뉴월] 스페이스 오뉴월에서 김실비는 3개의 영상에서, 스튜디오 작업을 포함하면 총 4개의 연작(‘금지곡들: 여자란 다 그래’Banned Songs: Così Fan Tutte)의 영상들의 소리를 지운다. ‘노래방-뮤직비디오’란 형식은 원래 소리가 없다. 가령 노래를 위해 제작된 뮤직비디오가 부재하는 경우에 있어, (인위적으로 만든) 그 뮤직비디오 속 이미지는 단지 노래를 부르는 데 있어 가사를 목소리와 동시적인 관계 아래 적시에 제공하며 가사의 배경이 되는 화면은 가사와 큰 연관성을 갖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가사 바깥에서 그것은 어떤 유용성이나 가치를 담보하지도 않으며 그 이미지가 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