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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열병》: 호 루이 안의 관점 제시로부터REVIEW/Visual arts 2025. 7. 15. 17:54
호 루이 안의 〈역사의 형상들과 지능의 토대〉(2024. 실시간 AI 생성 이미지와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75분, 시트지 가벽, 모래, 캠핑 의자.)는 그의 강연에 부가되는 영상과 그것을 생성형 인공 지능 이미지로 번역하는 또 다른 영상으로 이어진 2채널 비디오 작업으로, 《합성열병》(2025.03.19.~2025.06.28.,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예외적인 차원으로 또 상대적인 견지에서도 꽤 흥미로운 작업이다. AI라는 화두가 작품으로 옮겨질 때 보통 AI와 현재의 간극으로부터 미래의 부정적 차원이 예고된다면―또는 테크놀로지의 집약된 버전이 주는 놀라움으로 그것을 상쇄하려 한다면, 곧 AI 자체보다 AI와 현재의 거리로부터 현재를 미래로 갈음하는 차원을 향한다면, 결과적으로 호 루이 안의 작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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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본 작가, 극단Y: 〈로비: 기어코 그 손을 잡고〉: 공백을 향하는 응시의 손길REVIEW/Theater 2025. 7. 15. 17:41
〈로비: 기어코 그 손을 잡고〉(이하 〈로비〉)는 청소노동자의 노동 행위와 산재 사고로 죽음을 맞은 이의 유가족의 팻말 시위가 겹쳐지는 하나의 지대를 로비로 제시한다. 이는 중앙의 직육면체의 프레임 안에 숫자를 표시하는 상단의 LED 문자가 엘리베이터 공간으로 확장되는 것과 함께, 고층 건물의 수평적, 수직적 차원에서의 직선의 선분이 각각 펼쳐지고 확산되는 것으로 상상된다. 또한 로비는 일종의 인트로에 해당하는, 〈로비〉의 등장인물들이 무더기로 지나가는 짧은 장면으로써 무정형의 사람들이, 보통의 바쁜 현대인이 냉랭하게 또는 생기 없이 지나가는 특색 없는 통로를 나타내며, 무엇보다 이를 생계의 차원으로 전유하는 복희(한혜진 배우)의 존재가 이곳을 가장 먼저 그의 삶의 일부로서 주요하게 점유한다. 이 수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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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영의 춤 <ㅅ · ㅁ>(부제:서예를 하는 것과 같은 춤): 춤이 분기되는REVIEW/Dance 2025. 3. 12. 00:25
‘의미가 체현되는 몸’은 무엇일까. 손인영 안무가의 말에 따르면, 이는 무대 위의 이상적인 춤, 춤의 이념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서두를 연 “우리 시대의 춤은 형식적”이라는 말의 대립항으로서 존재할 것이다. 형태적 구성의 유려함과 단단함, 이미지적 향연과 발산이 감응을 추동하지 못한다면, 그것과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춤은 어떤 정신에 사로잡힌 ‘나’로부터 출발하는 춤이 될 것이고, 그 온전한 나를 구성하는 건 ‘숨’이다―제목의 ㅅ 더하기 아래아 더하기 ㅁ 역시 숨을 의미한다. 아마도 무대 오른쪽에 놓인 마이크를 잡고 팔을 휘적거리며 춤을 추던 손인영이 말한 바를 대강 요약하자면 이와 같을 것이다. 손인영은 안무라고 하지 않고(안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춤이라고 했다. 무언가를 구성하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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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온(김상훈 연출), 〈서대문구민들이 바라는 장면〉: 재현으로부터 미끄러지는 주체들REVIEW/Theater 2025. 3. 12. 00:11
〈서대문구민들이 바라는 장면〉(이하 〈서대문구〉)은 제목과 같이, 전면에 내세운 특정 관객층을 대리한다는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는 타자의 시점과 욕망을 향한 매개의 윤리를 전제한다. 이러한 ‘대리’는 그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자 결과이면서, 일종의 연극을 하는 것의 명분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창작자의 욕망은 창작자의 도덕에 온전히 혹은 완전히 잠식될 수 있는가. 여기서 타자를 향한 도덕은 자신의 내재적 윤리에 부합할 수 있는가. 〈서대문구〉는 이러한 대리자의 지위로서 어떤 것을 성취하려 하는가. 아니 성취할 수 있을까. 100초 단위의 재현 질서의 토대가 되는 50개의 설문 아카이브는 불특정한 고유한 개인들의 욕망에 대한 목록과 특정 집단의 공통된 지점이 산출되는 지역 문화적 인류지 사이에 자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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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프로젝트, 〈이태원 트랜스젠더-클럽 2F〉: 존재들의 성좌, 그리고 진동REVIEW/Theater 2025. 3. 11. 23:46
이무기 프로젝트의 〈이태원 트랜스젠더-클럽 2F〉에서 색자, 미래, 미란, 세 등장인물은 트랜스젠더 클럽의 초창기를 연 대표적인 세 개의 클럽, 1978년 열매, 보카치오, 1984년 여보클럽의 시작을 알리며 등장한다. 세 명의 존재는 연표적 기입을 통해 그 공간을 대표하게 된다. 곧 그 공간을 존재에 일임하면서 역사의 기원을 선취하는데, 공간의 개별 역사적 특징을 기록하는 대신에 존재의 서사를 체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 존재는 그 스스로를 정의하기보다는 다른 공통 존재의 식별에 의해 기입되며 “언니” 혹은 “이년/저년”이라는 호명에 의해 세계의 일원이 된다. ‘미래’가 경험한, 구별 짓기의 시선에 의해 세계 바깥으로 밀어내는 또 다른 식별의 행위 바깥에서, 그러한 호명을 통한 수렴, 구분 짓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