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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향 작/이인수 연출, 〈간과 강〉: 언어의 꿈과 해제REVIEW/Theater 2025. 3. 11. 23:29
〈간과 강〉은 증상과 징후로 가득하다. 재앙과 종말의 기후와 분위기가 몸에 치밀어오르고 파고드는 주인공 L의 증상은 ‘간과 강’이라는 각각 몸의 장기 일부라는 개체의 내장 감각과 흐르고 흘러가는 것으로서 인류에 내속되는 역사적 힘에 대한 이미지, 그 두 단어의 유사성의 결합이 지닌 어떤 양상에 상응한다. L은 일종의 알레고리로서 질병에 걸려 있으며, 그것은 〈간과 강〉이 쌓아갈 언어의 세계가 언어를 정초하고 언어의 사이를 매만지고 헤집는 과정으로서 존재함의 연장선상에 있다. 반면, 이 언어는 대중문화적 재현을 경유한, 도시의 풍광 이미지에 의해 절대적으로 지지되는데, 언어의 토대를 불확실한 것, 아니 부조리한 차원으로 이끌고 가는 차원에서, 현실의 빈틈을 메워 현실의 토대를 무의식적인 진공의 토대로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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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현과친구들, 〈GRAVITY〉: 변경된 세계 위의 부유하는 물질로서의 몸REVIEW/Dance 2025. 3. 5. 00:05
〈GRAVITY〉는 중력이라는 지구의 기본적인 물리적 힘의 자장을 주제로 가져가는데, 그것은 물리적이고 자연(과학)적 진리이자 지구 전체에 보편적으로 편재하는 하나의 힘으로 적용되며 일상에서 의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력 자체를 지시한다고 할 때 이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지구 바깥의 영역, 힘, 곧 중력이 닿지 않거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지점을, 그리고 거꾸로 중력과 관계 맺고 있는 지구상의 여러 존재를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이는 〈GRAVITY〉에서, 각각 물리적 차원에서―‘그것은 엄연한 하나의 힘이다!’―, 그리고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 차원에서―‘보이지 않지만 하나의 영향권 아래 존재들이 종속된다.’‘, 중력이 서사로 연장되어 감을 의미한다. 중력을 상정하기 위해서는 비중력적인 조건, 중력에 영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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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 《썩지 않는 금은 없다》: 가치의 자의성 혹은 절대성REVIEW/Visual arts 2025. 3. 4. 23:29
희박 작가의 《썩지 않는 금은 없다》는 일곱 점의 회화로 구성되며, 작은 큐브의 공간으로 높은 천장고에 상응하는, 비닐에 싸인 바뇌의 성모를 그린, 세 개의 대형 작품과 상대적으로 작고 다양한 주제의 네 작품이 있다. 중심 도상인 성모를 비롯한, 하나의 공통된 토대는 배경이다. 배경에는 어떤 사물도 없고 일정한 톤을 형성한다―〈축하 케이크 Celebratory Cake〉(2025. Oil on canvas, 65.1×90.9cm.)는 그 예외이며, 예외성은 또한 전시장 바깥의 윈도우에 따로 전시되었다는 것으로 발현된다. 배경은 첫 번째로 피사체가 자리한 현실을 지우거나 축소하거나 은폐하며, 두 번째로 그 현실이 자리한 시간성을 소거한다. 이는 물론 피사체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를 함축하며, 나아가 실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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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음기관, 《기존의 인형들》: 인형이라는 물질로부터…REVIEW/Theater 2025. 3. 4. 22:39
《기존의 인형들》은 인형이라는 사물 혹은 대상으로부터 되먹임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탐문을 전제한다. 작년 낭독 쇼케이스에 이어 이번에 본 공연으로 오른 ‘인형의 텍스트’라는 부제로 열린, 세 번째 ‘기존의 인형들’은 그동안 세 명의 작업자들과 함께해 왔으며,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기존’의 인형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각의 출발점을 예비한다. 인형의 텍스트는 또한 인형으로부터의 텍스트이기도 한데, 이 두 사이에서, 세 개의 극작이 이루어졌다. 이는 인형의 존재론을 쓰는 일로 이어진다. 인형의 존재론은 곧 언어와 서사의 형상을 새롭게 정초하는 하나의 단초로(〈한 명 또는 두 명의 인간은 바늘구멍 속에서 바늘을 이야기한다〉), 로봇(인형)과 인간(만)의 의사소통의 관계가 상정되는 시기에 대한 상상으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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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늘 안무·연출, 〈유토피아 - LET THERE BE LIGHT〉: 인류세 이후의 미래 시제에 대한 이미지, 정동, 환경REVIEW/Dance 2025. 3. 4. 22:05
〈유토피아 - LET THERE BE LIGHT〉(이하 〈유토피아〉)는 설치와 프로젝션을 통해 ‘환경’에 관한 상징적 배경을 구성해 낸다. 여기에 쌓이는 또는 연루되는 격렬한 몸짓들은 그 환경에 대한 반응이자 반영의 표현이다. 후반, 총천연색의 자연을 바라보는 여자의 이후 몸짓의 기조 변환은 세계에 대한 재인식이자 새로운 출발점을 노정한 것이다. 여기에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적 장소를 성서적 해석과 겹쳐 두는 제목은 이와 결부된 작품을 해석하는 근거로 적용할 수 있을까. 플랫폼엘 플랫폼 라이브홀의 전체 객석을 거둬내고 관객이 공간 양 가에서 마주 보는 대형으로 구성한, 일종의 런웨이이기도 한 공간의 중앙은 허공에 매달린 초록색 도료를 칠한 각목들로 직조한 비정형 입체 구조물들과 의자들로 가로막혀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