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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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장 2011] '펜테질레아' 리뷰 : 분절된 텍스트들, '전쟁의 소용돌이 속 사랑의 파국'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11. 28. 15:07
무대에는 커다란 원이 새겨져 있다. 그 중간에는 사분의 일 크기의 두 개의 원이 맞닿으며 동시에 큰 원에 맞닿고 있다. 이 원을 돎으로써 원심력과 구심력의 팽팽한 긴장(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원 안으로 쏠리는 구심력이 더 강하다)과 에너지를 나타내는 한편 한 점에 머물지 않는 순환과 유동의 의미를 가시화한다. 그리고 이는 경계의 의미와 결국 똑같은 순환의 반복으로서 인생의 수레바퀴와도 같은 은유로도 읽힌다. 무엇보다 아킬레스로 대변되는 그리스 군과 펜테질레아로 대변되는 아마존 군 간의 전쟁과 충돌의 관계 속에 어긋나는 사랑과 욕망의 층위를 크게 상정한다. 모두가 추락하려는 욕망으로 인해 버티고 있는 아치의 문의 상징은 결국 삶은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고 펜테질레아의 부족의 명예 아래 상정되는 사랑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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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휘트니스 가이드' 리뷰 :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정금형'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11. 27. 23:40
▲ 11월 11일 서울 홍대 대안공간 루프에서 펼쳐진 19금 퍼포먼스 릴레이 2011에서 선보인 정금형의 장면 기계를 자동 기계 내지 섹스 머신으로 만드는 것은 정금형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서 무표정한 표정이다. 정금형의 초기 작품들에서 시작된 인형들은 생명이 없음에서부터 시작되어 정금형에 의해 생명을 입는 양상에 가까웠다. 기계에 쓰이는 것은 인형의 얼굴로 이는 사람의 연장선상에서 만난다. 반면 자동 기계(machine)의 생명력은 이제 기계의 동력 장치에서 기인한다. 그 속에서 얼굴이라는 것의 중심(끈)을 잃지 않고 있고, 기계와 정금형의 신체는 교접한다. ▲ 11월 11일 서울 홍대 대안공간 루프에서 펼쳐진 19금 퍼포먼스 릴레이 2011에서 선보인 정금형의 장면 사물이 기계가 되는 것은 그 동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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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리뷰 : '스펙터클·정념·과잉의 미학'REVIEW/Theater 2011. 11. 27. 23:15
▲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사진 제공=엘지아트센터] 무대의 삼면의 막과 거대한 석상들, 세 시간이 넘는 시간에 펼쳐지는 스펙터클 이미지는 그것을 품을 수 있는 우렁찬 신체 발성의 공명에 의해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삼 면의 막은 스펙터클에 앞서 오히려 울림 판 역할로 유효하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간 사랑은 짧고 강렬하게 표출되는 환영적 순간을 낳는 반면, 이 둘의 사랑은 주변 정치적 세력의 암투와 전쟁의 소용돌이에 좌우되는 국면을 보인다. 클레오파트라는 더욱 강력한 왕과의 관계를 모색하는(사실 이는 안토니를 더욱 권위‧위엄 있는 자의 자리로 두게 하려는, 사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하나의 지향점이 실은 사랑을 가능케 하는 욕망의 지점이라는 것에서 그 자리바꿈은 변절이나 변질이 아님을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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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페스티벌 장]「방문기 X」 리뷰 : 현실 바깥 죽음 너머를 방문하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11. 16. 16:09
▲ 「방문기 X」 2010년 공연 모습 [사진 제공=재단법인서울문화재단] 두 차례의 관객 이동이 있고 총 세 개의 막을 이룬다. 관객들은 커다란 원뿔 모형의 구조물을 굴리는 배우에 의해 옆쪽 관객석으로 이동해야 한다. 무대에는 의자들을 비롯한 잡동사니를 뭉쳐 놓았는가 하면 침대 등이 관객석을 가로질러 떠간다. 방문기는 죽음 너머의 삶을 그린다. 곧 죽음 자체에 주목하는 것(죽음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보다는 죽음과 삶의 경계가 없는 어떤 한 지점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죽음을 거쳐 간다. 전체적으로 방문기는 극 내부에서도 언급되지만 작위성을 띤다. 흐릿한 자막과 만화에서의 내레이션 언어가 언어 자체를 결여로 만들고 모호하게 들리는 불투명한 기표들을 생산한다. 언어는 단단하게 맺음 되지 않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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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지금 맑음」(2011 봄 작가 겨울 무대) 리뷰 : 'KTX를 타다'REVIEW/Theater 2011. 11. 16. 15:54
▲ 「서울은 지금 맑음」 연습 장면[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KTX 안 탑승과 출발, 목적지를 앞두고 점차 가까이 다가가는 것, 그리고 최종 목적지까지 「반짝 반짝 작은 별」을 변주한다. 현재를 잃는 끊임없이 사라지는 차창 밖 풍경이나 덜컹거리는 기차의 박동 따위는 현실 극 무대에서 구체화될 수 없다. 다만 서울에서 멀어져 가는 의식의, 그리고 땅이 아닌 그 위에 살짝 떠 있는(그렇지만 땅의 부재가 환유의 감각으로 오는), 그리고 고정되지 않은 이동은 현실을 기억과 이동하며 떠 있는 신체, 잠에 밀접하여 어느 정도 안락함에 젖게 만드는 환경에서 스쳐오는 기억의 감각들이 현실을 통과하며 재조정할 수 있는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기차의 환경은 극과 맞물리고 있다. 기차의 리듬은 드럼의 리듬이 대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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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퍼도 커튼콜」(2011 봄 작가 겨울 무대) 리뷰 :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어루만짐의 누군가REVIEW/Theater 2011. 11. 12. 00:14
▲ 「서글퍼도 커튼콜」 연습 장면[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재생 장치를 두 배쯤 빨리 돌려 빠르게 몸에서 내닫게 만드는, 초반의 몰아붙이는 말들은 마치 말들의 잔치인 소설을 압축해 담아내고자 하는 절박한 강박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빠른 말들의 속내는 기실 파국의 파토스의 뜨거운 분출을 예고한다. 현실을 연극으로 비유한 곧 어둠 속에서 빛/끝을 향해 내달리는 처절하고도 외로운 고투로 비유한 것, 연극의 커튼콜은 단 한번뿐이지만, 실제 이 연극에서 커튼콜은 두 차례 정도 미리 주어진다. 빗소리 비는 박수 소리와 묘하게 겹쳐 청량하게 무대를 전환시킨다. 비가 내는 불규칙적 수없는 마찰은 귀를 자극하고 연달아 이어지는 박수와 역시 닮았다. 각자의 어머니만이 존재하지만 이 연극에서 우람의 엄마는 반지의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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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컷_17장] 국립극장 기획공연시리즈5 <타,Get> 리뷰 : '전통 타악과 팝핀 댄스의 퓨전식 무대'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11. 7. 14:26
장구의 일정하게 낮게 드리운 연주는 마이크를 타고 공명의 중첩을 통해 하나의 자장을 형성한다. 기타의 멜로디에 타악은 배면에 깔리고 둘은 촘촘한 힘겨루기의 양상을 보이는데 어느 순간 장구는 그 배면을 실재의 소리로 뚫고 나와 역전시킨다. 두 번째 곡에서 디저리두는 묘한 사람의 음색의 변환과 길게 뻗는 방향성을 갖고 독특한 멜로디를 만드는 가운데, 단보우(Dan Bau)는 발생된 음을 밀고(확장하고) 당기며(축소하며) 공간적 분배를 자유롭게 한다(일종의 공명을 붙들어 그것을 이차적으로 왜곡시키는 장치가 일종의 현의 역할을 하는 악기라고 볼 수 있겠다). 물을 넣은 단지를 겉을 마찰하고 또 속까지 진동을 주는 두 가지 주법을 섞어 쓰며 후자를 통할 때 물 소리가 나며 마치 항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실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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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 극단 우투리 「김이박의 고백」 리뷰 : '고단한 현실 토로와 그 징후들'REVIEW/Theater 2011. 11. 7. 13:55
사면을 관객석으로 채우고 그 안에 커다란 관 하나를 놓고 벌이는 위태위태한 사투다. 객기 어린 삶의 토로이기도 한 한편 관의 모서리를 타고 걷기도 하는 등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현실의 고단함부단함삶은 시간으로 치환되고 기계적으로 산출되는 시간의 질서에 따라서 변화는 없다을 이야기한다. 양복을 입은 비즈니스맨으로 치환된 사람들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삶의 한 부분을 가져올 것을 약간은 명령하는 것에 가깝다. 곧 이들의 배설술주정에 가까운 삶의 토로가 관객의 토로로 이어지길 어떤 무대의 관객으로의 전이는 그렇게 관 바깥으로 방만하게 분출되는 가운데 이뤄지고 또한 그 관을 최종적으로 바라보며 우리의 삶이 죽음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며 의식은 죽음이라는 확고한 영역 안정적인 무대 영역을 상정하는 공간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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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 남영호무용단 <S.U.N> 리뷰 : '사운드로 번역되는 호흡'REVIEW/Dance 2011. 11. 6. 22:17
▲ ⓒ 최영모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호흡은 무대를 잠식한다. 호흡은 파악되지 않고 사운드/물질로 비물질/영혼/존재로, 움직임을 추동하는 사운드로 자리하며 무대를 뒤덮는다. 음악이 없는 조용한 무대에 호흡은 관객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사운드 내지 음악이 지배하는 무대에서 호흡은 실종되기 마련인 반면, 이 공연은 그 호흡 자체가 사운드로 몸의 확장된 매질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라는 들숨과 ‘아/파’라는 날숨을 번갈아 무대에 놓으며 관객석을 통과하는 남영호의 숨이 어느새 사운드 매질을 타고 대기를 잠식하는/공명하는 광경이 시작을 장식하듯 호흡은 마치 내가 살아 있음을 신체적으로 증명하는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대립되는 전제로 자리하며, 이 신체가 유효함을 기계적으로 증명하며 또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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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티끌모아 로맨스」 리뷰 : '티끌이나 모아야 하는 젊은 세대의 삶의 고투 너머'REVIEW/Movie 2011. 11. 6. 19:40
「티끌모아 로맨스」는 루저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삶에 밀착한다. 실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치환되는 노동, 그 노동의 신분을 가르는 스펙과 자기 투자의 끝없는 소진의 과정은 젊은 세대의 몸을 정확히 절단하고 통과하며 옥죄고 있다. 이것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한예슬(홍실)의 돈밖에 모르는 모습, 반면 루저로서 돈이 하나도 없는 송중기(지웅)는 재개발이 되는 못 사는 동네에서 한 건물 건너 옥상에서 마주하고, 송중기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한예슬의 제안에 따라 계약 동거가 시작된다. 물론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게 아니라 한예슬의 옥상에 텐트를 치고 사는 비루함 그 자체를 보여준다. 송중기는 비등비등하게 한예슬보다 키가 조금 큰데(그다지 크지 않은데), 영화에서 키는 굉장히 중요한 비주얼을 담당하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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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 SPAF] 호주 백투백시어터 <작은 금속 물체> 리뷰 : '팔 수 없는 그 무엇'REVIEW/Theater 2011. 10. 24. 01:30
▲ 10월 15일(토), 서울역KTX에서 열린 호주 백투백시어터의 1987년 호주 질롱 지역을 기반으로 창단한 공연예술단체인 백투백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전문 배우와 지적장애인이 함께 창작 활동과 순회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워크숍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예술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성(性), 거짓된 지식, 인간의 우성과 열성의 기준에 따른 유전학적 통제, 채울 수 없는 욕망과 피할 수 없는 죽음 따위의 어두운 사회의 측면을 이야기한다. 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일상 공간인 호주의 작은 기차역에서 공연되었고, 멜번 초연 당시 평일 오전 8시 30분 출근 시간에 맞춰 공연하기도 했다. 2011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초청작으로 상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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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들」 리뷰 : '지하의 대기, 열린 판의 무의식의 결을 따라'REVIEW/Theater 2011. 10. 21. 12:01
▲ 7일 3시경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프레스리허설 장면 「지하생활자들」의 판은 열린 의식의 수용 지점을 안긴다. 소위 깨어 있다. 이 판은 유동하는 흐름으로, 꿈틀거리며 생성된다. 이 판은 구조 속에서 나열식으로 전개되며 그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졸음 의식을 부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식의 자장 너머 세계와 마주하며 그 대기를 흡착하게 만든다. 이 대기는 세계 내 존재, 곧 세계와 내가 분리된 존재가 아닌 내 몸을 통과하며 구성되는 세계, 세계와 나(배우)와 내가 하나의 대기로 일원화된 세계의 평면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이는 존재를 주체화하지 않고, 이 대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유랑극단의 풍모를 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말을 신나게 따라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 되는 것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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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리뷰) '춤추는 도시', 시댄스 레지던스 프로젝트, 이탈리아 파브리찌오 파발레 Italy의 <성 프란체스코의 어린 시절>REVIEW/Dance 2011. 10. 20. 10:46
10월 11일(화) 오후 6시경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2011 서울세계무용축제 '춤추는 도시' 프로그램에서 기 나데르(레바논)의 , 펠릭스 오푸수 돔프레(가나), 말릿 우펜드라(스리랑카), 모린 로(중국)의 , 이탈리아 파브리찌오 파발레 Italy Fabrizio Favale의 이 연이어 펼쳐졌다. 나막신 같은 두터운 신을 잔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신고 가며 내는 계단 소리 에너지, 나뭇가지를 바닥에 긁고 가는 소리, 풀벌레 울음소리, 이 구조물과 자연의 병치는 전체적인 작품의 대위법의 구조 일환이다. 이 구조물 전체를 감각할 수 있고, 사운드로만(오직 몸/실재로만) 또한 이 건물을 다시 짓고 해체/상상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 건물을 무대로 확장하고 감각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수반한다. 안무는 여기서 완성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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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한국-일본 신은주 & 수미 마사유키(角 正之) 댄스 캠프 프로젝트 리뷰 : 세 명의 분배와 접합의 퍼포먼스REVIEW/Dance 2011. 10. 20. 06:15
▲ 신은주, 수미 마사유키(角 正之) 신은주, 수미 마사유키(角 正之), Yasuda Noriyuki, 이 세 명의 관계는 이 무대라는 공간 대기 안에서 매우 평등했다. 작업을 만드는 과정을 작품 외적으로 체현하고 있었고(메타적으로 반추하고 있었고), 작품은 이 셋의 암묵적인 동의외적인 규칙/대기에 의해 구현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이 대기는 이 셋 모두의 것이었다. 어둠에서 출발하는 몸, 몸을 뒤틈과 신음은 그 앞 구조물/사람에 겹쳐져 표상된다. 몸 앞의 존재는 하나의 존재의 흔적이고, 또한 자기 자신의 그림자이자 시간의 표상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림자는 자신과 결부되는 은유적 작법이자 감상주의적 초월에 다름 아닌데, 이는 이 공연 전체적인 문법에서 봤을 때 하나의 서사를 제공하기보다는/거기에 사로잡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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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젊은 수상자들의 밤' 리뷰 : '각기 다른 스타일의 국내외 젊은 안무가 열전'REVIEW/Dance 2011. 10. 20. 05:28
이탈리아 파브리찌오 파발레 : 현실을 넘는 무대의 신비한 대기 원색의 길고 짧은 바닥의 선분들, 영상 속 나무의 출현과 사라짐과 맞물려, 한 남자의 움직임에는 치솟는 사운드에의 대기와 함께 자연과 문명의 대립적 알레고리를 작동시키는 가운데 조여 오는 긴장감을 드리운다. 어슴푸레한 산의 자취와 돌연 나타나는 나무들은 그 사운드에 조응하며 그 서스펜스의 궁극에 일치 지점을 이루는데, 이러한 긴장은 어디서 연유하는가, 그 긴장을 몸으로 체현하며 그 사운드 안에 잠겨 있는 것은 일종의 의식을 치루는 행위로 비추는데, 이 나타남은 왜 존재가 아닌 생명의 어슴푸레한 실루엣일까, 몸과 의식·기억·이미지의 관계는 생성의 힘으로, 몸의 추동으로 체현되어 나타난다. 한편 사운드의 옥죔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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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월 (THE LAST WALL)」 리뷰 : 미디어의 관객으로의 확장, '텍스트로부터 현실로'REVIEW/Theater 2011. 10. 19. 11:11
관객의 관극이 관객과의 간극을 상정한다는 것에서 유래하는 ‘마지막 벽’(last wall)은 관객이 극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극 속에서 극을 체험하며 극의 주체가 되는 것을 말logos들로써 보여주며 지향한다. 아무 것도 없음의 무대에서 출현하는 목소리는 재현과 생성을 가능케 하는 힘인데, 이는 무대에 가로 놓이는 해설의 층위이자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형태를 취하는 가운데 화자/주체의 목소리가 된다. 이 주체는 모방 욕망과 자아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데, 그가 생성시키는 인물은 그의 자아로서 그의 의식 질서를 벗어나며 단순한 책의 구조물로 치환되지 않는 무대의 세계를 만든다. 곧 그녀가 상상하는, 단점(트라우마로 전이되는)을 간직한 현대의 인물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진 특정 부분의 장점들을 물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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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플즈」리뷰 : 연쇄 효과의 직물을 푸는 쾌감REVIEW/Movie 2011. 10. 19. 09:45
옴니버스식 구성 연쇄 효과, 영화는 네 개의 시퀀스로 옴니버스식으로 묶인다. 중간 중간 신혼부부들의 인터뷰를 집어넣는데, 이 낯선 인물들이 왜 영화를 소위 끊어 먹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영화를 보며 완전히 해소된다. 즉 영화는 첫 번째 하나의 시퀀스로 다 완성되는 한편, 이 시퀀스가 김주혁(유석 역)에 포커스를 맞추어 진행되어 나머지 인물들의 시선이 세 개의 시퀀스를 통해 차례차례 드러나며 이 첫 번째 시퀀스가 일부분이었음을, 그 안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상황들이 동시적으로 전개되며 연결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도미노 효과 ‘도미노 효과’ 내지 트리거 이펙트/연쇄 작용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면, 이러한 원인과 결과, 결과가 원인이 되는 끝없는 도미노의 생성/파괴의 유기적인 조응의 과정, 그것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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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늘」 리뷰 : ‘삶-죽음의 대기, 빛과 어둠의 양면’REVIEW/Movie 2011. 10. 13. 13:03
1년 전, 나의 생일날 사랑하는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를 죽인 이는.. 17살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 아이를.. 용서했습니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아직은 어리기에.. 용서를 하면 잘못을 뉘우치고 열심히 살거라 믿었습니다. 제 용서가 … 사람을 죽였습니다 -다혜의 노트 中에서- 「오늘」의 대기는 무겁고 또 무미건조하다. 이 대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 현실의 무게, 그 지속, 불균형적인 삶의 변화 없음의 균형과도 같은데, 이는 좀처럼 사건 없는, 서사의 전개가 없는 더딘 흐름을 넘어, 오히려 과거의 상처들을 안고 사는 현재는 그 사건의 징후 곧 어둠으로 덮여 있는 가운데, 그 트라우마의 순간, 다시 사건이 도래하지 않을 종결로서 사건으로 계속 의식은 되돌아가고, 현재는 좀처럼 새롭게 현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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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아시아-아프리카 댄스 익스체인지' 「여행자」리뷰 : '몸과 몸의 교환, 문화의 재전유 전략'REVIEW/Dance 2011. 10. 10. 12:19
▲ photo by Zhang Xiaoshuo [사진 제공=서울세계무용축제 사무국] 이들의 무대는 무엇보다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건다. 무대를 현재로 가져오는 것은 한국말을 천연덕스럽게들 한다는 것. 말릿 우펜드라는 스리랑카의 춤을 가르쳐 달라고 하며 문화를 현재로 이전한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 문화는 이국적 취향에 분리된 수용자의 경계 지점을 그리는 대신에 현재 우리의 눈앞에, 우리의 몸으로 매우 가깝게 감각될 수 있음을 가리키는데, 이는 그 피부색과 나라/문화가 달라도 한국말을 쓰고 한 사람과 똑같은 자격/위치로 말을 거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움직임을 멈춘 채, 멈추게 하며 공간에 울려 퍼지는, 그치지 않는 노래, 모린 로의 끼가 대단하다. 「Ben」 노래의 전유는 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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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뮤직앤와인페스티벌] (현장) '비 더 보이스'의 무대REVIEW/Music 2011. 10. 10. 11:14
경기 파주 헤이리 주변의 경기영어마을 특설무대에서 10월 8일과 9일 양일간 ‘쏘뮤직앤와인페스티벌 2011’, 제1회가 개최됐다. 쏘뮤직페스티벌은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의 와인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9일 라인업의 마지막을 장식한 비 더 보이스, Junko Wada의 음색은 다소 건조한듯 도도하며 차가운 도시의 느낌을 주는 반면, 심연에 착 안착되는 푸근함과 안정감 또한 준다. 흡사 롤러스커트의 조원선의 음색을 떠올리게도 한다. 보사노바와 재즈가 곁들여진 끝을 지정하지 않는 차이의 반복들, 거기엔 고독이 또는 경쾌함이 축제의 탈일탈적 분위기(가령 아아아아아 울려 퍼짐은)가 사운드의 배면을 달리하여 자리한다. “Thank you very very very much." 관객의 반응에 화답하며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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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개더링 코리아 2011] (현장) GROOVE ARMADA, ‘깊숙하게 드리운 서두와 다양한 사운드 전개’REVIEW/Music 2011. 10. 9. 12:21
흡사 산의 윤곽들이 겹쳐져 있는 무대 배경 디자인의 조응 아래 이들의 음악은 붉고 어두운 대기 아래 비밀스럽게 진행되며 묵직한 비트 사운드가 스피커를 노이즈와 같이 울려 대며 의뭉스러운 전개와 함께 사람들의 몸을 점차적으로 달아오르게 만드는 체공의 시간이 꽤 길다. 좀처럼 어둠은 사그라질 줄 모르며 저녁의 쌀쌀한 대기를 한껏 품는다. 이 어둠에서 조금씩 흘러나와 덮이는 다양한 사운드의 내파, 다양한 사운드의 층위/멜로디/프레이징은 관객을 조였다 풀었다 자유자재였다. 런던 출신의 일렉트로닉 댄스 듀오 그루브 아마다(Groove Armada)는 세기말 유행처럼 번진 일렉트로니카와 트립합의 주역이자 현재 세계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밴드이다.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통한 복합적인 음악을 그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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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개더링 코리아 2011] (현장) IDIOTAPE, ‘흥겨운 리듬과 역동적 전환의 신’REVIEW/Music 2011. 10. 9. 12:12
이디오테이프IDIOTAPE의 현장 열기는 대단했다. 익숙한 노래들의 피처링과 급격한 분위기 전화, 퍼포먼스에 가까운 디제잉과 드럼 세션, 전자 사운드의 방출, 셋의 역할은 섞이고 융합되며 경계 없이 마구 분출됐고, 이러한 에너지의 과잉은 관객과 합을 이루며 직선주로를 끊임없이 달려 댔다. 후반 산울림의 '개구장이' 피처링은 관객의 호응을 크게 이끌어 낸 시간이었다. IDIOTAPE는 매시브한 사운드와 다이나믹한 리듬, 그리고 실험적 사운드로 댄스 플로어뿐만 아니라 야외 록페스티벌에서 주목받고 있는 팀으로, 라이브와 스튜디오 연주가 모두 가능한 형태의 전자음악 밴드, 그리고 일렉트로니카와 록의 결합을 모토로 출발하여, 굵직굵직한 국내 음악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뿐만 아니라 캐나다 뮤직 위크와 미국 초대형 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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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개더링 코리아 2011] (현장) DIGITALISM, ‘아날로그적 비트, 춤추게 만들다’REVIEW/Music 2011. 10. 8. 22:38
최근 영국 글라스톤베리, 미국 코첼라, 일본 섬머소닉의 세계적 페스티벌을 섭렵하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독일 출신의 일렉트로닉 펑크 듀오 'Digitalism'가 메인 무대인 GLOBAL STAGE에서 오후 6시 50분경부터 저녁 8시까지 무대에 올랐다. 개러지 밴드의 자유로움과 프렌치 하우스의 스타일리시, 디스코의 익살스러움을 동시에 표현하며 전 세계 클러버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Digitalism'은 최근 2집 앨범 [I Love You, Dude]를 발매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음악에서 분출/방사로서 하나의 비트적 악구/단위의 잔잔한 파동은 전자 사운드보다는 아날로그적 드럼 비트에서 유래한다. 곧 매우 경쾌하고 빠른 비트의 반복적 구문/단위가 이들의 음악 특징이다. 그 실재의 파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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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개더링 코리아 2011] (현장) 욜란다 비 쿨 Yolanda be Cool, ‘We No Speak Americano’REVIEW/Music 2011. 10. 8. 22:19
실베스터 마르티네즈(Sylvester Martinez)와 존슨 피터슨(Johnson Peterson), 두 명의 멤버로 이뤄진 ‘욜란다 비 쿨(Yolanda be Cool)’이 메인 무대인 GLOBAL STAGE에서 오후 3시 40분경부터 50분간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10년 발매한 댄스곡 ‘We No Speak Americano’로 유럽을 강타하며 16개국 20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던 욜란다 비 쿨은 지난 2월 내한 공연에 이어, 한국 팬들의 열정과 관심에 감명을 받아 직접 글로벌개더링에 서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자신들의 ‘We No Speak Americano’를 가지고 믹싱하여 군데군데 들려주며 프레이징을 가져가는 피처링을 통한 곡들의 분배가 절묘해서 지루하지 않은 리듬의 사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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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힙합의 진화Ⅴ', 안수영 댄스 프로젝트 「백조의 호수」리뷰 : 현대무용과 힙합의 고리REVIEW/Dance 2011. 10. 6. 12:30
▲ 10월 5일 수요일 오후 3시 30분경에 열린 '힙합의 진화Ⅴ' 프레스콜에서 안수영 댄스 프로젝트 「백조의 호수」 힙합의 리듬을 처음부터 체현하는데, 곧은 직선이 몸의 분절을 보여 주는 대신 유연한 흐름과 멈춤의 포즈로 이어진다. 그러니 힙합의 몸 그 자체의 경이로움, 현재의 측면에 의 펼쳐짐은 소위 힙합의 진화, 현대무용과의 접점과 변화를 통해 그 단단함에서 미끄러짐으로 시간의 진행/역행과 감정의 단초를 만든다. 의식의 침잠과 관계 맺기, 팔과 얼굴의 연결, 존재들 간 역동적 선분의 구성, 무대의 너른 공간에 현재는 두 사람의 내지는 여러 명의 관계 맺기, 선분 그리기로 압축되고, 이 안에서 정적과 침묵의 호흡으로 집중된다. ‘백조의 호수’ 음악의 감정의 고양은 역동성과 과잉의 분절, 감정적 전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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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힙합의 진화Ⅴ', 왕현정「Heimat Germany」리뷰 : '백조의 하강'REVIEW/Dance 2011. 10. 6. 12:23
▲ 10월 5일 수요일 오후 3시 30분경에 열린 '힙합의 진화Ⅴ' 프레스콜에서 왕현정의「Heimat Germany」 두 손에 토슈즈를 끼워 가로 막고 있고 복싱과 같은 자세, 매우 결연한 의지를 자신에게로 띄우는 눈빛으로 무대에 자리하고 음악의 발생과 함께 몸은 매우 유연한 곡선으로 긴장을 예비한, 아니 그것들을 온전히 몸으로 몸과 공간으로 옮겨 놓는, 곧 신체의 분절과 새로운 전환 지점(다른 층위에서의 생성), 몸의 국지적이고도 명확한 변화를 가능케 하는 움직임들로 채운다. 토슈즈를 손에 씌움으로써 손은 발의 기능으로 묶인 것이 되었고, 걷는 것의 기능을 달성하기 위해 몸은 직립을 포기해야 한다. 마치 이는 ‘백조의 호수’의 이른바 발레 버전을 전복해서 꼿꼿한 몸의 선을 포기하고 하강하며 진정 동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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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힙합의 진화Ⅴ', 이용우 「N.F.P.P Escape」리뷰 : 젊음,실존,폭력의 함수REVIEW/Dance 2011. 10. 6. 12:09
▲ 10월 5일 수요일 오후 3시 30분경에 열린 '힙합의 진화Ⅴ' 프레스콜에서 이용우 「N.F.P.P Escape」 막이 오르기 전 오페라 아리아와 커튼 위의 스포트라이트는 혼령처럼 떠돈다.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사람을 잘 모르겠다는 마이크를 든 남자는 랩 음악이 섞여 들어오는 가운데 관객에게 화살을, 말의 심연을 돌린다. 이러한 충돌은 폭력의 발산과 징후를 예비하며 둘 씩 관계의 충돌에서 오히려 붙잡음과 내맡김의 상대적인 보완 관계로 불완전한 인격을 나타내고, 이는 실존과 연관된 것이다. 탄력을 내재한 채 리듬을 체현하며 감정들을 배출하는 방식이 힙합과의 관계성을 형성한다. 음악은 진행되거나 시간의 흐름을 지정하기보다 현실의 장면들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성을 가지고 노는 식의 장면이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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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얼스틸」 리뷰 : 영웅 되기의 세대 교체적 서사REVIEW/Movie 2011. 10. 5. 06:00
우리가 꿈꾸던 영웅, 곧 내 몸을 영웅에 정확히 대입/몰입케 하는 순간, 이른바 신바람이 나서 그 영웅 되기에 기꺼이 삶의 몰입을 꾀하던 순간. '이 영화. 정말 재미있다.' 영웅은 고독의 존재, 혼자만 아는 비밀,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존재였던 슈퍼맨·배트맨의 이른바 개인과 영웅의 간극을 낳는 존재들의 자리에서, 우리가 어렸을 적 꿈꾸던 대입하던 영웅으로의 자리 옮김에서 영웅은 우리 자신과 가깝고도 친숙한 존재 또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꿈의 서사 로봇, 비참함을 만나다 로봇은 적어도 남자 아이라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삶을 내건, 땀나게 조립이건 조립 이후 배치와 로봇들을 아날로그든 전자동이든 살아 있게 만들기 위해 분투하던 그런 대상일 터. 조립과 완성, 거기에 부여되는 노동 이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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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 「갈매기 I AM SEAGULL」 리뷰 : 아르까지나의 단독적 발화 그 삶의 입체적 조감과 구성REVIEW/Theater 2011. 10. 4. 02:28
▲ 「갈매기 I AM SEAGULL」에서 아르까지나 Arkadina 역_라리사 게본디안 Larisa GHEVONDYAN [사진 제공=(재)한국공연예술센터] 「갈매기」는 압축적으로 시공간의 터널을 통과하여 아르까지나의 삶에 도달한다. 거꾸로 아르까지나의 발화(만)를 통해 압축적인 시공간을 감각하게 한다. 다시 말해 그녀의 존재를 마주함을 통해 현실로의 드나듦, 연기를 통한 환영으로의 드나듦, 기억을 통한 과거로의 드나듦을 통해 시공간은 흐트러뜨려져 있으며 이 안에서 그녀의 발화는(「갈매기」는) 구성되어질 뿐이다(사후적 종합의 해석을 거칠 뿐이다). 이러한 「갈매기」의 아르까지나의 삶을 통해 그녀에 당도하는 것은 「갈매기」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커다란 쇠뚜껑이 들끓고 있는 듯한 사운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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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홀리 이노센트」 리뷰 : 폭력에의 전복적 수행의 지점REVIEW/Theater 2011. 10. 4. 02:14
▲ 「The Holy Innocents」ⓒ CHRISTIAN ALTORFER [사진 제공=(재)한국공연예술센터] HOLY INNOCENTS’ DAY(무고한 순교자의 날)이라는 고유 명사에서 기인한 'The Holy Innocents'라는 작품 제목에서 ‘HOLY’, ‘INNOCENT’는 일견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를 상정하는 듯 보인다. 희생제의에서의 ‘신성함holy’와 ‘순결함innocent’, 건드릴 수 없는 주체로의 격상과 대상으로의 하강, 그 동시적 작용. 무대는 색색의 풍선들과 수繡술들로 치장되어 파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는 반면, 다큐멘터리에서의 학살의 증언들을 화면에 부가하고 현실을 덧입힌다. 축제(HOLY INNOCENTS’ DAY)를 통해 헤롯왕 학살의 날은 기념되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