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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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의 <사심 없는 땐쓰> : 사심捨心 있는 댄스에서 사심私心 없는 댄스로...REVIEW/Dance 2012. 2. 28. 14:44
▲ 2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프레스 리허설 장면 지난 24일에서 26일, 서울 종로구 소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안은미의 (기획·제작: 두산아트센터·안은미컴퍼니)는 그녀의 에 이어 두 번째 보통 사람들에서의 특정 계층 집단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 아카이브 프로젝트이다. 안은미는 이를 ‘무용책’, ‘미디어책’이라는 단어로 언급하기도 했다. ▲ 1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안은미 안무가 안은미는 얼마나 춤추는 이가 똑똑하고 예쁜가 보여주는가 보여주는 게 춤의 일반적인 모습이고, 무대 위의 사람들이 관객과 제대로 소통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지속하는 것이라면, 스스로 먼저 가서 배우고 그 사람들도 와서 배우고 하는 형태가 이번 무대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예술가와 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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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닥터지바고'를 보기에 앞서... : 영화 '닥터 지바고' 리뷰REVIEW/Movie 2012. 1. 24. 14:08
▲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뮤지컬 '닥터지바고'의 배우 강필석, 김지우, 전미도, 홍광호 지난 16일 저녁 7시경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오는 27일 잠실에 위치한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제작 : ㈜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샤롯데씨어터)의 영화 ‘닥터지바고’ 상영회가 열렸다. 이 날 행사에서는 뮤지컬 출연배우들, 배우 홍광호, 김지우, 전미도, 강필석이 자리해 무대 인사 후에 영화 감상을 관객과 함께 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데이비드 린이 감독한 1965년작, '닥터 지바고'는 꽤 오래된 영화지만 굉장히 재미있다. 197분, 세 시간을 넘는 영화지만 별로 지루함 없다. 별다른 특수 효과가 사용되지 않은 듯하지만 시각적 볼거리가 굉장하다.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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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셋째 날]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 쇼케이스 '9 Works in Progress'REVIEW/Dance 2012. 1. 24. 13:31
1월 17일(화)·19일(목)·21일(토)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2011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 9 Works in Progress가 진행됐다. 는 지난 4월말에 시작된 공모 이후 9명의 안무가를 선정하여 각자의 창작 주제를 수개월에 걸쳐 리서치·프레젠테이션·멘토링·토론·오픈스튜디오 등을 진행해 온 결과물이다. 셋째 날에 있어서 단연 눈에 띈 건 김보라의 무대로, 총 3일간의 진행 가운데서도 독보적이었다. 나연우, 무제 엄밀히 무대는 없다. 무대는 스크린으로 치환된다. 무대는 관객석을 포함한 아르코예술극장 전반을 환유하며 존재한다. 관객은 무대에 진입할 때부터 극에 동참하게 되고 이 공간이 무대의 연장선상임을 확인하게 된다. 스크린은 동시간의 영상으로 비춰진다. 빨간 풍선을 든 무용수가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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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첫째 날]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 쇼케이스 '9 Works in Progress'REVIEW/Dance 2012. 1. 24. 13:22
1월 17일(화)·19일(목)·21일(토)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2011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 9 Works in Progress가 진행됐다. 는 지난 4월말에 시작된 공모 이후 9명의 안무가를 선정하여 각자의 창작 주제를 수개월에 걸쳐 리서치·프레젠테이션·멘토링·토론·오픈스튜디오 등을 진행해 온 결과물이다. 첫째 날에 있어서 반복으로 일상을 구성하며 객관화한 금배섭의 안무가 독특하게 기억에 남는다. 금배섭, ‘보이는 것에 대하여’ 무대는 두 개의 프레임이 자리하고 상수에는 머리가 보이지 않은 채 한 사람이 바둥거리고 있고 하수에는 손으로 닭 머리 같은 움직임의 비슷한 모션들을 취한다. 여기에 닭-인간이 무대 하수로부터 출현하고 상수 쪽 무대 바깥에서 할머니가 난입하며 닭을 쫓아낸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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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둘째 날] 차세대 안무가 클래스 쇼케이스 '9 Works in Progress'REVIEW/Dance 2012. 1. 22. 19:09
1월 17일(화)·19일(목)·21일(토)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2011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 9 Works in Progress가 진행됐다. 는 지난 4월말에 시작된 공모 이후 9명의 안무가를 선정하여 각자의 창작 주제를 수개월에 걸쳐 리서치·프레젠테이션·멘토링·토론·오픈스튜디오 등을 진행해 온 결과물이다. 둘째 날에 있어서 영민한 안무 감각을 보여준 안무가로, 황수현이 눈에 띈다. 김재승 '사알푸울이 추움' 춤은 나르시시즘의 영토에, 신비함의 프레임에 종속되어 있는 듯 보인다. 좁은 공간에서 소고무를 형상화하듯 채우는 자취는 시간의 부피가 좁은 공간에 접히고 미끄러지며 자취를 남긴다. 전체적으로 빛 곧 조명은 미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측면에서 쓰이고 있다. 춤의 밀도는 숨과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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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풍찬노숙’ 리뷰 : 신화와 역사의 알레고리REVIEW/Theater 2012. 1. 22. 18:38
‘왕을 죽여야 근대가 온다.’ 풍찬노숙은 현대적 신화인 동시에 신화적 현재이다. 또한 개념적이다. 그런데 이 개념적이라는 말은 그것이 뚜렷한 개념으로 차용됐을 때 갖는 그 개념의 가벼움, 곧 개념이 하나의 유희 차원에서 개념의 무게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메시지의 강박이 아닌 그 말 자체의 강박이 되며 그 스스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풍찬노숙 안의 현실은 과거와 현재에 한정되지 않는다. 영속적인 신화를 띠면서 거기에 근대와 현재를 구겨 넣는다. 이는 익숙한 신화의 기시감을 안기면서 한편으로 인공적으로 주어진다. 네 시간에 육박하는 공연인 만큼 등장인물들의 무대를 점유하는 축의 전환 역시 많다. 기본적으로 영계와 인간계가 나뉘고 왕과 민중의 삶이 나뉘며 일상과 도래할 혁명의 미래가 나뉜다. 왕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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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돈키호테’ 리뷰 : 낯설지 않은 돈키호테에 대한 모험REVIEW/Theater 2012. 1. 20. 12:02
이탈리아 정치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유아기와 역사』를 보면 『돈키호테』에 대한 짧은 언급이 나온다.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적 사유와 연관하여 인식과 경험이 분리된 것을 돈키호테와 산초가 보여준다는 것이다. 돈키호테가 인식의 오래된 주체로서, 경험을 소유하지 못하고 다만 만들 수 있을 뿐이라면, 산초는 경험의 오래된 주체로서, 경험을 소유할 수 있을 뿐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식과 경험이 합치하는 인간상을 상정하는 가운데 돈키호테의 저돌적인 광인의 모습이, 어떤 하나의 이상적인 인물 유형이라기보다는 산초란 짝패 속에서 완성됨을 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실상 이에 대한 배경적 지식의 차원이 작품 안에서 제공될 수는 없지만, 1605년작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원작 『돈키호테』를 토대로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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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컷 20p] 연극 '혁명일기' 리뷰 : '혁명은 지속의 윤리성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REVIEW/Theater 2012. 1. 13. 11:58
일상의 균열을 내는 매우 일상적 장치들 히라타 오리자가 작 ·연출, 일본 극단 청년단이 직접 공연하는 ‘혁명일기’가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다. 11일에는 작품 전막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도시 근교의 평범한 주택가에 보통의 부부처럼 보이는 마스다 타케오와 마스다 노리코는 과격파 혁명 조직의 조직원으로, 어린 아들 준스케를 조직 활동을 위해 시골 처가에 맡겨놓고 있다. 어느 저녁 그들의 집에서 조직원들이 모여 테러 계획을 논의하는데, 곧 일반인의 방해를 받는 이야기가 전반을 이룬다. 노동 전선에 대한 언급을 가볍게 전유하는 이들의 일상과 탈일상의 지점은 묘하게 중층 된다. 일종에 이들이 일상에 구멍을 내는 혁명 전선의 계획을 짜고 있다는 점에서 탈일상적 존재들이고, 보통의 사람이 이들의 일상에 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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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꽃상여」리뷰 :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의식儀式의 세계로'REVIEW/Theater 2012. 1. 1. 15:52
죽음은 심연이라기보다는 거무스름한, 차가운 심상에 가깝다. 잦아드는 사운드는 싸늘한 혼의 바람처럼 환유된다. 「꽃상여」에서 어둠의 프롤로그 이후 등장한 현실은 전쟁으로 인해 헤어졌던 가족의 상봉은 단절의 어색한 틈에서 나오는 불편함을 야기한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장난은 시어머니의 시선에 의해 금기시되는 것으로 삶의 유희는 일종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시대 안에서 차단된다. 꽃가마 타고 시집 와서(사회적 자아를 형성하는 삶, 제 2의 삶) 꽃상여 타고 저승 간다는 여성 삶의 비유와 같이「꽃상여」는 보편의 죽음이 아닌 시대와 여성의 숙명과도 같은 특수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꽃상여를 타고 올 때 풍물에 바로 이은 죽은 자를 애도하는 굿은 삶과 죽음이 일종의 유희를 곁들인 인간의 상징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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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동의 「세자매」리뷰 : '독특한 신체 양식으로 표현한 체홉'REVIEW/Theater 2011. 12. 28. 17:37
극단동의 독특한 신체 발성과 움직임이 체홉을 매우 생생하게 만든다. 「세자매」의 움직임은 철저히 극 안에 있다. 곧 이것이 체홉의 『세자매』의 특정한 현실의 시공간을 전제하는 게 아니라 이 안에서 배우로서 존재로서 살아 있다는 것, 마치 신체 자체로 질적인 측면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듯 움직임이 피어난다. 태평양전쟁 직전에 일제강점기의 만주를 배경으로 한 「세자매」에서 특별히 그 시대의 유행가를 추는 춤은 그 시대를 드러내는 기제이지만 동시에 단순히 그 시대를 입는 것에서 벗어나, 곧 문화의 측면에 코드화되는 게 아니라 잠재된 형태로 예측 불가능하게(곧 춤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춤을 통해 신체를 드러내는) 춤이 튀어 나온다. 이는 곧 신체로부터 발현되는, 신체로부터 생성되는 어떤 언어 그 자체인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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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니들’ 리뷰, ‘신화와 상징이 거주하는 세계’REVIEW/Theater 2011. 12. 27. 23:17
‘언니들’은 신화적이고 또한 무의식의 상징들을 따라간다. 끝 간 데 없는 옥수수 벌판은 사건들의 연속선상의 시간 계열이 아닌 어떤 하나의 원형적 이미지, 기억 이미지로 측정된다. 여기에는 삶의 일상적인 흐름이 아닌 죽음에서 생성으로 나아가는 사건의 반복적인 출현이 자리한다.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는 역할 놀이와 무의식적 기억의 엄습은 어디까지가 언니들의 의식인지 다소 혼란에 젖게 만든다. 한편 해질녘이 되어 사라지고 마는-그리고 혼자 남는 소녀에 대해 상대적으로-언니들인 두 언니의 말과 행동은 기억이라는 더 큰 범위에서 출현하지만, 이는 소녀의 기억과 삶에 어떤 경계를 지우고 있어, 이 기억으로부터 촉발되는 삶과 그것이 없는 삶의 간극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세 명의 유폐된 환경에서의 삶은 제의적 놀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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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리뷰 : '어둠 속 빛을 찾아서'REVIEW/Theater 2011. 12. 26. 12:11
처음 배우들의 등장은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보이지 않는 자들의 세계, 시선 너머에 시선이 있다는 것, 보지 않는 시선이 세계를 형성한다는 것, 그 시선과 우리의 시선이 영원히 맞닿을 수 없다는 것. 이들의 왕국은 평온과 안락의 형태를 띠고 있다. 부딪치지 않는다는(부딪치지 않도록 장애물을 최소화한도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유래) 것은 볼 수 없는 것을 가리는 중요한 장치裝置가 된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공공연한 비밀로 공유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실상 삶을 사는 데 어떤 어려움이나 장애, 갈등이 되지 않는다는 전제가 여기에서 기인하며,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무화시키게 된다. 단순히 장님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와 분별을 통한 구분 짓기와 감동을 이끌어 내는 대신 는 마치 빛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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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의 독립영화 감독, 천혜의 지역, 제주 강정마을의 현안을 담다, <Jam Docu 강정>REVIEW/Movie 2011. 12. 6. 20:31
▲ (사진 제공=시네마 달) 12월 6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 마포구 상상마당에서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연출 최하동하 외, 제작 ‘Jam Docu 강정’ 사회적 제작단)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제주 강정마을은 유네스코가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천혜의 지역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붉은발 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이자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구럼비 바위가 뻗어 있는 명소로, 현재는 2007년 평화롭던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지로 확정되고 2010년 기지 건설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마을 주민들은 기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긴 투쟁과 싸움을 벌이는 사회적 현안이 걸린 장소가 된 상태다. ▲ (사진 제공=시네마 달) 은 강정마을의 현실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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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장 2011] '펜테질레아' 리뷰 : 분절된 텍스트들, '전쟁의 소용돌이 속 사랑의 파국'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11. 28. 15:07
무대에는 커다란 원이 새겨져 있다. 그 중간에는 사분의 일 크기의 두 개의 원이 맞닿으며 동시에 큰 원에 맞닿고 있다. 이 원을 돎으로써 원심력과 구심력의 팽팽한 긴장(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원 안으로 쏠리는 구심력이 더 강하다)과 에너지를 나타내는 한편 한 점에 머물지 않는 순환과 유동의 의미를 가시화한다. 그리고 이는 경계의 의미와 결국 똑같은 순환의 반복으로서 인생의 수레바퀴와도 같은 은유로도 읽힌다. 무엇보다 아킬레스로 대변되는 그리스 군과 펜테질레아로 대변되는 아마존 군 간의 전쟁과 충돌의 관계 속에 어긋나는 사랑과 욕망의 층위를 크게 상정한다. 모두가 추락하려는 욕망으로 인해 버티고 있는 아치의 문의 상징은 결국 삶은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고 펜테질레아의 부족의 명예 아래 상정되는 사랑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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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형, '휘트니스 가이드' 리뷰 :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정금형'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11. 27. 23:40
▲ 11월 11일 서울 홍대 대안공간 루프에서 펼쳐진 19금 퍼포먼스 릴레이 2011에서 선보인 정금형의 장면 기계를 자동 기계 내지 섹스 머신으로 만드는 것은 정금형의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서 무표정한 표정이다. 정금형의 초기 작품들에서 시작된 인형들은 생명이 없음에서부터 시작되어 정금형에 의해 생명을 입는 양상에 가까웠다. 기계에 쓰이는 것은 인형의 얼굴로 이는 사람의 연장선상에서 만난다. 반면 자동 기계(machine)의 생명력은 이제 기계의 동력 장치에서 기인한다. 그 속에서 얼굴이라는 것의 중심(끈)을 잃지 않고 있고, 기계와 정금형의 신체는 교접한다. ▲ 11월 11일 서울 홍대 대안공간 루프에서 펼쳐진 19금 퍼포먼스 릴레이 2011에서 선보인 정금형의 장면 사물이 기계가 되는 것은 그 동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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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리뷰 : '스펙터클·정념·과잉의 미학'REVIEW/Theater 2011. 11. 27. 23:15
▲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사진 제공=엘지아트센터] 무대의 삼면의 막과 거대한 석상들, 세 시간이 넘는 시간에 펼쳐지는 스펙터클 이미지는 그것을 품을 수 있는 우렁찬 신체 발성의 공명에 의해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다. 삼 면의 막은 스펙터클에 앞서 오히려 울림 판 역할로 유효하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 간 사랑은 짧고 강렬하게 표출되는 환영적 순간을 낳는 반면, 이 둘의 사랑은 주변 정치적 세력의 암투와 전쟁의 소용돌이에 좌우되는 국면을 보인다. 클레오파트라는 더욱 강력한 왕과의 관계를 모색하는(사실 이는 안토니를 더욱 권위‧위엄 있는 자의 자리로 두게 하려는, 사랑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하나의 지향점이 실은 사랑을 가능케 하는 욕망의 지점이라는 것에서 그 자리바꿈은 변절이나 변질이 아님을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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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페스티벌 장]「방문기 X」 리뷰 : 현실 바깥 죽음 너머를 방문하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11. 16. 16:09
▲ 「방문기 X」 2010년 공연 모습 [사진 제공=재단법인서울문화재단] 두 차례의 관객 이동이 있고 총 세 개의 막을 이룬다. 관객들은 커다란 원뿔 모형의 구조물을 굴리는 배우에 의해 옆쪽 관객석으로 이동해야 한다. 무대에는 의자들을 비롯한 잡동사니를 뭉쳐 놓았는가 하면 침대 등이 관객석을 가로질러 떠간다. 방문기는 죽음 너머의 삶을 그린다. 곧 죽음 자체에 주목하는 것(죽음은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보다는 죽음과 삶의 경계가 없는 어떤 한 지점으로 나아간다. 그 과정에서 죽음을 거쳐 간다. 전체적으로 방문기는 극 내부에서도 언급되지만 작위성을 띤다. 흐릿한 자막과 만화에서의 내레이션 언어가 언어 자체를 결여로 만들고 모호하게 들리는 불투명한 기표들을 생산한다. 언어는 단단하게 맺음 되지 않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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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지금 맑음」(2011 봄 작가 겨울 무대) 리뷰 : 'KTX를 타다'REVIEW/Theater 2011. 11. 16. 15:54
▲ 「서울은 지금 맑음」 연습 장면[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KTX 안 탑승과 출발, 목적지를 앞두고 점차 가까이 다가가는 것, 그리고 최종 목적지까지 「반짝 반짝 작은 별」을 변주한다. 현재를 잃는 끊임없이 사라지는 차창 밖 풍경이나 덜컹거리는 기차의 박동 따위는 현실 극 무대에서 구체화될 수 없다. 다만 서울에서 멀어져 가는 의식의, 그리고 땅이 아닌 그 위에 살짝 떠 있는(그렇지만 땅의 부재가 환유의 감각으로 오는), 그리고 고정되지 않은 이동은 현실을 기억과 이동하며 떠 있는 신체, 잠에 밀접하여 어느 정도 안락함에 젖게 만드는 환경에서 스쳐오는 기억의 감각들이 현실을 통과하며 재조정할 수 있는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기차의 환경은 극과 맞물리고 있다. 기차의 리듬은 드럼의 리듬이 대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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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퍼도 커튼콜」(2011 봄 작가 겨울 무대) 리뷰 :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어루만짐의 누군가REVIEW/Theater 2011. 11. 12. 00:14
▲ 「서글퍼도 커튼콜」 연습 장면[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재생 장치를 두 배쯤 빨리 돌려 빠르게 몸에서 내닫게 만드는, 초반의 몰아붙이는 말들은 마치 말들의 잔치인 소설을 압축해 담아내고자 하는 절박한 강박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빠른 말들의 속내는 기실 파국의 파토스의 뜨거운 분출을 예고한다. 현실을 연극으로 비유한 곧 어둠 속에서 빛/끝을 향해 내달리는 처절하고도 외로운 고투로 비유한 것, 연극의 커튼콜은 단 한번뿐이지만, 실제 이 연극에서 커튼콜은 두 차례 정도 미리 주어진다. 빗소리 비는 박수 소리와 묘하게 겹쳐 청량하게 무대를 전환시킨다. 비가 내는 불규칙적 수없는 마찰은 귀를 자극하고 연달아 이어지는 박수와 역시 닮았다. 각자의 어머니만이 존재하지만 이 연극에서 우람의 엄마는 반지의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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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컷_17장] 국립극장 기획공연시리즈5 <타,Get> 리뷰 : '전통 타악과 팝핀 댄스의 퓨전식 무대'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11. 7. 14:26
장구의 일정하게 낮게 드리운 연주는 마이크를 타고 공명의 중첩을 통해 하나의 자장을 형성한다. 기타의 멜로디에 타악은 배면에 깔리고 둘은 촘촘한 힘겨루기의 양상을 보이는데 어느 순간 장구는 그 배면을 실재의 소리로 뚫고 나와 역전시킨다. 두 번째 곡에서 디저리두는 묘한 사람의 음색의 변환과 길게 뻗는 방향성을 갖고 독특한 멜로디를 만드는 가운데, 단보우(Dan Bau)는 발생된 음을 밀고(확장하고) 당기며(축소하며) 공간적 분배를 자유롭게 한다(일종의 공명을 붙들어 그것을 이차적으로 왜곡시키는 장치가 일종의 현의 역할을 하는 악기라고 볼 수 있겠다). 물을 넣은 단지를 겉을 마찰하고 또 속까지 진동을 주는 두 가지 주법을 섞어 쓰며 후자를 통할 때 물 소리가 나며 마치 항해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실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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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 극단 우투리 「김이박의 고백」 리뷰 : '고단한 현실 토로와 그 징후들'REVIEW/Theater 2011. 11. 7. 13:55
사면을 관객석으로 채우고 그 안에 커다란 관 하나를 놓고 벌이는 위태위태한 사투다. 객기 어린 삶의 토로이기도 한 한편 관의 모서리를 타고 걷기도 하는 등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현실의 고단함부단함삶은 시간으로 치환되고 기계적으로 산출되는 시간의 질서에 따라서 변화는 없다을 이야기한다. 양복을 입은 비즈니스맨으로 치환된 사람들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삶의 한 부분을 가져올 것을 약간은 명령하는 것에 가깝다. 곧 이들의 배설술주정에 가까운 삶의 토로가 관객의 토로로 이어지길 어떤 무대의 관객으로의 전이는 그렇게 관 바깥으로 방만하게 분출되는 가운데 이뤄지고 또한 그 관을 최종적으로 바라보며 우리의 삶이 죽음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며 의식은 죽음이라는 확고한 영역 안정적인 무대 영역을 상정하는 공간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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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PAF] 남영호무용단 <S.U.N> 리뷰 : '사운드로 번역되는 호흡'REVIEW/Dance 2011. 11. 6. 22:17
▲ ⓒ 최영모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호흡은 무대를 잠식한다. 호흡은 파악되지 않고 사운드/물질로 비물질/영혼/존재로, 움직임을 추동하는 사운드로 자리하며 무대를 뒤덮는다. 음악이 없는 조용한 무대에 호흡은 관객이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사운드 내지 음악이 지배하는 무대에서 호흡은 실종되기 마련인 반면, 이 공연은 그 호흡 자체가 사운드로 몸의 확장된 매질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라는 들숨과 ‘아/파’라는 날숨을 번갈아 무대에 놓으며 관객석을 통과하는 남영호의 숨이 어느새 사운드 매질을 타고 대기를 잠식하는/공명하는 광경이 시작을 장식하듯 호흡은 마치 내가 살아 있음을 신체적으로 증명하는 데카르트의 코기토에 대립되는 전제로 자리하며, 이 신체가 유효함을 기계적으로 증명하며 또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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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티끌모아 로맨스」 리뷰 : '티끌이나 모아야 하는 젊은 세대의 삶의 고투 너머'REVIEW/Movie 2011. 11. 6. 19:40
「티끌모아 로맨스」는 루저로 불리는 젊은 세대의 삶에 밀착한다. 실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치환되는 노동, 그 노동의 신분을 가르는 스펙과 자기 투자의 끝없는 소진의 과정은 젊은 세대의 몸을 정확히 절단하고 통과하며 옥죄고 있다. 이것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한예슬(홍실)의 돈밖에 모르는 모습, 반면 루저로서 돈이 하나도 없는 송중기(지웅)는 재개발이 되는 못 사는 동네에서 한 건물 건너 옥상에서 마주하고, 송중기에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한예슬의 제안에 따라 계약 동거가 시작된다. 물론 잠자리를 같이 하는 게 아니라 한예슬의 옥상에 텐트를 치고 사는 비루함 그 자체를 보여준다. 송중기는 비등비등하게 한예슬보다 키가 조금 큰데(그다지 크지 않은데), 영화에서 키는 굉장히 중요한 비주얼을 담당하는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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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 SPAF] 호주 백투백시어터 <작은 금속 물체> 리뷰 : '팔 수 없는 그 무엇'REVIEW/Theater 2011. 10. 24. 01:30
▲ 10월 15일(토), 서울역KTX에서 열린 호주 백투백시어터의 1987년 호주 질롱 지역을 기반으로 창단한 공연예술단체인 백투백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전문 배우와 지적장애인이 함께 창작 활동과 순회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워크숍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 예술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성(性), 거짓된 지식, 인간의 우성과 열성의 기준에 따른 유전학적 통제, 채울 수 없는 욕망과 피할 수 없는 죽음 따위의 어두운 사회의 측면을 이야기한다. 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일상 공간인 호주의 작은 기차역에서 공연되었고, 멜번 초연 당시 평일 오전 8시 30분 출근 시간에 맞춰 공연하기도 했다. 2011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해외 초청작으로 상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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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생활자들」 리뷰 : '지하의 대기, 열린 판의 무의식의 결을 따라'REVIEW/Theater 2011. 10. 21. 12:01
▲ 7일 3시경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열린 프레스리허설 장면 「지하생활자들」의 판은 열린 의식의 수용 지점을 안긴다. 소위 깨어 있다. 이 판은 유동하는 흐름으로, 꿈틀거리며 생성된다. 이 판은 구조 속에서 나열식으로 전개되며 그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졸음 의식을 부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식의 자장 너머 세계와 마주하며 그 대기를 흡착하게 만든다. 이 대기는 세계 내 존재, 곧 세계와 내가 분리된 존재가 아닌 내 몸을 통과하며 구성되는 세계, 세계와 나(배우)와 내가 하나의 대기로 일원화된 세계의 평면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이는 존재를 주체화하지 않고, 이 대기를 흠뻑 들이마시며 유랑극단의 풍모를 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말을 신나게 따라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 되는 것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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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리뷰) '춤추는 도시', 시댄스 레지던스 프로젝트, 이탈리아 파브리찌오 파발레 Italy의 <성 프란체스코의 어린 시절>REVIEW/Dance 2011. 10. 20. 10:46
10월 11일(화) 오후 6시경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2011 서울세계무용축제 '춤추는 도시' 프로그램에서 기 나데르(레바논)의 , 펠릭스 오푸수 돔프레(가나), 말릿 우펜드라(스리랑카), 모린 로(중국)의 , 이탈리아 파브리찌오 파발레 Italy Fabrizio Favale의 이 연이어 펼쳐졌다. 나막신 같은 두터운 신을 잔걸음으로 조심스럽게 신고 가며 내는 계단 소리 에너지, 나뭇가지를 바닥에 긁고 가는 소리, 풀벌레 울음소리, 이 구조물과 자연의 병치는 전체적인 작품의 대위법의 구조 일환이다. 이 구조물 전체를 감각할 수 있고, 사운드로만(오직 몸/실재로만) 또한 이 건물을 다시 짓고 해체/상상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이 건물을 무대로 확장하고 감각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수반한다. 안무는 여기서 완성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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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한국-일본 신은주 & 수미 마사유키(角 正之) 댄스 캠프 프로젝트 리뷰 : 세 명의 분배와 접합의 퍼포먼스REVIEW/Dance 2011. 10. 20. 06:15
▲ 신은주, 수미 마사유키(角 正之) 신은주, 수미 마사유키(角 正之), Yasuda Noriyuki, 이 세 명의 관계는 이 무대라는 공간 대기 안에서 매우 평등했다. 작업을 만드는 과정을 작품 외적으로 체현하고 있었고(메타적으로 반추하고 있었고), 작품은 이 셋의 암묵적인 동의외적인 규칙/대기에 의해 구현되고 있었다. 한 마디로 이 대기는 이 셋 모두의 것이었다. 어둠에서 출발하는 몸, 몸을 뒤틈과 신음은 그 앞 구조물/사람에 겹쳐져 표상된다. 몸 앞의 존재는 하나의 존재의 흔적이고, 또한 자기 자신의 그림자이자 시간의 표상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림자는 자신과 결부되는 은유적 작법이자 감상주의적 초월에 다름 아닌데, 이는 이 공연 전체적인 문법에서 봤을 때 하나의 서사를 제공하기보다는/거기에 사로잡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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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SIDANCE] '젊은 수상자들의 밤' 리뷰 : '각기 다른 스타일의 국내외 젊은 안무가 열전'REVIEW/Dance 2011. 10. 20. 05:28
이탈리아 파브리찌오 파발레 : 현실을 넘는 무대의 신비한 대기 원색의 길고 짧은 바닥의 선분들, 영상 속 나무의 출현과 사라짐과 맞물려, 한 남자의 움직임에는 치솟는 사운드에의 대기와 함께 자연과 문명의 대립적 알레고리를 작동시키는 가운데 조여 오는 긴장감을 드리운다. 어슴푸레한 산의 자취와 돌연 나타나는 나무들은 그 사운드에 조응하며 그 서스펜스의 궁극에 일치 지점을 이루는데, 이러한 긴장은 어디서 연유하는가, 그 긴장을 몸으로 체현하며 그 사운드 안에 잠겨 있는 것은 일종의 의식을 치루는 행위로 비추는데, 이 나타남은 왜 존재가 아닌 생명의 어슴푸레한 실루엣일까, 몸과 의식·기억·이미지의 관계는 생성의 힘으로, 몸의 추동으로 체현되어 나타난다. 한편 사운드의 옥죔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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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월 (THE LAST WALL)」 리뷰 : 미디어의 관객으로의 확장, '텍스트로부터 현실로'REVIEW/Theater 2011. 10. 19. 11:11
관객의 관극이 관객과의 간극을 상정한다는 것에서 유래하는 ‘마지막 벽’(last wall)은 관객이 극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극 속에서 극을 체험하며 극의 주체가 되는 것을 말logos들로써 보여주며 지향한다. 아무 것도 없음의 무대에서 출현하는 목소리는 재현과 생성을 가능케 하는 힘인데, 이는 무대에 가로 놓이는 해설의 층위이자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형태를 취하는 가운데 화자/주체의 목소리가 된다. 이 주체는 모방 욕망과 자아와의 관계에서 형성되는데, 그가 생성시키는 인물은 그의 자아로서 그의 의식 질서를 벗어나며 단순한 책의 구조물로 치환되지 않는 무대의 세계를 만든다. 곧 그녀가 상상하는, 단점(트라우마로 전이되는)을 간직한 현대의 인물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진 특정 부분의 장점들을 물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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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커플즈」리뷰 : 연쇄 효과의 직물을 푸는 쾌감REVIEW/Movie 2011. 10. 19. 09:45
옴니버스식 구성 연쇄 효과, 영화는 네 개의 시퀀스로 옴니버스식으로 묶인다. 중간 중간 신혼부부들의 인터뷰를 집어넣는데, 이 낯선 인물들이 왜 영화를 소위 끊어 먹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영화를 보며 완전히 해소된다. 즉 영화는 첫 번째 하나의 시퀀스로 다 완성되는 한편, 이 시퀀스가 김주혁(유석 역)에 포커스를 맞추어 진행되어 나머지 인물들의 시선이 세 개의 시퀀스를 통해 차례차례 드러나며 이 첫 번째 시퀀스가 일부분이었음을, 그 안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상황들이 동시적으로 전개되며 연결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도미노 효과 ‘도미노 효과’ 내지 트리거 이펙트/연쇄 작용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면, 이러한 원인과 결과, 결과가 원인이 되는 끝없는 도미노의 생성/파괴의 유기적인 조응의 과정, 그것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