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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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창작발레 열전 : 정형일 <Mad Sonata>REVIEW/Dance 2011. 7. 2. 04:35
음악과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 삶을 자각하는 부단한 여정 음악은 매우 끈끈하고 유기적이며 기승전결의 흐름을 갖고 있는, 한 편의 서사시를 엮어 낸다. 무릎을 꿇고 하얀 방석에 앉아 움직임을 표현하는 무용수들은 정갈한 의식을 가지고서 무언가를 향한 의식을 치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마지막에 이르러 삼보일배의 불교적 의식을 체현하는 것으로 의식의 흐름 여행의 마지막을 마무리한다. 또한 음악이 갖는 여행 서사가 존재하는데 이들이 다양한 상황에 맞부딪히며 여러 경로를 겪는 가운데 다양한 몸짓과 대응의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다. 음악은 상승과 하강의 스펙터클한 풍광과 움직임을 상징하는데 이 속에서 다양한 변곡점을 도출해 내는, 변화의 물결이 갖는 이야기가 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진감 넘치는 긴장과 이완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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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창작발레 열전 : 정현주 <Timekeeper>REVIEW/Dance 2011. 7. 2. 04:29
영상/사운드 이미지의 차용을 통한 중첩된 층위의 무대... 파격의 제스처를 처음 고무벨트의 도입과 음악과 영상의 사용과 댄스 스포츠의 도입에서 취한다. 댄스스포츠의 파격은 그것이 골반을 좁힌 채 빠른 전진 스텝과 화려한 팔 동작이 그에 장식적으로 부가된다는 것이고, 이는 발레 움직임이 가볍고 단단한 움직임을 유지한 채 약간의 변형을 허용하며 그에 맞춰지는 묘한 혼합의 표현이 출현하게 된다. 무대를 비추고 반영하는 내지는 다른 춤의 이전 모습들이 나오는 영상은 프레임의 느린 배분으로 인해, 영화 같은 색감과 함께 분절되는 식의 움직임의 재편이 일어남으로써 슬로우 모션과 빠른 지나침의 순간들의 과정을 밟는 묘한 움직임들이 구축된다. 여기에 영상은 부채꼴 모형으로 분할되며 부분 신체들을 출현시키며 부분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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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리더스폴 콘서트 2011] 최강 세션의 조합과 다채로운 재즈의 향연REVIEW/Music 2011. 7. 2. 03:38
프리 세션의 맛깔나는 연주, 국내 정상 연주자들은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그것이 낯설지 않은 게 또한 재즈의 매력이 됐던 시간... 밴드가 엮어 내는 음악은 하나의 공간을 상정한다. 각기 다른 악기들은 마치 풍경 이미지가 전경과 후경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듯 중층적인 깊이를 띤다. 다섯 명의 쟁쟁한 밴드 세션들은 팽팽한 연주 양상을 만들었다. 프리 임프로비제이션의 요소들이 충만한 재즈의 자유롭고 기약 없는 시간에 바치는 연주, 공간 전체를 어르고 공명 시키고 섬세하게 분할하는 합주와 개인 독주의 오고 감이 통통 튀는 대화로, 또 각기 다른 층위의 중첩과 혼재된 양상으로 융합되어 나타나며 끊임없이 섬세한 분별과 공명에 대한 귀의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뚜렷한 선율과 멜로디 위주로 음악이 단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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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1 한팩 솔로이스트' 두 번째 무대 2막REVIEW/Dance 2011. 7. 1. 03:31
조연진, 조인호 「우린 잘 살고 있어요」, 안무 이준희 : 바다의 이명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의 숨이 고동치듯 쏴 밀려오는 곳, 환상적 이명의 목소리가 신체를 채근하는 곳, 무대 전면에 푸른빛의 스크린은 바다의 육박하는 실재감을 환영 이상으로 조각한다. 바다의 사운드 기표들이 배경을 장식하는 가운데, 남자는 쉭 움직임을 잽싸게 놀리는, 그래서 시각적 잔상과 휘몰아치는 유영의 선을 만드는 가운데 바다 그 자체로 분한다. 반면 무대 막이 걷히기 전부터 누워서 바다의 의식, 무의식의 심연을 과거의 기억에 치인, 한 사람으로 상정되는 여자에게서는 바다 그 자체가 아닌 바다에 홀린 또는 바다로부터 무한한 내면의 누출과 그로 인한 진한 고백을 하게 되는 일종의 감정의 바다라는 은유가 작동한다. 곧 남자는 바다를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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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1 한팩 솔로이스트' 두 번째 무대 1막REVIEW/Dance 2011. 7. 1. 03:29
이경은「Across the Street」, 안무 안드레야 왐바(Andreya Ouamba, 세네갈) : 변형된 신체 이미지의 선명함 음악 속에 그는 그 파동을 온 신체로 감내하고 있다. 그는 거기서 파묻혀 들어간다. 음악에 몸을 내주며 음악은 그 자체로 신체가 되고 공간의 장을 형성한다. 검은 옷에 어둠 속에서 고개를 젖혀 신체를 순간마다 약간의 약동을 반동을 주는 신체를 감싸고 주억거리는 움직임은 한동안 계속되며 시각적 충격의 파장을 만든다. 즉 조명의 힘에 날카롭게 베인 듯 온전한 얼굴은 주어지지 않고, 턱이 위로 향해 약간 정도 치솟아 오른 이미지는 무대가 가질 수 있는 시각의 실재적인 놀라운 트릭이고, 이미 비정상적인 이미지의 실재로의 용인은 얼굴의 잔상으로 작동되며 변이된 신체를 조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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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한팩 솔로이스트' 첫 번째 무대, 호오가 확실히 갈리는 무대를 통한 절반의 성공REVIEW/Dance 2011. 7. 1. 03:28
천종원 안무, 김재덕ㆍ김재윤 「마이너 룸」(Minor Room) : 극적인 분위기에의 침몰과 감지되지 않는 내면 김재덕은 춤 이외의 것을 무대에 끌어오는 데 자신의 장기를 발휘한다. 무대 하수에는 설치미술적인 풍경으로 조각되어 있고, 비닐 위에 물을 붓고 그것을 쳐대는 한 상반신을 벗은 남자의 모습이 한동안 무대를 잠식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작품의 관건은 과연 둘의 관계를 무엇으로 볼 수 있는지, 내면의 풍광을 어떻게 조각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으로 둘은, 직접적인 관계를 맺기보다 스쳐 지나가듯 하나의 복제된 모방의 움직임들로 포개지는데, 같이 동일한 춤을 추는 것에 있어서도 군무적인 성격을 갖기보다, 따로 따로 다른 생각들을 안고 춤을 추는 것으로 보이며 직접적인 영향을 선사하지 않고 하나의 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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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아트신] 강화정 프로젝트 - 오쏠로 연작 제 1탄 <오쏠로 기획> : '음악의 불가능한 전유의 움직임'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6. 29. 02:46
클래식과 즉흥 음악을 오가며 팝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을 다섯 명의 각기 다른 무용수들이 솔로이스트로 위치해 전유해낸다. 단독자적 주체로 무대에 위치한다는 것, 안무가의 안무 구성이 이들에게 부여되기보다 신체-단독자적인 움직임이 이들의 자의성을 토대로 배출된다는 것, 마치 혼자 동떨어져 무대에 날 것으로 놓인다는 것. 내러티브의 파괴와 파편적인 이미지의 조합, 기묘한 분위기에서 감각되는 신체들이 기존 강화정 작품에서 느껴지는 특징이었다면, 이 솔로이스트들이 번갈아 무대를 장식하는 이번 무대에서 내러티브가 없음은 물론이겠지만, 사실상 무대는 아무 것도 없음, 날 것 그대로의 것이 튀어나옴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마치 시공간을 가늠하기 어려운, 그렇지만 어딘가에서 나온 그러한 특이한 복장들, 거기서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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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김경영 <구로동/백조> / 김용걸 <Work I> : 발레의 파격들...REVIEW/Dance 2011. 6. 28. 01:55
김경영 : 일상과 무대의 경계 넘나들기 발레의 기존 틀을 홀가분하고도 수월하게 깬 재미있는 무대를 창출했다. 고정된 자세, 외떨어진 테크닉의 독립된 층위, 고전 레퍼토리의 구현 및 완성 같은 기존 발레가 갖는 무거움을 떨쳐 버린다. ▲ 김경영 (사진 제공=국립발레단) 스텝에 집중하는 대신 팔을 딱딱하게 작게 좌우로 흔들어 빠르게 무대를 휩쓸 듯 이동하는 식의 초기 군무는 소극장 무대에의 빠른 적응을 의미하고, 이는 이후 남녀의 관계가 가일층 진전된 양상을 보여주는 이야기 흐름에서, 같은 동선으로 두 사람이 서로 간에 팔을 상대방의 겨드랑이로 끼어 넣으며 교차시키는 장면으로, 확장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낳는 것으로 나아간다. 갑자기 놓인, 그렇지만 이는 음악으로부터 소극(笑劇)적 양상을 이끌어 내는 안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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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종필 <Iron II> 정미란 <The Quasar> : 발레가 주는 날 것으로서의 신체REVIEW/Dance 2011. 6. 27. 01:54
발레가 컨템퍼러리 아트의 문을 열 수 있는지의 가능성이란? ▲ 이종필 안무 발레가 소극장에서 별도의 프로시니엄 아치 역시 소거된 채 관객과 만난다는 것, 기존의 주 레퍼토리를 버리고 음악의 선별과 이에 맞춘 안무들로 하나의 콘셉트를 도출하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 이러한 창작의 의도가 컨템퍼러리의 역동적인 춤의 현장에 멋진 자극의 포문을 열 수 있을까! 매우 가까이 발레의 동작을 간직한 무용수들의 춤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준다. 이는 조명과 대무대, 익히 알려진 레퍼토리의 이야기, 구조와 역할을 상정하는 의상, 주어진 음악의 공연에서 얻는 익숙함과 그럼에도 가능한 스펙터클함, 곧 공고함으로부터 출발한 미적 도취의 성취는 시대를 비껴나거나 시대에의 역동적인 피부로써 숨을 쉬지 않는 자족적인 측면에 고착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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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11 최원선 본댄스컴퍼니(Born Dance) Rendering IV - 동행 : 한국 춤 외연의 확장REVIEW/Dance 2011. 6. 27. 01:15
「여정: 29일간의 동행」: 이미지 퍼포먼스의 춤에의 접합 ▲ “Life Journey”, BORN DANCE COMPANY, 2009 종소리는 움직임의 출발점을 알린다. 움직임의 출발과 더불어 의식은 재점화된다. 마치 화두를 잡았다 놓고 다시 잡는 명상적인 과정에 의해 움직임은 오히려 의식을 갈음하고 붙잡아 두며 내면의 에너지를 점증시키는 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다. 남녀 한 쌍은 동그란 기의 흐름을 만들어 그것들을 잇고 보존하며 즉흥적이고도 진지한 움직임을 통해 숨으로부터 숨을 이어간다. 그리고 검은 옷의 대별되는 여자가 등장 이후 무대 위로부터 내려온 커다란 화선지에 커다란 붓으로 글씨를 새겨 나가기 시작한다. 추상화된 글씨는 이미 추상적인 이미지의 표현으로 자리하고 획을 긋는 원력만큼이나 각각의 획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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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서커스 「레인」: 황홀의 자태, 음악적 공명, 다양한 캐릭터의 이야기들...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11. 6. 26. 13:09
▲ Water scene, 비가 오는 것보다 땅의 빗물이 튀겨 위로 치솟는 장면이 더욱 강조된다. 공중회전을 동반하는 ‘널뛰기’ 묘기, 'Teater board', 훌라후프와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바닥을 회전하는 'Cyr', 링에 매달린 공중 기술 'Aerial hoop', 비를 무대에 뿌리고 그 안에서 생동감 있는 움직임이 동반되는 'Water scene(finale)' 등 총 4장면이 시연됐다. ▲ 훌라후프와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바닥을 회전하는 'Cyr' 신, 훌라후프와 일체가 되기 전 훌라후프의 회전력을 얻기 위해 훌라후프만을 돌리는 모습 「레인」은 서커스의 테크닉적 요소에 치중하는 데서 상징적인 오브제와 극적 요소, 무대의 기술적 측면을 통해 하나의 내러티브의 흐름을 갖는 종합적인 토탈 아트(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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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백치 백지」리뷰 : 존재를 흡착하는 백지 같은 순수한 세계로부터...REVIEW/Theater 2011. 6. 23. 09:30
「백치 백지」는 라이브 연주와 사운드가 동반되는 음악극이자 러시아의 대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을 극화하는 시도가 동반된 연극이자 뮈시킨이 들려주는 백지의 이야기를 극중극에서 다시 극의 외부로 둠으로써, 그리고 극과 만나게 함으로써 매우 독특한 극의 양식을 출현시키는 작품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을 극으로 옮긴 가운데 소설의 구조, 캐릭터성, 소설의 작가가 도출해 내는 시점은 극으로 치환하는 가운데 상당히 큰 변화를 예고해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내러티브는 다양한 관계의 복잡한 양상을 대화와 존재 간 마주함으로 치환해서 압축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며 각각의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엮고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역할 차원으로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에 튀어나와 목소리를 실천해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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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푸르른 날에」: 5 18기억의 치유와 삶의 회복을 이야기하다.REVIEW/Theater 2011. 6. 20. 01:11
과거와 현재, 균열을 이야기하는 무대 무대는 앞에 작은 직사각형의 공간 전체적으로 하나의 선분을 그리고 있다. 이와 같은 무대의 작은 갈라짐, 균열과 경계의 상징적 표상은 무대 뒤 편 이 층의 무대와 일 층의 무대로 시간적 터울을 드리움으로써 또 하나의 경계를 그려낸다. 이러한 각각의 실재적인 층차, 환영적인 층차로의 무대 표현은 공연을 환영과 실재,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고 혼재되는 상황 속에 시간의 흐름을 전유하는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과거의 재현은 대사의 피치를 빠르게 둠으로써 이것이 재현이라는 것, 이미 주어진 바 있는 현실을 다시 복사하는 것이라는, 어떤 측면에서는 신경증적 징후마저 엿보일 정도로, 인위적으로 작동시키고 있다. 배우들은 앵무새처럼 연기에의 연기를 구현한다. 곧 과거는 현재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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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만선」 :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REVIEW/Theater 2011. 6. 19. 01:41
세상에서 세상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가의 역설을 안고... 만선, 가득 찬 배. 배에는 가족 공동체로 뭉친 그 구성원들로 이뤄진다. 모두의 존재는 가족이라는 안정된 테두리 안에 소속감을 통해 합산되는 동시에 집과 현실을 모두 배에 이전시킨다. 곧 현실로부터의 도피, 삶의 마지막 순간의 선택은 그 의식을 치룰 특별한 시공간을 필요로 하게 되고, 더 이상 탈 수 없는 꽉 찬 배를 그들 스스로의 존재로 채운다. 이러한 공동체가 실은 탄탄한 육지에 안착될 수 없다는 점, 그들의 외부성이 그들을 죄의 값으로 포박‧지배하며 실상 호모 사케르의 무관심한 삶의 영토에 투척되고 말며 가득 찬 현실의 틈에 끼어들 기회를 만들 수 없다는 것,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확실한 삶의 층차를 내재화하며 비루한 삶에 젖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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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셜 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 2 : 이리 킬리안에서 허용순으로 - 모던의 기점을 전후로, 변화해 온 예술 속 자아들을 더듬어 가다REVIEW/Dance 2011. 6. 16. 00:38
「프티 모르」(PETITE MORT : 어떤 죽음) : 낭만적 아름다움의 선취 ▲ PETITE MORT ⓒ Daisy Komen 모차르트 콘체르토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춤은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남녀가 어우러져 하나의 큰 신체의 유연한 움직임으로 확장되고 하늘거리는 자취의 여운을 만들며 다층적으로 분화되는 신체의 파생 구조를 만드는 것은 음악을 고스란히 시각적으로 창조하며 그 아름다움에 도취케 된다. 이는 음악 자체에 맞춰 어떤 주체적 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 특정한 선분들을 만들고 이념 없는 이념으로서 신체를 꾸밈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순수한 이념의 성취를 통한 것이다. 한편 이는 문화적인 성역할과 시대적 인식의 차를 고스란히 체화시키며 구현될 수 있는데, 남자는 여자의 버팀 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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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바람의 동료들」: 한의 노래와 이념의 언어REVIEW/Theater 2011. 6. 10. 04:57
절규가 담긴 시대의 목소리가 현시되는 것의 울림, 노래의 생명이 제 모습을 찾을 때 묘한 아우라가 발산된다. 「백년, 바람의 동료들」에 나오는 노래들은 비장하면서도 애잔한 정서가 담겨 있다. 더듬거리는 말, 이념들이 오가는 곳, 한일 강제 병합 100년째를 맞은 2010년 8월 29일, 재일 교포의 밀집 지역인 오사카 이카이노의 술집 '바람따라 사람따라'라는 술집, 이곳에는 언어의 혼란, 말들이 오가는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담론을 이룬다. 조국통일의 이념을 선취하는 노래 역시 현시되는 측면이 큰데, 이 노래가 갖는 역동성과 활기찬 분위기는 이 노래가 이미 한물 지난 이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는)으로서만 여길 수 없는 환영을 넘는 실재로 자리하는 기묘한 아이러니가 작동한다. 어느새 “맑은 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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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ways Rain」 Alias : 감각의 트랜스한 전환REVIEW/Dance 2011. 6. 10. 04:01
▲ Guilherme Botelho, 「Sideways Rain」ⓒJean-Yves Genoud 전자음의 공명이 공간을 진공 상태로 의식을 무화시키는 경계에서 이들은 그 묘연한 흐름을 타고, 옆으로 무대 하수에서 상수로 끊임없이 이동한다. 처음에 그들은 마치 동물 되기를 구현하듯 네발짐승의 자세로 무대를 활보한다.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이어 자세를 약간은 하수 쪽으로 비튼 상태에서 내지는 하수에 부착된 출발의 시간과 시선을 완전히 떼어놓지 않는 상태에서, 이러한 끊임없는 이동은 공간과 신체를 전유하기보다 어떤 관계성을 형성하거나 시선과 주체적 의식을 형성하기 이전에 끊임없는 시공간의 흐름을 엮어내는 심연의 시공간의 터널을 지나가며 끊이지 않는 시간의 부피, 측정할 수 없는 공간의 크기를 창출해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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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놀드 웨스커의 키친' 리뷰] 분주함과 쓸쓸함 :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것들을 말하다.REVIEW/Theater 2011. 6. 10. 03:06
말할 수 없음, 곧 답답한 구조의 현실, 여기서는 한 마디의 말도 더할 수 없다. 이것은 코드화된 세계를 보여준다. 이 안에 실존을 내세우는 것은 꽉 짜인 현실의 이 시스템이 단지 없어지는 것, 곧 그것이 없어질 수 없음을 전제하는, 판타지를 영위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는 없다. 곧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코드 시스템을 상징하는 주방 안, 그리고 현대 문명의 분업화된 세계, 바삐 돌아가는 일-기계 존재들이 자리하는 세계의 은유적 형국을 띠는 이 주방 안에서 그것을 전복하는 힘은 단 하나의 순간, 곧 이곳을 떠나는 절차를 가져가는 것 외에는 없다. “뭘 더 원해!(?)”, 힘 빠진 초자아, 팔루스를 상실한 아버지의 모습, 이곳의 주인 마랑고는 “뭘 더 원해?”를 탄식처럼 반복해서 내뱉는다.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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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변태> :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출현하는 변신의 욕망REVIEW/Theater 2011. 6. 6. 02:04
'변태'는 이 작품에서 참고로 이상적 성적 태도를 지닌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에메랄드빛의 광채가 감싸고 있는 얼굴의 포스터가 이야기하듯 탈바꿈, 애벌레 유충의 성충으로의 변화 같은 것을 의미하며 변태의 과정을 겪는 게 현실적인 정상의 상태라면 그것을 겪지 않는 유아적‧개인적 자아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인 작가 민효석(최원석)은 역설적으로 자본을 벗어나 정신적이고 이성적이며 주체적인 삶의 영도를 꿈꾸지만 자본에서 가장 크게 지배되는 곧 생명과도 직결되는 삶을 살아가는 예술가의 초상을 예시하고, 그 부인 한소영(송인성)은 같은 작가의 직업 계열을 가지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삶의 방안을 생각하고 남편에게도 삶을 꾸릴 수 있는 방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상이다. 세상 밖으로 나오고자 하지 않는 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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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써」: 표현으로서 실험, 이념으로서 텍스트의 미지근한 배합REVIEW/Theater 2011. 6. 6. 01:11
배우들이 관객 틈바구니에 섞이는 것,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무대가 따로 없고 관객석에 녹아 있는 것, 마치 토론을 벌이듯 배우들이 대사를 비선형적으로 주고받는 것, 연극 속에 연극이 있되 극중극이 아닌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궁극적으로 연극의 사회적 기능 곧 예술의 비정치성의 정치성에 관한 역설로 귀결된다는 것. 하지만 이와 같은 연극 형식의 파격과 함의는 실제 예상치 못 한 차원에서 문제점들을 노출시킨다. 배우의 목소리. 번역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언어. 차용된 현실의 문제. 형식의 단순한 이전移轉. 우선 무대와 객석 간 거리를 통해 산출되는 배우 목소리의 울림, 그 거리가 깨어질 때 산출되어야 하는 배우의 목소리란? 객석에 관객으로서 배우가 등장하고 입을 열어 연기를 할 때 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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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비극 오이디푸스」 : 음악의 드라마 거두어지지 않는 목소리REVIEW/Theater 2011. 6. 5. 23:48
오이디푸스의 운명은 직접적으로 누설되지 않는다. 곧 누설할 수 없음의 운명에의 체감, 비극에 대한 담담한 분출, 돌려 말하는 폭로로써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는 운명을 사실로 치환하고, 사실에서 운명으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곧 그 사실이 자신들이 용인함으로써 운명이 하나의 사실이 되기 전에, 운명으로 사실이 당도하기 전에 목을 매고 눈을 긋는다. 떼아뜨르 봄날의 오이디푸스는 어떻게 보면 운명의 힘 자체가 아닌 운명을 지정하는 사실에의 말 자체의 강한 속박, 그리고 교묘하게 그 언어를 비껴나게 하고 늦춤으로써 정작 운명에는 예속되지 않는 묘한 말의 힘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오이디푸스를 감싸고 지배하며 축소시키는 코러스의 힘은 연주와 분신들, 또는 다른 인물을 환유하는 미약한 덩어리들로서, 존재들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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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모다페 리뷰] 「The beginning」 이주형 : 드라마틱한 내러티브와 정서 속에...REVIEW/Dance 2011. 6. 3. 09:52
욕조 속에 누워 있는 여자는 의식이 없고 벽을 무대 곳곳에 만들어 둠으로 인해 현실의 한 시공간에 젖어들게 되며 남녀 간의 복잡한 치정 관계의 과거와 같은 것이 상정되게 된다. 두 명의 남자 세 명의 여자가 출현하며 이 안에 분절된 관계 양상을 만든다. 남자 둘은 여자들을 지배하며 죽음으로 등가 되는 의식의 지배를 감행하는데, 이들은 마치 한데 뭉쳐 죽음과 살의의 어떤 모종의 계획과 숨은 의도를 감추고 카니발적 제전을 벌인다. 붉은 핏빛의 어둠을 밝히는 욕망의 극점을 달리고 있고 이 안에 모두 융해된다. 여성의 무의식의 침잠하는 바는 욕망의 상대적인 관계 쌍을 형성하고 있는 듯 보인다. 욕조 안의 물 내지는 보이지 않지만 피의 환유적 감각, 그리고 바깥을 형성하는 비 소리는 그 연속성과 관계성을 상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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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모다페 리뷰]「Sunday」 고흥균 : 일상의 흐름과 꿈결의 의식REVIEW/Dance 2011. 6. 3. 09:40
한 명이 중앙에서 양복을 단정히 빼입고, 서서 미소를 거두지 않고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놀이터의 광경이 펼쳐지게 된다. 갓 잠에 깨거나 졸린 듯 눈을 비비며 등장하는 잠옷 입은 어린 여자로 상정되는 무용수의 움직임 이후 걷고 뛰며 다양한 선분의 층차를 만들던 무용수들이 출현하고 사라진다. 이러한 순간을 선사하는 유희성의 기호들은 눈을 비비는 동작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놀이의 원형적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중첩될 때 규칙을 띠고 자연스레 공유되는 어떠한 놀이의 체계 안에 이들을 속하게 만들고, 이들은 잠결에 솟구치고 일어나며 털썩 주저앉고 뒹굴고 하는 동작으로 의식이 미치는 한 곧 그것이 놀이의 에너지로 치환되는 순간들을 안긴다. 마치 정제되지 않고 딱딱하지 않고 흐늘거리되 하나의 이미지로 고착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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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페2011 리뷰]《 Last Man 》_Mitsutake Kasai :REVIEW/Dance 2011. 5. 30. 12:25
Last Man_Mitsutake Kasai : 시간의 체현 ▲ 《 Last Man 》_Mitsutake Kasai ⓒYoichi Tukada 일본 안무가 미츠다케 카사이는 매우 가볍고 쾌활하게 움직인다. 한국에서 본 대중가수의 노래‧움직임 기표를 상투성을 안고 고스란히 표현하는 순간을 가져가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시간에 대한 알레고리로서 시계를 무대에 놓고 시간을 현시시키는 측면에서 물질화하거나 시간에 몸을 섞어 그 경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먼저 작은 시계가 무대 앞쪽에 놓이고 그것을 확장하는 카메라의 영상이 무대 후면의 스크린에 놓이며 그 앞에 같은 시계가 하나 놓여 있다. 시계를 통해 시간은 분절되고 단위화되며 결국 시간의 개념을 갖게 된다. 무대 앞쪽으로 나타나 일상적인 측면에서부터 현재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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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모다페 리뷰]《멱》장혜주 /《Last Man》Mitsutake Kasai/공동작업REVIEW/Dance 2011. 5. 30. 12:08
장혜주, '멱' : 유연한 테크닉과 기발한 포즈, 광기로부터... 장혜주는 돼지로 상정되는 비인간으로 분하는 데 있어 동물 되기로 존재를 탈바꿈하는 대신 오히려 그 안에 인간의 탐욕과 광기를 뒤섞고 중간 중간 비존재 내지 귀신의 존재를 현시함으로써 기괴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그녀의 움직임은 매우 유연하고 테크닉적으로 우월한 한편, 존재의 탈각, 비인간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한 뒤집고 구르고 리드믹컬하게 신체 작용을 일으키는 과정을 가져간다. 돼지 멱을 딴다는 말을 쓰는 것처럼 돼지의 목덜미를 의미하는 말에서 유래한 제목과 같이 자연으로서 동물이 인간 세계에 반란을 꾀하는 것을 그리는 대신 오히려 인간에게 공포를 주는 어떤 인간의 타자성과 같은 부분, 인간 스스로의 쾌하지 못 한 모습들로써 비존재로서 인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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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모다페 리뷰]《 당신이 머문 자리는……? 》_이광석 : 낭만적 사랑의 자리REVIEW/Dance 2011. 5. 30. 11:59
골반을 내밀고 다리를 구부정하게 다리를 굽혀 앞으로 걷는 추임새가 작품 내 대표적인 표식으로 기능한다. 조명을 통해 무대를 양분하여 남녀의 다른 층위로 무대를 구분하며 우스꽝스럽게 광대의 움직임을 직조하는 이광석은 옆 우아하고 슬픈 깨지기 쉬운 섬세한 타자성을 지닌 존재에 대한 움직임을 보는 슬픈 시선의 존재로 변한다. 이는 그들 앞에 등장한 다른 관계상으로 확장되고 그들은 또 환유적 심상으로 치환된다. 발레를 하는 듯한 우아한 신체의 환영적인 감각의 결을 직조하는 타자성의 신체는 낭만 주체의 마치 기사도 문학과 같은 이광석의 범접하지 못 하는 상태로 섬세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접촉하는 것으로 타자성을 간직하고 대상화될 수 있는 분리의 간극을 내면에 이는 미적 가치로 고양시킨다. 다른 이들의 그룹이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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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모다페 리뷰] 《 Inspiration 》_유호식 : 음악의 전유로서 움직임REVIEW/Dance 2011. 5. 30. 11:56
음악은 조명을 통한 시공간의 달라짐의 양상을 지정하는 데 어떤 시선과 이야기를 부여한다. 조명으로 인한 무대의 네 개 공간으로의 분리, 공간의 분화 혹은 옮겨감의 변화가 수반되며 클래식은 무용수의 등장을 유예시키며 동시에 빈 공간에 지나간 무용수의 존재를 상기시켜 무용수의 존재를 우리 스스로 유예시키게 되는 모종의 시간성을 갖게 된다. 이윽고 나타난 유호식은 음악을 전유하며 있는 그대로 투박하게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데, 발레 동작 같이 유연하고 우아한 몸짓은 큰 몸피의 그에게 미끄러지며 오롯하게 몸을 휘감지 않는다. 반면 그는 음악을 있는 그대로의 에너지로 받아들여 자신의 감정을 그 속에 담그고 그것을 체화하는데, 이것이 너무 단순하여 어떤 다른 뜻이 있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어둠 속에 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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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모다페 리뷰]《 Pause Philo ver.2 (쉼의 철학) 》_이현범&최진주 : 재기 발랄한 관계성의 움직임REVIEW/Dance 2011. 5. 30. 11:46
무대를 채우는 이현범과 최진주는 끈질기게 서로를 좇고 도망간다. 존재의 확인은 상대방의 신체를 통해서고, 자신의 작용에 대한 그의 반작용을 통한 것이다. 핀 조명이 부분화시킨 무대 구석에서 머리를 관객 쪽으로 하고 팔을 끊임없이 접고 펼치는, 하나의 신체 덩어리가 되어 움직이는 이들의 시작은 육화된 관계의 양상을 단단하게 또 단순화해 제시한다. 관계는 추억의 전유나 비탄력적 오고 감의 메시지 운용을 통한 드라마적이고 일상적인 한 부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탄탄한 시공간 안에 존재에 묶인 존재의 드러냄으로, 역동적인 변주로써 일종의 상대방의 타자성은 긴밀하게 자신의 자아와 결부되어 나타나고, 자아는 점층 되는 동시에 벗어나며 또 다시 자신을 일깨운다. 끈끈함 몸의 서사를 쓰는 둘의 전략은 일방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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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_에린 플린] 도쿄‧서울‧몬트리올을 잇는 현대무용 프로젝트 DANCE-X : Tokyo-Seoul-MontrealREVIEW/Dance 2011. 5. 19. 07:57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 안무가 에린 플린(Erin Flynn)의 「FROM ASHES COMES THE DAY」 : 내면의 알레고리 : 방, ‘시공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옷의 알레고리는 일상의 흔적들 현재의 시공간을 지정하는 기호들의 차원에서 차용된다. 옷은 몸 자체를 환유하는 대신 벗어남의 열망, 변화의 욕망 따위에 닿아 있다. 옷을 벗고 입는 과정은 누차 보이는데, 이 안을 변화되는 현재, 명확하게 반응하고 구축되는 현재로 놓음으로써 구성된 춤의 기능은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반면 이 안에서 풀어헤쳐지는 풀어 놓는 몸은 단단하지도 원형적 기호를 누출하지도 않는다. 시공간을 유영하는 이 둘의 행위는 허무하고 또 표층적이다. 옷의 벗음 이후 드러나는 살갗의 표피는 나약한 자신을 누설시키고 있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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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_밝넝쿨&인정주] 도쿄‧서울‧몬트리올을 잇는 현대무용 프로젝트 DANCE-X : Tokyo-Seoul-MontrealREVIEW/Dance 2011. 5. 19. 07:54
밝넝쿨&인정주의 「트랜스포밍 뷰」(Transforming View) : 몸의 소진성을 지정하는 놀이의 규칙으로서 춤 밝넝쿨과 인정주는 둘의 관계 맺기적 춤의 과정을 만들기 위한 규칙rule들을 지정한다. 둘의 움직임이 일치 반복되며 서로 교차하는 시간들을 중간 중간 가질 것. 놀이play를 위한 규칙은 단순해 보인다. 주로 인정주가 앞에 밝넝쿨이 뒤에서 행동을 따라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움직임은 움직임 그 자체로 놓이는, 표현의 완성이 아닌 표현 그 자체에 방점을 둔다. 곧 이들이 빠르게 또 힘겹게 육체의 노동을 이어감은 춤을 완성하는 몸의 소진성을 그 자체로 드러내는 메타 언설의 투명한 몸 춤을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인정주를 따라 하는 밝넝쿨에게 인정주는 마치 주어지는 움직임을 추는 복제된 타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