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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팩 솔로이스트] 밝넝쿨 <Fighting Room 파이팅 룸>: ‘메타적으로 위치하기’REVIEW/Dance 2013. 6. 3. 13:35
메타적으로 위치하기 ▲ (음악 권병준)의 무용수 겸 안무가 밝넝쿨 [사진 제공=한국공연예술센터] (이하 상동) ‘사운드 퍼포머-관료’란 절합의 존재(권병준)의 출현, 대위법적으로 울려 퍼지는 아련한 단속적 건반, 밝넝쿨의 메타-언설을 통한 ‘극장 발생’, 권병준과 밝넝쿨의 절합은 사운드 환경의 창출과 수행적으로 무대를 구축하는 두 사람의 각각의 움직임으로 나타난다. 밝넝쿨은 현실에서의 그의 입장과 그것을 벗어나 환영적 역할로서의 연장 사이에서 그 역할을 ‘밝넝쿨’로서 수행적으로 임하며 환영과 현실이 전도된 공간에서, ‘환영-현실’이 어떤 외설로 그 즉시 다가오게끔 만든다. 관객의 참여를 끊임없이 독려하며 이 “여러분”이라는 그의 외침은 곧 우리 스스로의 내면에 울리는 무한정한, 불안정한 어떤 강박적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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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신화적 자연’을 너머REVIEW/Theater 2013. 5. 29. 19:33
수집가의 영혼: 역사-사물의 조감 ▲ 5월 28일 오후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열린 연극 (연출 강량원) 프레스콜 (이하 상동) 역사적 시대 풍광을 재현하고 사물을 묘사하는 ‘소개하는 자’로 등장하는, 하나의 화자로 소급되는 샤로테는 일종의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정면’을 향하며, 관객을 역사로 향하게 하는 가이드로서 역사라는 메타-정보를 전달한다. 이는 어떤 사물의 소비, 취향에 집중해 그것을 소개하는 대신 이미 ‘지나간 것’으로서 그것을 나열식으로 하나하나 조감(照鑑)한다는 점에서, ‘당대의 것’을 ‘현재’ 어떤 목적을 갖고 전달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또한 미니어처들로 역사의 보존물이자 수집물을 미시적인 것들로 바꿔, 거리두기의 시선을 가져간다. 이 온전한 보존물은, 그것이 역사적 파국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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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양정웅 연출): '최막심, 진리의 이념을 넘어'REVIEW/Theater 2013. 5. 29. 10:50
삶의 초극적 의지 ▲ , 원작 | 니코스 카잔차키스(Νίκος Καζαντζάκης) 번안 | 배삼식 연출 | 양정웅 [사진 제공=명동예술극장] (이하 상동) 그리스인 조르바는 후회막심(後悔莫甚)에서의 ‘막심’으로, 한자 문화권에서의 재전유된 기표로 문화적 맥락을 원작과 교차시킨다. 그의 굵은 목소리는 술 취한 듯한 호기로움과 녹록치 않은 삶의 이력, 그리고 대기를 묵직하게 누르며 육화하는 신체적 기표가 된다. 그의 지난 이야기-재현은 이야기되는 중에 현시된다. 이는 모든 게 실제로 ‘현재’일 수밖에 없는 연극의 당연한 규칙에 따른 것이다. ‘인간은 흉악한 짐승’이라는 그의 명제에 따르면 평등‧권리와 같은 개념 따위는 개체보다 우선하는 이념적 법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지 자유롭게 현 순간에 추동되는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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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메디아>: 복수의 비극적 주체의 탄생REVIEW/Theater 2013. 5. 29. 09:50
코러스: 서술의 형식 야광 빛으로 덮인 암석의 표면을 확대한 영상에 호롱불을 들고 언덕을 올라 그 주변을 포위하며 오는 코러스의 노래는 단조와 같이 핀트를 벗어난 듯한 음조의 곧은 직선으로 퍼져 나간다. “이게 무슨 소리”, 등장인물의 물음에 코러스는 바람결에 실려 오는 음성으로 내레이션을 부여한다. 이와 같은 ‘서술’의 측면은 이 작품이 일종의 극적 층위에 메타 양식이 덧붙여 있음을 의미한다. 왜 신음이 아닌 “신음 소리”라는 명확한 기표의 직접적인 지정으로 내세우는 것일까. 왜 이리 작품은 친절한 것일까. 이는 서구 극을 우리의 것으로 구현하기 위함이다. 곧 ‘이야기의 시작’을 지정하는데, 이것 자체가 하나의 사실 그 자체의 현시가 아닌 ‘몰입 가능한 이야기’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사의 전달은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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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혈맥>(김현탁 연출): '리얼을 구성하기'REVIEW/Theater 2013. 5. 29. 02:48
주변부의 삶을 비추다 ▲ 지난 5월 2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연극 프레스리허설 (이하 상동) 이 작품은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것에 균열을 내며 과거를 현재적 관점에서 재접속한다. 독특한 프레임과 다양한 사람들의 절합적 만남이 우연적으로 무대에 배치된다. '다스베이더'를 가리키는 사운드 지표는 현실을 상상계의 어느 지점에 위치시킨다. 이발을 하며 중얼거리는 털보는 객석을 잇는 경계를 지운 연결‧접속 지점을 만드는데, 이 대사들은 옹알거리는 형태로 잘 들리지 않는다. 털보의 일상의 삶에서부터 시작한 극은 등장인물들 곧, 소시민들의 삶을 ‘주체’의 위치로 가로 놓지 않는데, 이는 주변인 자체의 내용에 ‘무게’를 싣지 않게끔 하는 사투리의 사용이나, 무대를 잠깐 스쳐지나가고 마는 식의 무대 선점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