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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구성·연출,〈이것은 어쩌면 실패담, 원래 제목은 인투디언노운(미지의 세계로, 엘사 아님)〉: ‘대화를 위한 재현’REVIEW/Theater 2022. 3. 23. 23:41
박지영 배우는 수어로만, 이원준 배우는 수어에 대사를 섞지만, 음성 언어의 비중이 크다. 박지연은 핸드스피크 소속 배우이며, 이원준은 작년까지 국립극단의 단원이었던 연극 배우이다. 이러한 정보는 공연 도중에 나온다. 〈이것은 어쩌면 실패담, 원래 제목은 인투디언노운(미지의 세계로, 엘사 아님)〉(이하 〈실패담〉)은 처음부터 수어를 하는 박지영을 중앙에 두며―그 바깥의 음성 언어로 출발함에도 그의 자리는 유지된다.―, 〈실패담〉은 박지영의 수어의 공간에 음성 언어를 동시적으로 작동시키지 않고 그의 온전한 무대로 위치시킨다. 부가적으로 음성 언어가 따라붙지만,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주변의 위치에서만 작동한다. 이는 어떤 시차를 통한 번역, 더듬거리며 그 말을 따라가는 행위로서 성립한다. 언제나 음성 언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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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연 작, 동이향 연출, 〈밤의 사막 너머〉의 시공간: 참조 체계의 문학적 글쓰기의 공간REVIEW/Theater 2022. 3. 23. 21:51
핍진한 현재 〈밤의 사막 너머〉는 몇 개의 플롯들을 반복하며 강화한다. 주인공은 현실과 이격된 터전 없는 세계를 부유하며, 끝이 없는 길을 걷고 또 걷는다는 것. 세계의 종착지는 ‘지구는 둥그니까’의 논리로 지정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걷기는 끝이 없는 것이며, 단지 그 끝이 (있다면) 죽음뿐임을 지시하기 위한 알레고리다. 동시에 이 걷기의 땅은 현실의 어떤 시공간도 제대로 설명하거나 재현하지 않는다. 이 땅은 엄밀히 빈 무대도 아니며, 현실 바깥에 어떤 틈으로 현실이 뒤집힐 수 있음을 예시하는 정도로 현실을 벗어난다. ‘땅’은 비현실을 이야기하기 위한 게 아니라 현실에서 이격되는 신체, 가령 “우울”을 겪고 있는 존재의 여백 같은 것이거나 현실이 어떤 참조 체제로만 들러붙는 글쓰기의 상상적 공간같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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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배꼽불》: 신체(와)의 관계성을 조각하기REVIEW/Visual arts 2022. 3. 12. 16:25
《배꼽불》은 2018년 이후 최근까지 진행해온 〈뱃봉우리〉 작업을 비롯해, 비교적 최근까지 다년간의 여러 작업이 뒤섞이는 가운데, 매체의 분화와 주제/시점의 차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동시에 직관과 감각에 의한 직조의 기술로써 이를 종합하는 전시이다. 각 작업이 갖는 힘은 각 작품에 머물기도 하고, 곧 다른 작업과 다른 이질성을 간직하기도 하고, 나아가 다른 작업과의 어떤 감각적인 연결을 추동하기도 한다. 《배꼽불》은 작가의 방대한 작업에서의 어떤 정수를 볼 수 있는 가운데, 주제를 언어로써 정교하게 시현하지는 않는 전시이다. 소위 작업은 작가의 정념과 작업력을 보여준다. 이는 아마도 작가의 작업이 감각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매체로 연장된다는 것과 그러한 감각적인 차원이 작가의 힘과 사고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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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기운, 〈콜타임〉: 균열의 시점, 공고한 일상과 혁명의 틈REVIEW/Theater 2022. 2. 28. 23:50
호랑이기운의 〈콜타임〉은 공연 전 무대 위에 펼쳐지는 상황을 노출한다. 조연출 은호와 배우 범순 두 여성 간 발생하는 이야기는 현장의 급박함 속에 페미니즘, 퀴어, 예술의 동시대성, 남성 중심의 정전 등 다양한 화두를 담아낸다. “공연에 참가하는 출연진과 스태프가 공연 전 극장에 모이기로 정해놓은 시각”을 가리키는 연극 용어인 “콜타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급격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꽤 여러 번의 끈적한 키스 이후에는 급격한 논쟁으로 나아간다. 페미니즘에서, 결혼으로, 예술, 삶에 대해. 은호의 시선에 의해 이항 대립적으로 그 개념들은 분화된다는 점에서, 〈콜타임〉의 대화는 구체적인 차원보다는 이념적인 차원이 크다. 은호의 말 부분 부분은 퀴어에 대한 기초적인 그리고 이론적인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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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동인고물, 〈꼭두각시〉: 음악과 움직임은 어떻게 맞물리는가, 또는 그렇게 보이는가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2. 2. 16. 19:23
무용(고블린파티_임성은, 이연주, 임진호)과 음악(음악동인고물_대금 고진호, 25현금 홍예진, 해금 소명진, 장구 정준규, 피리 배승빈)의 어떤 기묘한 동거 관계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꼭두각시〉는 여러 질문을 낳는다. 결과적으로, 백스테이지에 위치한 연주자를 무대 오른쪽에 배치하고, 연주 행위를 움직임으로 연장하며, 무대에 난입하며 무용수와 뒤섞이기에 이른다. 〈꼭두각시〉의 첫 번째 장면은 음악동인고물(이하 ‘고물’)의 연주 행위로서의 수행성과 고블린파티의 안무의 움직임 영역을 ‘절합’한다. 곧 고블린파티의 등장 직전에, ‘고물’은 춤을 추면서 연주를 하는데, 두 개의 움직임이 하나의 신체로부터 나온다. 움직임은 연주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이러한 움직임은 그 자체로 안무의 영역으로 연장된다는 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