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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배꼽불》: 신체(와)의 관계성을 조각하기REVIEW/Visual arts 2022. 3. 12. 16:25
《배꼽불》은 2018년 이후 최근까지 진행해온 〈뱃봉우리〉 작업을 비롯해, 비교적 최근까지 다년간의 여러 작업이 뒤섞이는 가운데, 매체의 분화와 주제/시점의 차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동시에 직관과 감각에 의한 직조의 기술로써 이를 종합하는 전시이다. 각 작업이 갖는 힘은 각 작품에 머물기도 하고, 곧 다른 작업과 다른 이질성을 간직하기도 하고, 나아가 다른 작업과의 어떤 감각적인 연결을 추동하기도 한다. 《배꼽불》은 작가의 방대한 작업에서의 어떤 정수를 볼 수 있는 가운데, 주제를 언어로써 정교하게 시현하지는 않는 전시이다. 소위 작업은 작가의 정념과 작업력을 보여준다. 이는 아마도 작가의 작업이 감각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매체로 연장된다는 것과 그러한 감각적인 차원이 작가의 힘과 사고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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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기운, 〈콜타임〉: 균열의 시점, 공고한 일상과 혁명의 틈REVIEW/Theater 2022. 2. 28. 23:50
호랑이기운의 〈콜타임〉은 공연 전 무대 위에 펼쳐지는 상황을 노출한다. 조연출 은호와 배우 범순 두 여성 간 발생하는 이야기는 현장의 급박함 속에 페미니즘, 퀴어, 예술의 동시대성, 남성 중심의 정전 등 다양한 화두를 담아낸다. “공연에 참가하는 출연진과 스태프가 공연 전 극장에 모이기로 정해놓은 시각”을 가리키는 연극 용어인 “콜타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급격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꽤 여러 번의 끈적한 키스 이후에는 급격한 논쟁으로 나아간다. 페미니즘에서, 결혼으로, 예술, 삶에 대해. 은호의 시선에 의해 이항 대립적으로 그 개념들은 분화된다는 점에서, 〈콜타임〉의 대화는 구체적인 차원보다는 이념적인 차원이 크다. 은호의 말 부분 부분은 퀴어에 대한 기초적인 그리고 이론적인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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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동인고물, 〈꼭두각시〉: 음악과 움직임은 어떻게 맞물리는가, 또는 그렇게 보이는가REVIEW/Interdisciplinary Art 2022. 2. 16. 19:23
무용(고블린파티_임성은, 이연주, 임진호)과 음악(음악동인고물_대금 고진호, 25현금 홍예진, 해금 소명진, 장구 정준규, 피리 배승빈)의 어떤 기묘한 동거 관계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꼭두각시〉는 여러 질문을 낳는다. 결과적으로, 백스테이지에 위치한 연주자를 무대 오른쪽에 배치하고, 연주 행위를 움직임으로 연장하며, 무대에 난입하며 무용수와 뒤섞이기에 이른다. 〈꼭두각시〉의 첫 번째 장면은 음악동인고물(이하 ‘고물’)의 연주 행위로서의 수행성과 고블린파티의 안무의 움직임 영역을 ‘절합’한다. 곧 고블린파티의 등장 직전에, ‘고물’은 춤을 추면서 연주를 하는데, 두 개의 움직임이 하나의 신체로부터 나온다. 움직임은 연주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이러한 움직임은 그 자체로 안무의 영역으로 연장된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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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연출, 〈김수정입니다〉: 예술은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REVIEW/Theater 2022. 2. 16. 18:19
효과로서의 종결과 의미로서의 종결 사이 〈김수정입니다〉는 김수정이라는 연출을 극단 신세계의 연출로서 극단의 시계열에, 그리고 극단 이전에 김수정의 연극사 안에 배치한다. 김수정의 실제 서사를 전면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나아가 이를 인터뷰 영상의 서술을 동원하는 가운데, 극단 연출이 실제 극 전반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극 형태가 아니라 뉴다큐멘터리 연극이라 할 수 있다. 김수정의 등장은 서사의 핍진성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김수정의 전면적인 자기 고백이 수행적 발화로 나아가는 데 필요하다. 이 등장 전에 김수정의 시상식 주인공으로서의 모습, 디렉션을 하는 연출로서의 역할이 극 안에 어정쩡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이후 김수정은 그 바깥에서 단독자의 형상으로 발화한다. 곧 김수정의 마지막 발화가 갖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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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Y, 〈탈피〉: ‘바깥의 언어’REVIEW/Theater 2022. 2. 6. 21:34
인간의 부정성 연극 〈탈피〉는 사회의 부정과 억압의 피해 당사자 간의 유폐된 언어를 맞물리는 접점을 구성한다. 자신에게 성폭력 가해를 저지른 남성 교수가 있는 학교에서 동물의 열악한 환경과 조처를 방관하는 동물원으로 탈주한 소진(강서희 배우)은, 탈피하는 중에 멈춘 뱀(알비노 비단 버마 구렁이, 이하 뱀)에게 온 신경을 쏟는 존재로 출현한다. 멈춘 뱀의 움직임을 언어로 소생시킬 방법은 처음 출현한 동물 의학적 지식을 갖춘 전문가인 수의사(정대용 배우)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지식이 없는 그에게도 없다. 다만 이 뱀의 닫힌 시간을 자신의 폐쇄된 시간으로 번역할 수는 있다. 이것은 뱀의 언어를 매개할 수 있음―거꾸로 뱀의 언어가 매개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뱀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그의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