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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짝 프로젝트 〈툭〉: 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에 개입하는가REVIEW/Theater 2022. 5. 10. 04:27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는 꾸준히 ‘세월호’를 주제로 매년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아마 이는 이를 어떤 서사로 연장할 수 있을 것인가의 차원에서 소재 고갈 같은 극작술의 시련, 그리고 지속하는 것이 옅어지고 무력화되는 가운데 작업 자체가 더 이상 가능한지에 대한 자기 윤리에 대한 의구심에 대항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포기할 수 없는 곧 지속해야만 하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상징적 위치 역시 작용할 것이다. ‘세월호는 직접 드러나서는 안 된다.’ 또한 ‘세월호에 대한 알레고리가 단순히 죽음과 슬픔으로 치환되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이 같은 두 개의 원칙은 아마 세월호를 신중하게 다루는 기본적인 전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세월호’와 ‘나’, 그리고 ‘사회’의 어떤 긴장 어린 관계항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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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더블빌》, 맞춤옷의 어떤 설기들REVIEW/Dance 2022. 5. 10. 04:13
국립무용단의 《더블빌》은 색채가 다른 젊은 외부 안무가를 초대해 하루에 두 다른 무대를 선보이는 식으로 기획되었으며, 활발하게 동시대 무용 신에서 활동 중인 고블린파티와 차진엽 안무가가 각각 안무한 〈신선〉과 〈몽유도원무〉 두 작업으로 구성됐다. 공연이 오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중극장 규모로서 그리 크거나 깊지 않게 보였는데, 이는 두 공연 모두 많은 무용수가 출연하고 움직임이 많고 다양하며 무대의 동선을 활발하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무대의 특징이라면, 움직임을 연장하는 글로시한 바닥 자체에 있는데, 〈몽유도원무〉의 경우 두 개의 막을 순차적으로 활용해 단조로운 무대에 변화를 준다. 외부의 동시대 안무가와 국립무용단의 결합은 현대무용의 개념과 전통무용의 기본기가 전통의 변화와 갱신을 꾀할 수 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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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져 있지 않은 거주지: 오드라데크》: 의미화의 전략과 수렴되지 않는 의미 사이에서REVIEW/Visual arts 2022. 4. 14. 02:14
《정해져 있지 않은 거주지: 오드라데크》라는 전시는 도시의 빈 공간을 잠재적 실천의 장소로 재인식하고 나아가 재규정하고자 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이 안에서 작가/팀은 실천 전략으로서의 작업을 선보이는가.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1949~)을 경유해 실재계로 옮겨질 수 있을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오드라데크”는 인식하기 어려우며 규정 불가능한 대상의 성질을 띠는데, 이 전시는 이를 도시의 버려진 곳이나 빈 장소, 쓰레기가 모이는 등의 장소로 상정한다. 이러한 장소가 상징계의 잉여 또는 그림자를 보여주는 곳에서 나아가 제도 바깥의 상상력이 틈입할 수 있다는 전제가 곧 이 전시의 출발점이라 하겠다. 도시 빈 공간의 재인식으로서의 실천은 사실 공고한 사회 시스템에 균열을 내고 질문을 생성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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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엽 연출 〈커뮤니티 대소동〉: 하나의 커뮤니티를 가설하기란…REVIEW/Theater 2022. 4. 14. 01:48
접촉을 통한 우리의 형성 〈커뮤니티 대소동〉은 접촉에 대한 감각을 강화한다. 안대를 쓰고 들어간 어둠으로 뒤덮인 극장에서 안대를 벗으며 시작된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감각은 무언가를 보지 못한다는 감각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곧 어둠을 보는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시각적으로 판별되지 않는’ 세계에서 목소리와 타자를, 무엇보다 발 디딜 공간에서 그것들을 예측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커뮤니티 대소동〉은 이진엽 연출이 속한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몸의 윤리〉(2015)의 재판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몸의 윤리〉가 보이지 않는 곳이 우리의 변화를 시도하게 하는 동력으로 작용함을 의도하고 동시에 다른 우리의 감각을 활성화하고자 했다면, 총 아홉 명 중 과반수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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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조 이야기〉, ‘부채의식을 떠안고’REVIEW/Theater 2022. 4. 14. 01:28
〈금조 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 딸을 잃어버린 채 딸을 찾아 나서는 금조의 여정을 주된 서사로 하되, 거기에 그 주변의 여러 역사적 맥락을 교차 편집한다. 여기서 여러 이야기는 역사에 대한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시각보다는, 동시에 그 모든 인물의 내적 동기를 형성하며 그들 간의 관계를 구성하기보다는 전쟁 안에서 비이성적인 인간으로의 형질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수렴하며, 결과적으로 정주할 수 없는 금조의 삶, 그의 지연되는 도착을 더욱 강조한다고 보인다. 관객에게 그 고통은 곧 다른 시간만큼 더 유예된다. 금조는 그와 여정을 함께하는 들개 아무르와 함께 유일하게 거의 모든 곳을 경유하며 존재들을 스쳐 지나갈 뿐 그 모든 서사가 그와 온전히 결부되거나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안을 점유하지 못하고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