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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음기관, 《기존의 인형들》: 인형이라는 물질로부터…REVIEW/Theater 2025. 3. 4. 22:39
《기존의 인형들》은 인형이라는 사물 혹은 대상으로부터 되먹임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탐문을 전제한다. 작년 낭독 쇼케이스에 이어 이번에 본 공연으로 오른 ‘인형의 텍스트’라는 부제로 열린, 세 번째 ‘기존의 인형들’은 그동안 세 명의 작업자들과 함께해 왔으며,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기존’의 인형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각의 출발점을 예비한다. 인형의 텍스트는 또한 인형으로부터의 텍스트이기도 한데, 이 두 사이에서, 세 개의 극작이 이루어졌다. 이는 인형의 존재론을 쓰는 일로 이어진다. 인형의 존재론은 곧 언어와 서사의 형상을 새롭게 정초하는 하나의 단초로(〈한 명 또는 두 명의 인간은 바늘구멍 속에서 바늘을 이야기한다〉), 로봇(인형)과 인간(만)의 의사소통의 관계가 상정되는 시기에 대한 상상으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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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늘 안무·연출, 〈유토피아 - LET THERE BE LIGHT〉: 인류세 이후의 미래 시제에 대한 이미지, 정동, 환경REVIEW/Dance 2025. 3. 4. 22:05
〈유토피아 - LET THERE BE LIGHT〉(이하 〈유토피아〉)는 설치와 프로젝션을 통해 ‘환경’에 관한 상징적 배경을 구성해 낸다. 여기에 쌓이는 또는 연루되는 격렬한 몸짓들은 그 환경에 대한 반응이자 반영의 표현이다. 후반, 총천연색의 자연을 바라보는 여자의 이후 몸짓의 기조 변환은 세계에 대한 재인식이자 새로운 출발점을 노정한 것이다. 여기에 유토피아에 대한 희망적 장소를 성서적 해석과 겹쳐 두는 제목은 이와 결부된 작품을 해석하는 근거로 적용할 수 있을까. 플랫폼엘 플랫폼 라이브홀의 전체 객석을 거둬내고 관객이 공간 양 가에서 마주 보는 대형으로 구성한, 일종의 런웨이이기도 한 공간의 중앙은 허공에 매달린 초록색 도료를 칠한 각목들로 직조한 비정형 입체 구조물들과 의자들로 가로막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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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 이접되는 두 시공간REVIEW/Dance 2024. 12. 6. 21:54
이동하, 〈여신과 우산이 해부대 위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아름답다〉(〈해부대〉)는 그 제목에서부터 미스터리한 느낌을 만드는데, 이 분위기는 작업에서 해소되지 않음으로써 완성된다. “해부대”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역시 정확하지 않지만, 처음 군대의 기상나팔 소리로 시작된 작품에서 텐트를 비롯해서 ‘부대’라는 군대의 용어가 현실의 상징적 재현과 함께 장소 특정적 환경을 구성한다고 추정 가능하다. 얼굴을 가린 마스크와 의상, 텐트까지 모든 것이 분홍색을 이루는 가운데, 움직임에는 물론 표정과 언어가 없다. 그 부재의 강조는 이들의 뭔가 부산스러우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정위되지 않고 투박한 몸짓으로 나타나는 것과 맞물린다. 동시에 단세포 입자들처럼 보이는 구형들의 동시다발적 움직임이 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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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인잇〉: 차이의 확산 혹은 분화REVIEW/Dance 2024. 12. 6. 20:15
〈인잇〉의 무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래로 내려오는, 천장으로부터 걸린 대략 270~300도 정도의 각도를 이루는 앞쪽 이가 빠진 원기둥과 그 뒤의 검은 장막으로 구성된다. 원기둥 앞과 검은 장막의 경계에는 각각 조명이 무대를 향한다. 후자의 경우, 사선의 무늬를 바닥에 그리며, 전반적으로 눈에 띄거나 공간 전반을 아우르지 않은 채 조명은 어두운 공간 범주를 구성하게 된다. 비스듬하게 바닥에 누운 무용수들 사이를 우측에서 좌측으로 횡단하는 누군가로부터 〈인잇〉은 시작된다. 이를 마치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면, 집단으로 굴신하고 있는 〈인잇〉의 마지막 장면은 다시 어둠 혹은 잠, 무의식과 같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의 직전 장면에서는 장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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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무브먼트, 〈음-파〉: 헉헉거리거나 한숨 쉬기라는 숨의 양태들REVIEW/Dance 2024. 10. 18. 10:42
제목에서 수영할 때 호흡법을 지시하는 〈음-파〉는 얼굴에 스타킹을 쓴 채 움직이는 무용수들을 통해 직접적 생존 방식을 통해 고군분투하는 삶의 메타포를 그려낸다. 그럼에도 그러한 메타포가 삶에 대한 재현의 양태로 드러나는 건 아닌데, 다름 아닌 표현 양식과 의미는 일 대 일의 대응 관계를 구성하며, 고립된 영역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그 간극에 대한 해소, 또는 의미에 구애받거나 의미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서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음-파〉는 삶에 대한 실존적 양상의 장면들을 은유한다고 애초에 말할 수 있을까. 이 특이한 신체 양상의 역동적 움직임은 무대의 유한한 시간에 불사르는 완전한 소진을 향한 강박에 가깝지 않을까. 다섯 색깔의 스타킹은 은폐된 얼굴을 대신해 각각의 다름을 상정하고 또..